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64
Chapter 14. 인성 검사(4)
쌔액-!
그와 동시에 휘두른 검에서 날카로운 바람이 부메랑처럼 쏘아져 나갔다.
백사(白蛇)의 가죽을 매끄럽게 찢어 내는 한 줄기 바람.
하지만.
「99.3%」
「100.0%」
쉽게 깎은 체력은 쉽게 채워졌다.
예상했던 대로.
“공격해 봤자 안 통해! 바로 회복한다고!”
“알아.”
“그럼 왜……!”
그 순간, 노란 머리의 눈을 노리려던 뱀이 머리를 내 쪽으로 돌렸다.
마주한 눈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오고, 쉭쉭거리는 혓바닥이 입맛을 다시는 모양이었다면 지나친 망상일까.
“검풍!”
먹잇감을 앞에 둔 순백(純白)의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는 공격을 내지른 이유가.
타앗-!
도망치기 위해서-라고 하면 이상하려나.
“검풍!”
휘두르고, 뛰었다.
넓은 원통 안을 가로로, 세로로, 대각선으로 왔다 갔다 하며.
그리고 또 간간이 칼날 부리 검을 찔러 넣었기도 했다가.
샤아아아아아-!
놈이 잡았다는 듯 뾰족하게 갈라진 선홍빛 혀를 내민다 치면.
타앗-!
왔던 길을 되돌아 도망쳤다.
놈의 몸인지 꼬리인지를 피하고, 밟고, 뛰어오르며.
“뭐 하는 거야, 지금! 공격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지, 왜 화를 돋워?!”
“다 됐어.”
“뭐가!”
그리고, 마지막 한 방.
탁! 탁! 타닥!
벽 곳곳에 박혀 있는 블록을 밟고 뛰어올랐다.
역시나 발 없는 몸을 움직여 열심히 쫓아오는 놈.
착실한 추격자를 확인한 후 뒤돌아, 벽을 타고 올라오는 뱀의 아가리를 피해.
타악-!
뛰어내렸다.
둥글게 말린 뱀의 몸통 중앙으로 쏙.
그러자 낙하하는 번지 줄처럼 꼿꼿하게 쫓아 내려온 백사.
샤아아아아아-!
벌린 입에서 독이 뚝뚝 떨어졌지만.
치지지지직!
석화한 오른팔을 들어 막고는 놈의 뱃가죽 아래 틈을 찾아 겨우 빠져나왔다.
놈은 예상대로 죽어라 내 뒤꽁무니를 쫓았다.
하지만…….
빠득!
둥글게 말린 몸에 제 머리가 걸렸다.
마치 제 꼬리를 둥글게 감아 목도리라도 한 듯한 모습.
샤아아아아!
분노한 놈이 아가리를 쩍 벌리고 머리를 빼내려 요동쳤지만.
빠득-!
그러면 그럴수록 매듭은 점점 강해질 뿐.
“묶었어? 묶은 거야, 지금?!”
“그럼 내가 왜 힘들게 뛰어다녔겠냐.”
“무서워서 도망 다니는 건 줄 알았는데……!”
일단 혼자 살겠다고 구석에 숨어서는 입을 쩍 벌린 노란 머리는 무시하고.
저벅.
침 튀기듯 독을 튀겨 대는 뱀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부릅뜬 노란 눈깔에 내가 비칠 정도로 다가갔을 때.
캬아아아아악!
뱀이 날 통째로 잡아먹고야 말겠다는 듯 아가리를 쩍 벌렸고.
나는.
“가속! 석화!”
뼛속까지 단단하게 굳어 버린 오른팔과 오른발을 쑥 밀어 넣었다.
그와 동시에.
[다량의 독(毒)에 노출되었습니다!]치지지직-!
입천장에서부터 독이 뚝뚝 떨어지고, 오른쪽 신발 밑바닥이 타들어 갔지만.
[석화(石化)의 영향으로 독성이 체내에 침투하지 않습니다!]나한텐 랜덤 박스와 골렘이 선물한 돌덩이가 있고.
“소환.”
연쇄살인범이 남긴 무기가 있으니까.
탕! 탕! 탕! 탕! 탕…….
금빛 정신력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녀석의 신체 중 가장 연한 부위에, 총알을 대신해서.
몇 발인지 세지도 못할 정도로 쏘아 댄 총.
그게 모이고 모여서.
째깍-!
누적된 시간만큼의 고통을 한꺼번에 선사했을 때…….
