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390)
EP.390 물과 기름도 섞이긴 섞인다 #2
덜컥.
방 문을 연 미유키가 흐느적흐느적 복도를 거닐었다.
호텔 슬리퍼를 질질 끌고 걸어가는 저 뒷모습이 귀여워서 미칠 것 같다.
베개도 끌어안았으면 좋겠지만 미유키의 성격상 그건 안 되겠지.
약간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미유키의 뒤를 따른 나는, 그녀의 뒷목을 살살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고개가 살짝 위로 젖혀졌다.
손길을 그대로 음미하는 것 같은 행동. 그 상태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려던 그녀와 나는, 맞은편 복도에서 때마침 나오는 테츠야와 마주쳤다.
“안녕, 테츠야 군.”
잠겨있는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한손을 들어올리는 미유키를 본 테츠야가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가 그녀의 뒷목을 마사지해주는 걸 본 놈의 얼굴은, 순식간에 추한 요괴로 변했다.
“뭐야…? 어디 아파?”
그런 놈의 면상을 살핀 미유키의 걱정스런 물음.
그에 정신을 차린 듯 표정을 푼 테츠야가 대답했다.
“아냐… 잠깐 배가 아파서.”
“진짜? 배탈이라도 난 거 아니야? 어제 뭐 먹었어?”
“그, 그냥 길거리에서 꼬치 같은 거 먹었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아프면 꼭 말해. 아니면 컨시어지한테 가서 양호선생님이 어디 계시냐고 하면 친절하게 안내해주실 거야.”
“그렇구나… 지금 마츠다의 방에 들렀다가 같이 나오는 거야?”
저렇게 미유키를 떠보고는 있었지만, 테츠야도 알 것이다.
미유키가 내 방에서 잤다는 것을 말이다.
완전히 풀어헤쳐진 머리를 한 채 눈을 비비는, 누가 봐도 막 깨어난 얼굴인데 눈치가 전혀 없는 저놈이라도 분명히 확신을 하고 있겠지.
“응? 뭐… 그렇지.”
그러려니 하는 미유키.
잤다고 하면 뭔가 야릇하게 들릴까봐 그냥 수긍하는 것 같다.
미유키는 모를 거다. 그런 대답이 본의 아니게 테츠야를 더욱 비참하게 몰아넣는다는 것을.
사실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나는 그녀의 팔을 잡고 품으로 끌어당겨왔다.
그리고는 테츠야에게 말했다.
“오늘도 바다 가냐?”
“어? 갈 거긴 한데…”
말끝을 흐린 테츠야의 눈동자가 미유키에게로 향했다.
그녀와 같이 가고 싶나보지?
그건 안 된단다.
가만 보면 테츠야는 언제든지 미유키를 데려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던 듯했다.
내 쓰레기 같은 일면을 보면 금세 헤어질 거라고, 테츠야 자신만한 남자가 없다고 깨달을 거라고.
그런 생각을 하며 희망을 품고 있었겠지.
저게 무척이나 막연한 생각이라는 걸 전혀 모른 채로.
헌데 이번 수학여행에서 자신이 너무 안일했다고 자각했을 터였다.
그래서 어제 날 공격적으로 대했던 거고.
“재미있게 놀아라.”
테츠야의 말을 끊은 나는 미유키를 데리고 놈을 지나쳤다.
“우리 이따가 점호 끝나자마자 밥 먹을 건데, 테츠야 군도 먹고 싶… 웁…!”
식사에 초대하려는 미유키의 입을 어제처럼 막으면서, 놈과 엮이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띵-!
딱 타이밍 좋게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탄 나는, 빠르게 미유키의 방이 있는 층과 닫힘 버튼을 눌렀다.
졸렬한 것 같긴 하지만 테츠야와 같이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도 싫고, 저놈이 뱉은 공기 때문에 미유키의 폐가 오염될 테니 이게 맞다.
“뭐해? 말을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급하게 가?”
그 사이 낑낑거리며 내 손을 떼어낸 미유키의 타박.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가녀린 목을 만지작거린 내가 태연히 화제를 돌렸다.
“점호 끝나면 애들 줄줄 끌고 오지 말고 바로 식당에 가자.”
“그건 마츠다 군만 조심하면 될 것 같은데?”
어제 히요리를 불렀던 일을 언급하는 것 같다.
