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262
Chapter 55. 전복(顚覆)(5)
“아저씨가 너 일어나면 사무실로 오라던데?”
“나? 왜?”
“몰라. 무슨 이벤트 시작할 거라던데?”
AM 7:00.
민여진은 아침부터 바빴다.
“휴, 귀찮아 죽겠네. 진짜 맨날 나만 시킨다니까.”
“그러면서 웃지 마. 징그러워.”
“후후후, 이게 다 이 언니가 너무 뛰어나서 그런 거 아니겠니?”
고3 생활을 할 때도 7시에 집을 나선 적이 없었는데 이 시간에 일이라니.
옛날 같았으면 기절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익숙했다.
‘어차피 잠도 잘 못 자고.’
게다가 자신은 나름 노사협력팀 홍보파트의 파트장 아닌가.
팀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이 정돈 해야 마땅하다.
그리 생각하고 눈곱만 겨우 뗀 채 달려왔는데.
“뭐야? 왜 아무도 안 와?”
텅 빈 사무실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었다.
“이 아저씨, 나 불러 놓고 늦잠 자는 거 아냐?”
늘 복작대던 사무실이 오늘따라 넓다.
이상스레 으슬으슬한 공기.
섬뜩!
오랜만에 느끼는 한기(寒氣)였다.
연이은 미션에 잠도 못 자고 뛰어다니던 구조 조정이 끝나고, 시끄러운 어른들과 한 팀으로 묶인 뒤로는 잊고 있던 감각.
“아 또…….”
불쾌한 기분에 혼자 팔만 쓰다듬다가, 빨리 오라고 재촉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메시지 발송.”
그러나 돌아온 건 평소의 푸른색이 아닌 시뻘건 색으로 변해 가는 메시지창.
[메시지를 받을 ωΙ을 ΦΘζΩΠφ─]“……?!”
암호처럼 일그러지는 텍스트와 알 수 없는 안내 방송이었다.
[민여진 사원, 현재 ‘대기발령’ 상태입니다.] [팀 시스템이 차단됩니다.]“어?”
【대상자 : 민여진】
【사유 : 근무 분위기 저해】
【소속 변경 : 인사국 노사협력팀 → 미정】
【사무실 이동 : 통곡의 성 → 태초의 마천루】
처음엔 무슨 소린가 했다.
대기발령이 뭔지도 모르겠고, 멀쩡한 소속이 왜 갑자기 미정 상태가 된 건지 이해가 안 갔으니까.
“버근가?”
메신저 시스템이 고장이 난 걸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며 ‘눈’을 열었다.
“채널 접속.”
【FAIL!】
【시스템 접속 권한 없음】
하지만 실패.
“팀 메신저는?”
【FAIL!】
【시스템 접속 권한 없음】
이것도 실패.
“게시판! 게시판 열어!”
【FAIL!】
【시스템 접속 권한 없음】
게시판도. 명예의 전당도. 늘 복면을 쓰고 종횡무진 하던 익명 게시판도 들어갈 수 없는 건 마찬가지.
【잘못된 접근입니다.】
【접속 시도가 차단됩니다.】
“……왜 이래, 이거?”
민여진은 당황스러웠다.
와이파이고 인터넷이고 죄다 끊긴 시골 산간에 혼자 남겨진 기분.
망망대해에 혼자 떠 있는 돛단배가 된 기분이었다.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게다가 뒤이어 떠오른 창을 본 순간, 민여진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10:00」
‘저거!’
다시 시작된 건가?
다시 또 그 녹색 원이 나타나고, 서로 살겠다고 싸우고, 친구를 잃게 되는 건가?
“허억……!”
숨이 잘 안 쉬어진다.
“어, 어떻게 해야 되지……?”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았다.
지금껏 시끄러운 사람들 틈에서, 쉬는 시간 따위 없는 일정 속에서 눌러 둔 두려움이 폭발하듯 요동쳤다.
휘청-
다리에 힘이 풀려 사무실 의자를 겨우 붙잡고 선 그 순간.