[백사(白蛇)가 행동 불능 상태에 빠졌습니다!]순백의 가죽이, 샛노란 눈깔이, 선홍빛 혀가 윤기를 잃었다.
[경기 재개 불가!] [‘협력’ 미션을 조기 종료합니다!]* * *
[……이상으로 보고를 마치겠습니다.]하로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승은 참았던 숨을 뱉었다.
발표는 상사가 하는데 왜 제 목이 이리 타는 걸까. 도통 알 수가 없다.
[…….]회의실 안은 요란한 적막으로 가득했다.
요란한 건 모두의 머릿속이 제각기 이해타산을 따지느라 바빴기 때문이요, 적막한 건 그 모두를 합한 것보다 한 사람의 말 한마디가 더 중했던 탓이다.
[그래서.]하늘만큼 드높고 대지만큼 묵직한 음성이 공간을 울렸다.
여기 모인 모두의 하늘이자 땅인 상사의 한마디가.
[센터와 척을 질 만큼 가치 있는 놈이더냐.] [그건…….]저를 향한 질문에 뭐라 뻐끔대던 하로나가 입을 닫았다.
국장의 옆에 앉은 처장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기 때문에.
괜한 얘길 꺼내서 일을 키우지 말라는 뜻이겠지.
[믿을 수 없구나. 고작 대상자 하나를 지키겠다고 센터장의 요청을 거절해 달라니.] [지키려는 게 아니라…….] [관리자 하로나(訶魯那)!]가만 보던 처장이 하로나의 말을 막았다.
감히 일개 관리자가 하늘 같은 국장의 말에 토를 달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나.
[!!]정작 국장은 손을 들어 건방진 관리자가 아닌 처장을 저지했다.
[무어냐. 지키려는 게 아니라면.]그러고는 계속해 보라는 듯 말없이 쳐다보기까지.
[저들이 원하는 건 고작 대상자 하나가 아닙니다. 분명 이를 시작으로 관리국의 권한을 하나씩 가져가려는 속셈일 겁니다.] [그건 지나친 비약이 아니냐.] [고작 대상자 하나 얻겠다고 센터장이, 그것도 직접 공식 요청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흐음.
국장이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궁금하구나.]바위산 같은 얼굴에 옅은 호기심이 퍼졌다.
[어떤 재주를 가졌기에 하나같이 손안에 두려 하는지.] [노, 놓쳐선 안 될 인재입니다! 국장님께서도 한 번 보시면 아실 겁니다!]눈치 빠른 하로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고.
[정녕 너의 의견이 그러하다면.]그 덕에.
[지키거라.] [!!] [그리고 증명해 내거라. 놈의 가치를.]얻어 냈다.
원하는 바를.
직접 발굴해 키운 대상자를 빼앗기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그렇지 않으면 내, 너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니.]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국장님!]소녀가 몸을 접어 인사했다.
갓 피어난 꽃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하지만, 바로 그때.
삐───익!
[?!] [이게 무슨 소리야?!]지금 이 시점에 들려선 안 될 불길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주의!】
【미션 집행 방해 발생!】
절대 들려선 안 될 소식이 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증명 프로토콜이 중단되었습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상자 ‘이은호’에게 페널티를 부여합니다!】
……겨우 인정받은 대상자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는 소식이.
[하…….]갓 피어난 소녀가 욕지기를 삼켰다.
물론, 속으로.
* * *
[‘협력’ 미션 성공!] [미션 보상 1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보상을 확인하세요!]미션이 끝났다.
그러니까, 미션은 말이지.
“뭐, 뭐 하는 거야, 지금?!”
노란 머리가 벽에 기대 주르륵 미끄러지다 말고 벌떡 일어섰다.
미션이 다 끝났는데도 날카로운 장검을 치켜드는 내 모습에 놀란 모양.
“너 말고.”
안심하라는 의미에서 한마디 던져 주고는 고개를 돌렸다.
‘해체’ 작업에 돌입해야 할 백사에게로.
“몸에 그렇게 좋대.”
“……뭐가?”
“뱀.”
“……어?”
푸욱-!
말을 잃은 노란 머리를 뒤로하고, 총상에 너덜너덜해진 머리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찔러 넣었다.
안 익은 고기를 끊어 내듯, 슬겅슬겅 찔러 들어간 검.
온 힘을 다해 겨우 눈 사이를 반으로 갈라내자.
[백사(白蛇)를 처치하였습니다!]삐───익!
