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Academy’s Battle God RAW novel - Chapter (84)
제84화
횃불로 밝혀진 공동.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선 몽환의 성에 설치된 트랩을 전부 해제해서 열어야 했다.
“제게…… 이 몽환의 성은 주인님의 명령을 지키기 위한 요새. 주인님께서 돌아오신 이상. 제게 이런 성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릴리스는 스미레의 옆에 찰싹 붙어. 스미레만을 바라보았다. 스미레는 부끄러운지 볼을 긁적거렸다.
“네? 아, 그, 그래도 제가 라플라스 님은 아닌데…….”
“아뇨! 스미레 님은 그분의 힘을 이으신, 명백한 저의 주인님! 이제부터 제가 스미레 님을 극진히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고압적이었던 릴리스는 스미레를 보자 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후후, 주인님이 돌아오시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주인님께서 맡기신 보물들은 제가 전부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릴리스의 눈에서 듬뿍 묻어나오는 애정. 스미레가 헤헤- 거리며 슬며시 웃자.
사쿠라는 세이지의 귀에 작게 소곤소곤 귓속말을 했다.
“……그러니까. 이제 스미레가 서큐버스의 주인이라는 거야? 덕분에 공략을 성공했고?”
“하하, 다 설명하려면 길지만……. 간추리면 그렇지?”
세이지가 웃자. 사쿠라는 흐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정말 제법이잖아? 5급 보스가 학생의 사역마라니. 저엉말~ 대단하네~”
마치 서큐버스가 들으라는 듯, 빈정거리는 사쿠라.
“……마치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 같군.”
서큐버스는 눈을 흘겼지만 사쿠라는 가볍게 무시하고 스미레를 옆에서 끌어안았다.
“스미레~ 고마워~! 나, 네 덕분에 살았어!”
“네? 아, 아니에요! 모두가 힘을 모은 덕분인 걸요!”
“에이, 난 별로 한 것도 없어. 괜히 이 멍청하고 둔해 보이는 서큐버스한테 당하기나 했잖아?”
뒤끝이 강한 사쿠라가 검지로 서큐버스의 몸을 꾹꾹 찌르자. 서큐버스는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하지만 릴리스는 스미레를 위해 기꺼이 굴욕을 참아냈다.
“……이곳입니다. 주인님.”
도착한 장소는 책상이 놓인 너무나도 평범한 방. 서큐버스는 책장에 꽂힌 일기장을 꺼내왔다. 스미레와 반응해서 빛을 내는 일기장.
사아아악!!
릴리스는 스미레에게 일기장을 내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께선 이 일기장을 꼭 지켜달라고 하셨습니다.”
“이, 이건…….”
툭.
스미레가 일기장을 건드리자. 일기장은 점점 더 강하게 보라색 빛을 뿜었다.
‘화, 확실해……. 이건 분명 두 번째 편린이야.’
탁.
스미레가 손으로 일기장을 건드리자. 일기장은 더욱 강하게 보라색 빛을 뿜어냈다.
사아아!!
마치 빨려 들어가듯 일기장의 빛은 스미레의 손끝을 타고 흡수됐다.
팟!
[포켓에 저장된 정보로 언어를 해석중 입니다.] [해석이 끝났습니다.] [해당 물건은 (마녀의 편린-라플라스의 일기장)입니다.]지금의 상황을 상세하게 홀로그램으로 설명하는 포켓.
[마녀의 두 번째 편린. (라플라스의 왕좌)를 스킬로 얻었습니다.]스미레가 모든 힘을 흡수하자. 일기장은 빛을 잃었다.
“……제 역할은 여기서 끝. 저의 처우는 이제 주인님에게 맡기겠습니다.”
릴리스는 그렇게 말을 하고 스미레에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스미레가 어떤 명령을 하더라도 릴리스의 충성심이 흔들릴 일은 없었다.
스미레는 신유성을 보며 도움을 청했다.
“유, 유성 씨…….”
다행히 릴리스가 살고 있는 던전은 도시와 멀리 떨어진 몽환의 성. 생각을 마친 신유성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을 협회에게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하겠지.”
