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309
외전 2. 아이들의 선물(1)
“선물할꼬야!”
“선물?”
“웅! 삼촌한테!”
웨이는 뜬금없는 김율의 선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 꽃 안 줘짜나!”
“아, 즉위식 때?”
“구니까 오빠도 가치해!”
‘아아.’
즉위식 때 회장님한테 쏟아지던 꽃다발이며 선물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삼촌 선물 쥬고 시픈데…….’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율이를 기억한다.
‘여태 고민했나 보네. 보자, 복지 포인트가…….’
음. 충분하다.
이걸로 엄청 비싼 선물을 사고, 꼬맹이 것도 하나 사 주자.
그럼 깜짝 놀라겠지.
보나 마나 ‘오와아!! 웨이 오빠 최고!’ 하며 기뻐할 것이다.
“그래. 같이하자.”
꼬맹이한테 오랜만에 멋진 모습을 보여 줄 때다.
그리 생각한 웨이가 당당하게 턱끝을 치켜들고 답했다.
“뭐 할 건데?”
“당연히—!”
그러자 눈을 반짝이며, 조그만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팍! 치켜들며 외치는 율이.
“쪼코!”
“……쪼코?”
“만들 꼬야!”
“마, 만든다고? 선물 안 사고?”
예상 못한 계획에 당황한 웨이가 말을 더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허리춤에 손을 얹고 당당하게 외치는 율이.
“웅! 우리 쪼코 케이크 만들쟈!”
초코 케이크.
율이가 하도 초콜릿을 좋아하는 통에, 요리사 아저씨가 몇 번 만들어 주는 걸 보긴 했는데.
“우리끼리? 케이크를?”
“율이 할 수 이써. 웨이 오빤 내 조수야!”
“조, 조수?”
멋진 모습을 보여 주려고 했는데…….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게 바로…… 인생?’
그렇게 웨이가 씁쓸한 마음을 안고 고개를 끄덕이자, 율이는 기다렸다는 듯 ‘일루와!’ 하며 웨이의 손목을 붙잡고 후다닥 뛰었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복지국 건물에 새로 만들어진 ‘쿠킹 스튜디오.’
“여기 아직 오픈 안 한 거 아냐?”
“요리사 아저씨한테 말하니까 열어 줘써!”
새로 생긴 복지국은 신기한 건물을 많이 지었다.
사방이 뻥 뚫린 마사지샵이라거나 도서관, 놀이 공원, 키즈 카페 같은 것들.
쿠킹 스튜디오도 그중 하나였는데, 어린이들을 위해 칼이랑 불이 없는 조리 공간을 마련해 둔 것이다.
“요기 재료!”
“오! 이거면…….”
웨이가 제 키에 꼭 맞는 조리대 위에 산처럼 쌓여 있는 재료들을 둘러봤다.
초코 케이크 믹스. 우유. 계란. 생크림. 설탕. 초콜릿…….
게다가 삐뚤빼뚤하게 적혀 있는 레시피까지.
“되겠는데?”
“그치? 나 열씨미 배워써!”
“이거, 레시피는 직접 쓴 거야?”
“응응! 잘 해찌?”
“잘 했네.”
열심히 글 공부를 하더니.
공부한 보람이 있다.
그리 칭찬하자 율이가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까치발을 들고 뭔갈 더 꺼내왔다.
“자- 구럼 앞치마부터 해야대! 율이가 해 주께!”
그러더니 빨간 앞치마를 꺼내 와서는 웨이의 몸에 둘렀다.
“켁…… 목 말고 허리에 묶는 거…… 아냐?”
“앗! 그런가?”
비록 목이 졸려 죽을 뻔하긴 했지만…….
“쟈! 시작하께! 위험하니까 내가 말하눈 거 말고 절때 손대면 안대, 아라찌?”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큰 걱정 없이 시작했는데.
“끙…… 요고…….”
“뜯어 줄까?”
“괜차나요, 조수님!”
가루가 든 봉지를 제대로 뜯지 못해 낑낑대더니.
지익-
푸화아아앗-!
제 얼굴에 쏟아 버린 율이.
“에-취!”
“어, 어떡해? 요리사 아저씨한테 다시 달라고 할까?”
“괜차나! 가루 마니 남아써!”
……그때 알아챘어야 했다.
이 쿠킹 클래스가 절대 평화롭게 끝나진 않으리라는 사실을.
“다음은 계란을 넣어야 해요-!”
“계란 깰 수 있어?”
“아빠가 계란은 이마에 대고 깨는 거라고…… 깍!”
“힉! 깨졌잖아!”
