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719
■ 718화. 기계 (3) □ ᓚᘏᗢ
마키나의 팬사인회는 팬사인회가 아니라 흡사 ‘국부’를 접견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한치의 과장도 없이 나를 국부로 대우하는 드워프들이 대부분이었다. 들어오자마자 정중히 인사하는 게 기본 디폴트였으니.
그저 한 명의 팬으로서 만나고 싶었지만 내가 마키나에 어떠한 영향을 줬는지 고려하면 이상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헬리움은 이것보다 더 심할 것이다. 그곳은 진작부터 나를 성자로 추종하고 있으니 벌써부터 아찔하다.
“제논이시여. 철갑선과 비행선 중 무엇이 더 빨리 제작될 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일단 배부터 제대로 만들 생각을 하세요.”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최근 비행선 vs 철갑선으로 싸우는 형제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한다던지.
“제 아들이 훗날 저보다 뛰어난 장인이 될 수 있도록 손을 만져주실 수 있습니까?”
“네. 뭐······”
나를 성자로 생각하면서 저런 부탁을 하거나.
“마키나의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국가의 미래는 제가 아니라 여러분이 이끄는 겁니다.”
진짜로 예언을 부탁하거나 등등.
과도한 팬심에 돌발행동을 취하던 미네르바 제국과 다른 의미로 피곤한 팬사인회였다.
게다가 너무 열정적인 나머지 10분을 초과하려다가 아델리아에게 질질 끌려가기도 했다.
그때문인지 앞의 두 나라에 비해 팬사인회가 조금씩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히 팬사인회를 일찍 시작한 덕분에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왕궁으로 갈 때도 전차에 탑승해야 된다고요?”
“예!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 ···”
왕궁 아니, 이제는 정부청사로 용도가 바뀐 건물로 향할 때도 전차에 탑승했다.
아무래도 전차가 워낙 눈에 띄는 기물이다보니 내가 이동하고 있다는 걸 전부 알더라.
며칠동안 팬사인회를 거치면서 정신이 피로해졌지만 그래도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반겨줬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네요?”
처음에는 성대한 환영식에 눈치채지 못했지만, 지나가는 드워프마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안전모는 그 특징상 패션 아이템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안내인도 그렇고 대부분 안전모를 착용했다.
“네. 마키나는 현재 전국이 공사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아이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어른은 언제 어디서든 채용할 수 있도록 안전모를 쓰고 있는 거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인력으로 쓴다고요? 아무런 계약도 없이?”
“계약은 필요없습니다. 왕궁의 재산을 푼 탓에 돈은 넘쳐나는 반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거든요.”
“음······”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마키나판 뉴딜 정책이라 해야 되는 건가.
철도를 까는 거라면 이해가 간다. 마키나는 곳곳에 광산이 존재하는만큼 철도는 필수적이니.
더구나 마력 기관까지 발명했으니 공사의 규모는 더 커졌을 것이다. 솔직히 저런 문화가 생기는 게 조금 신기하다.
‘안전모만 잘 쓰면 됐지.’
안전모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패션마냥 쓰고 다니는 게 조금 이상해도 문화상 어쩔 수 없겠지.
나는 중간중간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인부들을 구경하다가 청사로 이동했다.
본래 왕궁이었던 청사는 언덕 위에 존재했다. 안내인의 말을 듣자하니 부르주아 왕조가 일부러 여기에 건설했단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본래는 왕이 백성을 좀 더 편히 보살필 수 있도록 건설했습니다. 하지만 혁명 전까지는 단지 내려다보는 용도밖에 없었죠.”
“··· ···”
“참고로 이 왕궁도 시간이 된다면 철거될 예정입니다. 지금은 임시 청사로 사용할 뿐, 진짜 청사는 밑에 건설될 계획이죠.”
나는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왕궁을 올려다봤다.
미네르바 제국의 궁전은 전반적으로 황금빛을 띄는, 매우 아름다운 궁궐이다.
그리고 마키나의 왕궁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유는 몰라도 미네르바 제국의 황궁과 달리 탐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철거보다는 그냥 가만히 두는 게 어떨까요?”
“네?”
“상징으로서 나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다. 후대에 아주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남길 수도 있고요. 박물관으로도 사용될 여지도 있죠.”
러시아도 혁명 이후 수도를 모스크바로 옮겼다. 옛 수도에 남은 황궁은 박물관으로 사용됐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있다.
저만한 왕궁을 그대로 철거한다는 건 상징적이긴 하지만, 동시에 정말 아까운 일이다.
그들의 분노는 이해한다만 저 왕궁이 지니는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먼 훗날 강력한 관광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터.
“이 부분은 가이스트와 따로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이거든요.”
“으음······ 알겠습니다.”
물론 이 문제는 안내인이 아니라 가이스트와 얘기를 나눠야 될 부분이다.
그리하여 전차에 탑승한 채 왕궁으로 향하고, 머지않아 왕궁의 대문 앞에 당당히 도착했다.
“······대문이 없네요?”
“전차포로 파괴시켰습니다.”
“··· ···”
정정하겠다. 대문이 완전히 작살나서 그냥 쭈욱 통과했다.
