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18
■ 717화. 기계 (2) □ ᓚᘏᗢ
드워프의 나라, 마키나는 모두 알다시피 대단한 기술력을 갖춘 나라다.
창의력이 인간에 비해서 약간 부족하다지만 그다지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수십 년 간 기술을 연마한 장인에게 필요한 건 단 한 장의 설계도라는 말처럼, 마력 기관이 창의력을 대폭 상승시켰으니.
더 나아가 마법의 기계화 즉,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기물을 만드는 것조차 드워프의 손을 반드시 거쳐야 된다.
드워프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은 여전히 더위와 추위에 골골거리고 있었겠지.
심지어 환경적 문제도 없었다. 광산을 마구잡이로 파는 게 조금 흠이긴 하다만 그 외에는 대부분 친환경적이었으니.
더 나아가 종족전쟁 당시 인간 연합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자금까지 챙겼으며, 가이스트 혁명까지 성공해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왕실이 가지고 있던 자산을 전국에 투자해 드워프 공장들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마력 기관의 설계도까지 공유해 창의력을 끌어올린다.
앞으로 무슨 발명품이 등장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탱크마저 발명한 마당에 어떤 발명품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저건 뭐죠?”
“저거 말인가요? 최근에 발명하여 시험 단계에 놓인 기계입니다. 광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사 현장에 사용될 전망이죠.”
“혹시 이름이······”
“굴삭기라고 지정했습니다.”
다소 조잡하지만 광산 및 공사 현장에 사용될 굴삭기부터 시작해서.
“저거는요?”
“곡괭이보다 더 땅을 파기 편하도록 발명한 기계입니다만······ 안타깝게도 현 마력 기관으로는 소형화가 힘든 상황입니다.”
땅을 뚫기 편한 드릴.
“저거는······”
“저건 석탄을 좀 더 편히 옮기기 위해 만든 기계입니다. 보시면 석탄이 어디론가 알아서 이동하고 있죠? 저 끝에는 석탄을 저장하는 저장실이 있습니다.”
석탄을 자동으로 운반시키는 기계까지.
개선 장군마냥 전차에 탑승해 위치로 갈 때까지 눈으로 본 기계들이다.
“더 많은 기계들이 존재하지만 여건상 이것밖에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대부분 미완성작이라 보여드리기 민망했거든요.”
“그럼 저것들 전부가 완성작이라는 소리인가요?”
“네. 엔진만 발명된다면 전부 실용화가 가능합니다.”
나는 안전모를 착용한 드워프 안내인의 설명을 듣고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보통 엔진을 먼저 발명하고 기계가 등장하는 편인데 마키나는 정반대다. 일단 기계부터 만들고 엔진을 발명하고 있다.
공통점으로는 대부분의 기계가 광업과 큰 연관이 있다는 것. 아무래도 종족이 종족이다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한 이유가 마력 기관의 공유 덕분입니다. 누구든지 마력 기관을 제작할 수 있고, 그것을 토대로 무한한 창작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거죠.”
“그, 그렇군요.”
“제논 님이 가이스트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지 않으셨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우리 드워프가 어떤 종족인지 다시 일깨워줬으니까요.”
“저는 단지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에게 도움을 줬을 뿐입니다. 그런데······”
가이스트에게 조언을 준 것과 별개로 대공황이 터진 건 넘어가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왕의 노예 농장이었던 마키나가 해방된 건 좋다. 혁명으로 하여금 가이스트가 정권을 차지한 것도 좋다.
마력 기관의 공유 및 공산주의적 마인드가 팽배한 것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저 건물은 어떤 용도로 세워지는 거죠?”
“그동안 마키나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초 교육을 위한 건물입니다. 또한 수많은 설계도들이 모일 장소이기도 하죠.”
“아동도 저곳에서 교육을 받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아동의 교육을 위한 건물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설치되고 있습니다.”
공과대학이라는 건가. 공학이라는 개념은 최근에야 생겼으니 공대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확실히 가이스트가 정권을 붙잡은 후에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성대한 환영식을 열어준 드워프 국민들뿐은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고, 장인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기계를 발명한다.
“그런데······ 저건 뭐죠?”
하지만 다 넘어갈 수 있어도 저건 못 참겠더라.
나는 손가락으로 굴삭기, 정확히는 건물 위에 달린 깃발을 가리켰다.
기계마다 국가를 상징하는 듯한 깃발이 걸려있었는데, 그 깃발의 형태가 참 뭣 같다.
붉은색 바탕에다가 드워프 혹은 광부를 상징하는 곡괭이와 망치가 교차돼 있었으니까.
이것만 보더라도 공산주의의 낫과 망치가 떠오를 테지만 마키나는 한 술 더 덨다.
“마키나의 국기가 원래 저랬나요?”
“아닙니다. 최근에서야 교체된 국기입니다. 원래는 곡괭이와 망치만 교차돼 있었으나 기아스 님의 아이디어로 펜 또한 넣었죠.”
“······설마 제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죠?”
“아마 많은 국가들이 피와 강철 속 소련을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제논 님의 붉은 머리카락과 황금의 눈을 착안한 거라고 당당히 말할 겁니다.”
“··· ···”
하필이면 내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각각 붉은색, 황금색인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설상가상으로 내 본업이자 작가를 상징하는 펜까지. 내가 건네준 조언이 국가 단위로 몸집을 불린 상태다.