두개골을 울리는 이명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주의!] [긴급 안내 사항 발생!]“어? 뭐야?”
“갑자기 뭔 안내 사항?”
“설마 또 골렘 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니겠죠?”
이번엔 또 무슨 재앙을 선물하려나 싶어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들려온 건.
[대상자 ‘이은호.’ 미션 집행 방해로 인해 페널티가 부여됩니다.]‘……나?’
‘미션 집행 방해’라는 거창한 죄목과.
[1시간 동안 시야가 차단됩니다.] [1시간 동안 시스템 메시지 외에는 들을 수 없습니다.] [1시간 동안 모든 발언이 묵음 처리됩니다.]어처구니없는 벌칙.
【‘관리국 까마귀’가 말도 안 되는 처사에 분노합니다!】
【‘대외협력국 신입사원’이 이 채널은 왜 이렇게 페널티가 많냐고 의문을 표시합니다!】
【‘조사국 브레인’이 한창 재밌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눈살을 찌푸립니다!】
【다수의 참관자가 답답한 전개에 분노를 터뜨립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고?’
이게 무슨 개소린가 싶어 욕지기를 내뱉었지만.
[상태 이상, 불언(不言)에 빠집니다!]“☒☒!”
내 입에선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상태 이상, 불문(不聞)에 빠집니다!]— !
소리가 사라졌다.
세상에 존재하던 모든 소리가,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안내 방송을 듣고 경악한 일행들의 말도 전혀 와닿지 않았다.
입만 뻐끔거릴 뿐.
‘이런……!’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태 이상, 불시(不視)에 빠집니다!]깜빡!
감지도 않은 시야가 감은 것처럼 사라졌다.
‘!!’
내 손에 쥐어진 칼날 부리 검의 감촉도 그대로.
검날이 잘라 낸 뱀 머리의 뻑뻑함도 그대로.
냉혈동물 특유의 비릿함이며, 뒤늦게 올라오는 혈향(血香)도 모두 그대로인데.
깜깜하다.
아래도, 위도, 옆도, 뒤도.
오직 어둠뿐.
‘이건…….’
모든 감각이 방향을 잃었다.
가만있어도 아래로, 아래로 꺼지고 있는 기분.
나도 모르게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렸지만, 그것조차 아무런 소리도, 감각도 느껴지지 않아 몸서리쳤다.
결국엔 방금 전까지 내가 느꼈던 모든 감각이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에 이르렀을 때.
“……호 씨!”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아 흔들고.
— 화아앗!
유리창을 거쳐 부서지듯 들어온 햇빛이 얼굴을 뒤덮고.
“……슨 일이에요?!”
“……니이이이임!”
탁! 저벅! 깡! 쨍그랑!
……따위의 시끌벅적한 소음이 머릿속을 파고드는 것과 동시에.
— 띠링!
나에게만 들려오는 추가 메시지.
[대상자 ‘이은호.’ 전용 특성 반골(反骨)의 영향으로 페널티가 해제됩니다!] [시야가 밝아집니다.] [청력을 회복합니다.] [발언권을 되찾습니다.]빛과 소리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와르르.
장마 날 내리는 장대비처럼, 파묻히고 푹 적셔질 정도로 와르르.
“듣도 보도 못하는데 미션을 어떻게 해?!”
“이런 X 같은 시스템!”
그리고, 그 X 같은 시스템에게서는.
[축하합니다!] [특성 전용 칭호, ‘명령 불복종’을 획득합니다!]오히려 하나 얻어 버렸다.
‘명령 불복종’이라는, 거창한 칭호를.
‘명령 불복종?’
[‘명령 불복종’ 칭호의 효과로 페널티가 베네핏으로 작용합니다!] [지속 시간은 1시간.] [상태 이상 불시(不視), 불문(不聞), 불언(不言)이 반작용(反作用)합니다.]페널티가 베네핏이 되다니.
작용이고 반작용이고, 말장난 같은 방송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싶어 미간을 찌푸렸다.
‘반작용이면, 반대로 작용한다는 건가?’
그러나 찬찬히 해석할 시간도 주지 않고 곧장 쏟아지는 메시지.
[사물의 핵(核)이 보입니다.]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들립니다.] [발언이 힘을 얻습니다.]그리고 그 능력으로 바라본 시야의 저편에는.
“……어?”
잠깐만.
이 뱀…….
뱃속에 뭘 저렇게 숨겨 놓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