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391)
EP.391 똥볼을 차버린 테츠야 군
“마츠마츠.”
점호가 끝나고 아침을 먹고 나오니, 히요리가 내 등을 콕콕 찔렀다.
“왜.”
“하나자와 선배는 어디 갔어요?”
“방에서 뭐 좀 가져온대.”
“뭐요?”
“나도 몰라. 선크림이나 모자 같은 거라도 가져오려나본데.”
“이제 나갈 거라서요? 어디 갈 건데요?”
“글쎄. 일단은 시내 좀 돌아다니다가 바다에 가든가 하려고.”
“그러면 바다에 올 때 저한테 연락해요. 같이 놀아요.”
“알았다.”
“…. 진짜?”
설마 이렇게 흔쾌히 승낙을 할 줄은 몰랐던 듯 눈을 끔벅이는 히요리.
그녀의 바보털이 왼쪽 방향으로 살랑거렸다.
순간적으로 확 뿜어져 나온 호텔의 에어컨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분명했으나, 내 눈에는 저게 히요리의 감정을 표현하는 안테나처럼 보였다.
기분이 좋을 땐 왼쪽으로 움직이고, 별로일 땐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단순한 안테나 말이다.
“싫음 말고.”
“싫다고 한 적 없는뎅.”
“근데 1학년 애들 있으면 같이 있기 좀 그래.”
“미호는요?”
“미츠시마까지는 괜찮아.”
미호는 풀 악셀을 밟으려는 너를 잘 자제시켜줄 것 같거든.
“그러면 미호랑 따로 빠져나올게요.”
“굳이 그럴 필요까진 있어? 친구들이 서운해할 텐데.”
“어제는 친구들한테 엄청 뭐라고 하더니, 지금은 또 왜 챙겨주는 거예요?”
“네 친구들한테 뭐라고 한 게 아니라, 그 이상한 녀석을 말하는 거였지.”
“아… 걔요? 평소엔 엄청 웃긴 애긴 한데…”
“내 입장에선 미유키한테 기어오른 놈일 뿐이야.”
“저도 하나자와 선배한테 기어오르지 않았나요?”
“알긴 아는구나.”
“그러면 저도 마음에 안 들겠네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 악의가 없으니까.”
“악의요? 충분히 있었는데… 선배가 못 느낄 정도면 좀 모자랐나보네요.”
기겁할만한 소리를 아주 쉽게 하고 앉아있다.
농담기가 섞여있는 히요리의 발언에 콧방귀를 낀 나는, 그녀의 널따란 이마에 딱밤을 가볍게 때렸다.
틱 하는 소리와는 다르게 육중한 공에라도 맞은 듯 크게 튕겨나가는 히요리의 머리.
오버액션을 하는 그녀를 황당한 눈으로 쳐다본 내가 말했다.
“아침부터 그렇게 에너지를 쏟으면 힘이 나냐?”
“넹.”
“발랄해서 보기 좋네. 어쨌든 서로 친하게 지내.”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그건…”
“안 되는 건 없어.”
단호한 목소리로 그리 말한 나는 지퍼를 올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히요리가 자신이 입고 있는 얇은 바람막이를 내려다보더니, 가슴 아래로 내려가 있는 지퍼를 올리는 둥 마는 둥하며 중얼거렸다.
“보수적이야…”
“너한텐 좀 그래야 돼.”
“팬티도 봐놓고선.”
“뭐 임마?”
“왜요! 제가 틀린 말했어요?”
“그건 내가 보려고 한 게 아니라, 네가 보여준 거잖아.”
“아니에요. 보이게 할 목적으로 제 발을 간지럽힌 거였어요.”
우리 히요리는 크면 각종 가짜 뉴스를 쏟아내는 기자가 될 것 같다.
이런 이미지가 굉장히 어울린다.
드라마에 그 역할 배우로 캐스팅하면, 종영 후에 악녀로 유명세를 날릴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음모론 생성하지 말고, 재미있게 놀고 있어. 연락할 테니까.”
“알았어요. 외롭게 혼자 있어야겠다.”
“미츠시마랑 친구들 있잖아.”
“공감능력이 없네요.”
예전에는 히요리와 대화를 나누면 머리가 어지러웠었는데, 지금은 저게 그저 귀엽게만 보이니… 감회가 새롭다.
그녀의 바보털을 잡았다 놨다 하면서 놀던 내가 말했다.
“그렇다고 치자. 나 이만 올라가볼게.”
“넹. 수영복 사진 보내줄까요?”
“뜬금없이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어제 입었던 수영복도 자제해.”
“하지 말라는 게 왜 이렇게 많아요? 독재자에요?”
“독재자이고 싶긴 하다.”
히요리의 등허리를 툭 친 나는, 움찔하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미유키의 방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이후 그녀에게 연락을 하려는데, 조금 꺾여있는 코너에서부터 남녀의 대화가 들려왔다.
“미유키,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뭐가?”
“저렇게 1학년 후배랑 노는 거 말이야. 분위기도 엄청 좋던데.”
무슨 주제에 대해서 대화하는지 알 것 같다.
테츠야는 방금 나와 히요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미유키에게 고자질을 하러 온 거다.
대체 언제 발견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안타깝다.
저기까지 타락해버렸구나.
나는 네가 성장한 줄 알고 속으로 쥐꼬리만큼이라도 칭찬을 해줬었는데… 이젠 불쾌함만이 남아버린 너한테 내가 무슨 기대를 걸어야하니.
실망스럽다거나 하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애초에 저럴 놈인 건 알고 있었고, 놈이 저렇게 나와주면 오히려 고마웠다.
왜? 미유키가 테츠야의 저 찌질한 모습을 보면서 급격하게 정을 뗄 테니까.