할 말이 없어지지만 뻔뻔하게 나가야지.
그리 판단한 나는,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미유키의 등을 가볍게 밀었다.
“나중에 보자.”
“응. 늦지 마.”
“너나.”
미유키의 마른 입술 사이에서 혀가 빼꼼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
콧등에 생겨나는 희미한 주름.
그것이 참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나는, 엘리베이터 문이 자연스레 닫힐 때까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는 미유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내려왔다.
아직 점호 시간이 꽤나 남아있었기에 한산한 로비.
구석에 있는 푹신한 소파에 앉으니 몸이 절로 나른해진다.
어제 미유키와 격렬하게 즐기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조금 졸리다.
밥을 먹은 후 잠깐 눈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휴대폰을 꺼내 치나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스승님.]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서 사진이 왔다.
뚱한 표정의 렌카 앞에서, 뺨 옆에 V자를 만들고 있는 치나미가 보인다.
두 사람 모두 머리에 물기가 묻어있는데, 어제 계곡에서 휴식을 취했던 사진인 듯했다.
그나저나 치나미의 옷차림은 괜찮지만 렌카의 것이 마음에 안 든다.
넥 부근이 상당히 패여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에 가슴골이 아주 살짝 드러났다.
노예 주제에 주인의 허락 없이 감히 저런 옷을 착용하다니… 돌아가면 혼쭐을 내줘야겠다.
[둘 다 예쁘네요.] [후후, 고맙습니다. 후배님은 그쪽에서 잘 놀고 계시는가요?]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네요.] [좀비들의 세상에 사는 유일한 생존자가 푸념을 하는 것 같은 말씀이네요.] [스승님의 잠옷 사진을 보면 힘이 날 것도 같군요.] [앗. 잠시 기다려주시겠어요?] [예.]치나미에게서는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야릇함이 있었다.
저번에 잠옷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을 때 자신의 복부를 드러냈던 걸 생각해보면, 이번 사진도 어떠한 매력 포인트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내올 것 같다.
그런 기대감을 품으며 치나미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데,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발신자는 렌카였다.
어여쁜 노예의 자발적인 전화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너 뭐하는 거야?
“뭐가요?”
-왜 치나미한테 이상한 짓을 시켜?
둘이 같이 있었나보구나.
헌데 이상한 짓이라니, 서운한 말을 하고 있다.
“그냥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 것뿐인데?”
-그게 이상한 짓이잖아. 쓰레기 같은 너답네.
음음. 카랑카랑한 렌카의 목소리를 들으니 교육열이 확 솟구친다.
“또 억지 부리네. 그리고 부장.”
-뭐.
“가슴골 드러내는 옷은 입지 마세요. 경고 1회입니다.”
-뭐라는 거야…? 내가 뭘 입었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
“다 아는 방법이 있어요.”
-난 그런 거 입은 적 없어…! 괜히 떠볼 생각하지 마.
“거짓말까지 했네요. 추가경고 1회에요. 3회 누적되면 알죠?”
-아, 알긴 뭘 알아…!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꺼져!
뚝.
그대로 끊겨버린 통화. 이후 5분을 더 기다렸음에도 치나미의 사진은 도착하지 않았다.
렌카가 자제를 시킨 모양인데… 이건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다.
검어진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던 나는, 렌카와 즐길 색다른 플레이를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때웠다.
그러다가 목이 타서 편의점에 들러 생수를 사고 나오니, 귀찮음이 뚝뚝 묻어나오는 얼굴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히요리를 보았다.
“응?”
그녀 또한 날 발견했는지, 졸음으로 인해 게슴츠레해진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반가운 기색으로 그녀에게 가서 인사를 하려던 나는,
“아이고.”
히요리가 돌연 영혼 없는 비명을 내뱉으며 아주 인위적으로 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 헛웃음을 쳤다.
참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동시에 발랄하게, 그리고 여유가 넘치게 느껴지기도 한다.
히요리의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저런… 체면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털털한 일면이겠지.
주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것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간 내가 무덤덤하게 물었다.
“뭐하냐?”
“다리를 삐끗했어요.”
“전혀 그렇게 보이진 않았지만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그렇죠? 그러니까 부축해주세요.”
“어떻게? 팔 잡아주면 돼?”
“아뇨. 업어줘요.”
