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361)
EP.361 미래를 위한 체력 기르기 #2
부활동이 끝난 시간.
미유키와 만나기 위해 학생회실이 있는 건물로 가며, 나는 히요리와 메시지를 나누었다.
[부활동 끝났냐?] [넹. 근데 선배, 저희 헬스장 갈 거예요? 일일권으로?] [아니.] [그러면 일단 집에 가서 운동복 챙겨올게요.] [그냥 체육복 입고 와도 되는데?] [하나자와 선배 발 사이즈가 몇이에요?] [24인가 그럴 걸? 왜?] [사이즈 똑같으면 빌리려고 했죠. 근데 다르네요. 전 23이라서 불편할 것 같아요.]미유키 걸 빌린다고?
저번에 차 안에서 심리적인 공방전을 주고받아놓고선… 너무 뻔뻔한 거 아니냐?
아니지. 저렇게 나가면서 오히려 안 빌려주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
히요리라면 충분히 그럴 것 같아.
[그럼 집 갈 거야?] [네. 미호랑 같이 하교했다가, 저는 집 들러서 갈아입고 갈게요.]히요리가 왠지 의욕이 넘치는 듯하다.
정말 열심히 하려는 건가?
그건 아닐 것 같긴 한데… 뭐라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좋다.
말하는 걸 보니 간단하게만 달릴 줄 아나본데… 그렇게는 안 할 거란다.
저번에 미유키에게서 도망쳤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운동신경은 어느 정도 있지만, 운동을 하도 안 했으니 무리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달리기는 무슨… 넌 무조건 경보부터 시작이다.
[어.] [알겠어요. 근데 여기서 만나면 안 되나? 굳이 선배 집으로 가야 돼요?] [너네 집보다 우리 집이 거리로는 더 가까워.] [아닌 것 같은뎅?] [이상한 트집 잡으려하지 말고 내 말 들어.] [꼰.]이젠 대 자도 붙이지 않는구나.
예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이 업보는 차곡차곡 내 마음속에 쌓아두고 있단다.
[죽는다.] [농담. 갈 때 연락할 테니까 이따 봐요.]그렇게 히요리와의 대화를 끝낸 나는, 저 멀리서 학생회 선배, 그리고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는 미유키에게 다가갔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응? 마츠다 군…! 여기야…!”
가까워지는 날 발견하고 머리 위로 양손을 번쩍 들고는 마구 흔드는 미유키.
이성교제는 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초창기 때 나와의 사이를 노출하기 싫어했던 미유키가 일반 학생들도 아니고 학생회 임원들 앞에서 저러다니 신기하다.
옛날의 그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의 반응이다.
“안녕하세요.”
그런 그녀의 옆에 서서 몇 명의 선배들에게 고개를 숙이자, 학생회장이 자신의 안경을 치켜올리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녕.”
음음… 저 모습을 보니 징계위원회 때가 생각난다.
당시에도 지금과 똑같은 행동을 했었는데,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더라?
저 안경에 정액을 묻히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나? 기억이 잘 안 난다.
지금 그런 마음이 이는 것을 보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힘찬 미유키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고는, 날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하며 오늘 일과를 물었다.
“부활동은 잘 했어?”
“잘 했지. 근데 왜 그렇게 숙이고 다니냐?”
“뭐가?”
“학생회에 처음 들어간 사람 같잖아. 이제 1년 다 되가는데 너무 공손한 거 아니야?”
“그렇게 느꼈어?”
“어.”
“초심을 잃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더 좋지 않아?”
“나야 네가 뭘 하든 다 좋긴 하지.”
“그럼 됐네?”
“그러네. 오늘은 너희 집에서 자는 거야?”
“응. 주말 내내 마츠다 군 집에 있었으니까… 오늘은 가봐야지.”
“요새는 아주머니도 아저씨도 네 외박 때문에 뭐라고 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하면 줄어들긴 했어.”
여전히 잔소리를 한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렇다면 은근슬쩍 미도리를 집으로 초대해볼까?
극태자지에 패배해버리는 유부녀라는 네토라레 클리셰… 놓치기 싫은데…
카나를 먼저 꼬시는 것도 괜찮지 싶다.
두 딸의 음모에 휘말려 타락하는 그녀들의 어머니… 나쁘지 않아.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가자.”
음흉함으로 가득 차있는 내 머릿속에 들어온 듯, 미유키가 날 타박하며 팔짱을 껴왔다.
그녀의 피부 감촉이 느껴지는 순간부터 나쁜 생각이 정화되는데, 미유키가 만약 중세시대에 태어났다면 성녀로서의 소질이 충만했을 것 같다.
**
딩-동-!
해가 완전히 진 저녁에 TV를 보고 있던 나는, 거실을 경쾌하게 울리는 벨소리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마츠마츠켄! 여기 살아요!?”
뒤이어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밝고 깨끗한 목소리.
그에 밖으로 나와 신발을 신은 내가 대답했다.
“잠깐만 기다려.”
“뭐라구요? 안 들려!”
“기다리라고!”
“네!”
잔디 사이의 돌길을 지나 대문 앞으로 간 나는, 옷 상태를 체크한 뒤 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양 뺨에 손을 붙인 채 모습을 드러내는 히요리.
마치 짜잔! 하고 등장한 것만 같은 그녀의 행동에 혀를 찬 나는,
“우와… 집 되게 크다.”
우리 집 안쪽을 훑어보며 탄성을 터뜨리는 그녀에게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입고 온 운동복 때문이었다.
