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As A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98)
598화.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
시간으로 따지자면 고작해야 며칠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우진은 동료들이 너무도 반가웠다.
‘다들 무사하구나.’
신지환과의 싸움을 끝내고 한번 본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땐 정말 잠시간에 불과했고, 이제야 제대로 동료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크게 다친 사람도 없고.’
자잘한 부상들은 있었지만, 그 누구도 거동하기 힘들 정도의 부상을 입지 않았다.
정말이지 다행이었다.
“아직 정리가 덜 끝났네.”
동료들과 회포를 푼 서우진이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워낙 수가 많아서요. 죽여도, 죽여도 끝이 안 보이네요.”
마수와 몬스터들은 용사들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이번 전쟁을 겪으며 살아남은 이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100레벨을 돌파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서우진의 동료들은 거의 110레벨에 근접했다.
그 정도면 솔직히 마수 따윈 수가 얼마든지 쉽게 상대할 수가 있었다.
문제는 시간.
용사들의 힘이 제아무리 강하다고는 하지만, 고작해야 서른 명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적은 백만 단위.
그러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젠 거의 끝나가요. 사실 이제는 저희가 나서지 않아도 될 정도죠.”
계수지의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까진 계속 연합군을 돕고 있었지만, 더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병력의 수도 역전된 지 오래였고, 이쪽에는 이종족들의 도움도 있었으니까.
이건 전쟁이 아니라, 토벌에 불과했다.
“그렇겠네요.”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도움을 주는 게 맞다.
하지만 모든 걸 자신들이 해결할 순 없었다.
용사는 어디까지나 이방인이자 조력자.
가장 중요한 적들은 처리를 해주었으니, 마무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야만 했다.
‘그게 이 세계에도 좋겠지.’
계속 도움만 받는다면, 똑같은 위기가 찾아왔을 때 홀로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또다시 도움을 줄 존재를 찾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겠지.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손을 떼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계수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왕은 어떻게 된 거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궁금해하던 것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왕이 어떻게 되었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일이 결정될 테니 말이다.
서우진은 조용히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누군가는 긴장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불안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한 가지 감정만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바로 기대감.
서우진이 미소를 지었다.
“죽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예상은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마왕의 모습은, 서우진에게 패배한 채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으니까.
그런 상태로는 결코 서우진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니 결국엔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다.
그런데 직접 그 사실을 확인받자,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 그럼 끝난 거예요?”
한참 동안이나 조용하던 분위기를 깨고 입을 연 것은 이지아였다.
크게 떠진 녀석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리고 있었다.
“…그래, 끝났다.”
서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주르륵- 하며 맺혀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힘들었겠지.’
100레벨이 넘고, A급에 달하는 직업의 용사.
수천, 수만 마리의 마수와 몬스터들을 박살내고, 권속들마저도 이지아의 주먹 아래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녀석의 본질은 고작해야 이십대 초반의 어린 여자아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며, 지금까지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 나이대의 여느 여자아이들보다도 순수하고 착한 심성을 지니고 있었다.
‘많이 슬펐을 테고.’
수많은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친구까지 잃었다.
서우진은 이지아가 그간 얼마나 힘들고 슬펐을지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했다.
“으아아아아앙!”
훌쩍이던 녀석이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정말, 정말 끝이구나.”
이지아뿐만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용사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 하나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은 승리했다는 안도감과 친구와 동료를 잃었다는 상실감.
그리고 죄책감.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은 울었다.
‘젠장.’
서우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신지환을 죽일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실감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이제 정말로 모두 끝난 거야.’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더는 목숨을 걸고 싸울 이유도, 필요도 없다.
서로를 끌어안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며, 서우진은 조용히 눈가를 닦았다.
“…고생했네.”
그런 서우진을 향해 동료들끼리 시간을 보내라고 잠시 자리를 피해줬던 반 슬레인이 다가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끌끌, 결국은 이겼구나.”
“좋은 날에 왜들 이렇게 울고 있어?”
어느새 프레이야와 디아로크도 서우진의 옆에 섰다.
그들의 얼굴에도 많은 감정이 서려 있었다.
“고맙네. 그리고 미안하네. 이 말밖에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구먼.”
반 슬레인이 서우진의 어깨를 토닥였다.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서우진이 고개를 숙였다.
만약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전쟁은 분명 패했을 것이다.
눈앞의 세 사람뿐만이 아니다.
정말로 많은 이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도움을 주었다.
매시브 가디언의 말단 병사들부터 제국의 기사들까지.
‘그리고 요한 역시.’
서우진은 이 세계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허나 아직 끝난 건 아니네.”
그때, 반 슬레인이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남아 있는 마수와 몬스터들을 뜻하는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조만간 자네들을 폐기하기 위해 움직일 걸세. 그때를 미리 대비해야만 하네.”
“성왕께서 너희를 보호하기 위해 남아 있는 모든 전력을 동원하라 명하셨느니라.”
“레닌스탕 역시 마찬가지다. 전 기사단은 용사들의 편에 서서 적들을 가로막을 각오가 되어 있어.”