“누, 눈이 안 보여!”
“뜨지 마! 감아!”
계란을 제 이마에 깨 버린 탓에 얼굴이 날계란으로 범벅이 되고.
“후…… 다음은 우유지? 내가 할게. 줘 봐…… 가 아니라! 멈춰!”
“어? 넘쳤다!”
“……?!”
“갠차나, 덜어 내면 대!”
우유를 왕창 부어서 넘쳐버리질 않나.
“반죽 비비쟈!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뭐야, 그 노래는?!”
요상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고사리손으로 반죽을 젓지를 않나.
“앗! 또 튀었잖아!”
“닦아죠!”
“읏!”
제 얼굴에 묽은 반죽이 다 튀어서는, 닦아 달라 뻔뻔하게 눈을 감고 얼굴을 들이밀지를 않나.
“마, 마지막으로 닦아 주는 거야!”
“꼬마오~”
그 뒤로도 마찬가지였다.
우당탕탕 떨어지는 각종 집기들.
이리 튀고, 저리 튀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몰골.
“전자렌지 돌려찌? 그럼 꾸미쟈!”
“바로 해도 되는 거야? 여기, 1시간 낮잠 잔다고 돼 있는데…….”
“돼써, 돼써. 율이 안 졸려!”
삐뚤빼뚤 적어 온 레시피는 무시.
아마 용량인 것 같은 숫자 같은 것도 무시.
이거, 이렇게 만들어서 진짜 케이크가 되긴 하는 건가.
웨이는 뭔가 미심쩍었지만, 일단 꼬맹이 말을 따랐다.
‘거의 다 끝났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안일한 판단.
쬐끄만 손으로 크림이여 반죽을 쪼물딱거리는 게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넘어가 버린 것이다.
“요고 크림은 요리사 아저씨가 만들어 준 건데…….”
“바르면 돼?”
“웅! 같이 바르쟈! 이게 끝이야!”
하지만 웨이는 몰랐다.
그때라도 멈췄어야 했다는 것을…….
* * *
케이크가 완성됐다.
온갖 토핑을 더하고, 맛있는 건 다 때려 넣었다.
심지어 꿈은 창대했던 율이의 고집으로 귀여운 곰돌이 모양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물은…….
고오오오오—
곰돌이가 아니라 화산.
까맣게 썩은 용암이 흘러내리는 화산이었다.
바둑알보다도 검고, 도박장 아저씨들이 뱉는 가래보다도 탁한 초콜릿이 울룩불룩한.
‘완전 망했잖아!’
지옥에서 온 악마 케이크.
그래. 딱 그런 느낌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기포 가득한 초코 크림을 용암처럼 쏟아붓지 말았어야 했나?
아니, 애초에 곰돌이 모양을 만들겠다 욕심부려서인가?
흰색 생크림을 부어 만든 눈코입이 일그러져 악마의 형상이 되지만 않았어도…….
“오빠아…….”
절망한 웨이의 앞에서 꼬맹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쬐끄만 머리가 툭, 떨어졌다.
‘!!’
이런.
뭐라 말을 해야 한다.
제일 충격받은 건 자기가 아닌 꼬맹이일 테니까.
“여, 열심히 만들었잖아.”
“이거…….”
움찔!
율이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우나?
설마 우는 걸까?
“내, 내가 바보라서 그래! 그, 요리사 아저씨한테 말해서 다시 만들면…….”
우는 건 절대 보고 싶지 않다.
맨날 바보같이 웃기만 했으면 좋겠다.
그 마음으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횡설수설 떠드는 찰나.
“채고야!”
번쩍! 고개를 드는 율이의 얼굴.
“엄청 찐한 초코! 초코 바다 같아! 크~~~ 율이 케이크 천재인가바!”
“어, 어?”
우는 게…… 아니었다?
“곰돌이보다 초코 바다가 더 죠아! 꺄~~~!”
아니, 울긴커녕 꼬맹이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완죤 맛이써 보여! 내가 머그까?”
“이…….”
이 지옥에서 온 악마의 케이크가 맛있어 보인다고?!
……라고 말하려던 웨이가 서둘러 입을 틀어막았다.
“그, 그럴래?”
그러자 ‘후움.’ 하며 혼자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율이.
“그, 그래. 네가 좋으면 그냥 네가 먹는 것도…….”
“아냐! 조은 거 혼자만 다 가지면 욕심쟁이래써.”
“아…….”
아냐, 꼬맹아.
이거 좋은 거 아니야.
……라고 말하려던 웨이가 다시 입을 틀어막았다.
