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291
Chapter 60. 영원의 탑(4)
비틀거리듯 팔랑거리며 시험장 곳곳을 누비는 열쇠를 보며 말했다.
“방법은 두 가집니다.”
첫째, 지은 씨가 우리 모두를 공중에 띄운 채, 도망치는 열쇠를 잡는 방법.
“저흴 전부 다요?”
“예. 그럼 바닥이 기울든 말든 상관없으니까요.”
“가능은 한데…….”
대신 리스크는 있다.
“아무래도 열쇠를 잡겠다고 움직일수록 균형이 틀어질 테니, 바닥은 불바다가 되겠죠.”
“그럼 그땐 다시 내려올 순 없겠네요.”
“시간을 지체하면 불길도 점점 더 커질 테고 말입니다.”
“기회는 딱 한 번이라는 거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곰곰이 생각하던 지은 씨가 알겠다며 물어 온다.
“두 번째는요?”
“두 번째는, 열쇠를 ‘사냥하는’ 겁니다.”
“열쇠를 사냥한다구요?”
지금 저 열쇠의 문제는 염동으로 끌어당길수록 도망간다는 것.
그게 문제라면,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짧은 설명 끝에 지은 씨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물었다.
“날개를 쏘라구요?”
“예. 네 장 다.”
“저 작은 날개를…… 요?”
비록 운동장 반대편 정도의 거리에, 손톱보다도 작은 날개지만.
“예언 사격으로 궤적을 읽고, 잘 쏘면 됩니다.”
“잘…….”
예언 사격.
그 귀신 같은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귀신 같은 능력을 더 귀신처럼 써야만 성공하는 전략.
“저, 은호 씨.”
“말씀하세요.”
“예언 사격 말인데…… 타깃이 이동할 궤적이 보이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팔랑거리는 손톱만 한 날개를 맞출 만큼 미세한 컨트롤을 하는 건 아니에요.”
알고 있다.
그건 예언 이전에 사격 실력의 문제니까.
즉, 전처럼 좀비의 머리를 날리고 적의 방패를 깨트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뜻이었으나.
“지금 상태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초(超)시각 – 개방]쿵쿵 뛰는 심장과 혈관을 타고 흐르는 에너지.
카메라를 줌인(Zoom-in)하고 줌아웃(Zoom-out)하듯 자유로이 움직이는 시각.
저 멀리서 팔랑이는 날갯짓까지 잡아내는 청각.
일행들이 움직일 때마다 달라지는 공기의 흐름까지 잡아내는 감각이라면.
내가 느낀 비인간적인, 아니, 탈인간적인 오감이라면, 가능하다.
「07:07」
게다가 남은 시간은 7분.
한두 번 실패해도 충분한 시각이니까.
“사격에 2분. 실패하면 바로 전원 비행 모드로 들어가는 걸로 하죠.”
“아…… 결국 둘 다 하는 거네요.”
“그런 셈이죠.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같은데. 어떻습니까?”
내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지은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실패할지도 모르니까 바로 해 볼게요.”
“좋습니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긴 하지만…….’
웬만하면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입을 열었다.
“신호하면 쏴 주시겠습니까?”
“네!”
짧은 대답과 함께 굳게 다문 입술.
지은 씨는 긴장보다 의지가 돋보이는 얼굴로 품속에서 꺼내든 총을 들어 올렸다.
“후…… 갈게요.”
“누님! 화이팅입니다!”
날아가는 나비의 날개를 쏘는 일.
말도 안 되는 일을 위해 눈을 감았다 뜬다.
그 순간.
팟-
동공에 빛무리가 감돈다.
초(超)감각. 맑고 까만 눈동자가 제 한계를 초월하는 힘을 얻고 개안(開眼)한다.
긴장감에 내뱉던 숨은 멈춘 지 오래.
하얗고 가느다란 검지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가속.”
느려진 시간 속, 느려진 총성이 귀청을 때렸다.
타아아아아아아앙-!
* * *
지은이 숨을 멈추고, 금빛 총알이 총구를 벗어나던 그 순간.
끼긱-
경기장이 기울었다.
“!!”
그 탓에 앞으로 쏠려 버린 무게중심.
필사의 집중력으로 버텼다.
그러나 하체에서부터 전해진 진동에 총구를 붙잡은 손끝이 떨리는 걸 막을 순 없었다.
미세한 떨림이었다.
1cm? 아니, 1mm 정도였을까.
그러나 지은의 눈에는 보였다.
티끌만 한 각도 차이. 그러나 날아가면 날아갈수록 점점 엇나가는 궤적.
