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05)
102 게이트 소멸 작전(2)
띵.
4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캡이다!”
갑작스럽고, 너무 뜬금없는 이유리의 외침.
한유라와 사과머리 소녀, 유세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푸른 가죽 갑옷을 착용한, 그리고 중앙에 별이 그려진 방패를 손에 들고 있는 사내가 시야에 들어왔다.
캡.
“…….”
“…….”
소녀들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서, 설마…….”
“…….”
“라이트닝이세요?”
“……그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
침묵.
그 침묵 끝에 사과머리 소녀, 유세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와. 진짜 예상도 못 했다.”
***
타악!
신기루와 같은 잔상을 남기고 모습을 감춘 문수원이 메탈 리자드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상대가 상대인지라 전투용 장갑을 착용한 상태라 제대로 딜이 들어갔다.
문수원이 큰 충격을 받은 듯 뒷걸음을 치는 메탈 리자드를 확인하고 다시 신기루와 같은 잔상만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
“라이트닝 애로우!”
이대한이 공격하고 한율이 공격하고.
“흡!”
커다란 물리적 충격으로 몸을 마비시키는 한율의 공격에 메탈 리자드가 몸만 부르르 떨 때, 상체를 비틀고 있던 이대한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방패를 투척했다.
쉬이익! 쾅!
문수원이 공격하고 한율이 공격하고, 그다음 이대한이 공격하고…….
“라이트닝 스피어!”
한율이 공격하고.
파지지직!
2서클 공격 마법이 아닌 3서클 공격 마법.
한율이 다시 주문을 외웠고 공중으로 튕겨 나간 방패를 회수한 이대한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문수원도 마찬가지였다. 자세를 한껏 낮춘 채로 메탈 리자드를 지켜봤다.
쿵! 털썩!
계속된 전투로 쌓인 데미지 때문일까, 아니면 마지막 공격인 라이트닝 스피어가 심장을 정지시킨 것일까.
새하얀 연기를 내뿜던 메탈 리자드는 무릎을 꿇고, 이어 앞으로 퍽 하고 쓰러졌다.
“더럽게 힘드네.”
“후아!”
“으아아아.”
한율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투덜댔다. 이대한은 작게 숨을 골랐고, 문수원은 무릎 위에 손을 올린 채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번이 몇 번째지?”
“라스트다. 라스트.”
이름: 리자드의 부락 게이트(7/7).
등급: C+.
서식 몬스터: 리자드맨, 리자드맨 전사, 리자드맨 주술사 외 7종.
폭주까지 남은 시간: 62:43:15.
상황: 진행 중.
한율이 작은 노트를 꺼내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 작성한 게이트 정보를 이대한에게 보여 줬다.
“즉, 저것만 부수면 여기는 끝이라는 거군.”
“뭐, 바로 다음 게이트로 넘어가야겠지만.”
사흘 안에 모든 C급, 그리고 B급 게이트를 소멸시켜야 한다.
거대한 보석, 게이트 핵.
가디언인 메탈 리자드가 지키고 있던 게이트 핵을 가만히 바라보던 이대한이 한율에게 물었다.
“부술까?”
“조금만 쉬고.”
힘들었다.
서식 몬스터를 전부 토벌한 후에 가디언을 토벌하고 핵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다. 탐지 마법을 사용해 핵의 위치를 파악한 후, 몬스터들을 피해 이동해 가디언을 토벌하고 핵을 파괴했다.
그래서 처음 게이트 소멸 작업을 할 때는 2시간, 두 번째 게이트 소멸 작업을 할 때는 1시간, 마지막 게이트 소멸 작업을 할 때는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소멸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마나는 물론 체력을 낭비하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수월하네요.”
조심스럽게 바닥에 앉은 문수원의 말에 한율, 이대한이 고개를 돌렸다.
“게이트 소멸 작업?”
“네.”
“C급 게이트잖아. B급 게이트는 힘들걸. 뭐, 힘든 것이지 어려운 게 아니니 무리 없이 소멸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A급 게이트다.
30일 후에 폭주하는 A급 게이트 소멸 작업.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A급 게이트를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 이대한이 한율에게 물었다.
“A급 게이트 소멸 작업은 3일 후에 진행하는 건가?”
“어. 일단 코앞까지 다가온 위험을 먼저 해결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네.”
C급, B급 게이트를 소멸시킨 후에 A급 헌터와 S급 헌터로 이루어진 팀을 꾸려 A급 게이트를 소멸시킨다.
“분명 한국에 나타난 A급 게이트는…….”
“붉은 아룡의 대지.”
“서식 몬스터는?”
“드레이크.”
“마법 못 쓰는 용?”
“어. 마법 못 쓰는 용.”
와이번과 함께 유사 용종으로 분류되는 몬스터다.
드래곤이 아닌 마나를 흡수해 진화한 공룡이라고도 불리는 몬스터이기도 하다.
“파트너는 참가 안 하나?”
“B급, 아니 공식상으로는 C급인데?”
“하지만 능력만 따지면 한정적 A급이지.”
한정적.
한율은 몬스터의 종류에 따라 A급 헌터로 분류된다.
“4서클 마법 중 위력이 강한 마법은 라인데인이 전부야. 아마 제주도 방어전에 참가할걸.”
