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326)
EP.326 렌카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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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아!!!”
파앙! 팡!
소리를 지르며 침대를 마구 치는 렌카.
얼굴이 시뻘개져선 창피함을 표출해내는 렌카의 방으로, 그녀의 어머니가 들어왔다.
“무, 뭐하는 거니?”
하지만 렌카는 어머니의 인기척을 못 들었는지, 여전히 발악을 해대고 있었다.
경련이라도 온 사람마냥 침대에서 몸을 마구 튕기거나,
“으엑! 힉!”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귀신이라도 본 양 움찔움찔하며 기이한 탄성을 터뜨리기도 했다.
“…..”
그런 딸의 모습을 본 렌카의 어머니는 잠시 말을 잃어버린 채로 렌카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녀가 어디 아픈 건 아님을 깨닫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방을 나갔다.
자신의 치부를 대놓고 보여준 것도 모르는 듯 계속해서 온갖 기상천외한 행동을 하던 렌카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움직임이 멎었다.
“하아… 하아…”
천장을 쳐다보며 가쁜 숨을 몰아쉰 그녀의 머릿속엔 오로지 창피함만이 가득했다.
한숨만 나온다. 마츠다와 쪽지를 나누며 했던 자신의 말들이 전부 부끄럽게 느껴진다.
이모티콘도 괜히 썼다. 자신과 이노쨩을 동일시 느끼지 못하게끔 하려고 했던 건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안 썼을 것이다.
더 조심했어야했다. 너무 안일했다.
우우웅-!
숨을 참은 채로 시체처럼 가만히 있던 렌카는, 침대 아래쪽에서 진동이 울리자 상체를 일으켰다.
아까 침대를 마구마구 때리느라 벽 사이로 떨어졌나보다.
낑낑거리며 떨어뜨린 휴대폰을 집어든 렌카가 잠금을 풀고 알림을 확인해보았다.
그리고는 짧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이 씨…!”
[MK 님에게서 쪽지가 도착했습니다.]라는 알림이 와있었기 때문이었다.확인하기 싫다. 어플을 그대로 삭제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궁금하기도 하다. 아니, 궁금하다기보다는 피할 수 없으니 매를 먼저 맞자는 마음이 강했다.
휴대폰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떤 렌카는, 결국 알림을 눌러 애니쉐어에 들어갔다.
이후,
마츠다에게서 온 쪽지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절규했다.
“아아아악!”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야 했다.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뻔뻔하게 우겼어야 마땅했다.
가만, 차에서 죽으라고만 했지 인정한 적은 없는데… 그냥 모른 체하면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그런 희망회로를 돌려본 렌카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어쩔까 진심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내키지 않는 손을 움직였다.
[부장이 뭔가요.] [그래요. 몰라도 돼요.]아… 그냥 자신도 안녕이라고 대답할 걸.
괜히 같잖은 짓을 하려다가 창피함이 더 몰려든다.
마츠다와 나누었던 대화내역을 올려보니 얼굴이 너무 화끈거린다.
심지어는 자신이 썼던 씹덕 냄새가 풀풀 풍기는 리뷰 글을 마츠다가 모조리 찾아보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죽고 싶어질 만큼 말이다.
내일부터 마츠다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오전, 오후 수업 땐 그를 피할 자신이 있으나, 검도부에서는…
“아…”
벌써부터 재미있어할 마츠다의 얼굴을 상상하니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대답 안 할 거예요?]마츠다의 쪽지가 이어서 왔다.
답장을 하지 않으면 또 이를 트집 잡아서 벌을 주려고 하겠지.
하지만 뭐 어쩌랴. 할 말이 없는데.
무기력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축 늘어지 상태로 멍하니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던 렌카는,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아 화면이 꺼지자 그냥 잠을 자기로 결정했다.
툭.
힘없이 휴대폰을 던져놓고 이불을 덮으니 졸음이 솔솔 몰려… 오지 않는다.
“으익! 으헥!”
파앙!
입에선 이상한 신음이 토해져 나오고, 발은 의지에 반해 위로 솟구쳐 이불을 뻥뻥 찬다.
진실된 쪽팔림. 렌카는 지금 그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짝! 짝!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화끈거리는 자신의 뺨을 몇 대 아주 강하게 친 그녀는 벌떡 일어나 방에 불을 껐다.
이후 다시 침대로 돌아가, 어두컴컴하고 조용한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억지로 눈을 감았다.
진정하자. 마츠다에게 허접한 모습을 보여줬다간 완전히 잡아먹혀버릴 터.
뻔뻔하게 행동해서 놈의 기싸움에 눌리지 않도록 하자.
**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렌카의 얼굴이 무척이나 퀭하다는 것을 말이다.
어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구나. 알만하다.
렌카에게 들키지 않게끔 운동장을 빙 돌아간 나는, 소리 내지 않게 그녀의 뒤로 가 손가락으로 어깨를 콕콕 두드렸다.
그리고는 장난스런 기색이 담겨있는 목소리로 렌카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부장.”
어제 쪽지를 보냈던 것과 똑같은 대사.
그에 렌카가 곧장 반응을 보였다.
“히이익…!?”
자신의 양팔을 허리춤에 딱 붙인 채로 몸이 완전히 굳어버린 그녀.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이란 게 저런 건가?
오늘 제대로 알았다.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선 내가 물었다.
“부장은 인사 안 해요?”
