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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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덮쳐오는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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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블랙랩터.
중도시 딕툼의 리그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상위 도시인 칼립스 리그로의 승격이 기대되는 클럽이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강등과 승격을 반복하면서 갖은 부침에 휘말린 클럽이기도 했다.
기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블랙랩터의 운명은 휘몰아치는 폭풍 앞에 선 잿불과도 같았다. 속칭 ‘카르믹스톤’ 사건에 말려버려 주력 헌터들을 잃어버린채 소도시 닐스의 리그로 강등이 되었고,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주었던 딕툼의 오너, 막심은 심복을 자처했던 메이슨을 외면해버렸다.
이후 막심에게 앙금을 품은 메이슨은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으로 트로이카의 비리를 폭로했지만, 그의 잡설을 실어준 곳은 유력 일간지가 아니라 닐스의 지역 찌라시 언론사였다. 그 뒤, 딕툼 트로이카에게 완전히 찍혀버린 메이슨과 블랙랩터의 평판은 완전히 바닥을 기었다.
그렇게 여타 수많은 클럽들처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가 싶던 블랙랩터. 그러나 클럽의 오너인 메이슨이 노구덕이라는 전혀 뜻밖의 줄을 잡고나서부터, 속절없이 침몰하던 낡은 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급격히 부상하기 시작했다.
인생 역전의 서막은 노구덕이 트로이카와의 암투에서 승리를 거두면서부터였다. 순풍을 탄 블랙랩터 호는 순항에 순항을 거듭해 닐스의 스몰리그를 탈출하고, 딕툼의 리그에서 꾸준히 성과를 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무서울 것이 없어보이던 블랙랩터의 성장세는 긴 정체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노구덕이 결성한 철의 동맹 레그나토르 때문이었다.
블랙랩터가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칼립스의 지배자인 노구덕의 후광을 받고 있었던 덕분이 컸다. 그러나 트로이카 몰락 이후 노구덕이 결성한 레그나톹르의 세력권이 급격히 확장을 거듭하면서, 다수의 중소클럽들이 동맹에 가입, 결과적으로 블랙랩터의 후광효과도 있으나 마나한 것이 되었다.
그렇다고 노구덕이 특별히 메이슨의 뒤를 밀어준 것도 아니었으니…. 그나마 노구덕과 친분이 있는 권도현이 보좌로 오고, 그와 친분이 있는 구 아이리스 출신 헌터들이 블랙랩터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들만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것은 무리였다.
나름대로 봐 줄 만한 헌터진, 그럭저럭 현상유지는 가능한 자금력, 모든 것이 그런대로 평균치를 웃도는 블랙랩터였으나, 단 하나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있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두뇌의 부재, 즉 클럽 경영에 능한 전문가였다. 이를테면, 아이리스의 소피아나 라이오넬의 하태경 같은 존재가 없었던 것이다.
몇 번이나 클럽을 말아먹을 뻔한 메이슨의 경영능력이야 말해봐야 입만 아픈 수준이고, 근육뇌인 권도현 역시 메이슨의 감시역으로 왔다 뿐이지, 먹물 냄새와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이런 화상들이 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니 당연히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오히려 지금까지라도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에 하늘에 대고 감사를 해야 할 판이었다.
그래도 메이슨이나 권도현이나 상위 리그에 욕심이 없는 인물들은 아니어서, 난관에 봉착한 클럽의 처지를 두고 몇날며칠 동안 밤샘 토론을 벌였더랬다. 그 결과 비로소 전문가의 부재를 깨달아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봤지만, 어디 그런 인재가 쉽게 구해지겠는가.
동네방네 발품을 팔아봤지만,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상황.
그렇게 낙담하던 차에, 두 사람이 하늘처럼 생각하는 아이리스의 노구덕으로부터 뜬금없는 지령이 떨어졌다.