“음… 테츠야 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얘기해줬으면 좋겠어.”
미유키의 진중한 목소리에, 잠깐 침묵하고 있던 테츠야의 입이 열렸다.
“마츠다는 너랑 사귀고 있잖아. 그러면 알아서 처신을 잘해야지.”
“마츠다 군이 다른 여자랑 거리를 둬야한다는 뜻이야?”
“맞아.”
“그러면 나는?”
“응? 너…?”
“나도 마츠다 군이라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테츠야 군이랑 잘 놀잖아. 전화통화도 길게 하고, 가끔 산책도 하고. 그렇게 따져보면 오히려 내가 처신을 못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건…”
“날 걱정해줘서 하는 말이지? 다른 의도는 없는 거지?”
당연히 다른 의도가 있지.
미유키는 평소에 눈치가 빠르고 생각이 깊지만, 자신이 믿는 사람들한테는 유해지는 경향이 있다.
“당연하지. 난 매일 널…”
“그러면 됐어.”
“…. 미안해.”
“나한테 사과할 게 아니라 마츠다 군한테 해야지. 나중에 찾아가서 따로 미안하다고 해.”
“아니… 다짜고짜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하면 마츠다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음… 그런가?”
괜히 내 평판을 깎아보려다가 본전도 못 찾아버렸구나.
날 향한 미유키의 마음을 모르고 있어서, 저런 말을 하면 나와의 사이가 나빠질 거라도 생각했나보다.
그러게 왜 어울리지도 않는 짓을 해선 지 이미지만 깎아먹고… 쯔쯔…
내가 없는 곳에서 뒷담화를 깐 것이었기에 동정심 따윈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괘씸했다. 수학여행이 끝나면 날을 잡고 테츠야와 이야기를 나누어봐야겠다.
말로 하는 이야기이든, 주먹으로 하는 이야기이든 뭐라도 하자.
이걸 그냥 덮고 넘어가는 시즌은 지났다.
그러기엔 내 아량이 그렇게 넓지가 않다.
“어쨌든 테츠야 군은 여자친구가 생기면 너무 막 억압하려고 하지 마. 그거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대.”
이어지는 미유키의 말에, 테츠야가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했다.
대화가 끝날 타이밍이 왔다고 직감한 나는, 그 복도에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지금 막 도착한 듯, 복도를 돌아 나오는 미유키에게 멀찍이서 손을 흔들어보였다.
“이제 나오냐?”
여기서는 대화를 듣지 못한 척을 하는 것이 낫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 미유키를 사근사근 대해주고, 묻는 말엔 솔직하게 대답을 해야 찌질하게 군 테츠야에 대한 평가가 더욱 박해질 거다.
날 향한 사랑이 깊어지는 건 덤이고 말이다.
“마츠다 군!”
냅다 달려와선 내 허리를 끌어안는 미유키.
솔솔 풍겨오는 자두 향이 오늘따라 더 달콤하다.
미유키가 단호하게 테츠야의 이간질을 거부해서인가보다.
가슴께에 오는 그녀의 뒷목을 사근사근 주무른 내가 물었다.
“뭘 챙겼는데 이렇게 늦게 와?”
“선크림 챙기려다가 안 보여서. 뭐하고 있었어?”
“아사히나랑 있다가 하도 안 오길래 올라왔어.”
“그래? 무슨 얘기했는데?”
“너랑 친하게 지내라고.”
“뭐야… 어제부터 그 친하게 지내라는 거에 왜 이렇게 집착해?”
“너랑 닮은 구석이 있어서 어울려.”
“닮았다구? 나랑 아사히나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큼지막하게 뜨는 게 귀엽다.
“어.”
“어디가?”
“하는 행동이. 넌 아직 모르겠지만 나는 잘 보이더라.”
“그래…?”
미유키가 미심쩍은 눈으로 날 보는 사이, 실연당한 놈마냥 고개를 바닥으로 뚝 떨군 테츠야가 코너에서 나오다가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미우라도 있었네? 오늘도 재미있게 놀아라.”
어제와 같은 인사를 전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인자한 목소리로 인사를 전한 나는, 미유키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자신을 뒷담화한 대상에게 살갑게 구는 모습이 보기 좋았나보다.
질투에 미친 테츠야의 행동은 내 평판만 더욱 올리는 셈이 됐다.
이래서 비교대상이 있긴 해야 한다.
내 입장에선 테츠야가 그 훌륭한 대상이었고.
속으로 낄낄거린 나는, 놈이 똥 씹은 얼굴로 인사를 받아주자 그러려니 했다.
이후 놈이 미유키에게 재미있게 놀라는 말을 하며 떠나자 고개를 갸웃했다.
“쟤 왜 저러냐? 표정이 썩어있는데?”
“아… 배가 많이 아프대. 그리고 썩어있다는 게 뭐야… 말 예쁘게 해주지?”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구나.
솔직하게 말하면 나와 테츠야의 사이가 험악해질 게 뻔하니까.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놈과 나는 돌이킬 수가 없어지긴 했지만, 미유키의 바람을 봐서라도 넘어가야겠다.
“알았다. 어디부터 갈래?”
“어제 찾아보니까 시내에 구경할 게 많대. 잠깐 돌아다니면서 사진 같은 거 찍자.”
“그래.”
예쁜 짓을 해서 그런가?
오늘따라 미유키가 특출나게 예뻐 보인다.
마구마구 보듬어주면서 미유키의 혼을 쏙 빼놓아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아주 강하게, 그리고 꾸우욱 부딪쳤다.
이후 부끄러워하는 그녀와 손을 맞잡는 것으로 외출 준비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