‘안 돼!’
속으로 외쳐 봤지만, 이미 총알은 제 손을 떠난 뒤였다.
파직-
그리하여, 날개 바로 위를 스치고 빗겨 난 금빛 구체.
“누님! 괜찮으십니까?!”
재혁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아무도 안 움직였는데 왜 기운 겁니까?”
그러자 담담하게 대답하는 은호.
“총알.”
“예?”
“총알이 날아갔잖아. 그래서 기운 거야.”
“엑?! 그런……!”
정신력을 응축시킨 총알의 이동에 큐브가 반응했다.
쏘자마자 알았다.
“총도 못 쏘다뇨! 그럼 아무것도 못 하는 것 아닙니까?!”
“진정해.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예? 하지만…….”
놀란 강아지처럼 짖어 대는 재혁과 달리 은호는 태연했다.
심지어 알 수 없는 계산을 해 대기까지.
“겨누고 격발까지 10초. 생각보다 짧아. 그럼…….”
‘음?’
너무 태연한데.
“은호 씨, 혹시 예상하신 거예요?”
“혹시 모른다 생각하긴 했습니다.”
“알고 있었다구요?”
실패할 걸 알면서 제안한 방법이라는 건가.
지은은 당황스러웠다.
“한 번 더 가시죠.”
“어차피 또 빗나갈 텐데…….”
“이번엔 안 흔들릴 겁니다.”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총구를 가리키는 태연함 또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고.
“저 벽까지 거리,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글…… 쎄요?”
“약 600미터.”
“네? 그걸 어떻게…….”
“좋더라고요. 초(超)감각.”
그러나 이은호는 이은호였다.
“지은 씨 총알, 저 벽에 박히는 데 딱 1초 걸렸습니다.”
“……네?”
“쟀습니다, 아까.”
“그게 무슨…….”
이상한 말.
이상한 선택을 하곤 하지만, 알고 보면 늘 이유가 있는 사람.
“설마…… 총알 날아가는 속도를 쟀다구요?”
“예.”
“설마…… 바닥, 안 기울게 하려고요?”
“오. 바로 알아채셨네요.”
“…….”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이기는 싸움만 하는 사람.
“지은 씨는 쏘세요. 제가 동시에 균형을 맞추겠습니다.”
“…….”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이야기에 지은은 말을 잃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듣지도 않았을 소리였다.
말도 안 되는 전략은 당장 때려치우고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자 했을 거다.
하지만.
“문제는 격발 타이밍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건데.”
“오오! 찰나의 틈도 없어야겠습니다, 형님!”
“그렇지. 그러려면…… 아.”
이은호다.
늘 옳았고, 결과로 증명해 왔던 사람.
그렇기에 믿을 수 있는 사람.
“실례하겠습니다.”
총을 든 손 위에 부드럽게 얹어지는 손.
“그…… 저…….”
“말보단 이게 빠를 것 같아서요.”
그야 그렇겠지.
같이 쏘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06:00」
남은 시간은 6분.
[4분 경과.] [경사가 대폭 가팔라집니다.] [화마(火魔)가 세를 키웁니다.]더 이상 지체할 여유는 없다.
“갈까요?”
“……좋아요.”
그를 핑계로 멎을 것 같은 숨을 삼켰다.
부디 심장이 손끝에 달린 듯 쿵쿵대는 소리가 시끄러운 총성에 가려지길 기도하며.
[초(超)감각 – 개방]타깃은 나비.
아니, 나비의 탈을 쓴 열쇠다.
[극한까지 개방된 감각이 ‘감지’ 능력과 감응합니다.]확장된 동공이 타깃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미세한 떨림. 진동. 보잘것없는 날갯짓이 만들어 낸 공기의 대류를 느낀다.
팔랑-
얇디얇은 네 장의 날개가 겹쳐 세워지고, 펼쳐지고, 다시 겹치는 모습을 본다.
날아가는, 그리고 곧 날아갈 궤적과 총알이 겹쳐지는 타이밍을 읽는다.
“가속.”
부드러운 저음이 귓속을 파고든다.
‘흡!’
숨을 들이쉬고, 멈춘다.
마치 멈춘 듯 고요해진 세상 속에서.
탕-!
미약한 반동과 함께 쏘아 보낸 총알.
‘제발!’
진동은 없었다.
무사히 방아쇠를 당기고, 격발음이 귀청을 때리고, 기도와 함께 날아간 총알이 대기를 찢는 동안에도.
그리고 느껴진다.
등 뒤에서 행해지는 미세한 무게 중심의 이동이.