“무, 뭐야…? 너 이렇게 왔냐?”
히요리는 몸에 착 달라붙는, 명치와 윗 복부가 살짝 드러나는 레깅스 세트를 입고 있었다.
복부가 완전히 드러날 정도로 노출이 심한 건 아니었지만, 레깅스 때문에 더 야해보였다.
저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보면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를 게 뻔했다.
큰 가슴이 부각되는 상의도 문제였고 말이다.
스포츠 브라에 티셔츠, 그리고 반바지였으면 얼마나 좋아.
스스로의 패션감각에 위배되는 거라서 생각도 안 한 건가 싶다.
“넹. 여기 바람막이도 갖고 왔어요. 더워서 오기 전에 벗었엉.”
활기찬 표정으로 무릎을 가릴 정도로 큰 사이즈의 바람막이를 들어올려 보이면서, 내가 뭐라고 할까봐 올 때는 입었다며 어필을 하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말로 날 당혹스럽게 하지 못하니까 이젠 행동을 더욱 과감하게 하는구나.
골치가 아프다, 골치가 아파.
“왜요?”
눈을 질끈 감는 날 보며 천연덕스럽게 저리 물어오는 그녀.
어이가 없어진 나는 그런 히요리의 바보털을 세차게 후려갈기려다가,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운동하려고?”
“네.”
“내 거 티셔츠 줄 테니까 갈아입어.”
“앗, 그럼 들어가도 돼요?”
“들어와.”
“하나자와 선배 있어요?”
“미유키는 집에 갔어.”
히요리의 고개가 갸웃했다.
미유키와 함께 차에 탔을 때, 그녀가 했던 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을 발견한 듯했다.
“같이 사는 거 아니었어요?”
“가끔씩 집에 가는 날이 있어.”
“오늘이 그날이에요?”
“그렇지.”
“그럼 집 구경해도 돼요?”
“상관은 없는데, 네가 여기 온 목적은 잊지 마라.”
“알죠. 운동.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뻔뻔스럽게 고개를 숙인 히요리가 냅다 대문 안쪽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렌카도, 치나미도 보지 못하고 오직 미유키만 왔던 장소의 두 번째 손님은 히요리가 됐구나.
왠지 미안해지는데, 조만간 저 두 사람도 오게 해야겠다.
“따로 문이 없고 그냥 다 창문이네요?”
어느새 집 코앞까지 가선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히요리의 물음.
그러려니 하며 그녀에게 다가간 내가 대답했다.
“어. 들어올 거냐?”
“나중에요. 운동 다 하고 샤워할 때.”
자연스럽게 여지를 남겨놓는구나.
물론 저럴 의도로 우리 집에 오라고 한 것이긴 하다.
남녀 둘이 집이라는 공간 안에 있으면 은근히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고 말이다.
“옷은 어떻게 갈아입게?”
“이대로 티셔츠만 입으면 되지 않아요?”
“그럼 여기서 기다릴래?”
“네. 화단은 누가 가꾸는 거예요?”
“미유키가.”
“그럴 것 같았어요.”
“왜 그럴 것 같았는데?”
“선배는 꼼꼼한 편은 아니잖아요. 둔하기만 하지.”
“매 좀 그만 벌어라. 여기서 딱 기다려. 아무데도 가지 말고.”
“넹.”
뒷짐을 진 히요리의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신축성이 높은 재질임에도 불구하고 채 가려지지 않는 저 말랑한 살결을, 당장 히요리를 덮치면서 만지작거리고 싶다.
그러한 충동을 참아낸 나는 검은색의 박시한 티셔츠를 가지고 나와, 히요리의 머리에 휙 던져놓았다.
“얼른 입어. 입고 동네 돌 거야.”
그러자 히요리가 주섬주섬 티셔츠를 입더니 물었다.
“그래요? 몇 바퀴? 한 10분에서 20분 정도만 달리면 돼요? 그 다음 맨몸운동 하는 거예요?”
코스를 나름 잘 상상해서 오긴 했다.
기특하다고 해야 하나? 설레발이 심하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오늘은 계속 동네만 돌 예정이고, 일단 1시간 해본 후에 상태 봐서 결정할 거야.”
“그냥 돌기만 하는 거?”
“어. 경보로만 가다가 상황 봐서 조깅 정도까지는 해야 될 수도 있어.”
“아… 예상외긴 한데 나쁘진 않네요. 대화하면서 운동하면 재미도 있으니까요.”
천진난만한 생각을 하고 있다.
경보가 그냥 적당히… 평소 보폭보다 약간만 빠르게 걸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나보지?
조깅도 얕보고 있는 것 같은데, 딱 보니 오늘 눈물 콧물을 죄다 뺄 것 같다.
“바람막이에 휴대폰이랑 뭐랑 다 넣어서 줘. 놓고 갈 거야.”
“갖고 가면 안 돼요?”
“어.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넌 안 돼.”
“왜요?”
“휴대폰 있으면 딴 짓할 게 뻔하니까.”
그 말에 투덜거린 히요리가 순순히 휴대폰과 바람막이를 내게 넘겼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요 위에 올려놓은 나는, 다시 신발을 신고 은근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히요리와 함께 대문을 나섰다.
나나 히요리나 관계를 격렬하게, 그리고 오래 지속하려면 체력은 필수다.
그러니 일주일에 몇 번 안 하더라도, 일단 하는 순간 열심히 가르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