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160)
157 대초원 게이트(1)
‘길드 소속 헌터의 도움을 받아도 됩니다. 국가, 기업, 협회 소속 헌터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되고요. 주말에는 수업이 없으니 시간이 되시면 게이트 한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겁니다.’
명령은 아니다. 하지만 마탑 소속 마법사들은 한율의 조언에 따라 주말에 시간을 내서 게이트를 방문했다.
안전을 위해 협회 소속 헌터들과 함께 움직였고, 등급이 높은 게이트가 아닌 D등급, 또는 E등급 게이트에서 활동했지만 그들은 분명 몬스터를 토벌한 ‘경험’이 있었다.
“어마어마하네.”
마탑 소속 마법사이자 2서클 마법사, 엘렌의 중얼거림에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D등급, E등급 게이트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22만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
집중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농밀한 마나.
전투를 위해 자연스럽게 기세를 끌어올리는 헌터들.
“아직 임무가 남았습니다. 일단 임무를 마치죠.”
청년 마법사, 류페이가 혼이 나간 마법사들을 일깨우고 다시 마법을 준비했다.
어스 월.
실드.
두 번째 흙벽을 세운 류페이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마법사들만이 전투 준비를 끝내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군인들도, 헌터들도 아직 전투 준비를 마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류페이는 확신했다.
가장 전투 준비를 늦게 맞추는 이들이 마법사, 자신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선생님께서 도와주신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몸을 살짝 틀어 병기를 꺼내고 있는 한율을 바라본 류페이가 다시 동료, 아니 동기들을 바라봤다.
“나누죠.”
“네?”
“음?”
엘렌이 고개를 돌렸고, 류노스케가 고개를 돌렸다.
“우리가 가장 늦게 준비를 마칠 것 같습니다. 그러니 팀을 나눠 움직이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흙벽을 세우고, 군인들이 그 흙벽 위로 이동할 수 있도록 실드 계단을 생성한다. 또한 전투 준비를 마치면 군인들을 따라 흙벽 위로 올라가 공격 마법으로 아군을 보조하고, 비행형 몬스터를 견제한다.
엘렌, 그리고 류노스케는 짧은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실습에 참가한 마법사는 총 93명.
엘렌, 류페이, 그리고 류노스케가 조장이 되어 30명의 마법사들을 이끌고 흩어졌다. 93명이 동시에 어스 월과 실드를 생성할 때보다 마나 소비가 컸다. 하지만 크게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들은 빠르게 군인들이, 그리고 자신들이 올라갈 흙벽을 세웠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리고 여섯.
함께 세운 두 개의 흙벽을 제외하고 두 개의 흙벽을 더 세운 엘렌이 작게 숨을 고르고 무전기를 들었다.
“끝났어요.”
-이쪽도 끝났습니다.
-큭큭큭. 끝났다.
무전기와 연결된 이어폰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류노스케의 웃음소리.
적응이 안 된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떤 엘렌이 실드 계단을 밟아 흙벽 위로 올라가 무전기를 꺼내 주파수를 바꿨다.
마탑 소속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주파수가 아닌 한율과 함께 사용하는 주파수로.
-선생님. 2조 끝났습니다.
-마스터. 3조 끝났습니다.
류노스케, 그리고 류페이의 목소리가 이어폰을 통해 귓속을 파고들었다.
“스승님. 1조도 끝났어요.”
-마탑 마법사들에게 따로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움직이세요. 공격 마법으로 아군을 지원해도, 방어 마법으로 아군을 지원해도 상관없습니다. 적의 시선을 끌게 되어도 헌터들이 함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엘렌이 짧은 대답을 끝으로 손에 들고 있는 무전기를 허리에 차고 전방을 바라봤다.
한율에게서 대기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마나를 끌어올려 신체 능력, 그리고 오감을 강화한 상태였다.
동쪽의 고블린.
북쪽의 리자드맨.
서쪽의 포 핸드 오우거.
마지막으로 중앙에 자리를 잡은 수십 종의 몬스터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에 다시 한 번 혼이 나가 멍하니 전방을 응시하던 엘렌이 침을 꿀꺽 삼켰다.
처음에는 놀랍고 신비로운 광경에 혼이 나간 것처럼 게이트를 둘러봤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모든 준비를 끝낸 이상, 이후에 벌어진 미래는 긴장을 바짝 세워야하는 미래였기 때문이다.
‘후우,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높게 봐도 D등급 게이트에서 활동해야 하는 2서클 마법사가 B등급 게이트에서, 그것도 22만 마리를 토벌해야 하는 게이트 소멸 작전에 참가한 것이니까.
-그런데 선생님.
“……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낸 엘렌이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긴장한 것처럼 이어폰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류페이의 목소리가 떨렸기 때문이다.
‘나만 긴장하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속으로 중얼거린 엘렌이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네. 말씀하세요.
-이대한 헌터님은 왜 갑자기 앞으로 뛰쳐나간 것입니까.
