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306
Chapter 62. 구조 조정의 끝(8)
드디어 다가온 이은호의 회장 즉위식 당일.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여명의 광장’은 분주했다.
[와…… 여기 원래 통곡의 숲 있던 데지? 싹 갈아엎었네.] [그러게. 여기서 싸우는 바람에 아예 가루가 됐었잖아.]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드넓은 광장.
통곡의 성까지 뻥 뚫린 대로와 중앙에 위치한 단상.
그리고 대로의 양옆에 가로수가 아닌 동상처럼 서 있는 아름드리나무들.
[이 나무가 수호령 같은 거라고?] [야, 건드리지 마. 허튼짓하면 나무 괴물처럼 변해서 머리 다 터뜨려 버린대.] [힉!]그 너머에 설치된 건 수많은 벨벳 테이블과 좌석이었다.
턱시도며 드레스 따위를 차려입은 직원들로 빼곡한.
[저희 혹시 합석 좀 해도 될까요? 테이블이 다 차서요.] [아, 네네! 괜찮아요!] [과장님! 여기 자리 있어요!] [오오! 잘 했어. 금방 갈…… 앗! 죄송합니다!]광장 전역에 깔아 둔 수천 개의 테이블이 가득 찼다.
여기저기서 자리를 찾아 헤매는 지각생들의 드레스 자락이 밟힐 지경이었다.
— 아, 아.
게다가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지방방송까지.
— 은호교에서 안내 드립니다. 좌석이 협소하므로, 입장하실 때 개인 물품은 꼭 인벤토리에 보관 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여명의 광장 남쪽 분수대 앞에서 가입 문의를 받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즉위식이 종료된 후…….
시끄러운 좌중을 더 시끄럽게 만드는 소음 공해가 따로 없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모인 직원들 중 불편하다 느끼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 이상,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호멘.
오히려…….
[호멘.] [호멘.] [호멘.]……
떠들다가도, 헤매다가도, 두리번거리다가도 멈추고 경건한 얼굴로 한마디씩을 읊조릴 뿐.
“호멘.”
“호멘.”
일찌감치 도착해 주변 정리를 마친 민여진과 윤솔아 또한 뿌듯함을 품고 중얼거린 뒤, 다시금 수다를 이어 나갔다.
“난리네. 최대한 넓게 만든 건데.”
“그러게. 참석자가 예상보다 너무 많은데?”
“며칠 새 아저씨 인기가 더 올라갔나 봐.”
이번 즉위식의 컨셉은 직원들이 먹고 즐길 수 있는 파티.
그를 위해 2주도 전에 참석 희망자를 조사했었다.
다만 그땐 몰랐지.
신임 회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질 줄은.
“참석권 암표도 돈다던데?”
“엑? 진짜?”
직원들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이은호의 행보.
그리고 눈이 멀 정도의 신격을 연달아 선보인 덕분이었다.
“아저씨, 분명히 쓸데없는 데 돈 낭비하지 말라고 했는데.”
“말 안 듣길 잘했다. 그치?”
“그러게. 아저씨 말 들었으면 여기 반도 못 들어왔겠어.”
그러나, 정작 즉위식 당사자는 뭐라 했던가.
[상황도 상황이고, 즉위하자마자 사치 부리는 건 좋지 않아. 간소하게 하자.]간소하게 하자며 터무니없는 예산을 제시하지 않았나.
[회장님. 비서실장으로서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은 씨?] [회장님께서는 이번 행사, 분명 저한테 일임한다 말씀하셨죠. 그 말을 번복하시는 건, 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입니까?] [예? 아니, 딱히 그런 건…….]물론 지은이 나서서 정리해 주긴 했지만, 은호의 고집은 여전했다.
굳이 전 직원이 와야겠냐고.
원하는 직원들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눈’으로 참관만 해도 되지 않냐 했는데, 안 될 소리.
“이런 건 당연히 직관해야지.”
“맞아 맞아.”