피융-
그렇게 금빛 구체가 의도했고, 예언했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간 끝에.
파삭-
네 장의 날개를 관통한다.
“!!”
해냈다!
순간 영혼을 쏟아 낼 듯 집중한 탓에 엄청난 탈력감이 전신을 감쌌으나, 버텼다.
그러자 귓가에 들려오는 알림.
[축하합니다!] [오감의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염동(Lv.15)’ 능력의 숙련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감지(Lv.2)’ 능력의 숙련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초(超)감각의 숙련도가 대폭 증가합니다.]“성공했네요.”
“누님! 진짜 했습니다!!”
골칫덩어리 망아지처럼 세차게 뛰어 대는 심장 소리를 숨기기 위해 입을 열었다.
“염동(念動).”
그렇게 손에 넣은 날개 잃은 열쇠.
잘그락-
* * *
지은 씨가 황금 열쇠를 손에 쥔 순간.
[‘기억의 파편’을 흡수합니다.]일렁-
또다시 시야가 일그러졌다.
물의 장벽이라도 생긴 것처럼 눈앞이 흐려지나 싶더니, 이내 익숙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별 하나 없는 우주처럼 캄캄한 공간.
그 속에 선 회장이 손을 휘둘러 새하얀 바닥을 만들고, 사방의 벽과 천장을 구축한다.
그리하여 거대한 큐브와 자그마한 열쇠 하나가 점차 완성되어 갈 때 즈음.
콰앙-!
저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
진동 사이로 거대한 풍채의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 계셨습니까.]아는 얼굴이었다.
관리국장.
‘뭔가 좀 어려 보이는데.’
생김새의 차이는 없었다.
그보단, 지금보다 위압감이 덜하다 해야 할까.
[신도들이 입구까지 들어찼습니다. 옥체 보전하시지요.] [벌써 여기까지 왔더냐? 끈질긴 놈들 같으니…….]못마땅하단 얼굴로 내뱉은 전 회장은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품속에 든 물건을 꺼내어 확인했다.
서류 봉투 하나.
그리고 덜그럭거리는 새까만 상자 하나.
‘뭐지?’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상자였다.
그럴 수 없는 크기였으나, 안에 살아 있는 생물이라도 들어 있는 듯 미친 듯이 요동치는 탓에 겨우 붙들고 선 회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따위 신도 신이라고.] [약한 자들일수록 믿음이 필요한 법 아닙니까.]신(神).
그리고 그들을 추종하는 신도들.
‘이거, 갑자기 스케일이 커지는데?’
쯧, 혀를 찬 회장은 꺼냈던 상자를 다시금 품속에 넣으며 말했다.
[서천(西天)의 왕께 전하라.] [서쪽 하늘의 왕이라 하시면…….]서쪽 하늘의 왕.
서쪽 하늘의 주인이라면.
「2. 서천(西天)의 지배자 – 11.5%」
‘2대 주주!’
설산의 주인이 개최한 모임에 응하지 않았던 마지막 대주주다.
그 이름을 여기서 들을 줄은 몰랐는데.
[광목천왕(廣目天王) 말씀이십니까.]‘광목천왕?’
잠깐만.
이거 왠지 익숙한데.
▣ 지국천왕(持國天王)의 비파(琵琶)
연보라가 찾아내고, 내가 취했던 비파.
[오랜 벗의 물건일세. 파괴되었다고 생각했네만…… 이리 멀쩡한 모습을 보니 곁에 두고픈 욕심이 나는구나.]그리고 오랜 벗의 물건이라며 가져가는 대신, ‘제3의 눈’과 다친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대궐 같은 거처까지 마련해 줬던 이.
설마 그 양반이 천왕(天王)이고, 전 회장의 편이었던 건…….
‘그만.’
비약이 심했다.
남의 기억을 자꾸 들여다보다 보니 쓸데없는 상상력만 늘어난다 싶어 머리를 흔들려던 순간, 이어진 이야기.
[당신의 권속이 위기에 처했다 전하라.] [알겠습니다.]권속.
권속이라…….
‘!!’
순간 뇌리를 스친 기억.
제3의 눈을 선물 받을 때, 캄캄한 밤하늘을 확 밝힌 번개를 기억한다.
점점 다가와 길쭉한 몸체며 머리에 달린 뿔을 뽐내던 용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갔었는데.
‘……용을 부리던 자였어.’
그리고 전 회장은 날개 달린 용의 몸을 지니고 있었고.
이게 다 우연일 리는…….
‘없겠지.’
[멍청한 신들이 사라진 시대. 무신(無神)의 시대가 왕을 필요로 한다고.]……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