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163
Chapter 37. 관리자 이은호(3)
반의반(半-半).
안전 구역이 반의반 크기로 줄어 인원을 확실히 줄이는 미션.
【미션 등록 완료.】
【시작 대기 중…….】
불만 가득한 하로나를 무시한 채 미션 등록을 마쳤다.
그러자 어김없이 날아온 송곳처럼 뾰족한 음성.
[너무 진부하지 않아?!]하로나가 못마땅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극한의 상황을 만들어야지. 이건 너무 쉽잖아!]극한의 상황이라.
피 터지게 싸우고. 죽이고. 말초 신경에 호소하고…….
뭐 그런 미션을 말하는 건가.
【‘영업국 샛별이’가 여기 오면 싸움 구경이 끊이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인사합니다.】
【‘조사국 드루이드’가 막장 드라마는 언제 시작하냐고 두리번거립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아, 그게 참관자들의 후원을 이끌어 내는 데 제일 쉽고 확실한 길인 건 맞다.
이 가이드북도 ‘인원을 줄이는 미션’에 초점이 맞춰진 것에는 분명 그런 이유도 있을 거다.
하지만.
“아뇨.”
[뭐?]“오히려 좋습니다.”
[?!]진부하기 때문에 더 좋다.
어떻게 진행될 지 뻔히 아는 스토리가 생각지도 못한 길로 빠진다면, 그것만큼 보는 이들의 관심을 끄는 게 없으니까.
“매운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지 않습니까.”
[뭐?]“가끔은 단 것도 먹고, 짜고 신 것도 먹어 줘야죠.”
게다가.
“요리사가 누군지도 중요하고.”
같은 얘기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니까.
[하? 얘 왜 이렇게 자신감이 넘쳐?]하로나가 기가 차다는 듯 물었다.
그래서 친절히 설명했다.
‘반의반’ 미션의 필승법.
“옆으로 못 넓히면 위로 올리면 됩니다.”
[뭐?]그러니까.
“스크린을 덮었던 것처럼.”
MS 타워에서 꽉 찬 안전 구역 위, 천막 같은 스크린을 덮고 그 위로 뛰어내렸던 때.
[스크린?]처음으로 시스템의 의도에 반(反)하여 삭제되었어야 할 이들을 살려 내고.
[아……!] [머리를 잘 썼네. 누구야?]처음으로 하로나의 못마땅한 이목을 끌었던 그때처럼.
“그때보다 상황은 좋습니다.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으니까요.”
“아…… 그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많았지 말입니다!”
내 말에 재혁이가 옛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땐 늦게 도착한 탓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지만…….
[뭐야? 도시락이 갑자기 어디서 났어?]이번엔 다르다고.
“아침에 식당 들러서 사 왔습니다.”
“……이런 상황일 것 같아서요.”
[?!]이런 식일 줄은 몰랐으나, 계약직 직원들의 상황이 좋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이미 했다.
연수원에서 스크린으로 본 지구는 엉망진창이었으니까.
그래서 챙긴 게 기숙사 식당에서 파는 도시락이었다.
그중에서도 체력 효율이 좋으면서 먹기 편한 것들.
《이은호》 엎드리세요.
《이은호》 라자냐처럼.
주방장의 눈이 뒤집혔다.
그리고.
“주…… 목?”
소리 없이 뻥긋거리는 입 모양.
[뭐 하는 거야?! 소리 키워 봐!]파앗-
그러자 하로나의 말이 시동어처럼 불러온 소음.
‘……드려! 엎드리라고!’
‘X발, 뭐라는 거야?!’
‘안 싸워도 된다고!’
깡마른 주방장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그리하여 피를 토하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나.
‘헛소리할 거면 비켜! 멀쩡한 사람이 살아야지!’
핏발 선 이들에겐 가 닿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오직 발밑의 녹색 원과 다른 이들이 꼬나든 무기에 꽂혀 있었으므로.
【‘조사국 매의 눈’이 아직도 소리 지를 힘이 남아 있었냐며 놀랍니다.】
【‘영업국 상남자’가 마지막 발버둥이라며 낄낄댑니다.】
「03:15」
남은 시간은 3분여.
한 명씩 설득할 시간은 없다.
“만약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플랜B로 간다.
그리 생각하며 다음을 준비하려는 찰나.
‘흐읍!’
주방장이 아수라장이 된 무리로부터 한 발자국 물러선 뒤,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도시락을 열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듯한 결연한 얼굴로.
그리고.
깡!
식칼을 버리고.
푹!
라자냐를 집어 들었다.
맨손으로.
“뭐 하는 거죠?!”
“식사…… 하시려는 모양입니다, 누님!”
지켜보는 이들이 기겁하는 동안.
‘개새끼들아! 거기 자리 있…… 어?’
‘끄아아아아…… 아?!’
‘무슨 냄새가…….’
사람들의 콧구멍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된 주방장의 ‘먹방.’
“!!”
주방장이 겹겹이 쌓여 있던 라자냐 면을 부욱 찢었다.
김장 김치를 찢는 아주머니들처럼 거침없는 손길로.
