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160
Chapter 36. 올해의 사원(2)
“활성화.”
검은색 카드를 활성화시키자 흑요석을 깎아 만든 듯한 문이 나타났다.
출입증 테두리를 두른 금박과 꼭 닮은 황금빛 손잡이를 돌리자, 매끄럽게 열리는 문.
그리고 그 너머에 모습을 드러낸 건.
[‘올해의 사원’ 전용 사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사택이 이런 거였습니까, 형님?”
“와…….”
양쪽으로 죽 늘어선 나무들과 분수대.
티 테이블에 조경까지 완벽히 되어 있는 작은 정원.
그 뒤로 우뚝 솟은 4층 높이의 고풍스러운 대저택이었다.
“오, 이래서 집안에 연예인 하나 나오면 가문을 일으킨다는 건가?”
“뭐래? 같은 집안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거든요?”
욕쟁이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타박하는 이예지.
티격태격하면서도 붙어 다니는 모습이 우습긴 하다만.
“우선 안으로 들어가죠.”
말을 끊고는 걸음을 옮겼다.
오늘 밤은 그리 길지 않을 예정이라.
“네!”
“알겠습니다, 형님!”
신전 같은 기둥 사이, 3m는 될 법한 고풍스러운 현관에는 네모반듯한 보석이 박혀 있었다.
금괴나 은괴 따위의 흑요석 덩어리.
그 중앙에 새겨진 열쇠 모양의 금빛 각인에 맞춰 출입증을 갖다 대자.
철컥!
문이 열리고.
“!!”
운동장만 한 실내가 나타났다.
“와…….”
“엄청 좋은데요?”
바깥의 구름을 옮겨 와 만든 것처럼 편하고 거대한 소파. 크리스털을 깎아 만든 듯한 소파 테이블. 화려한 샹들리에까지.
여느 부잣집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응접실이었다.
열 명 넘는 인원이 각자 소파며 의자에 한 자리씩을 잡고 앉았음에도, 집 안이 텅 비어 보일 정도.
“……이래서 집은 거거익선이라는 건가?”
지웅이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준비해 온 운을 뗐다.
일명 ‘다단계 업그레이드 계획’을.
“……그래서, 동의하시면 제 부하 직원으로 등록할 겁니다.”
“그려, 그려! 이해했어!”
“지은 씨부터 해 보겠습니다. 괜찮으시죠?”
내 얘기를 고개까지 끄덕여 가며 곰곰이 듣더니, 빼꼼 손을 들고 물어 오는 지은 씨.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말씀하세요.”
“고객보단 동료가 훨씬 가까운 거죠?”
“예?”
“영업도 같이 나가고, 그쵸?”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맞는 말이긴 하니까.
“그…… 렇죠?”
어디서 이상한 소리라도 들은 걸까.
떨떠름한 대답에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지은 씨가 의아하다.
“잘 부탁드려요, 사장님.”
내 부하 직원으로 등록하겠다는데도 세상 해맑게 웃는 것도 그렇고.
어쨌든.
“영업사원 관리.”
파앗-!
[등록된 하부 영업사원이 없습니다.] [새로운 하부 영업사원을 등록하시겠습니까?]─────◆─────
[등록] [수정] [삭제]─────◆─────
등록 버튼을 누르고, 빈칸에 지은 씨의 이름을 넣었다.
[수수료를 입력하세요!]‘일단은 0%.’
마지막으로 [0%]의 수수료까지 입력을 마치자 곧장 떠오른 메시지창.
[주의!] [하부 영업사원에게 영업 실적 수수료가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진행하시겠습니까?]“예.”
주저 없이 답했다.
지은 씨에게 수수료를 걷을 생각도, 이유도 없는 상황이니까.
그러자 직원 등록이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경쾌한 알림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 띠링!
[하부 영업사원, ‘김지은’이 등록되었습니다.] [영업사원 ‘김지은’의 실적이 공유됩니다.] [‘직원 관리창’을 확인하세요!]직원 관리창이라는…….
〔김지은〕
▶ 직원 상태 조회
▶ 실적 조회
▶ 수수료 관리
▶ 혜택 관리
└ ‘올해의 사원’ 할인 혜택
마치 상태창과도 같은 포맷의 반투명한 팝업과 함께.