드르륵-!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민여진.”
“!!”
찢어진 눈매에 무섭게 생긴 아저씨.
“나와.”
자기가 늦어 놓고 세상 당당하고.
워커홀릭에 팀원들까지 혹사시키고. 칼만 들었다 하면 악귀처럼 변하는데…….
“……불러 놓고 왜 이제 와요? 지각이에요!”
“그러니까 더 서둘러야지. 빨리 나와.”
얼굴만 봐도 묘하게 안심되는, 진짜 이상한 아저씨.
“가요, 빨리!”
벌떡 일어서는 민여진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 * *
[노사협력팀 팀원 43명, 전원 대기발령 처리 완료했습니다.]대기하던 비서의 말에 노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절모를 벗어, 거는 손짓이 최근 들어 처음으로 가벼웠다.
[반응은?] [많이 당황한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에 나와 있던 팀원들이 혼비백산하여 숲으로 돌아갔다 하더군요.] [사무실 복귀 스킬도 못 쓸 텐데. 그 숲을 걸어서 들어가려면 10분이 다 지나겠군 그래.]회장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연봉 협상이니 뭐니 건방진 소릴 해 댔지만, 이제 깨달았을 것이다.
회사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저들이 어떤 호사를 누려 왔는지.
그리고 회사 시스템을 잃는다는 게 어떤 참극을 불러오는지를.
회사의 주인이 직원이라 착각하는 버러지들에게 똑똑히 보여 주리라.
[투자금은?] [4차 입금까지 완료되었습니다. 5차 입금 기한은 이틀 뒤입니다.] [이틀이라.]한 손으로 바스러뜨릴 수 있는 상대를 참아 주는 건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하지만 이틀 뒤면 온다.
그 쥐새끼의 모가지를 직접 따서 짓이겨 버릴 날이.
[드디어 내 직접 나설 수 있게 되는군.]투자금을 담보로 한 계약 탓에 지금껏 숨죽여 왔었다.
하나, 받을 것만 다 받는다면 그깟 계약이야 파기하면 그만.
[하지만 회장님, 위약금은…….] [위약금이 받은 투자금 전액이었지?] [그렇습니다.]천문학적인 투자금이 투입될 다음 구조 조정 지역은 19지구.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땅으로, 엄청난 수익성이 예상되는 사업이었다.
[구조 조정을 한 달 뒤로 당기면 투자금 몇 배로 회수하고도 남아. 정 안 되면 거기서 빼서 주는 걸로 하지.]당장 손해야 조금 보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회장의 극한까지 벼려진 경영자로서의 감각이 말해 주고 있었다.
저놈은 위험하다고.
더 내버려 두면 주변을 같이 썩게 만들 암세포 같은 존재.
손해를 보더라도 잘라 내야 한다고.
[사내 시스템 접속은 확실히 막았겠지?] [예. 게시판, 메신저, 눈까지 막았습니다.]뒤주에 가두듯 눈과 귀와 입을 막아 버렸다.
그럼에도 방심하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놈들이다. 비서실을 총동원해 감시하도록.] [예.]범접할 수 없는 힘의 차이를 느끼도록.
사방이 가로막혀 캄캄한 우주에 홀로 떨어졌다는 공포에 바들바들 떨도록.
[필요하면 인사국 녀석들도 데려다 쓰거라. 내 언질을 넣어 둘 터이니.] [알겠습니다.]인원이 무려 1천에 달하는 비서실을 총동원한 일은 설립 이래 처음이다.
거기다 그의 몇 배인 인사국까지 마음대로 쓰다니.
평시라면 말도 안 되는 인력 운용이었지만, 현재 인사국장 자리는 공석.
회장이 인사국장 대행까지 맡고 있기에 일어난 행태였다.
[이은호 하나를 상대로 온 회사를 동원하는 꼴이다만…….]자리에서 일어난 회장이 통창 너머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회사의 전경을 보며 말했다.