“누님! 저거…… 원래 저렇게 먹는 겁니까?”
“아…… 아니긴 한데…….”
“어떻게 먹든 맛있게만 먹으면 되죠.”
“그, 그렇죠!”
손바닥만 한 크기로 분리된 넓은 면.
그 위에 슬라이스된 토마토와, 가지와, 버섯과, 양파 따위를 얹어서.
후루룹!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토마토소스가 듬뿍 묻은 손가락을 쪽쪽 빨기까지 하면서.
‘!!’
그러자 서로 싸우느라 바쁘던 수백 개의 뒤집힌 눈알이 주방장을 향했다.
정확하게는, 주방장의 손에 피자 조각처럼 들린 라자냐 면을.
‘냄새, X발…….’
‘어디서 난 거예요?!’
‘하, 한 입만…….’
먹방의 주인공은 말이 없었다.
그저 새로 집어 든 라자냐 면을 한 입 베어 물고.
‘으음…….’
또 한 입 베어 물고.
‘으으으음…….’
감탄할 뿐.
‘와…….’
‘맛있겠다…….’
‘진짜 딱 한 입만 주면 안 돼요? 사흘째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제발…….’
침 흘리는 이들이 하나둘 주방장에게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위험해질 수도 있겠다 싶어 메시지를 하나 더 보내려는 찰나.
‘먹고 싶으면…….’
먹방의 주인공이 외쳤다.
‘엎드려요!’
‘……?!’
총 든 강도라도 된 것처럼.
‘먼저 눕는 사람부터 한 장씩 나눠 줄 테니까!’
‘!!’
‘배부터 채우고 생각해 봅시다!’
이번엔 사람들의 눈이 뒤집혔다.
[미친?!]……생각보다 잘하는데?
* * *
‘위에서 세 번째 줄 남자분! 아랫줄 비었으니까 한 칸 내려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오, 안 그래도 무거운데…….’
‘속이 비면 다 같이 무너져요. 토마토 한 장 더 드릴게요!’
주방장의 지시에 따라 차곡차곡 쌓여 가는 사람들.
“2분 남았어요!”
“꽤 높아졌습니다, 형님!”
“성공하겠는데요?!”
생각보다 더 체계적인 움직임에 시간 여유도 생겼다.
【‘영업국 상남자’가 인간 탑이라도 쌓는 거냐고 묻습니다.】
【‘조사국 매의 눈’이 안전 구역에 드러눕는 놈들은 처음 본다며 헛웃음을 터뜨립니다.】
【복지 포인트 500점 후원!】
참관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
‘하! 그깟 거 누가 먹고 싶대?’
‘맞아요! 독이라도 들었는지 어떻게 알고?’
‘어어? 괜찮습니다. 불안하면 안 드시면 돼죠.’
물론, 몇몇 말 안 통하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으으음- 라자냐 면이 쫀득쫀득한 게 일품이네요. 냄새도 너무 좋죠?’
‘!!’
‘토마토는 아삭아삭하고, 버섯도 향긋한 게…… 후, 한 입만 먹어 봐도 알 텐데. 싫으시다니 제가 대신 먹어 치우겠…….’
‘자, 잠깐만!’
‘……우리도 딱 한 입만 먹어 볼까?’
주방장이 능청스러운 말과 오감을 사로잡는 먹방으로 물리쳐 버렸다.
【‘조사국 매의 눈’이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다들 눈이 돌아간 거냐고 묻습니다.】
【‘영업국 대장부’가 도시락 공구 가능하냐고 물어봅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지켜보는 참관자들의 호기심 어린 입맛마저 돋울 정도.
【다수의 참관자가 라자냐의 맛을 궁금해합니다!】
【복지 포인트 1,000점 후원!】
【‘영업국 상남자’가 방송 끝나자마자 사러 가겠다고 선언합니다.】
【복지 포인트 500점 후원!】
[저, 저, 저……!] [타고난 방송꾼입니다.]“은호 씨! 반응이 너무 좋은데요?”
“이것도 다 예상하신 겁니까, 형님?”
“뭐가 됐든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만들려고 했는데…… 이걸 이렇게 풀 줄은 몰랐네.”
그래.
【다수의 참관자가 참신한 콘텐츠에 만족합니다!】
【복지 포인트 1,000점 후원!】
이 정도로 어그로를 끌 줄은 몰랐다.
【소수의 참관자가 먹방 전용 채널로 바꾸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합니다.】
【관리자의 색다른 안목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복지 포인트 1,000점 후원!】
원래의 채널.
그러니까, 하로나가 운영하던 것보다 낫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말이지.
[뭐, 뭐?! 채널을 바꾸라고?]하로나가 기가 차다는 듯 혼잣말을 했다.
[재밌다고 난리 칠 땐 언제고……!]삐죽 솟은 양 갈래머리.
아랫입술까지 까득 깨문 게 꽤 자존심이 상하는 모양.
지금까지 모인 후원금은 총 4천 점.
1만 점까지는 6천 점이 더 남아 있다.
제한 시간은 1시간이니, 이번 미션이 끝나고 보충해도 충분히 여유는 있지만.