민여진의 말에 윤솔아가 세찬 고갯짓으로 동의하는 와중, 소란스러운 좌중을 뚫고 나오는 또박또박한 목소리.
[E구역 확인 완료. 착석할게요.]비서실장 김지은이었다.
“언니!”
목선이며 쇄골이 드러나는 슬림한 오프 숄더 블랙 드레스.
동그란 어깨부터 얇은 손목까지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한편, 굴곡진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이 평소와는 달랐다.
“와 언니 진짜 예뻐요! 존예! 여신!”
“그건 인이어예요? 와 개멋있어!”
귓속에 자그마한 인이어를 낀 채 상황을 통솔하는 모습은 요원 같기도 했다.
선망 가득한 여고생들의 눈길이 향한 건 지은의 뒤를 따르는 거구의 보디가드.
“근데 뒤에 분은 누구세요?”
[응?]“얼굴 까만…… 엑?!”
[누님! 지금 쟤들, 저 못 알아본 겁니까?]……가 아니라, 재혁이었다.
[너무한 거 아니냐?!] [일단 앉자, 재혁아. 경사스러운 날이니까.]“맞아요! 얼른 앉아요!”
재혁이 뭐라 말하기 전에 민여진이 서둘러 의자를 빼 버렸다.
그러자 헛웃음을 지으며 마지못해 착석하는 재혁과 일행들.
[이렇게 차려입으니까 우리 입사식 때 생각난다. 그치?]“그때랑은 스케일이 비교가 안 돼요. 언니 진짜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민여진은 진심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 풍경은 영화 속 황궁에서나 열릴 법한 야외 파티장이었으니.
[힘 좀 썼지.]김지은이 쑥스러운 듯 뺨을 긁적이며 답하자 뒤이어 도착한 청소 아주머니가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이 아가씨가 행사 총괄하느라 얼매나 고생했는디! 저 무대 장식한 꽃이 뭔지 알어?”
“아! 저거 뭐랬죠? 보석초였나?”
“그려, 그거! 심지어 한 번 쓰고 버리면 아깝다고 직접 씨앗을 죄다 심어서 피웠다니깐?”
“힉! 그렇게까지요?!”
“이런 날은 우주에서 제일 화려해야 된다고~ 아주 밤을 새 가며 했지!”
말은 그렇게 해도 다 같이 고생한 걸 안다.
민여진이야 홍보 파트라 준비 과정을 보진 못했지만, 팀원들이 좀비처럼 회의실에 틀어박혀 고민하던 걸 봤으니까.
“미친. 뭐 이런 걸 밤까지 새 가면서 준비해?”
그건 입을 막으며 도리질을 치는 욕쟁이도 마찬가지.
“뭐래? 그쪽 야근하다가 코피 난 거 소문 다 났…….”
“아아아아아악! 안 들린다, 안 들려!”
“둘 다 쉿! 시작해요!”
검지를 입술 위에 갖다 대며 어른들을 진정시키던 여고생들이 무대로 홱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이에요!]반짝이는 보석초로 장식된 무대 위에 선 건 세라.
“윽. 사회자가 저 여자야?”
테이블에 둘러앉은 몇몇 팀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신입사원 연수 때, 그리 좋지 못한 기억이 있는 탓이었다.
“아냐. 저 사람…….”
[드디어 오늘이네요!]그에 민여진이 손사래를 치며 뭐라 말하려는 찰나, 세라의 목소리가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신 은호 님께서 공식적으로 회장 자리에 오르시는!] [바로 그 영광스러운 행사!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걸 자손 대대로 자랑스러워해야 할 바로 그 순간이죠!]손을 번쩍 들고 한껏 신이 난 모습.
엄청난 텐션에 높이 올려 묶은 금발이 말꼬리처럼 휘날렸다.
“저 사회자…… 저런 캐릭터였나? 그리고 인사국으로 옮겨서 이제 이런 행사 진행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
“자기가 꼭 하고 싶다고 부탁했대. 뭐 보답을 하고 싶다던가?”
“뭘 보답해?”