‘소피아의 후계자로 키우고 있는 아이가 있으니, 경험삼아 블랙랩터의 일을 맡겨보려고 한다. 잘 부탁한다.’
일찍이 라이오넬의 여우로 명성을 떨쳤던 그 소피아의 후계자라니? 그런 인재라면 실력도 확실할 터.
귀중한 인재님을 모시기 위해 쌍수를 들고 맞이할 준비가 된 메이슨과 권도현. 그러나 이게 웬걸, 막상 워프게이트를 타고 도착한 그 인재님은 소녀라고 부르기도 어설픈 땅꼬마 계집애였다.
첫만남부터 어이가 도망가버린 메이슨은 그 자리에서 우선 그 아이의 나이부터 물었다. 혹시나 심각한 동안의 소녀가 아닐까하는, 얄팍한 기대를 안고서.
그러나 아이의 대답은 철저히 그의 기대를 배신했다.
9살. 블랙랩터의 운영 보좌로 보내진 아이의 나이였다.
당연히 메이슨과 권도현은 얼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고작 아홉 살짜리에게 무얼 시키고, 무슨 경험을 쌓는단 말인가. 노구덕의 지령은 결국 앞의 말 싹 거르고, 애나 보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아홉 사알? 아호오오옵사아아아알—? 아니…! 해도 너무하시지! 맹주께서 내게 이러실 수가 있나!’
‘허, 참… 형님도 너무하신 거 아닌가…….’
평소에 노구덕을 극히 두려워하면서, 그에 대한 최대의 존경을 보인 메이슨이었지만, 이번 일을 참고 넘어가기에는 클럽의 상황이 너무 답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어떻게든 블랙랩터를 키우기 위해 같이 동분서주하던 권도현도 마찬가지.
그러나 어쩌겠는가. 소피아의 조카라니 함부로 할 수도 없고.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잘 지내다 가라고 할 수밖에. 그나마 어린애 하나 정도는 남부럽지 않게 먹여 살릴 재정은 되었으니까.
헌데, 이 맹랑한 꼬마 아가씨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그녀는 첫대면에서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는 메이슨과 권도현을 무표정하게 쳐다보더니, 느닷없이 당돌한 요구를 해왔다.
‘클럽 장부와 소속 헌터들의 목록, 근 5년 이내의 이적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뭐, 뭐라고? 클럽 운영이 무슨 소꿉장난인 줄 알… 우부부웁–!’
애보는 일을 떠맡은 것도 서러워죽겠는데, 그 꼬맹이가 주제도 모르고 나서기까지 한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것도 아니고, 분통이 터진 메이슨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소냐를 다그치려 했으나, 눈치가 빠른 권도현이 재빨리 그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겨우 불상사를 면할 수 있었다.
권도현은 숨통이 막혀 씨근덕거리는 메이슨을 구석으로 질질 끌고 가서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자자. 오너,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니, 일단은 장단을 맞춰 줍시다.’
‘아니, 그래도 어떻게 저런 꼬맹이한테…!’
‘형님 체면이 있지 않습니까. 저 아이를 잘 대접해주면, 혹시 모르지요. 떡고물이라도 떨어질지.’
‘으음…. 그, 그럴까….’
…동상이몽이라고 해야 할까. 소냐의 첫 업무는 이토록 불순한 동기 덕분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처음 업무에 착수한 소냐는 가타부타 다른 말은 일절하지 않고, 사흘 정도 클럽이 돌아가는 모양을 지켜보기만 했다. 달리 그녀가 말을 할 때는 클럽의 운영에 관련된 서류나, 헌터들의 신상 명세에 관한 정보를 요구할 때뿐이었다.
그 때문인지, 소냐는 블랙랩터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붕 뜬 존재가 되었다.
‘인형처럼 예쁜 아이긴 한데 귀염성이라곤 통 없군.’
‘쉿! 아이리스의 실세인 소피아 님의 조카라지 않습니까. 입조심을 해야 돼요.’