사쿠라는 무릎을 꿇은 릴리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흐응. 하긴, 이렇게 지성이 있는 녀석을 죽이면. 잠자리가 찝찝할 거야. 말을 잘 듣겠다고 맹세하기도 했고~”
웬일인지 릴리스의 편을 들어주는 사쿠라. 세이지는 마냥 호쾌하게 웃었다.
“난 무조건 너희 선택을 따를게! 이번 공략의 성공은 모두 너희들 덕분이니까!”
스미레가 새롭게 얻은 힘. 그리고 사역마가 된 릴리스. 지금 신유성에겐 상황을 이해해줄 협회의 조력자가 필요했다.
마침 신유성에겐 아주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다.
“좋아. 그럼 이번 일은 내가 협회장님에게 부탁드려볼게.”
신유성이 연락을 하는 사람은 권왕의 오랜 친구인 강유찬. 그는 헌터협회의 정점이었다.
“혀, 협회장!? 우와~ 너 대, 대체 정체가 뭐야?”
그런 신유성을 보며 신기해하는 사쿠라. 스미레는 웃으며 릴리스에게 손을 뻗었다.
“잘 부탁드려요. 릴리스 씨!”
주인이었던 라플라스와 헤어지고, 외로웠던 릴리스에게 스미레의 존재는 마치 구원과 같았다. 거기다 너무나 과분한 대우에 릴리스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릴리스 씨라니! 아, 아닙니다! 당신은 라플라스 님의 의지를 이으신 분! 편하게 릴리라고 불러주십시오!”
5급 보스의 위엄 따윈 안중에도 없는 모습. 초롱초롱한 릴리스의 눈빛을 바라보며 사쿠라는 한숨을 쉬었다.
“나,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 저런 강아지 같은 녀석한테 당하다니.”
릴리스의 열렬한 충성심에 스미레는 멋쩍게 웃었다.
“아, 네, 네! 리, 릴리 씨! 잘 부탁드려요!”
진정한 주인님을 만났다며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릴리스와 그걸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는 스미레.
84
신유성은 줄곧 유지했던 긴장을 풀고 마음을 놓았다.
‘5급 던전도 공략 성공이군…….’
파티장인 신유성에게 이번 공략은 스미레의 능력을 강화시키고, 전력을 보강한 절호의 기회였다.
‘스미레가 편린을 얻은 건, 잘 된 일이야. 대항전을 겪고, 탑을 오르며 더욱 강해질 수 있겠지.’
권왕의 가르침을 받고 강해질 수 있었던 신유성은 파티원인 스미레를 직접 이끌어줄 생각이었다.
* * *
쵸텐 아카데미의 포탈존.
역시나 학생들이 줄을 맞춰 도열한 와중에 세이지는 신유성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한국팀. 아니, 신유성! 이번 공략은 너희들에게 제대로 배웠다!”
열혈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소년.
세이지는 신유성을 보며 호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대항전에선 절대 지지 않을 거야. 우리 목표는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정상이니까!”
세이지가 악수를 신청하자. 신유성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맞잡았다.
“좋아. 대항전을 기다릴게.”
“흐응~ 뭔가 뜨겁네? 세이지 너 벌써 유성이랑 정이 든 거야?”
친근하게 신유성의 이름을 부르는 사쿠라. 스미레는 학생들이 가득 찬 포탈존을 슬쩍 둘러보았다.
세이지는 그런 스미레의 모습에 씁쓸하게 웃었다.
“……찾아도 없을 거야. 잇신 그 녀석. 오늘도 안 온 모양이야.”
“뭐~ 걔 성격이면 오히려 오는 쪽이 이상하지.”
옆에 있던 사쿠라가 거들자. 생각이 깊어진 스미레는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괜찮아요! 잘못한 쪽은. 저인걸요……. 저를 용서해주시지 않아도…… 어쩔 수 없겠죠.”
그렇게 말한 스미레는 애써 웃었다. 말조차 하지 않고 파티원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친 건 사실이었으니까. 잇신의 태도를 이해 할 수 있었다.
“스미레. 잇신은…….”