“나도 몰라. 암튼 은호교 VIP 신도야. 굿즈 나오면 열 개씩 사고, 광장 지을 때 기부도 했대.”
여고생들이 조잘대는 사이, 세라가 손바닥을 귀에 갖다 대며 물었다.
그러자 우렁차게 답하는 관중들.
‘더 크게!’하며 외치자 전방으로 발사되는 함성소리.
단상을 타고 자란 넝쿨이 죄다 흔들거릴 정도였다.
흡사 콘서트장에라도 온 듯한 분위기에 세라의 얼굴이 흡족한 미소로 물들었다.
그리고 곧장 들어 올린 손가락.
[좋아요!] [그럼, 회장 즉위식의 첫 번째 순서!]딱-!
세라의 검지와 엄지가 맞부딪치고.
촤르르르르-
단상을 감싸고 올라가는 빛의 계단.
그 위로 또 하나의 무대가 나타났다.
[회사 최고의 가수죠? 성악사(聲樂士) ‘엘레나’의 축하 공연부터 보고 오실게요-!] [제목은…….] [‘은혜로운 하늘’이라는 뜻이죠? 들으실게요!]* * *
비서실 미 대리가 사 과장 옆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다 나눠줬어?] [네! 완벽해요.] [고생했어. 노래 들어 봐. 진짜 좋아.] [그쵸? 이거 음원도 굿즈로 나온다던데, 과장님 저랑 공구하실래요?] [……응?]이은호의 업적을 찬양하는 축하공연은 꽤 오래 이어졌다.
노래. 춤. 거인들과의 전쟁을 다룬 연극. 뮤지컬…….
무려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무대에 오른 다섯 팀이었으나.
[퀄리티 장난 아니네요.] [그러게. 근데…….]직원들이 기다리는 무대는 오직 하나.
[은호 님은 언제 나오셔?]바로 오늘의 주인공.
이은호의 연설이었다.
[저번에 노조 설립 연설도 엄청 멋있었다며.] [아, 명언집 3호에 있는 연설이요? 저도 그게 제일 좋더라구요.] [미 대리는…… 모르는 게 없구나?] [그럼요! 후, 오늘은 녹화 무조건 뜰 거예요.]미 대리는 지금 설렘을 넘어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크- 실물 얼마 만에 보는 거야!’
즉위를 앞둔 회장님께서 너무 바빠, 요즘 대면 보고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실물을 영접하는 것도 모자라, 그분의 연설도 맨 귀로 들을 수 있다니!
그렇게 심장이 튀어나오다 못해 머리부터 발목까지를 널뛰던 무렵, 세라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오래 기다리셨죠, 여러분!]‘허억! 나오나 봐!’
‘꺄아아아아아아악!’
……따위의 소리 없는 비명이 좌중을 물들여갈 때 즈음.
[신임 회장, 이은호 님을 단상으로 모시겠습니다—!]쌔애애애애액-
푸른 하늘이 단상으로 내려왔다.
[?!] [저거…….]아니.
푸른 하늘을 그대로 담은 청룡이 하강했다.
‘요, 요, 용이다!!’
‘은호 님!!’
전신을 감싼 강기.
티 없이 맑고, 서릿발처럼 차가운 푸른 눈동자.
저 서늘한 위압감이 적이었다면 오금이 저릴 터였으나.
[많이들 모여 주셨군요.]직원들의 얼굴을 훑어가는 그의 시선에는 곧 따스함이 담겼다.
저벅.
드넓은 광장에 자리 잡은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모두의 눈이 그의 걸음을 쫓고.
모두의 귀가 그의 목소리를 바랐다.
[많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이은호의 입술이 열렸다.
미 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임 회장의 즉위로 바뀌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저거 다 얘기하려면 연설 엄청 길어지겠지? 설렌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꼼짝않고 들으려고 화장실도 미리 다녀온 미 대리였으나, 역시 회장님은 만만찮은 분이셨다.