[그러게 피 튀기는 걸로 가야 된다니까? 그래야 후원도 팍팍 쏘고 그런다구!]“싸우고, 죽이고, 빼앗는 미션 말입니까? 사냥처럼.”
하로나의 말에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 내가 다 생각이 있어서…….]“근데.”
그리고 덧붙인 한마디.
“별 차이 없었을 겁니다.”
[……뭐?]“어차피 지금 남아 있는 참관자들은 실속이 없지 않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후원금, 많이 안 들어오지 않느냐는 말씀입니다.”
멈칫!
하로나가 움찔 놀랐다.
[그걸 어떻게…….]그야 뻔하지.
하로나가 이 많은 스크린을 띄운 지 몇 분이나 지났는데, 먹방 채널을 제외하면 여태 들려온 후원금 알림이 다섯 번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형님?”
하로나는 말이 없었다.
뒤에 선 사내만 제 상사의 눈치를 흘끗 살필 뿐.
대신 가만 있던 재혁이가 고개를 갸웃거리기에 설명했다.
“구조 조정이 끝난 지 한참인데, 아직까지 참관자로 남아 있다는 건 둘 중 하나야.”
“둘 중 하나요?”
“1번, 응원하던 대상자가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계약직으로 남은 경우.”
그리고.
“2번, 밑바닥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을 즐기기 때문에, 후원금을 쏠 이유가 없는 경우.”
그러자 내 말에 영문 모를 표정을 한 재혁이 대신, 지은 씨가 물어 왔다.
“2번은 알겠는데, 1번은 왜죠? 응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후원을 더 하지 않나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거죠.”
“네?”
“빵빵하게 지원할 수 있었으면, 애초에 정규직으로 만들어 줬을 테니까요.”
“아……!”
그러자 가만 듣고 있던 하로나가 고사리손을 휘휘 내저으며 끼어들었다.
그러더니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속사포처럼 내뱉는 변명.
[……연수 끝나고부터 실적이 조금! 아주 조금 꺾이긴 했는데! 원래 다 그런 거야. 알겠어?]“그렇겠죠. 다른 관리자들도 마찬가지일 테니.”
[어어? 못 믿는 눈친데? 진짜야!]하로나의 다급한 변명에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믿습니다.”
[으으…… 어쨌든!]그러자 못마땅해 죽겠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는 하로나.
더 짜증이라도 낼 줄 알았는데.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하로나의 입에서 나온 건 질문이었다.
어디 한번 말해 보라는, 약간의 기대감이 담긴 눈빛.
그동안의 반응들을 생각해 보면…….
‘자존심보단 실적이 중요하다는 건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리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지갑 얇은 참관자들 데리고 1만 점을 어떻게 채울 거냐구?]어떡하긴.
“새 손님 데려와야죠.”
돈 팍팍 쓰는 놈들로.
[새 손님이라니? 어디서?]내 계획은 여기서 끝이 아니니까.
“사내망 접속.”
띠링-!
[신입사원 ‘이은호.’ 사내망에 접속합니다.] [환영합니다. 게시판을 확인하세요!]“익명 게시판.”
[!!]그리하여 띄운 반투명한 창에, 꾹꾹 눌러 담은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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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관리국 채널 맡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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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로나가 이젠 웃음밖에 안 나온다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때.
— 띠링!
내 귀에만 추가로 들려온 안내 방송.
[영업국 ‘올해의 사원’ 칭호 발동!] [메인 상단 배너에 게시됩니다.] [인지도가 급상승합니다.] [게시글이 입소문을 타고 퍼집니다.]‘됐다.’
예상대로다.
인터뷰에 사진 촬영까지 하고 얻은 인지도를 어떻게 하면 써먹을 수 있을까 싶어, 미리 고민했었다.
‘이렇게 바로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인지도 덕분인지 곧장 쏟아지는 반응.
⇒ 영업사원이 어떻게 관리채널을 열어? 뭔 소리야?
⇒ 신입사원이 OJT 중에 올해의 사원 받음ㅇㅇ
⇒ 이거 진짜임?
⇒ 링크 타고 가면 올해의 사원 받은 미친 교육생 얼굴 볼 수 있는 건가요?
⇒ 오, 바로 간다
그리고.
⇒ 와 드디어 열었네!
⇒ 친우!!!
날 아는 듯한 이들의 반응까지 올라옴과 동시에.
—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새로운 참관자가 입장하였습니다.】
【새로운 참관자가 입장하였습니다.】
【새로운 참관자가 입장하였습니다.】
……
밀물처럼 몰려드는 참관자들.
[미, 미친! 너 뭐야!]“흐익! 연예인이다!”
그리고.
팟! 팟! 팟! 팟! 팟…….
벙찐 모두의 머리 위로 끝도 없이 떠오르는 시스템창까지.
[축하합니다!] [‘실시간 급상승 채널’로 선정되었습니다.] [‘영업사원이 사랑하는 채널’로 선정되었습니다.] [‘관심 참관자 급증 채널’로 선정되었습니다.] [‘먹방/쿡방 1위’로 선정되었습니다.]어…….
효과가 너무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