‘그, 그런가? 진작 말해주지 않고는! 어흠…! 모, 못 들었겠지?’
이것이 소냐에 대한 클럽 사람들의 평가였다. 아홉 살짜리 꼬맹이가 이모의 권세를 믿고 소꿉놀이를 하려한다는 소문이 퍼져, 일찍부터 그녀를 아니꼽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 소냐 특유의 사교성 없는 성격도 한 몫을 차지한 탓이었다.
사람들 중 소냐를 조금이라도 다른 눈으로 보는 건, 그녀가 진지하게 서류를 검토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권도현 밖에는 없었다.
사실, 권도현도 소냐의 그런 자세를 그리 깊게 생각하진 않았다. 명목상 경험을 쌓으러 왔으니 흉내 정도만 내는 거겠지, 라고 여기는 정도. 그것도 며칠 가지 못하리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상식적으로 허리춤 밖에 오지 않는 꼬맹이가 곰팡내 나는 서류더미를 물고 늘어져봐야 얼마나 붙잡고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소냐는 약 일주일째 되던 날, 뭇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본격적으로 클럽의 운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개혁의 신호탄. 그 첫 번째는 중구난방으로 책정된 헌터들의 급료를 개선하는 일이었다.
블랙랩터는 최근까지 부침이 심했던 클럽이다 보니, 타 클럽에 비해 이적과 방출, 영입이 잦았다. 그로 인해 헌터의 실력과 급료 간의 상관관계, 즉 급료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못했고, 이는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이어졌다.
메이슨과 권도현도 이 점을 인지하고는 있었으나, 함부로 칼을 빼들진 못했다. 급료라는 건 헌터들의 자존심과도 같은 문제. 함부로 건드렸다가 단체 태업이나 엑소더스라도 일어나는 날에는 보통 큰일이 아니었으니까.
때문에 소냐가 개혁을 요구했을 때에도 두 사람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아홉 살에 불과한 아이가 클럽의 허점을 처음부터 정확히 짚어냈다는 것은 매우 놀라웠지만, 그 개혁을 말처럼 실현하기가 힘들었던 탓이다.
하지만 소냐는 단호했다.
‘이 환부를 도려내지 못하면 블랙랩터는 계속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네, 네 말이 맞기는 하다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제게 맡겨주십시오. 만약 클럽에 해가 된다면… 이모를 설득해서라도 손해를 메꿀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야…….’
소냐가 워낙 고집스럽게 나오자, 메이슨과 권도현은 결국 그녀에게 전권을 맡겼다. 소피아라는 ‘보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전권 위임이었다.
그리고 전가의 보도를 손에 넣은 소냐는 그날부로 피의 숙청을 단행했다. 기대치보다 지속적으로 낮은 성과를 낸 헌터들에게 계약 위반의 책임을 물어 대대적인 급료 삭감에 들어간 것이다.
당연히 대대적인 반발이 일었다. 일방적인 급료 삭감을 납득하지 못한 헌터들은 메이슨과 권도현을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이미 소냐에게 코멘트를 주입받은 그들은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상부 클럽의 지침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억울하면 그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라.’
블랙랩터는 아이리스의 위성클럽, 즉 상부클럽이라 하면 아이리스를 지칭하는 말이다. 마침 그 시기는 노구덕이 마티아스를 몰아내고 칼립스의 정점으로 우뚝 올라선 시기.
아이리스의 뜻이라면 곧 노구덕의 뜻. 칼립스 그 자체로 거듭난 노구덕의 뜻을 거스른다? 되지도 않는 선택지였다. 그렇다고 들고 일어난 헌터들에게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결국 꿀 먹은 벙어리가 된 헌터들은 소득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영악한 소냐는 노구덕과 아이리스, 그리고 이모의 이름을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성공적으로 첫발을 내딛은 그녀는 거침없이 개혁을 이어나갔다.
