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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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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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숲과 인접한 동부의 교역 도시 칸다무어. 없는 물건이 없어, 온갖 물건들을 구할 수 있다는 야시장으로 유명한 도시다. 헌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상인들이 들락거려, 한창 어수선해져 있을 칸다무어의 시가지가 오늘따라 유독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엄마…….”
“쉬잇…!”
서둘러 아이의 입을 막으며 다급히 창문을 닫는 아낙네의 모습이 보였다. 어쩐 일인지, 칸다무어의 중앙 광장으로 통하는 대로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평소라면 흥정을 하는 상인들과 손님으로 붐볐을 도로 주변은 텅 비어 있고, 물건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가판대의 주인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집집마다 창문은 굳건히 닫혔고, 그나마 문이 열려 있는 집은 빈 집인 것처럼 내부가 휑하기 짝이 없었다.
유령들의 도시처럼 인기척 하나 없이 황량해진 거리. 그 거리 위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하나의 행렬뿐이었다.
포효하는 늑대의 형상이 그려진 푸른 깃발. 그리고 오륙 미터는 될 법한 높은 깃대를 고이 받쳐든 오우거 기수. 그 뒤를 따르는 건 네 명의 건장한 노예가 이끄는 사인교와, 살기어린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야수 같은 사내들의 무리였다.
온 대륙을 뒤져보아도 이런 특이한 무리를 끌고 다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밖에 없다. 바로, 십존의 일인인 늑대왕 가리발디였다.
푹신한 사인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가리발디는 손가락을 까딱여, 주인 없는 가판대에 놓인 사과 하나를 허공에 두둥실 띄운 다음, 간단히 손으로 잡아챘다.
아삭!
“흠. 사과가 아주 잘 익었군.”
짧은 감상평과는 달리,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멀리 내던져버린 가리발디는 멀리 광장 한가운데 모여 있는 무리를 보더니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띄웠다.
그는 유쾌하게 고개를 젖히더니, 무언가 냄새가 나는 듯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킁킁거리는 소리를 냈다.
“큼큼. 이건… 조무래기들의 냄새로군. 뭔가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이지?”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이었으나, 사인교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로건은 그의 뱃속에라도 들어갔다 나온 양, 주인의 궁금증을 곧바로 해소해 주었다.
“중앙에 있는 자는 칸다무어 헌터하우스의 마스터로군요. 김무한이라는 잡니다.”
“성향은?”
“친(親) 위원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환영인파는 아니란 말이군. 잘 됐다.”
좌우로 목을 꺾은 늑대왕이 잔혹한 미소를 짓는 그때,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늑대왕의 행렬과 마주 선 무리들 사이에선 배수의 진을 친 양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로건이 본 대로, 광장에 집결한 무리를 이끌고 있는 것은 칸다무어 헌터하우스의 마스터인 김무한이었다.
“…늑대왕.”
늑대왕의 행렬이 점점 가까워질 때마다, 김무한의 너른 이마에 어린 땀방울의 크기도 점차 굵어졌다. 비단 그 뿐 아니라, 늑대왕과 마주한 모든 이들이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무리에 낀 어떤 여자헌터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다리를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하긴, 다가오는 상대를 생각하면 오줌을 지리지 않은 게 용한 일이었다.
그들이 맞서는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늑대왕이었다. 십존 중에서도 누구보다 난폭하고 잔혹한 성정을 지녔다고 알려진 야수의 왕.
이곳에 모인 백여 명의 헌터들은 대부분이 칸다무어의 리그에 속한 상위권 클럽의 헌터들이었다.
그들도 영상수정을 보았고, 지금 대륙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똑똑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칸다무어 헌터하우스 앞으로 전달된 늑대왕의 전언 때문이었다.
‘오늘 부로 칸다무어의 리그는 폐지한다. 이 도시의 모든 레귤러는 우리가 관리할 것이며, 따르지 않는 자 죽을 것이다.’