애정과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눈.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대기발령 인원들의 자리는 어디로 배치할까요?] [이곳으로 하지.] [예?]희번덕하게 뜬 눈이 제 손으로 만든 왕국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 방 앞에 자리를 만들거라. 오며 가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겠군.] [예.]비서는 곧장 고개를 숙였으나, 회장이 그리는 그림은 끝이 아니었다.
[시위 자리에 있던 수족들이 셋이라 했지?] [예. 김지은, 최재혁, 김율입니다.] [한놈은 엘리베이터 앞. 한놈은 정문 로비. 한놈은…… 그래, 이 앞 화장실에 박아 버려.] [……알겠습니다.]놈을 따르면 어찌 되는지 보여 주마.
그리 흡족한 계획을 되새기는 사이, 시간이 다 되었다.
「01:30」
10분의 카운트다운.
마지막 자유시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곧 오겠군.] [예. 시간이 다 되면 강제로 연행될 것입니다.] [자리를 준비하지.] [알겠습니다.]허리를 고이 접고 빠져나가는 비서의 뒷모습을 마음 편히 지켜봤다.
드디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홀로 남은 회장은 지금부터 맛보여 줄 지옥을 상상했다.
타닥!
그러나 돌아온 건 자리를 만들겠다며 나갔던 비서의 다급한 발걸음과 당황스러운 얼굴.
[회, 회장님! 그게…….]그리고 메시지창이었다.
【ALERT!】
【제8291회 징계위원회 관련 ‘이의 신청’이 발생했습니다.】
‘……?!’
이미 끝난 징계위원회다.
것보다, 이의 신청이라니?!
[누가 감히 회장이 최종 승인한 징계에 딴지를 건단 말이냐?!] [그…… 조합장 권한에 부당한 징계에 대한 이의 신청 권한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뭐라?!]비서의 말이 맞았다.
그를 증명하듯 떠오른 시스템창.
【이의 신청자 : 노동조합】
【대상자 : 노사협력팀장 및 팀원 전원】
【사유 : 부당 직위 해제 및 징계 사유 불충분】
처음 보는 화면이다.
기나긴 회장의 생애에 맹세코 이따위 하극상은 처음이었다.
[……잘도 이딴 걸 찾아냈군.]콰드득!
회장의 손이 닿은 의자가 부서졌다.
[놈들이 지껄이는 건 한마디도 들어 주지 말거라. 그랬다간 내 그 귀를 죄다 뽑아 줄 것이니.] [명 받들겠습니다.]어차피 남은 시간은 1분여.
「01:20」
놈들이 무슨 이의를 제기하건 받아 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대신 이따위 하극상을 펼친 죄를 더욱 크게 물어 주마.
그리 다짐하는 순간.
— Rrrrrrr……
— 회장님, 급건입니다.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다.
[급건?]— 홍보국입니다. 아무래도 직접 보셔야 할 것 같다고…….
스슷-
불쾌한 감각이 구역질처럼 스멀스멀 올라온다.
[띄우거라.]확신에 가까운 예지. 회장의 주름진 얼굴이 야차처럼 일그러졌다.
「01:01」
그리하여 부릅뜬 눈으로 살핀 ‘급건’은 한 건이되 한 건이 아니었다.
▧ (HOT!) 노사협력팀 입장문 전문 ▧
▧ 이번 사건 시간순으로 정리해 보면(불판) ▧
▧ (to.회사) 뻔히 보이니까 그만하세요 ▧
……
노사협력팀 팀원 전체가 대기발령이 났다더라.
팀원들의 모든 시스템은 차단된 상태이며 순식간에 손발이 다 잘렸다더라.
이건 말도 안 되는 행위이며 직원 인권 침해다…….
부당함을 호소하는 수많은 글들.
모두 본인들이 쓴 것처럼 세세하다.
[어떤 쥐새끼들이 그새…….]회장의 입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열렸다가, 뒤이어 ‘입장문 전문’이라는 걸 본 순간 아예 멈춰 버렸다.