“아, 그… 안, 녕.”
“스승님은요?”
“자, 자자잘, 모르, 겠어. 먼저… 매점.”
“왜 그렇게 말을 더듬어요? 뭐라는 거예요? 매점 갔다고요?”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을 주억거리는 렌카의 모습이 마치 막 생산된 로봇 같다.
“근데 왜 모르겠다고 한 건데?”
“…..”
정말 움직일 생각도 못한 채 눈만 굴리고 있구나.
나는 편하게 대해주려고 하는데, 렌카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나보다.
이해는 됐다. 어제 그렇게 압박해놓고 갑자기 사근사근 구는 내가 미친놈처럼 보이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지.
“어제 쪽지 보냈을 때 자고 있었던 거였어요?”
“…. 어?”
“쪽지 보냈을 때 잠들려는 중이었냐고요.”
“어… 그… 맞아. 그래서 답장, 못했어.”
누가 봐도 못 잔 사람의 얼굴인데… 자고 있긴 무슨.
우리 렌카는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여서 좋다.
“안 갈 거예요?”
“가? 아, 그래야지. 응.”
“말 또박또박 해요.”
“응, 응. 잘, 몰라.”
이젠 내 말을 듣지도 못하고 있구나.
의식의 흐름대로 대답하는 렌카를 어떻게 보듬어주어야 할까 고민하던 나는, 그녀의 귓가에 내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제는 그냥 보내준 거라 말을 못했는데, 오늘 부실에서 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영혼이 가출한 듯 멍하니 내 말을 듣고만 있던 그녀는, ‘벌’이라는 대목에서 온몸을 크게 들썩였다.
“헥!? 읏!?”
이상하지만 귀여운 추임새를 넣는 게 귀엽다.
그러면서도 반항을 못하고 있다.
자신이 한 짓이 무지막지하게 창피하기도 했거니와, 동시에 반발심을 내보일 여유가 없다는 증거이기도 한… 그런 반응이었다.
저러니까 계속 놀려주고 싶은 거다.
평소의 모습과 진실된 모습의 갭 차이가 너무 커서 말이다.
“이따 볼까요 그럼?”
“아, 그, 그래.”
“알았어요. 이노쨩한테 쪽지 보낼게요.”
“으익!? 햑?”
“농담이에요. 나중에 봐요.”
이젠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는 렌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나는 그녀의 등을 두어 차례 토닥인 후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이후 교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기 전에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때마침 매점에서 먹거리를 사고 돌아온 치나미가 까치발을 들며 렌카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 게 보인다.
그럼에도 렌카는 나와 대화를 했던 자리에 우뚝 서선 가만히 있는 상태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겠지.
재미있다. 아주 재미있어.
요 며칠간은 렌카가 생각나서 만면에 웃음꽃이 필 것 같다.
**
“마츠다.”
도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날 부르는 렌카.
그녀에게로 다가간 내가 밝게 대답했다.
“예.”
“죽도가, 이게 뭐야? 장난, 해?”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국어책을 읽는 건 여전하구나.
한 일주일 정도는 가려나 싶다.
보관실에서 꺼내온 듯한 죽도를 내미는 렌카에게, 내가 물었다.
“왜요?”
“똑바로, 안, 닦였잖아.”
그녀는 말을 하는 도중 얼굴이 점점 빨개지고 있었다.
날 마주치니 생각난 것이다. 이노쨩으로 했던 모든 것들이.
그런 와중에도 내게 지기 싫어 트집을 잡으려는 그 용기만큼은 칭찬해주마.
“잘 닦인 것 같은데요.”
“아니, 야.”
“어디 아파요?”
“…..”
마음과는 다르게 튀어나오는 말에 자괴감을 느꼈을까?
렌카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재빨리 눈을 부릅뜨며 날 노려보았다.
이미 다 봤는데 지금 저래서 뭐 어쩌려고 그러는지…
슬슬 미쳐가는 건가? 걱정스럽다.
“다시, 닦… 흐흠…! 다시 닦앗.”
“자연스럽긴 한데, 이번엔 목에 너무 힘을 줘서 말한 것 같아요.”
“닥쳣. 새로 닦기나 해.”
지적을 하니 말투가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쉽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렌카가 내민 죽도의 칼자루부를 손으로 감싸 쥐면서, 나는 은근슬쩍 그녀의 손등을 터치했다.
그와 동시에 흠칫 달싹이는 그녀의 어깨.
약간의 경기를 일으키는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웃은 내가 말했다.
“잠깐 상의할 게 있어서 그러는데, 같이 보관실로 가줄래요?”
“시, 싫어.”
오전에 말했던 벌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리라 직감했는지, 렌카가 고개를 무척 빠르게 가로저었다.
오늘 신입 부원들이 들어오는 날인데, 그런 식으로 깜찍한 행동을 해버리면 검도계의 샛별이라는 위명이 무색해지잖니.
위엄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그러지 말고 5분만 시간 내요. 지금 자율훈련 시간이기도 하잖아요.”
또 다시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렌카.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그녀에게 엄한 눈빛을 지어보인 내가 재차 말했다.
“오세요.”
“…..”
우리 렌카는 꼭 내가 명령조로 말을 하게 만든다.
나는 중죄를 지은 사람처럼 어깨를 추우욱 늘어뜨린 채로 발까지 질질 끌며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그녀와 함께 보관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