어제부터 자꾸 이러는구나.
등에 달라붙는 귀신이라도 붙었나 싶다.
“일어나.”
“업어줘.”
“내키면 업어줄 테니까 일단 앉아.”
그 말에 뚱한 표정을 지은 히요리가 근처의 원형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런 그녀의 맞은편에 선 내가 말을 이었다.
“점호하러 내려온 거야?”
“네.”
“의외로 일찍 왔네?”
“의외라뇨…! 절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무시하는 거 맞아. 미츠시마는?”
“미호는 선생님이랑 같이 내려올 거예요.”
“그러냐? 오늘은 방에서 쉬기만 할 거지?”
“제가 왜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발 다쳤으니까.”
“얼마 다치지도 않았잖아요. 학기에 한 번 있는 수학여행인데 마음껏 즐겨놔야죠.”
어제는 아프다고 울먹거리기까지 했으면서 허세는…
당당하게 콧대를 세우는 히요리를 보며 실소를 터뜨린 내가 말했다.
“상처에 소금물 들어가면 엄청 아플 텐데? 세균도 위험하고.”
“아물어서 괜찮아요. 봐봐요.”
한쪽 슬리퍼를 벗은 히요리가 자신의 다리를 높게 들어올리며 발바닥을 보여주었다.
그로 인해 히요리가 입고 있는 짧은 반바지가 팽창되어 말려 올라가면서, 그녀의 서혜부가 살짝 드러났다.
“어때요? 다 나은 것 같죠?”
Y존을 살포시 덮고 있는 빨간 속옷.
보자마자 전신의 피가 한쪽으로 확 쏠린다.
우리 히요리는 내가 그렇게 강조했어도 여전히 조심성이 없다.
“반창고가 붙어있는데 어떻게 확인해?”
“떼서 확인해보세요.”
그리 말을 하며 자신의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히요리를 가소롭게 바라본 나는, 그녀의 발에 기습적으로 손을 가져갔다.
이후 손가락 끝으로 반창고가 붙어있는 그녀의 발바닥 중앙을 간지럽혔다.
“으히…!”
그러자 간드러지는 것도 같고, 얼빵한 것도 같은 신음을 토해낸 히요리의 다리가 바깥쪽으로 움직였다.
그 때문에 약간만 보이던 Y존이 더욱 크게 드러난 건 덤.
이번엔 자신의 속옷이 노출되었다는 것을 자각했는지 냅다 양손을 가랑이 사이에 집어넣는데, 그게 더 야하게 보이는 건 알 런지 모르겠다.
종아리 양쪽을 바깥으로 뺀 소녀소녀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히요리를 내려다보며 혀를 찬 내가 말했다.
“아까부터 이상한 짓을 하고 있네.”
“…. 봤죠?”
“봤어.”
“무슨 색이게요?”
당돌한 질문을 하는 히요리.
황당함이 담겨있는 헛숨을 내뱉은 내가 대답했다.
“빨간색 아니야?”
“맞아요.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제 발바닥은 안 보고 그쪽만 본 게 분명해요. 그렇죠?”
정확하다.
“아닌데. 네가 다리를 벌렸잖아.”
“뭔가 야하게 들리는 말인데요?”
히요리가 더욱 과감해졌다.
이런 쪽으로 적응이 끝난 건가?
그렇다면 수위를 더욱 높여서 교육을 시작해야겠다.
히요리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새 미유키가 내려왔다.
나와 함께 있는 히요리를 보고는 성큼성큼 다리를 놀리는 그녀.
그런 그녀를 발견한 히요리가 기어들어가는, 그리고 새침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요.”
그에 막 우리가 있는 벤치에 도착한 미유키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라구?”
“안녕하세요 라고 했어요.”
“아… 그래? 너도 안녕. 발은 괜찮아?”
“그냥저냥.”
“뭐?”
“요.”
미유키의 눈이 부릅뜨이려고 하자 냅다 존대를 덧붙이는 히요리를 보니 조마조마한 감정이 느껴진다.
“어제는 진짜 고마웠어요.”
골치가 아파져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으려던 나는, 히요리의 입에서 감사인사가 튀어나오자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 먼저 고마워할 줄 알면 미유키도 너에게 약간이나마 마음을 열 거다.
천천히 다가가면 돼. 그러니까 제발 기싸움은 그만 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