재정개혁에 이어 고비용 저효율의 헌터들을 방출, 혹은 급료를 대폭 삭감하여 자진 이적시키고, 블랙랩터에 오기 전에 암기해 두었던 아이리스 스카우터진의 정보를 활용해 알짜배기 헌터들을 적절한 가격에 영입했다.
처음에는 마구 권력을 휘두르는 그녀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메이슨과 권도현은 차츰차츰 그녀가 몰고 오는 변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서서히 그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인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저 작은 소녀가 경이롭게 보일 지경이었다. 대체 저 조그마한 머리 어디에 이런 힘이 숨어 있는 것인지.
당장 클럽의 재정은 계속해서 흑자가 나고 있고,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있던 헌터들도 과감히 쳐내면서 분위기가 개선되었다. 또한 성과 위주로 급료체계가 확고히 잡히면서 동기 바여가 된 헌터들도 훨씬 충실해진 느낌이었다.
눈에 띄게 달라진 클럽의 내부사정에, 메이슨과 권도현은 처음에 내렸던 평가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여신이다. 저 아이는 맹주께서 내게 내려준 행운의 여신이 틀림없어.’
‘동감입니다. 고작 저 나이에 저런 과단성이라니……. 스스로가 부끄럽군요.’
‘저 아이에 비하면 자네와 나는 어깨 위에 그냥 짱돌을 얹고 있었던 게지.’
미운 오리새끼에서 단숨에 행운의 여신으로. 이것이 블랙랩터에서 자리잡은 소냐의 성공 스토리였다.
============================ 작품 후기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12시 맞추려고 했는데 좀 늦어버렸네요 ㅠㅠ 그래도 3연참으로 생각해 주세요!
이번 화는 어찌어찌 소냐의 외전격인 편이 되어버렸습니다. 소냐 스토리가 이렇게 나왔다는 건.. 다음 전개를 예상하실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구를 때가 왔습니다.
내일도 충실한 연참,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리리플은 가게 마무리하고 나서 새벽 중에 달도록 하겠습니다!
쌈커 / 코멘트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판타지zz /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xusaku / 그렇습니다. 소냐입니다..
빅대어 / 늑대에게 노려지고 있어..
무협소설광 / 보물을 가진게 죄죠 ㅠㅠ
트릭스타 / 정조라니.. 오해하실 발언은ㅋㅋㅋㅋㅋㅋ
천선(天仙) / 과분합니다. 더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ㅠㅠ
컨디션레드 / 수십 편내로 유메르바인이 전장에서 활약하는 씬이 나올지도 모르니.. 그때 비교해 보시면.. 직접 붙어보지 않는이상 모르지요 ㅎㅎ
최신식 / 마도왕 티렐. 반군의 수괴 중 한명입니다.
은신설야 / 흠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되셨길 바라요!
Velos /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호야[虎夜] / 오타 수정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꾸벅!
아토므스크 / ntr이라뇨 ㅋㅋㅋ 저 그렇게 나쁜 놈 아닙니다!
신수[神手] / 감사합니다! 열심히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돠~!
운명의Destiny / 저는 절대 로리콘이 아닙니다…
asd메이지 / 발레기우스야 뭐… 작품 초기부터 꾸준히 언급되던 인물이니..
소설폐인맨 / 크흠.. 스포성 발언은 자제하겠습니다만, 저 그렇게 나쁜놈 아닙니다.
가식적썩소 / 마도왕이면 상성이 매우 까다로운데.. 어떻게 될 지..!
stigma / 손오공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요?
모그퐁 / 며칠 만에 뵙네요! 건강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ManCity / 마도왕 티렐은 과거 십존이었고, 지금은 반군의 수괴중 한명입니다.
모욕감 / 소냐의 정조가 위험하다!
리눅 / 넵! 감사합니다! 건필할게요~!
Na-Ru / 소냐.. 는 어떻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