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329)
코미디를 망가뜨리는 법-3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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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그라
EP.328 렌카의 수난 #3
[단골 고객님을 위한 쿠폰이 도착했어요!]뜬금없이 온 문자 메시지.
자주 가던 라피아 호텔에서 발송된 것임을 확인한 나는 피식했다.
이젠 호텔도 내가 오는 날을 알고 있는 건가?
굉장히 공교로운 타이밍에 온 문자다.
쿠폰 내용은 모든 종류의 룸 상관없이 모두 30퍼센트를 할인해준다고 쓰여 있었다.
돈은 여유롭지만 할인 쿠폰이 때맞춰 딱 왔는데 안 쓸 수도 없는 노릇.
문자에 쓰인 링크를 타고 들어가 예약을 하려던 나는, 광고성 수신 동의에 체크를 하라는 대목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요즘 세상에 할인을 받으려면 내 개인정보를 넘겨야한다니.
쿠폰마저도 공짜는 없는가? 참으로 개탄스럽도다.
어쨌거나 다시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꼬리 플러그는 조금 심한 것 같다.
스팽킹 단계에서 바로 플러그로 갔다간 진심을 다해 화를 낼 가능성이 100퍼센트다.
처음엔 등허리 부근의 옷에 끼우는 클립 형태의 꼬리로 시작해서, 렌카의 거부감을 조금씩 낮춰가야겠다.
다만 의상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나는 꼭 보고 말 것이다. 이 복장을 입은 렌카의 모습을.
“뭐해요…?”
앞날을 위한 간단한 청사진을 그리며 호텔을 예약한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힘없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와이셔츠 단추를 두 개 푼 히요리가 눈을 부비적거리며 상체를 수그린 채 날 쳐다보고 있었다.
자다 일어났나보다.
눈을 조금만 돌려보니 안으로 브라가 보일 듯 말듯 희미하게 비춰지고 있는데… 조심성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 싶다.
혀를 끌끌 찬 내가 말했다.
“단추 잠가라.”
“왜요…”
“가슴 보여.”
“보수적이당…”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순순히 단추를 잠그는 히요리.
자신을 챙겨주는 게 은근히 기쁜 것 같다.
제복 마이의 단추까지 잘 여미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던 내가 물었다.
“수업시간에 잤냐?”
“응…”
“공부 열심히 해야지.”
“왜 우리 할아버지 같은 소릴 해요…?”
늙었다고 돌려 까는 것이로구나. 마음이 아프다.
“제대로 안 하면 경고 먹는다. 그 삐죽삐죽한 머리나 좀 어떻게 해봐.”
“머리…?”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자신의 머리를 누르는 그녀가 굉장히 예쁘게 보인다.
고양이가 세수를 하듯 정리를 마친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됐어요…?”
“대충. 가서 더 자지 왜 나왔는데?”
“바람 쐬러. 근데 왜 뭐라고 해요?”
“뭐라고 안 했어.”
“했는데?”
“착각이야. 아, 이거나 먹어라.”
주머니에서 스이츄를 주섬주섬 꺼내 히요리에게 내밀자, 그녀가 잘 뜨여지지 않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제 샀어요?”
“아까.”
“매점 다녀온 거예요?”
“어.”
“저 주려구요?”
“아니. 반 애들 거 사는 김에 네 것도 산 거지.”
“그게 저 주려고 산 거 아니에요?”
“널 주려는 게 메인이 아니잖아. 곁다리 같은 느낌이지.”
“뭐야… 츤데레에요?”
“안 받으면 내가 먹는다?”
그 말에 히요리가 재빨리 손을 뻗어 스이츄를 낚아채듯 가져왔다.
손목 스냅이 장난 아니다. 도둑질을 잘할 것 같은 느낌이야.
“아침엔 왜 도망갔어요?”
스이츄 포장지를 뜯으며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그녀.
고개를 갸웃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폈다.
“도망?”
“저랑 미호랑 인사하다가 도망갔잖아요.”
그 일을 신경 쓰고 있었나?
은근히 섬세한 면이 있구나.
“도망은 무슨…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마이 단추나 똑바로 잠가.”
“잠갔는뎅.”