[하지만 바쁘신 분들을 모아 놓고 글로 읽어도 될 이야기를 하는 건, 역시 낭비겠죠.]‘……?!’
아뇨? 낭비라뇨?
구구절절 각주까지 읽어 주셔도 열심히 들을 자신 있는데요?
[한 가지 이야기만 하고 내려갈까 합니다.]백 가지 이야기를 해도 모자랄 판에 하나를 어찌 골랐나 생각하는 찰나, 이은호가 ‘물었다.’
[회사란 무엇인가.]근본적인 주제였다.
답도 없는 데다 주관적인 이야기.
직원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이은호가 맨 앞 테이블에서 턱받침을 하고서 집중하던 한 소녀를 가리켰다.
[관리국 하로나 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포인트. 그러니까 돈으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우리 회장님?]‘우, 우리 회장님?’
하로나의 말에 미 대리가 황당한 얼굴을 하는 것도 잠시.
짧은 문답이 이어졌다.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흐응?] [적자인 회사도 있을 수 있고, 연구 개발만 하는 회사도 분명 존재할 테니 말입니다.]‘틀렸나 보네.’
다음으로 이은호의 눈길이 향한 건 옆 테이블의 더벅머리 사내. 무려 스스로 손을 든 자였다.
[형님 병아…… 아니, 회장님!] [예. 영업국 순식(瞬息)님?] [역시 상품 아닐까요? 좋은 영업은 좋은 상품에서 시작한다. 전설적인 ‘올해의 사원’의 명언이거든요.]사내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좋은 영업은 좋은 상품에서 시작한다.
저거, 영업국의 우수 사례 책자에서 봤다.
아마 그 말을 한 사람이…….
‘회장님이잖아?’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필수 조건은 아니니까요.]아부성 발언이 정답인가 했더니, 아니었다.
[제가 살던 곳에는 돈 대신 자선 사업이나 종교 단체, 학술 등을 맡아 하는 비영리 기업도 존재했고요.]모든 세상에서 통용되는 것.
회사가 돌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
[회사는 무엇으로 돌아가는가.]지금껏 제가 보아 온 회장님이라면, 정답은…….
[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사람.’
[일하는 사람. 즉, 직원 말입니다.]이은호는 그런 회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었던 사람.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사람.
직원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를 직원들보다 더 잘 아는 사람.
그런 그가 딱-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앉아 있는 모두의 눈앞에 스크린이 하나씩 떠오른다.
[직원을 위한 회사를 만들겠습니다.]「신규 복지 정책」
「개인별 연봉 협상 결과」
「공통 근무 규칙(개정안)」
그야말로 혁신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새로운 사규.
[직원에 의한 회사를 만들겠습니다.]「이달의 정책 – 인사/영업/상품/관리 등 전 부야를 망라한 익명 제안 시스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익명 투표로 매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간 큰 아이디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회사를 만들겠습니다.]「우리사주 – 자동 청약(완료)」
「보유 지분 – 0.001%」
주주들에게서 빼앗았다는 주식을 전 직원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미친 배포까지.
‘……!’
‘진짜야 이거?!’
모두의 입이 뻥끗거리기만 했다.
감동할 여유조차 없는 경악.
우주에서 가장 고요한 카오스 속에서, 이은호는 홀로 말했다.
[이 회사는,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밤하늘에 홀로 빛나는 별처럼 웃으며.
[그러니, 같이 갑시다.]* * *
펑-!
퍼엉-!
어두워지는 하늘에 폭죽이 터진다.
오색찬란한 폭죽이 수놓은 건 다름 아닌 왕관.
그리고…….
[호멘!] [호멘!] [호멘!] [호멘!] [호멘!]……
내 얼굴이었다.
그것도 마치 부처님처럼 세상을 다 가진 듯 온화하게 미소 짓고 있는.
……맙소사.
[지은 씨, 설마 저런 것까지 준비하신 겁니까?] [아, 아니에요! 제가 준비한 게 아니라…….]기겁해서 묻자 주최 측이 준비한 폭죽이 아니란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캐물으려는 찰나.