짧고 간단한 협박이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코웃음을 치고 개소리로 치부할 만한 내용이었지만, 그 발신자가 늑대왕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군다나 도시 전역에 발레기우스의 선전포고와 시온의 난리가 알려진 지금 이 시점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늑대왕이 반군의 편에 가담했다는 것을 인지한 김무한은 대대적으로 도시의 헌터들을 소집했다. 늑대왕과 맞서 싸워 도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십존과의 대대적인 일전… 십존의 무력을 익히 아는 자라면 정신 나간 짓거리라 말하겠지만, 김무한은 믿는 바가 있었다.
바로, 헌터들 틈에 끼어 있는 백색 제복의 사내들. 이들은 연맹 직속의 무력부대, 오라클 백전대였다.
“백전대장… 이길 수 있겠소?”
“흠. 조금 있으면 그분들께서 오실 테니… 그저 잠깐, 잠깐만 시간을 버는 게 우리 역할이오. 잠깐의 시간벌이라면, 백전대로도 충분할 거요.”
“과연.”
묵직하고도 자신감이 넘치는 대답에, 김무한을 비롯해 근처 헌터들의 낯빛에 한결 안도감이 감돌았다.
리그가 폐지되고, 레귤러가 늑대왕의 관리 하에 들어간다면 칸다무어의 클럽들은 당장 일거리가 없어진 백수 신세가 된다. 특히 ‘도시를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는 상위권 클럽, 연고 클럽들의 경우엔 지금껏 쌓아온 포인트마저 잃어버릴 우려가 있었다.
결국, 이해득실이다. 백여 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다른 게 아닌, 오직 그 이유 탓이다. 다른 헌터들은 늑대왕의 이름을 듣고 공포에 질린 나머지 도시를 떠나버렸다. 만약 김무한과 백전대의 계획에 설득되지 않았다면, 이들 역시 페널티를 무릅쓰고 도주를 감행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전대의 십존들… 그분들께서 흔쾌히 나서주실 줄이야….”
“칸다무어의 야시장은 즐길 거리가 많으니…. 마침 두 분께서 계셨던 게 천운이었소.”
짐짓 간신히 때를 맞췄다는 식으로 말한 백전대장은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기실, 그 속사정은 그의 말과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었다.
신기에 달한 창술 하나로 십존의 자리에 올랐던 창왕(槍王)과, 서리여왕 하유라가 나타나기 전까지 빙계 주문의 대명사로 통했던 빙왕(氷王). 이곳 칸다무어에 지원을 오기로 약속된 전대 십존들이었다.
칸다무어의 야시장은 다른 즐길 거리도 많지만, 특히 이종족들로 구성된 홍등가가 유명했다. 창왕과 빙왕, 그 두 강자가 이 칸다무어 근방에 머물고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주지육림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여색에 빠져 보낸 시간이 장장 반 년. 그들은 매일 같이 여자를 갈아치우며 허기진 육욕을 채웠다. 그들의 감시역이자 연락책인 백전대 일부가 쓸데없이 칸다무어에 있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을 죽이던 차에, 이번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은퇴한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그래도 십존이었던 자들이다. 이럴 때 써먹으려고 준비한 전력이니, 늑대왕 정도는 이길 수 있겠지.’
생각에 골몰하던 백전대장은 늑대왕의 행렬이 바로 지척에 멈추어 서자, 낯빛을 딱딱하게 굳히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이곳 헌터들과 수하들을 독려하여, 비장의 무기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행렬을 멈춘 늑대왕은 잔뜩 겁을 집어 먹은 헌터들 사이로 보이는 백전대의 모습에, 즐거운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입매를 비틀었다.
“호오, 송사리들이 뭘 믿고 여기 죄다 모여 있나 했더니, 연맹에서 기르는 흰둥이들이 있었군?”
“늑대왕. 위원회의 녹을 먹던 자가 감히 반란에 가담하다니. 그러고도 당신이 십존이라고 할 수 있소?”