“위치 엇나갔잖아.”
“그러네요?”
대수롭지 않은 듯 마이 단추로 손을 가져간 히요리가 말을 이었다.
“날이 조금 풀리면 수영 수업도 한대요.”
벌써 시즌이 다가오는 건가?
히로인의 수영복 차림… 러브 코미디에서 놓칠 수 없는 명장면 중 하나지.
미유키가 해변에서의 그 사건 이후 수영에 거부감을 품게 돼서 못내 아쉬웠었는데, 너는 꼭 봐주마.
“수영 좋아해?”
“좋아만 해요.”
“잘은 못하고?”
“그렇죠. 선배는 수영 잘해요?”
“어떨 것 같은데?”
“맥주병일 것 같앙.”
누가 봐도 장난으로 여길 말이긴 표정이 굉장히 오만했고 약이 올랐기에, 나는 저도 모르게 중지를 엄지 밑으로 가져다대고 히요리의 널찍한 이마에 갖다 대었다.
딱밤을 때리려는 제스처.
그에 히요리가 낯선 사람을 만나 부끄러운 새끼 고양이마냥 자신의 양손으로 이마를 가렸다.
“미안…!”
손바닥을 살짝 가리는 제복 마이, 그리고 웅크린 몸과 고개를 보니 화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사실 화 따윈 나지도 않았었기에, 나는 둥글게 구부렸던 중지를 펴 히요리의 손등에 아주 가벼운 딱밤을 때리는 것으로 상황을 끝냈다.
“악…!”
손톱이 닿자마자 온몸을 흠칫하는 그녀.
아픈 척 하나는 잘한다고 생각한 내가 말했다.
“들어가. 수업시간 됐어.”
“…. 넹.”
손을 내리고 눈만을 빼꼼 보인 히요리가 발을 질질 끌며 뒷걸음질을 쳤다.
저 생기발랄한 아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사이가 계속해서 가까워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이는데, 조만간 확 덮치는 시늉을 해볼까 싶다.
**
대망의 날, 당일.
준비한 물건을 미리 호텔 방에 가져다놓은 나는 시간에 맞춰 렌카의 집으로 갔다.
대문 앞에 미리 나와 있던 그녀가 차를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쉰다.
걱정거리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구나.
포기하면 편할 텐데.
덜컥.
멈춘 차에 타자마자 렌카의 눈이 뒷좌석을 살폈다.
내가 어떤 물건을 가져왔는지 궁금한가보다.
속으로 킥킥거린 나는 트렁크 쪽도 살피려는 듯 고개를 쭈욱 내빼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거 호텔에 있어요.”
“무, 뭐가 호텔에 있는데? 이상한 소릴 하고 있어…”
천연덕스러운 척을 하고 앉아있다.
얼굴색이나 좀 바꾸고 그러든가… 실소가 터져 나오려고 한다.
렌카의 노력이 가상하니 조금은 힌트를 줘야겠다.
“그거요. 오늘 부장한테 입힐 것들.”
“입힌다고…? 뭐를…? 또 그 메이드복이랑 바니걸 같은 거…? 그리고 것들이라니? 두 개 이상이 있다는 거야?”
“질문은 하나씩 하죠?”
“닥쳐! 대답이나 해.”
“어차피 20분 뒤면 보게 될 텐데 굳이 지금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요?”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잖아…!”
“그건 요 며칠간 하지 않았나요?”
“…. 쓰레기 새끼.”
음음.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의 욕…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다.
또 다시 죽으라고 저주를 하는 렌카를 무시한 채 차를 몬 나는, 곧 호텔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렇게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렌카와 방에 들어간 나는, 그녀가 가장 먼저 방 전경을 살피자 입꼬리를 올렸다.
“저, 저번이랑 같은 방이네…?”
왠지 조교를 당해야할 것 같은, 감옥 같은 인테리어.
내가 렌카와 이곳에 오면 자주 들르는 컨셉의 룸이었다.
“예.”
벌써부터 낮아진 내 목소리에 불안감을 느꼈을까?
렌카가 침대 위를 살피더니 침을 꼴깍 삼켰다.
“그거는…? 어디 있어?”