직원 상태에 실적, 수수료, 권한까지.
생각보다 본격적이다.
하나하나의 기능은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고.
“적용된 것 같네요. 상점을 열어 보시겠습니까?”
“!!”
곧바로 물었으나, 빠릿빠릿한 지은 씨는 이미 상점을 열었는지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열심히 둘러보고 있었다.
그리고.
“돼요!”
“얼마나 할인됩니까?”
“아이템마다 다른 것 같아요. 이 검, 분명 3만 점이었는데…… 40% 할인이래요! 이 방패는 50% 할인이구요!”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신나서 대답하는 지은 씨가 귀엽다.
하긴, 신이 날 만도 하려나.
랜덤박스에서 받은 단검은 둘째치고, MS 타워에서 내가 만들어 준 칼날 부리 검을 아직까지도 쓰고 있었으니.
말로는 괜찮다곤 했지만 아쉬웠을 거다.
그리고 그건 지은 씨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칼날 부리 검, 너무 오래 썼네요.”
“아냐! 난 이 검이 제일 좋은데? X발, 얼마나 날카로운지 좀만 더 연습하면 쇠도 자를걸?”
욕쟁이가 너스레를 떨었지만, 내가 만든 검이라 예의상 하는 말일 거고.
“포인트, 많죠?”
“X나 많지.”
명승태에게서 얻은 포인트만 해도 3만 점.
그 후로도 미션이며 OJT를 수행하며 적잖은 포인트를 쌓았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날아올 청구서에 대비해 목숨값을 여유롭게 쟁여 두고 싶었을 터.
하지만.
“이참에 싹 바꾸죠. 더 좋은 걸로.”
반값 행사를 또 놓치면 아까우니까.
“사고 싶었던 게 있으면 이 기회에 최대한 구입하세요. 할인될 때.”
“아…… 그 칭호, 언제 뺏길지 모른다고 하셨죠?”
“그렇죠. 아마 영업국 다른 직원이 제 실적을 뛰어넘으면 바로 뺏길 겁니다.”
“오오! 그럼 지금 뽕을 뽑아야겠네요!”
“민여진, 좋은 자세야.”
투지를 불태우는 여진이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눈을 빛내는 일행들을 향해 물었다.
“자, 그럼 다음 부하?”
그러자 쏟아지는 대답과 번쩍 들어 올린 손바닥의 향연.
“나나나나나!”
“저요! 저 할래요!”
“받아 주십시오, 형님!”
* * *
쇼핑의 밤은 오래도록 저물지 않았다.
“윤솔아! 이 갑옷 어때?”
“너무 무겁지 않아?”
“그래? 난 괜찮은데?”
여진이가 트레이닝복 위에 갑주를 갖춰 입고.
“율아, 목 까끌까끌하진 않아? 괜찮아?”
“웅! 이거 죠와!”
율이의 목에 위험 감지와 일회성이지만 방어진 기능이 담긴 목걸이가 걸리고.
“김 씨! 이것 좀 봐줘 봐. 워뗘?”
“어이구, 겨누진 말어. 무서우니께.”
청소 아주머니의 손에 숙련된 대장장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창이, 경비 아저씨의 팔에 경량화된 특수 금속으로 만든 전신 방패가 들릴 동안.
‘최초의 후원자 칭호랑 중복 적용까지 되면 더 좋았을 텐데.’
무한 선물 버그를 우려해서인지 막혀 있어 아쉬웠다.
뭐, 이건 이것 나름대로 엄청난 혜택이었지만.
어쨌든 다들 대충 마무리된 것 같고.
“은호 씨는 장비 안 바꾸세요?”
“이 자식은 더 바꿀 필요도 없지 않을까? 지금 있는 걸로도 마물들 다 때려죽일 텐데.”
“에이, 안 되죠. 또 어떤 마물이 나올 줄 알고요.”
“지은 씨 말이 맞습니다. 저도 슬슬 움직여야겠네요.”
이제 내 차례네.
지금껏 한 푼 두 푼 모아, 어느새 50만 점이 훌쩍 넘는 엄청난 규모의 복지 포인트를 써 버릴 차례.