[금번 제재는 시작에 불과하며, 곧 전 직원들로 확대될 것이다?] [그, 그것이, 지난번 물가 상승 때와 동일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비서는 점점 내려가는 실내 온도에 입김을 뿜으며 더듬거렸다.
[마,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지만, 믿는 인원이 많은 것 같습니다.]지난번 물가 상승의 대상이 조합원에서 전 직원으로 바뀌었던 사례가 있어서라고.
[그리고…….]콰드득!
회장의 의자가 꽁꽁 얼어붙었다가, 파스스 부서져 내렸다.
[연봉 협상 전에 기를 누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허!
회장은 탄식 같은 목울음을 가래처럼 뱉었다.
[연봉 협상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니!]연봉 협상 따위 할 생각도 없는데 포석을 왜 깐단 말인가?!
[졸렬한 기선 제압에 지지 않도록 단결하자?!] [회, 회장님, 그래서 지금 회사 곳곳에서 시위가…….] [시위?!]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개소리였으나, 무엇보다 이상했던 점은 따로 있었다.
한둘에 말을 전한 수준이 아니었다.
전 직원이 시시콜콜한 제재까지 다 알고 있는 데다가, 전사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시위까지.
[그, 그것이…….]말도 안 된다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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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국 앞에 대자보 ▧
대자보 붙었던데 봤음? 대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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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국 앞에도 붙었던데 내용 똑같나?
└ ㅇㅇ 같은 듯 비교해봄
└ 아 그거 감사국 영업국 다 붙었더라
관리국 건물 로비. 조사국 앞의 대로. 감사국 대강당. 영업국 천공의 탑 1층. 식당가 교차로…….
직원들의 발이 닿는 모든 곳에 거대한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회사의 조치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적나라하게 적힌 대자보 수백 장이.
[10분 만에?] [!!]삽시간에 뻗어 나간 엄청난 살기.
비서의 이빨이, 턱뼈가, 두개골이 주체를 못 하고 딱딱 부딪혔다.
[네놈이냐?] [커헉?!] [말이 안 되지 않느냐.]회장의 지팡이 끝이 비서의 목젖을 향했다.
[어떤 쥐새끼가 미리 정보를 흘린 게 아니라면.] [시, 십분 안에 뛰어다닌 모양 입…… 커헉……!]붉으락푸르락하며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목.
비서가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겨우 변명을 했으나, 끝을 맺진 못했다.
[사무실 시설도 이용하지 못했을 텐데, 복사는 또 어찌했을꼬?] [인간 복사기 같은 능력을 갖고 있을지도…… 커헉!] [이게 장난 같으냐!]콰앙-!
회장의 분노가 비서의 뒤에 있던 벽을 터뜨렸다.
다음은 제 머리통이다.
그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외쳤다.
그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은 걸까.
— 띠링!
회장의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과 부서진 벽 너머에서 뛰어 들어온 부실장에 의해 주의가 분산됐다.
【‘단결권’ 발동!】
【직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입니다.】
[회, 회장님! 서명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서명 운동?!] [회사의 반성을 촉구한다고……!]그깟 서명이 중요한 게 아니다.
어서 쥐새끼를 잡고,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밝혀야 한…….
[서명인이 무려 십만! 아니, 이, 이십만을 넘었다 합니다!] [무어라?!]이십만이라니?
그건 물가 폭등 때 시위를 나섰던 인원보다도 많은 수치가 아닌가!
게다가.
【‘단체교섭권’ 발동!】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측의 공식 입장을 표명해야 합니다.】
짓밟혀 죽었을 밥버러지들을 먹여 주고 입혀 줬더니, 무어라?
요구사항을 받아들여라?
푸홧-!
회장의 피가 거꾸로 솟았다.
[회, 회장님! 그리고…….]하지만 성급했다.
노동조합, 그 미친 것들이 내세운 권리는 그게 끝이 아니었으니까.
【‘단체행동권’ 발동!】
【집단 파업에 돌입합니다!】
[파, 파, 파…….]파업!
파업이라니!
[이 미친 버러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