“에인스 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마키나는 사유 재산은 인정하되, 지식만큼은 공유해야 된다고 말이죠. 최근에는 스타비르크에서 발명한 총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총이요?”
“예. 총만 있다면 약한 개인조차 강력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미네르바 제국과 협상하고 있죠.”
리나에게 들었다. 스타비르크가 사고를 터뜨린 후에 총의 설계도를 입수했다고.
그 설계도를 일반 병사에게 쥐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나 기술적 결함이 많아 아직 준비 단계다.
여기서 마키나와 협업을 하게 된다면 머지않아 총의 시대가 도래하겠지.
내가 직접 지켜본 마키나의 기술력을 보았을 때 10년 이내에 가능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
“또한 헬리움와의 관계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헬리움 쪽에서 석유를 지원해주면, 저희는 그 석유를 이용한 엔진을 발명하고 있죠.”
“··· ···”
“이 모든 것들이 착착 맞물리게 된 이유가 바로 제논 님입니다. 제논 님 덕분에 마키나를 포함한 세상은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아부가 아닌 진심이 가득한 드워프의 말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해야 산업 혁명 수준이라고 생각했건만 마키나와 드워프의 잠재력을 저평가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10년 안에 거대한 중장비를 발명하는 게 아닐까 싶다. 에인스가 엔진을 발명한다면 말이다.
“최근에는 안전모의 등장으로 인부들의 부상율이 대폭 낮아졌죠. 공사가 많아진만큼 다치는 드워프도 증가했는데 안전모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혹시 몰라서 말씀드리지만 불편하다고 쓰지 않는 분들은 없나요?”
“걸리적거린다고 안 쓰는 경우가 있긴 해도 괜찮습니다. 광산에서 며칠 일하다보면 실려나오거든요. 그 다음부터 무조건 쓰게 돼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안전모만큼은 쓰라고 강조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전차는 내가 앞으로 팬사인회를 진행할 건물까지 나아갔다. 그런데 그 건물마저 참······ 뭐랄까.
“붉은색이네.”
“붉은색입니다.”
“붉은색이야.”
각각 아델리아, 케이트, 세실리의 말이었다. 나는 전차에서 내리고 한참이나 건물을 멍하니 바라봤다.
뒤에서 드워프 안내인이 무어라 말하긴 했다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 뭔······?”
드워프의 건물은 목재 건물이 대부분이다. 산업 혁명이 진행 중인 것과 달리 양식은 크게 안 바뀌었다.
하지만 앞의 건물을 보아라. 대부분이 강철로 제작돼 있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건 톱니바퀴다. 스팀펑크 형식 건물이라 상상하면 편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황당을 금치 못하겠는데 전부 붉은색으로 깔끔하게 덫칠해 있었다. 중간중간 황금색도 있었으나 붉은색이 대부분이다.
보아하니 물감으로 전부 칠한 듯했는데, 이 시대의 염료가 얼마나 비싼지 고려하면 돈지랄이나 다름없다.
“신기하게 생겼네. 왕궁 같은 느낌이야.”
“그러게. 급조했을 텐데 전혀 급조한 티가 나지 않아.”
“드워프는 드워프라는 걸까?”
나와 달리 애인들은 이 건물이 스팀펑크풍 건물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다. 그냥 신기하게 생긴 건물이라 생각하겠지.
그러나 나에게는 미래의 마키나가 어떤 형태를 취할지 보여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스팀펑크로 한층 한층 발전할 모양이다.
아니지. 마나와 마법까지 있으니 아케인펑크라고 해야 되나.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의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우와. 저거 설마 의자야?”
“거의 왕좌 수준인데?”
“드워프들이 제작한 모양이군요.”
기계의 특징을 전부 담은 것 같은 의자다.
중간중간 톱니바퀴가 굴러가고 있었으며, 그 위의 파이프에서 증기가 가끔씩 뿜어져나왔다.
기계의 멋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달까. 나는 분명 팬사인회를 하러 왔는데 드워프는 왕을 모시러 온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저 의자를 치워버리고 평범한 의자로 교체하고 싶다.
그러나 드워프들이 심혈을 기울였을 테니 그러기도 힘들었다.
“우리도 질 수 없지. 나 잠깐 헬리움으로 돌아가도 될까?”
“아니. 그러지 마.”
드워프가 제작한 기계옥좌(…)에 감명이라도 받았는지 세실리가 나에게 저런 부탁을 건넸다.
그녀가 헬리움으로 돌아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충 예상이 갔기에 간신히 뜯어말렸다.
안 그래도 헬리움은 당장 나를 신에 준할 정도로 숭배할 것이다. 부담감이 장난 아니다.
“후우······”
일단 앉고 생각해야겠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기계옥좌에 엉덩이를 붙였다.
스팀펑크 같은 디자인은 그렇다 쳐도 엉덩이는 푹신푹신하다. 다행히 디자인에만 신경 쓴 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좀······’
멋지긴 하네. 부담스러울 뿐이지,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것들이 담겨있어서 마음에 든다.
나중에 가져가도 되냐고 부탁이라도 해볼까. 나는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팬사인회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기계의 신이시여. 이 기계가 작동이 되지 않는데 조언을 주실 수 있습니까?”
“··· ···”
다른 의미로 밑천이 털릴 위기에 처했다.
난 문과라고 이 난쟁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