시작은…….
“상점 업그레이드.”
복지 포인트 10만 점이 아까워 아껴뒀던 상점 업그레이드부터다.
[신입사원 ‘이은호.’ 업그레이드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올해의 사원’ 칭호 효과로 업그레이드 비용이 50% 할인 적용됩니다.] [복지 포인트 5만 점을 사용해 중급 상점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황금 마차’를 업그레이드 하시겠습니까?]물론, 제값을 다 주진 않을 거지만.
“예.”
[축하합니다!] [중급 상점,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황금 마차’가 상급 상점, ‘소에주 만물상점’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응?
[‘소에주 만물상점’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이동.”
소에주 권총. 소에주 만년필. 소에주 무한 잉크.
세 번이나 등장했던 익숙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하는 동안.
— !
시야가 암전했다.
순간 눈앞에 있던 응접실도, 신이 나 조잘대는 일행들도 죄다 사라졌다.
[신입사원 ‘이은호.’ 상점으로 이동합니다.]그리고 푹신한 카펫 대신 밟힌 건 딱딱한 나무 바닥이었다.
딸랑-
빨갛고 흰 깃발이며 가랜드가 줄줄이 달린 아담한 가게.
바람에 문이 흔들리며 울리는 종소리.
길쭉한 초록색 모자를 벗어 들고 꾸벅 인사하는 장난감 병정 같은 직원.
[환영합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생각보다 본격적인데?
* * *
직원이 박수를 짝 치더니 말을 이었다.
[최초 입장 고객을 위한 특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직원이 초록색 앞치마를 슥슥 문지르곤 안내한 가게 안.
날 카운터 앞에 세우고는, 허벅지 높이의 나무판자 같은 문을 열고 카운터의 안쪽에 섰다.
경쾌하지만 뚝뚝 끊어지는 말투가 꼭 녹음된 장난감 같다 생각하며 잠시 기다리자.
탁! 탁! 탁!
카운터 위에 올려진 세 가지 아이템.
▣ 소에주 카이트 실드
– 경량화된 운철을 다듬어 만든 전신 방패.
어깨부터 발목까지 모두 가릴 수 있다.
– 안쪽에 음각된 술식으로 인해 5%의 확률로 모든 공격을 막아 낸다.
– 방어력 : 50
방어력이 무려 50이나 되는 데다가, 5%의 확률로 ‘모든’ 공격을 막아 준다는 엄청난 방패.
▣ 소에주 컴파운드 보우 세트
– 소에주의 예민한 장인이 제작한 기계식 활과 화살.
활의 양쪽 끝에 달린 도르래가 회전해 안정적인 조준이 가능하며, 적은 힘으로도 멀리 있는 적을 꿰뚫는다.
단, 전용 화살만 사용 가능.
– 공격력 : 10~30(명중 부위에 따라 상이)
톱니바퀴 따위가 위아래에 달린 기계식 활.
▣ 소에주 특제 전광유(電光油)
– 소에주의 예민한 장인이 번개 맞은 고목을 가공해 만든 기름.
시전자의 의지에 감응해 고압 전류를 방출한다.
– 10회 사용 시 자가 충전되며, 소요 시간은 약 10시간.
마지막으로 구조 조정을 막 시작했을 때, 익명의 참관자가 선물했던 전광유의 업그레이드 버전까지.
[특전을 선택하세요!]직원이 눈을 빛내며 물어 오기에 고심했다.
흐음.
뭘 골라야 할까.
‘이 중 하나라면…….’
지금 장비로도 평범한 마물들을 상대하기엔 어려움이 없다.
수백 마리의 마물 떼를 홀로 상대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살아서 빠져나갈 순 있을 거다.
여차하면 가속 스킬로 냅다 도망치면 되니까.
그래, 그렇긴 한데…….
‘센터장도, 도박사도 가속 스킬이 통하지 않았어.’
직급이 높아질수록 강하다.
진급할 때마다 엄청난 무력적 보상이 주어지는 건지, 아니면 절대적으로 강한 직원들이 살아남아 높이 올라가는 건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앞으로 만나게 될 ‘높은 분들’은 내가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무력일 거라는 사실.