“그만. 좋은 날인데. 잇신 이야기는 그만하자. 둘의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
세이지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사쿠라는 타이밍 좋게 제지했다.
“……그래. 그렇겠지.”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인솔교사 야마다는 피곤해 보이는 눈을 한 채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끝난 것 같으니. 포탈을 작동시키마.”
지이이잉!
웅장한 소리를 내며 가동을 시작하는 포탈. 신유성과 스미레. 5급 던전을 공략한 주역들이 금의환향을 할 시간이었다.
* * *
이탈리아 반도 서쪽. 티레니아 해.
– 끼룩! 끼룩!
– 첨벙! 파악!
하늘에서 들려오는 갈매기의 울음소리. 철썩이는 파도 소리. 바다 위에 뜬 거대한 요트는 낙원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비앙카 아카데미의 파티원들은 휴양을 위해 요트를 탄 게 아니었다.
파티원들의 목표는 시칠리아 해협의 몬스터 헌팅. 책을 쥔 갈색머리 소녀는 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곧 시칠리아 해협에 도착입니다. 참고로 저희 목적지인 람페두사 섬은 협회가 지정한…….”
“소피아. 그런 이야기는 섬에 도착하고 하도록 할까요?”
소피아의 말을 멈추며 해맑게 웃는 금발머리의 미남. 레오 에스테는 비앙카 아카데미의 1학년 중 학년랭킹이 1위였다. 하지만 그런 실력에도 레오는 선발전에서 대표로 뽑히지 못했다. 새롭게 참전한 학생에게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지금은 서로를 소개하는 건 어떨까요? 저흰 모두 갑작스럽게 파티가 됐으니까요.”
레오는 태양의 기사라는 이명처럼 따뜻한 성격의 남자였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는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어떠신가요. 아델라 양?”
하지만 아델라는 예외였다.
돌연 한국에서 돌아와 이탈리아의 1위를 탈환한 신비한 여자. 모두를 압도하는 엄청난 실력.
아델라의 성격은 겨울처럼 차갑고, 얼어붙은 마음의 벽은 무엇보다도 단단했다. 레오에게도 대하기가 어려운 상대.
아델라가 자신의 말에도 대답이 없자. 레오는 살짝 웃으며 먼저 소개를 시작했다.
“제 이름은 레오 에스테입니다. 가문의 아티팩트인 태양검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레오가 다음 차례라며 소피아를 바라보자. 소피아는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제 이름은 ……소피아 로시. 다른 건 몰라도 이론은 자신 있어요. 학년의 수석입니다.”
아델라는 여전히 무감한 눈으로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파티라고는 해도 일면식도 없는 상대들. 아델라는 지금까지 언제나 아델라는 혼자서 행동했다. 파티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 그런데도 파티가 된 건 이유가 있었다.
‘……그게 조건이었으니까.’
기존의 학년 랭킹에서 1등과 2등이었던 레온과 소피아를 파티에 넣는 게, 비앙카의 교장과 이탈리아 헌터 협회가 아델라에게 내민 조건이었다.
그 대가는 선발전의 출전과 비앙카의 입학. 아델라는 기꺼이 승낙했다. 자신을 꺾었던 신유성과 싸울 수 있다면 이런 조건은 얼마든 양보할 수 있었다.
“……아델라 오르텐시아. 능력은 냉기입니다.”
아델라가 짧은 설명을 끝내자. 레오는 어쩐지 기분이 민망했다. 하지만 아델라는 거기에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목표는…….”
레오와 소피아를 바라보는 아델라의 눈.
“대항전의 우승.”
레오와 소피아는 아델라의 나른한 목소리에서 이상할 정도로 강한 결의를 느꼈다. 아델라는 다시 지평선으로 시선을 옮기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기 위해선…….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대항전은 혼자선 참가할 수 없었으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레오와 소피아는 그걸로 만족했는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좋아요. 모두 힘내봅시다!”
“제 이론으로는 아델라양이 합류한 이상 이탈리아의 우승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예측…….”
“이럴 땐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소피아.”
시끄러운 둘의 대화를 뒤로 한 채, 아델라는 누군가를 떠올리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