아무래도 곧 철거할 예정이라 굳이 보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심지어 왕궁의 정문도 다를 바가 없다.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었다.
“설마 이대로 안까지 들어가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제논 님에게 보여드릴 혁명의 길을 위해서라도 걸어가셔야 합니다.”
“혁명의 길?”
그건 또 뭘까. 나는 전차에서 하차한 후 안내인의 뒤를 따라갔다.
이윽고 구멍이 뚫린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니 혁명의 길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저 흔적이 보이십니까? 저것이 혁명의 길입니다. 인민들이 직접 왕궁에 발을 디딘 영광스러운 흔적이죠.”
“······전차가 여기까지 들어왔나요?”
“네.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안내인은 가이스트가 있는 방에 도착할 때까지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전차 한 대만으로 뇌창 부대에 대항한 가이스트의 이야기. 위기의 순간 드워프 공장들이 지원을 온 이야기.
마지막으로 왕의 처형식 당시 용광로를 이용했으며, 탐욕에 이기지 못해 스스로 용광에 빠져버린 이야기.
다른 건 몰라도 왕이 탐욕에 미쳐 스스로 용광로에 빠졌다는 건 상징적이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탐욕의 화신으로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탐욕을 버리지 못했다.
“그정도라면 악마 숭배자와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요?”
오죽하면 잠자코 듣고 있던 케이트가 저런 질문을 할 정도다.
다른 사람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안내인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건 아닙니다. 단지······ 그냥 그런 놈이었던 거죠. 국가를 국가로 운영하지 않고, 단지 하나의 공장으로 운영하는 공장주였습니다.”
“··· ···”
안내인의 말이 정확하다. 부르주 왕조가 몰락한 가장 큰 원인은 국가를 기업 즉, 공장처럼 운영했기 때문이다.
극한의 효율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기업이다. 그리고 현재 이 세상은 시대에 비해 인권이 발달했다지만 그뿐이다.
당장 시골만 가더라도 어린이를 농부 또는 일손으로 이용하는 상황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아동’이라는 개념이 매우 희박하다.
‘애당초 산업 혁명 이후에 아동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으니.’
마키나는 배울 점이 많은 국가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세실리가 안내인의 말을 듣고 몹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만약 머스크 씨가 부르주 왕조를 대신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네.”
약간 심란해진 상황에서 아델리아가 재치있는 농담을 던졌다. 그 농담에 나는 물론 애인들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머스크는 상인으로서 편법은 사용해도 도리는 지키는 인물이다. 문제는 그 편법이 탈세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지.
현재 그는 미네르바 제국과 물밑에서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어떻게든 세금을 뜯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이미 전에 탈세 혐의가 발각됐던만큼 미네르바 제국도 어떻게든 뜯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나는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이고.
저건 어떻게 쉴드를 쳐줄 수 없더라. 덕분에 미네르바 제국의 규정이 조금 빡빡해졌다.
똑똑똑-
“가이스트시여. 제논 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오게.]이윽고 가이스트가 지내는 방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나는 안내인이 문을 열어주자 안을 살펴봤다.
가이스트, 그러니까 드워프 삼총사가 나란히 책상에 앉은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샬 영지에서 음주 운전을 했을 때와 달리 혁명까지 주도하고, 지금은 어엿한 나라의 지도자가 된 그들이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동안 모셔서 영광이었습니다.”
안내인마저 떠나간 후에는 가이스트 쪽으로 걸어갔다. 가이스트는 내가 다가가자 저마다 자리에서 내려왔다.
괜히 부담을 주기는 싫어서 앉으라고 손짓하니 다시 앉더라. 지도자가 되어도 내 말은 착실히 잘 따르는 모습이다.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나는 잘 지냈냐고 물으려다가 그들의 안색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정치를 담당하는 기아스는 아예 죽을상이고, 군사 분야를 담당하는 한다이도 눈을 뜬 건지 만 건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에인스는······ 여러 의미로 굉장하다. 풍성하던 수염은 어디 가고 새까맣게 탄 흔적이 군데군데 남았으니까.
드워프 삼총사가 아니라 좀비 삼형제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다. 분명 내가 오는 걸 알고 준비했을 텐데 왜 이러는 거지.
“······많이 피곤해 보이네요?”
“하하. 일이 조금 많다보니······”
기아스가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나마 가장 괜찮아 보이는 게 기아스다.
기억하기로는 5년동안만 정치 체제의 안정을 주도한다고 했던가. 군주제에서 공산주의로 바로 넘어갔으니 일감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래도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마키나는 번성할 일만 남았거든요.”
“제 앞에서는 솔직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살려주세요.”
“야.”
쿵!
에인스가 본심을 밝힌 기아스를 타박하는 동안이었다. 안 그래도 위험했던 한다이의 눈이 감기더니 책상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분명 충격을 받았을 텐데도 일어나지 않는 걸 보면 그대로 기절한 모양이다. 그에 기아스와 에인스가 내 눈치를 본다.
나는 한결 같은 그들의 모습에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달라진 건 없어보이네요.”
다행히 독재자로 타락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부족한 게 많다는 점이 흠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