“어디서 개새끼가 왕왕 짖는 것 같군. 로건, 그렇지 않느냐?”
“주인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시답잖게 시간을 끌려고 하는 수작이 훤히 보이는군요.”
“크크크크… 그건 좀 너무한데. 그래도 이만큼이나 모였는데, 모른 척 해주는 게 예의잖느냐.”
“죄송합니다. 속하가 눈치가 없었군요.”
늑대왕은 킬킬거리는 소리를 내며 귀를 후비적거렸다. 차마 십존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경망스러운 언행이다. 호통 한 번 치고 졸지에 개새끼가 되어버린 김무한은 숨을 씨근덕거리다, 뒤를 잇는 늑대왕과 로건의 의미심장한 잡담에 두 눈을 부릅떴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수작이라니?”
“오, 저런, 넌 좀 더 연기력을 키울 필요가 있겠어. 이봐, 흰둥이 대장, 같은 조연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지?”
“…….”
얄미울 정도로 능글거리는 늑대왕을 앞에 둔 백전대장의 눈빛이 납처럼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의 말, 그의 태도… 모든 게 일이 틀어졌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알아챈 건가…?”
“이런, 이런. 재미가 없군. 벌써 연기를 끝내려는 건가? 그러면 안 돼. 김이 새잖아. 계획했던 대로 시간을 끌어야지. 그러면 어디선가 짠! 하고 구원자가 나타날지도 모르잖아. 으응?”
틀렸다. 늑대왕 가리발디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백전대장은 질끈 눈을 감았다 떴다. 다시 뜬 그의 눈에는 짙은 체념의 빛이 어려 있었다.
“…창왕과 빙왕까지… 반군에 가담했단 말이냐?”
“흐음, 그게 그놈들의 이름이었군. 어쩐지, 별 시답잖은 작대기를 들고 설치더라니.”
작게 고개를 끄덕인 늑대왕은 여인처럼 가냘픈 손가락을 세게 튕겼다. 그것이 신호인 듯, 뒤에서 그를 따르는 무리 속에서 곰처럼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걸어 나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김무한과 백전대장의 앞으로 내동댕이쳤다.
데구르르르…….
“…….”
공처럼 굴러오는 두 개의 머리통을 확인한 두 사람, 그리고 광장에 모인 헌터들은 할 말을 잃어버린 채 적막에 휩싸였다.
주름진 노인의 것으로 짐작되는 두 개의 수급. 그냥 머리만 남아 있을 뿐이지만 그 형상은 참혹하기 짝이 없었다. 눈알이 있는 자리에는 뻥 뚫린 두 개의 구멍이 있고, 입술과 코는 예리한 날로 베어져 뭉텅이진 살점과 굳어진 핏물이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입 속엔, 이빨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두 눈과 이빨이 뽑히고, 코와 입, 귀가 베어진 수급. 죽기 전까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는지, 두개골에 씌워진 살가죽은 형언하지 못할 만큼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넋이 나가 있던 백전대장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머리 하나를 주워들었다. 심하게 훼손되었으나 오랫동안 그들의 연락책 임무를 수행했던 그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 두 수급은 틀림없는 전대 십존, 창왕과 빙왕의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믿을 수 없었다. 이들이 어떤 자들인데, 썩은 호박처럼 비참한 꼴이 되어 차가운 바닥을 나뒹굴고 있단 말인가?
“창왕과 빙왕이… 이, 이럴 수가….”
설마설마했던 늑대왕의 말이 사실이 되었다. 패닉에 빠진 백전대장의 모습은 주변 헌터들에게까지 전염병처럼 퍼져, 일순간에 무리 전체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늑대왕은 파랗게 질려 술렁이는 헌터들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백전대장과 김무한에게 비릿한 조소를 내보냈다.
“물러터진 놈들. 내 영지 주변에 이 늙은이들이 얼쩡거린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이들을… 함정에 빠트린 건가?”