달그락-
테이블을 떠나지 않고 앉아 있던 직원들이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하나씩 꺼내 들었다.
[저건…….]그러더니 주섬주섬 꺼내든 건 1m는 될 법한 정사각형 보드.
하나씩 머리 위로 들어올린 보드는 알록달록 했다.
촤르르르르르-
흰색. 흰색. 흰색. 파란색. 파란색. 파란색. 다시 흰색…….
하나씩 놓고 봤을 땐 뭔가 싶었다.
하지만, 보인다.
수만 개의 보드가 물결처럼 모여 만들어낸 커다란 그림.
아니, 글씨가.
호-멘.
[[회장님! 즉위 축하드립니다!!]]십만의 직원들이 외치는 우렁찬 축하가 광장이 떠나가라 울린다.
[직원들이 은호 씨 몰래 준비한 거예요.] [예? 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비서실에서 총대 메고 진행했나 봐요. 저거 만드느라 계속 야근했다던데.] […….]당황했다.
‘……야근 줄이자고 그렇게 말했는데.’
이런 의미 없는 일을 하느라 이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다니.
당황스럽고, 또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하하…….]마음이 고마워서.
다신 이런 일 못 하도록 한 마디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감사……합니다.]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어서.
그게 시작이었다.
“축하해요 아저씨!”
“은호 청…… 아니, 아니지. 회장님! 잘 부탁드립니다요!”
“이은호 X나 멋있는 거 알지?!”
[형님이 최고십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회장님!]꽃다발과, 폭죽과, 축하가 폭우처럼 쏟아진다.
[감사…….] [이은호! 아니, 회장님! 즉위 축하해!] [이거, 이제 병아리라고 하면 안 되겠는데요? 경축드립니다, 회장님-!] [축하합니다. 여기, 선물.]끝이 없다.
꽃과 선물에 가려 눈앞이 보이지도 않을 지경.
심지어 정신없는 와중, 익숙한 알림까지 들려왔다.
– 띠링!
‘음?’
갑자기?
[특명, ‘혁명의 완성’ 완수!]불가살을 해치우고도, 회장실을 차지하고도, 지분을 얻어 주주들로부터 독립하고도 완료되지 않았던 마지막 특명.
그게 갑자기 완수되었다.
‘뭐 아무 것도 안 했는데…….’
그리 생각했는데.
【3】혁명의 완성
– 혁명을 완성하라
‘……아.’
깨달았다.
혁명의 진짜 ‘완성.’
‘그 조건이 이거였나.’
전 직원의 온전한 인정.
그리고 제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일터를 믿고 맡길 만큼의 신뢰를 얻는 것.
그게 피 흘려 일으킨 혁명의 마지막 한 걸음이었던 모양.
‘……그래. 그게 맞지.’
[히든 미션, ‘혁명(革命)’ 완료.] [오랜 싸움 끝에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세계가 손에 쥐어집니다.]펑!
퍼엉-!
[어? 폭죽 남았었어?] [다 썼는데?] [됐어. 예쁘면 됐지 뭐!]메시지가 떠오른다.
하나하나 떠오를 수록 폭죽이 터진다.
노을 져 어두워지던 하늘이 밝아진다.
……
밝아지고, 또 밝아진다.
마치 우리의 미래처럼.
“……러니까 오늘은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셔야 된다구요!”
“그럼 바로 2차 시작하시죠!”
“아저씨! 건배사 하고 올 거예요? 갔다가 우리 테이블로 오는 거 알죠?”
[거기 꼬맹이! 무슨 소리야? 우리끼리 쌓은 정이 있는데. 여기로 와야지!]오늘도 할 일이 많다.
국장들 임명도 해야 하고, 구조 조정 진행 중인 지구를 어떻게 처리할 지도 정해야 하고, 아직 비어있는 건물들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전부 다. 순서대로 돌겠습니다.]“엑?! 테이블 전부 다요?”
“힉?!”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남은 이야기는…….’
내일이 또 있으니까.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