“매시브 가디언으로 가세. 그곳이라면 적들도 쉽게 발을 디딜 수 없을 터이니.”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마지막까지 용사들을 돕기 위해 많이도 준비를 해둔 모양이었다.
정말로 고마웠다.
정말로 용사 폐기 계획이 실행되었다면, 저들은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세계 전체와 싸워야 했으니까.
제아무리 초극의 경지에 이른 셋과 그들의 왕국이 힘을 합친다 해도 무리였다.
결국에는 모두 전장에서 산화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
서우진은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주셔도 될 것 같네요.”
그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안 해줘도 된다니?”
디아로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꽤나 음성이 컸는지, 울고 있던 용사들도 이쪽을 바라보았다.
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건지 걱정하는 표정으로.
“부담되어서 그런 것이라면, 걱정할 것 없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
“이 늙은이를 몰염치한 놈으로 만들지 말거라. 너희가 우리를 구했듯이, 이번엔 우리가 너희를 구하려는 것이다.”
반 슬레인과 프레이야도 다급히 말했다.
“자네들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으나, 도움받지 않는다면 승산이 없을 걸세.”
확실히 반 슬레인의 말이 맞다.
제국과 크루시엘이 준비한 폐기 계획은 아무리 레벨이 높다고 해서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설마 그냥 순순히 죽어주겠다는 건 아니지? 너희끼리 싸운다면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어!”
디아로크가 눈을 부릅뜨며 다시 한번 소리쳤다.
“무, 무슨 일이에요?”
그사이에 눈이 팅팅- 부어버린 이지아가 다가오며 물었다.
어리둥절해 하는 와중에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잘됐네요. 안 그래도 언제 말을 꺼낼까 고민 중이었는데. 다들 이쪽으로 모여보세요.”
서우진이 손뼉을 치며 말하자, 용사들이 하나둘씩 가까이 다가왔다.
“또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계수지가 물었다.
“그건 아니고. 몇 가지 더 말할 게 있어서요.”
서우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밝게 웃어 보였다.
뭔가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진 건 아니라는 말에 용사들의 표정이 펴졌다.
서우진은 그런 이들의 얼굴을 한번씩 마주보았다.
동료들.
셋밖에 남지 않은 엘리트 친구들.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은 다른 용사들까지.
모두 붉게 충혈된 눈으로 서우진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 용사 폐기 계획에 대해 말씀드렸던 거 기억납니까?”
용사 한 명, 한 명씩 모두 찾아다니며 설명을 해주었다.
다들 처음에는 믿기 힘들어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이며 분노했었고.
서우진의 말에 그들의 얼굴이 다시금 굳어졌다.
아직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서우진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이젠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계획은 실행되지 않을 테니까요.”
“뭐?”
“그, 그게 정말인가요?”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마왕이 죽고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큼 놀란 듯했다.
“운이 좋게도,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었거든요.”
서우진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처리했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또?’
서우진이 직접 그 핵심 인물들을 처리한 게 분명했다.
“그럼 이제 뒤통수 맞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그래. 저들은 이제 우리를 어쩌지 못해.”
이지아의 물음에 서우진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와아아아!”
“하아- 정말 다행이네.”
안도의 한숨과 환호성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용사 폐기 계획은 마왕만큼 커다란 위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우진이 모두 해결을 했다니, 그들로선 마음이 놓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사실인가?”
반 슬레인이 조용히 물어왔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황제와 크루시엘의 국장은 죽었습니다. 더는 용사 폐기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됐죠.”
서우진도 조용히 대답했다.
“허, 허허-”
설마 제국의 황제가 죽었을 줄이야…….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인데?”
“말씀드렸다시피, 운이 좀 좋았거든요.”
만약 불멸성을 얻지 못했더라면?
아무리 서우진이라 할지라도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반 슬레인의 안색이 밝아졌다.
“다행이군. 정말로 다행이야.”
다시 한번 치열한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이 세계를 구해준 용사들도 무사하다.
이보다 더 다행인 일이 어디 있을까?
“모두 여러분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서우진이 진심을 담아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레닌스탕으로 와라. 그 추운 북방에 정착하는 것보단 나은 선택일 테니.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마.”
“풍요로운 걸로 따지자면 아이에르를 따를 곳이 없느니라. 성왕께서 너희를 보살펴 주실 터이니, 우리에게 오려무나.”
용사 폐기 계획이 파기되었다면, 남아 있는 용사들이 정착할 곳이 필요할 터였다.
디아로크와 프레이야는 그들을 한 명이라도 더 포섭하기 위해 재빨리 제안했다.
강림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부턴 용사란 존재가 국력의 척도가 될 것이다.
그러니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 판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서우진은 고개를 젓고는, 다시 용사들을 바라보았다.
“아직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분위기가 진정되며, 다들 서우진의 입에 이목을 집중했다.
이번엔 무슨 희소식일까? 하며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서우진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았습니다.”
허리에 찬 ‘카 라니엘’을 툭- 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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