“함저엉? 그런 얄팍한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나? 내가 직접 저승으로 보내줬다. 생각만큼이나 형편없는 놈들이었어.”
“그럴 수가? 창왕과 빙왕은 전대의…….”
“늙어빠진 퇴물들이 팔팔한 현역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지. 하물며 수십 년 간 단꿀에 취해 주색잡기에 빠진 놈들의 다 물러터진 이빨로 이 가리발디를 물어뜯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크크크. 그게 아니면 과거의 십존들은 꽤나 약한 놈들이었나 보군.”
대륙에서 손꼽히는 호색가인 늑대왕이 할 말은 아니었으나, 그 결과물이 버젓이 나뒹굴고 있는 마당이다. 기가 꺾인 백전대장과 김무한은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동시에, 전의를 상실한 헌터들이 하나, 둘 무릎을 꿇는 소리가 들려왔다. 믿었던 비장의 수단마저 완전히 박살났으니, 더는 늑대왕에게 대항할 용기가 사라진 것이다.
“…틀렸어. 다, 다 죽을 거야…….”
“사, 살려주십시오!”
조금 전까지 무기를 꼬나 쥐고 있던 헌터들은 금방 태도를 바꾸어, 패잔병처럼 땅에 이마를 박고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렸다. 1%의 승산조차 없는 싸움, 그나마 목숨이나마 보전하기 위해선 엎드려 싹싹 비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여긴 것이다.
그러나, 벌벌 떨며 목숨을 구걸하는 그들을 내려다보는 늑대왕의 눈빛은 썩은 고깃덩이를 대하는 것처럼 무미건조하기만 했다.
“벌레 같은 놈들. 여자만 남기고 다 죽여… 느음?”
무자비한 몰살을 지시하려던 늑대왕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가 지나온 길, 등 뒤에서 척추를 반으로 쪼갤 듯 섬뜩한 예기가 느껴진 탓이다. 순간, 늑대왕의 무덤덤한 입아귀가 다시 히죽거리며 찢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특별 손님이 오셨군.”
느릿하게 고개를 돌린 늑대왕. 그의 시야에, 대로를 따라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가 들어왔다.
“…검왕.”
============================ 작품 후기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12시 안에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가게가 바빠지면서 실패 .. ㅠㅠ 그래도 새벽녘에나마 올리고 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
리리플은 일단 올리고 난 다음에!
북치네 / 항상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smxdmdmd / 김정인의 의중은 아마 다음 화에 보실 수 있을듯!
코카콜라중독 / 하하.. 그건 비밀입니다!
모그퐁 / 오늘도 감사합니다! 가급적 내일 오전 중에 다음화를 올릴 수 있도록…!
류망의생 / 서로 이용하고 이용하는 관계에서 누가 더 잘 처신하느냐가 관건이겠죠.. 유진이의 십존쟁탈이 허망하게 끝나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ㅠㅠ
Velos / 흠흠! 그건 일단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니오그타 / 통수왕 노구덕???
호야[虎夜] / 오타 수정했습니다! 그 캐릭터도 나름 역할이 있는 인물이지만.. 노~ 코멘트 하겠습니다!
은신설야 / 넵 항상 감사합니다!
허니맛꿀 / 코멘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좋은 밤 되세요!
월병인 / 그렇게 3기는 망했다고 한다…
연북갤 / 이참에 노구덕에게 스팽킹 페티쉬를 붙여볼.. 죄송합니다
asd메이지 / 재능이 딸려서 단순 주먹질로 먹고 사는 노구덕이라 죄송합니다!
모욕감 / 언제나 감사드려요! 굿잠자시길!
가식적썩소 / 발레기우스가 십존 중에서 독보적으로 강한 존재인 것은 일단 확실!
magara /어디서 용이라도 나타나면 드래곤하트라도 먹을 수 있을 텐데요…
벌레 / 뱀 주작 고양이 강아지 …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