“저쪽 방에. 저번이랑 상황이 비슷하죠?”
“저번…?”
“바니걸 옷 입었을 때요.”
“그, 그걸 왜 말하고 난리야…!”
“부장이 궁금해 하는 것 같길래 대답을 해준 것뿐이에요. 일단 같이 들어가서 볼까요?”
“같이…? 또 코스프레를 시킬 거라면… 나 혼자 보고 갈아입는 게 맞지 않아…?”
혼자 보면 난리를 칠 게 뻔하니까 그렇지.
그나저나 코스프레를 각오했는지 먼저 얘길 꺼내는 게 웃기다.
“같이 가요.”
“…. 네가 보는 앞에서 갈아입으라고 말할 생각이라면…”
“그런 거 아닙니다.”
온갖 걱정을 하며 새침한 눈을 뜬 렌카의 등허리를 토닥인 나는, 만지지 말라며 팔을 이리저리 휘젓는 그녀와 함께 구석에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불을 켜려는 그녀를 말리고는 옷과 도구가 올려져있는 침대를 턱짓했다.
“봐요. 어떤지.”
“…..”
렌카의 고개가 삐걱삐걱 돌아갔다.
머뭇머뭇 침대로 간 그녀는, 현관에서 새어오는 불빛으로만 의지하여 사물을 분간하는 게 쉽지 않는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준비한 물건을 살폈다.
“아, 안 보여…”
그러더니 눈으로 정체를 파악하기가 힘이 드는 듯,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가장 오른쪽에 있는 물건을 집어들었다.
“…. 이게 뭐야…? 귀…?”
복실복실한 털이 있는 고양이 귀 머리띠를 만지작거리던 렌카의 중얼거림.
설명을 해줄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러자 렌카가 다음 물건, 또 다음 물건을 차례대로 집으며 자신의 감상을 말했다.
“꼬리…? 이건 안대야…?”
의외로, 정말 예상외로 렌카의 반발이 거세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귀, 꼬리, 안대를 본 순간 내게 욕을 퍼부으며 호텔을 박차고 나갈 것 같았는데 저런 반응이 끝이라고?
왜 저럴까. 마조로서의 본성이 깨어난 것도 아닐 텐데.
혹시 어젯밤 잠에 들면서 온갖 심한 망상을 다 해본 건가?
그러다 지금 저것들을 보니까 상상한 것만큼 심하진 않아서 은근히 할만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아직 렌카는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다는 거다.
“어때요? 괜찮죠?”
“괜찮긴 무슨… 거지같은 것들만 사놨네… 짜증나게… 이게 끝이야? 꼬리는 뭐… 옷 같은 거에 붙이면 돼?”
역시 서브컬처에 일가견이 있어서 그런가, 잘 알고 있구나.
플러그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그게 끝 아닌데.”
“아니라고? 또 있어?”
“안대 옆에. 잘 더듬어 봐요.”
“…..”
의미심장함이 가미된 내 말에, 렌카가 조심조심 안대 옆을 더듬었다.
그와 동시에 일어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이에 움찔한 렌카가 손바닥 정도 되는 크기의 그것을 집었다.
“비닐이잖아? 뭐가 들어있는 건데?”
“그거 말고 또 있어요.”
“또…?”
“그 옆에.”
“…. 진짜 미친놈이네…”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을 내쉬며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손을 뻗은 렌카의 어둠 속에 잠겨있던 표정이 일변했다.
“무, 뭐야…?”
구멍이 숭숭 뚫린 무언가를 집어든 직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처음엔 의아해하던 렌카의 언성이 높아진 건, 자신이 들고 있는 게 노출도가 상당히 심한 전신망사임을 알아차린 직후였다.
“야…! 이 개새끼야!!!”
음음. 내가 알고 있는 렌카의 반응이라서 좋다.
전신망사 전에 만졌던 비닐이 하트 모양의 니플 패치라는 걸 알면 또 어떤 얼굴을 할까?
기대돼서 미치겠다.
곧 폭발하기 전의 화산처럼 변한 채 씩씩대는 렌카를 향해, 내가 말했다.
“오늘 다 못 입으면 집에 안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