비늘갑옷에 새겨진 전격 방출로 막을 수 있는 잠깐의 기습이 아닌 정면에서 부딪혀 오는 전투라면.
가속도 통하지 않는 이들과 싸워야 한다면.
관리국장이나 센터장, 아니 하다못해 하로나조차 이길 수 있을까.
‘……지금은 무리야.’
그렇다면, 언젠가 그들을 내 손으로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필살기가 필요해.’
그래서.
“이걸로 하겠습니다.”
고심 끝에 가리키자 직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웃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더 필요한 건 없으십니까, 고객님?]* * *
AM 08:30.
긴 밤이 지나고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시작한 아침.
[모든 신입사원분들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잠시 후 9시 정각, 마지막 OJT 미션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모두 ‘낯선 이들을 위한 연회장’으로 모여 주시길 바랍니다.]“형님? 그건 왜…….”
“혹시 필요할까 봐.”
몇 가지 아이템을 더 챙기고 연회장으로 향했다.
“……버릴 거야.”
“그 관리자 놈, 다시 만나면…….”
여기저기서 이를 빠득 갈며 읊조리는 저주가 들려온다.
“뭔가…… 험악하네요.”
“다들 각오를 단단히 한 것 같습니다.”
평소의 아침 풍경과는 다르다.
여기 있는 모두가 그들 각자의 관리자와 그리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진 못한 모양.
“X발, 이거 복수한다고 피 튀기는 거 아냐?”
“관리자들이 그리 쉽게 덤빌 수 있는 상대는 아닐 겁니다.”
“하긴, 그 여자 꼬맹이랑 10초라도 싸울 수 있는 건 너밖에 없겠다.”
10초라.
욕쟁이의 말을 곱씹으며 살핀 시간은 어느새 9시 정각.
[지금부터 마지막 OJT를 시작하겠습니다.] [금일 OJT 부서는 신입사원분들의 선택으로 결정됩니다.]“직접 고른다고?”
“다 같이 우리 구역을 고를 수도 있는 건가, 그럼?”
[부서당 배정 가능한 인원은 최대 세 명.] [부서 선택 순서는 영업국 OJT의 실적 순으로 진행되오니, 차례대로 선택해 주시길 바랍니다.]“아…… 최대 세 명…….”
“영업 실적 순서면 우리 조가 첫 번째예요.”
1순위는 나와 지은 씨, 재혁이와 웨이다.
그중에서도.
[신입사원 ‘이은호.’ OJT를 수행할 부서를 선택하세요!]가장 실적이 높은 내 이름이 불림과 동시에 눈앞에서 터져 나온 빛무리.
파앗-!
둥그스름한 빛무리가 엮이고, 뭉치고, 빙그르르 돌더니.
‘!!’
푸른 지구본이 되었다.
곳곳에 둥근 스티커 같은 흰색 점이 붙어 있는 지구본.
뱅그르르-
지구본을 돌리며 익숙한 지도를 눈에 담았다.
아시아, 유럽, 미국, 호주…….
지구의 그것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지도를.
[신입사원 ‘이은호.’ OJT를 수행할 부서를 선택하세요!]어디가 좋을까.
냉정하게 본다면, 가장 잘 아는 곳을 고르는 게 맞다.
하지만 시스템이 말한 ‘관리 실적’이라는 게 영 마음에 걸린다.
‘분명 실적을 높이려면 계약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을 굴려야 할 텐데.’
한국인들과는 지금껏 구조 조정 과정을 거치며 안면을 익혔다.
개개인의 능력도 대부분 파악했고.
잘 알기 때문에 효율적이지만, 자칫 불편해질 수도 있는 길을 택할 거냐.
아니면 생판 모르는 지역을 골라 죄책감을 덜어 낼 거냐.
둘 중 하나다.
그렇다면.
‘처음의 내가 아니니까.’
스윽-
생각에 잠겨 뱅그르르 돌리던 지구본을 멈추고.
달칵!
흰색 원 하나를 골랐다.
[신입사원 ‘이은호.’ 부서 선택 완료!] [프로젝트 OJT, 마지막 미션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