A급 게이트 소멸 작전이다. S급 헌터들이 모여도 어려운 A급 게이트를 토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터 협회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게이트 주변에 헌터들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흐음…….”
고개를 끄덕인 이대한이 무구 점검에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문수원이 한율에게 물었다.
“소멸시킬 수 있겠죠?”
“그건 모르지. 일본에 생성된 A급 게이트도 자국의 S급 헌터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S급 헌터들에게도 지원을 요청해서 소멸시켰으니까.”
S급 헌터들이 일본으로 이동해 A급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했을 때와는 다르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A급 게이트가 30일 후에 폭주하니 국가는 자국의 S급 헌터를 타국에서 진행되는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시키지 않을 것이다.
30분.
짧다면 짧고 길다고 생각하면 긴 시간.
휴식을 마친 한율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대한, 문수원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이트의 핵을 파괴할 경우, 게이트에 들어온 모든 헌터들의 앞에 출구가 생성되기 때문에 입구에 대기 중인 호위들을 부를 필요가 없어 한율은 바로 게이트의 핵을 파괴한 후에 눈앞에 나타난 출구를 통과했다.
먼저 게이트를 빠져나와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헌터들이 있다.
몸을 반쯤 틀어 점점 작아지는 게이트의 입구를 확인한 한율이 경호 임무를 맡고 있는 헌터들에게 물었다.
“언제 도착한대요?”
“내일 보낸다고 합니다.”
성장이 필요한, 그러니까 C급 게이트에서 활동이 가능한 헌터들과 함께 게이트 소멸 작전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아 한율은 김환성에게 연락했고,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대답을 듣자마자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했다.
함께할 헌터들을 기다리기에는 소멸시켜야 할 게이트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시각은 17시 30분.
“오늘 계획된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준비를 확실히 해 빠르게 작업을 진행할 생각이니 다들 잘 부탁드립니다.”
호위들에게 스케줄을 전달한 한율이 고개를 돌려 문수원, 그리고 이대한에게 물었다.
“가능한 한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몇 시에 모일까?”
“…….”
이대한이 대답 대신 문수원을 바라봤다.
“일찍 시작해도 상관없어요.”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 새벽 6시.”
몸을 흠칫 떤 이대한과 문수원이었지만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는 한율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 집으로 돌아갔다.
“청일 그룹으로 가죠.”
“……알겠습니다.”
잠시 멈칫했던 경호원들이 한율과 함께 청일 그룹으로 향했다.
청일 백화점이 아니라 청일 그룹이다.
입구에 모여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율은 지하 주차장까지 이동하는 대신, 도로에 차를 세우는 것을 부탁했고, 차가 갓길에 멈춰 서자 바로 경호원들과 함께 청일 빌딩 입구로 향했다.
“회장님께서는 현재 13층 회의실에 중요한 회의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바로 연락을 넣을 테니 15층에서 기다려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동 도중에 청일 그룹에 연락을 취했는지 청일 그룹 소속 경호원의 말에 한율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이동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십니다.”
방문 소식을 들었는지 고개를 살짝 숙이는 임지혜를 향해 한율이 똑같이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넸다.
“새로운 주문서를 제작할 생각이어서요.”
“새로운 주문서요?”
게이트의 폭주로 위험한 상황에 새로운 주문서를 생산한다?
의문을 품는 대신 호기심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는 임지혜를 향해 한율이 제작할 주문서를 알려 줬다.
“탐지 마법이요. 마나를 퍼트려 생명력, 또는 거대한 마나의 위치를 확인하는 마법입니다.”
“……게이트의 핵과 가디언을 쉽게 찾을 수 있겠군요.”
“단점은 사용자의 마나를 사방으로 퍼트려 위치를 찾는 것이다 보니 마나 감지 능력이 높은 몬스터가 마나를 추적해 습격할 가능성이 있지만…….”
“탐지 마법을 사용한 직후, 바로 몸을 피하면 되겠군요.”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가디언, 그리고 게이트의 핵을 파괴하는 걸 최우선으로 여기는 게이트 소멸 작전에 필요한 마법이 분명했다. 그래서 임지혜는 한율에게 양해를 구한 후에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니,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설명을 통한 대화가 길어지는 것을 방지할 생각인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의가 진행 중인 13층으로 이동했다.
“저 한율 님.”
자신을 따라 15층까지 이동한 협회 소속 헌터의 부름에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한율이 대답했다.
“네. 말씀하세요.”
“탐지 마법도 판매하실 생각이십니까?”
“네. 그런데 안 팔릴 거라고 생각해요.”
“……예? 안 팔립니까?”
“팔린다고 해도 이틀 정도 팔리겠죠.”
게이트 활동을 하는 헌터들은 게이트에 서식 중인 몬스터를 토벌해 성장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일반 헌터들에게 탐지 마법은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마나를 사방으로 퍼트리는 탐지 마법은 아군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일명 트롤용 마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판매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어쨌든 판매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일반 헌터들은 필요로 하지 않는 탐지 마법 주문서지만 게이트를 관리하는 수호 길드에는 필요로 하는 물건이니까요. 뭐, 이번에는 무료로 배포할 생각이에요.”
“……?”
“욕먹을 게 뻔하잖아요. 미쳤다고 게이트 소멸 작전에 필요한 마법을 돈 주고 판매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