“삼촌 갖다줄래! 율이 삼촌 조아하니까!”
짧은 고민을 끝낸 율이가 또다시 환하게 웃으며 외쳤기 때문에.
“그래. 네가 좋음 됐지.”
“히잉, 두 개 만들걸.”
율이가 제 손가락에 덕지덕지 묻은 초콜릿을 쪽쪽 빨아 먹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우스워 저도 모르게 말했다.
“넌 진짜…….”
“웅? 나 모?”
“…….”
귀엽다고.
* * *
다시 돌아온 회장실.
숨바꼭질 능력으로 키득거리며 숨어 있던 율이와 웨이가 요란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쨘- 초코 케이크!”
“선물이에요!”
오동통한 볼따구에 덕지덕지 붙은 초콜릿의 흔적.
머드 축제에 다녀온 듯 넝마가 된 앞치마.
씻은 것 같긴 한데 여전히 찐득거리는 손바닥.
‘요리를 한 것 같긴 한데.’
[이게 초코…… 케이크?]“녜!”
지옥에서 올라온 괴수가 아니고?
“웨이 오빠랑 만들어써!”
[하하…… 너무 맛있겠네.]프로의 마음으로 표정 관리를 했다.
절대 입에 넣고 싶은 비주얼은 아니었으나, 손수 만들어온 아이들의 마음이 워낙 귀여워서.
‘잘라 보면 괜찮을 지도…….’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무시무시한 케이크를 다시 살폈다.
고오오오오오—
엄청난 기세에 눈이 팔려 아깐 못 알아챘지만, 자세히 보니 초콜릿이 맞긴 했다.
케익 시트 주변으로 까만 초코 크림을 들이붓듯 해서 형체가 엉망이 되어서 그렇지.
‘음?’
그러다 발견한 한 가지.
[여기 사이사이에 껴 있는 건 뭐야?]“그거 힘내 쿠키!”
[힘내 쿠키?]초코 크림 사이사이로 익숙한 스낵 조각이 보였다.
베이지색의 바삭거리는 재질.
이건 분명, 내가 아는 그 스낵이다.
‘기력 회복용 스낵.’
주주들의 모임에서 처음 먹었던 스낵.
율이가 하도 좋아하기에 한 박스 챙겨 줬는데.
[그걸 안 먹고 삼촌 준 거야?]“웅웅!”
벌써 질렸나?
그렇다기엔 너무 좋아했었는데.
율이도 변덕스러운 걸 보면 애는 애구나- 그리 태평하게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아빠가 삼촌 힘들대써. 일 어-엄청 많다구. 그래서 힘 내 쿠키 넣어써!”
아니었다.
[어…… 삼촌 힘들까 봐, 힘 내라고?]“웅! 쿠키랑 쪼코 먹으면 힘 나! 그니까 두 개 같이 먹으면 삼촌도 완전 힘 날꼬야!”
[!!]애들이라고 모르지 않았다.
그 좋아하는 간식을 양보할 만큼.
‘일이 좀 많긴 했지.’
즉위식 이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긴 했다.
하지만 내 말 한마디만 목 빠져라 기다리는 직원들이 있다.
의사결정 하나에 몇만 명의 생계가 왔다갔다 했다.
그리 생각하니 쉬고 싶어도 도무지 쉴 수가 없었다.
‘티 안 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이 꼬마들의 눈에도 보였던 모양.
[고맙다, 율아.]나이가 들었나.
왠지 코끝이 찡해져서 율이 머리를 툭, 쓰다듬듯 만지고.
“웨이도.”
나머지 손으로 웨이의 머리를 쥐고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엄청 마시써 보여! 가치 먹쟈아-!”
[그래, 그러자.]“눈알은 율이 먹어 두 대?”
[눈알이 있어, 여기?]“웅! 요기!”
헤실거리며 조잘대는 율이에게 맞장구를 치며 시계를 살폈다.
지금 시각이 오후 5시.
조금 이르긴 하지만…….
[오늘은 삼촌이랑 같이 저녁 먹을까?]“꺅! 죠아!”
“……! 좋아요.”
이른 퇴근을 해 볼까.
[가자, 가자~]“녜!”
과도한 업무와 쏟아지는 긴장감에서 처음으로 벗어난 순간이었다.
그래서, 아주 약간 들뜨기도 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웅! 요고!”
[케익은 간식이잖아. 밥은?]“우움…….”
아이들을 챙겨 나가느라 문 단속을 하지 않았단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스읏-
스슷-
그렇게 약간의 방심이 만들어 낸 틈 사이.
두 개의 자그마한 그림자가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선물?] [우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