“아. 그건 저도 궁금했어요. 갑자기 왜 뛰쳐나가신 건가요?”
자신도 궁금했던 이야기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나 봐요.
영화?
장면?
고개를 갸웃하며 캡의 영화를 떠올리던 엘렌이…….
“하하하하!”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오래 고민할 것도 없이 아주 유명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거요? 어벤져!”
-네. 그 어벤져. 문수원에게 망치까지 빌려서 앞으로 달려가더라고요.
“하하하하!”
***
-발사!
페이신 사령관의 목소리가 헌터, 군인들을 가리지 않고 게이트에 투입된 전원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콰앙!
흙벽의 앞, 일자진(一)을 만들고 대기하고 있던 탱크가 포탄을 쏘았다.
쉬이익!
콰아아앙!
포탄은 그대로 한율이 펼친 일루전을 통과해 중앙 지역 몬스터들을 강타했다.
-원거리 능력자들, 그리고 4조 적들이 사정권 내에 도달하기 전까지 대기.
1조는 헌터.
2조는 탱크.
3조는 헬기.
4조는 포격.
5조는 장갑차.
-1조는 계속해서 포격. 적들이 사정권 내에 도달하면 후방에 포격. 그리고 3조, 마법진 확인.
-확인했습니다. 아직 활성화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3조는 대기. 놈들이 마법진을 통과하는 순간, 그 순간부터 적들을 소탕한다.
-옛!
투두두두두!
3조. 전투 헬기가 움직였다. 아주 높이 떠오른 헬기는 한율이 생성한 마법진 바로 뒤에서 멈춰 섰다.
조종사를 제외한 군인들이 안전띠를 착용한 채 몸의 절반을 헬기 밖으로 내밀었다.
대전차 로켓, 그리고 전투 헬기에 장착된 기관총 앞으로 이동하는 군인들.
콰앙! 콰아앙!
갑작스러운 포탄 세례에 몬스터들은 당황했다.
가장 먼저 게이트에 진입한 한율이 펼친 일루전 마법.
그 일루전 마법이 아무것도 없는 대초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몬스터들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서 아주 갑작스레 괴상한 물체가 튀어나온 것이다.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헬기에 탑승해 있던 군인 한 명이 입가에 무전기를 가져가 소리쳤다
포탄에 섞인 마석 때문인지 포탄이 마법진을 통과해 앞으로 날아갈 때마다 마법진이 무너졌다. 하지만 이 또한 확인 작업을 통해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군인과 헌터들은 각오를 다지고 명령을 기다렸다.
콰앙! 콰아앙!
그리고 그렇게 3회차 포격이 끝났을 때,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몬스터들이 10만 명이나 되는 인간들을 발견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빠르군. 사정권 당도. 2조(탱크)는 후방 지역으로 좌표를 변경하고 포격을 시작, 4조(포격 부대)와 원거리 능력자들은 공격 시작. 이후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포격을 이어 간다.
“발사!”
페이신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흙벽 위로 올라간, 또는 탱크 주변에 자리를 잡은 원거리 능력자, 그리고 포병들이 움직였다.
포병들은 선두에 서 있는 몬스터들을 공격하지 못했다. 몬스터의 이동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4조인 포격 부대와 함께 원거리 능력자들에게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투두두두두!
거대한 멧돼지를 타고 달려오는 오크 무리.
“하아압!”
포격의 영향을 받지 않은 그런 오크 라이더를 원거리 능력자들이 처리했다.
화염의 창, 얼음의 창, 빛의 구체, 흙으로 만들어진 검 등등.
원거리 능력자들의 공격이 오크 라이더의 목숨을 빼앗았다. 하지만 몬스터의 숫자는 220,000이다.
-4조와 원거리 능력자들은 2조(탱크)와 마찬가지로 후방을 공격한다. 1조는 대기.
“…….”
최전방에 서 있던 헌터들이 몸을 움찔 떨었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아도 놈들을 자세히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상태임에도 대기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신 사령관의 명령을 거부하는 헌터는 없었다.
“…….”
“스으읍, 후우.”
S급 헌터들이 페이신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방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폭파!
페이신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후방 지원 팀과 함께하고 있던 병사들이 손에 들고 있던 버튼을 꾸욱 눌렀다.
콰과과과과광!
***
2조, 탱크 부대에 못지 않는 거대한 폭발.
후방 대기조.
매직 아이 주문서를 빌려 허공에 수십 개의 창을 띠운 채 전장을 살피던 페이신 사령관이 1조, 근거리 헌터들을 확인하고 바로 입을 열었다.
“1조 집중.”
진입을 마친 병사들은 병기가 나타나는 것을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헌터들이 전투 준비에 한창일 때, 마법사들이 흙벽을 세우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때, 병사들은 페이신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앞으로 이동해 폭탄을 설치했다.
페이신 사령관의 시선이 다시 최전방으로 향했다.
폭발에 의해 발생한 흙먼지 영역을 통과한 몬스터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팔이 날아간 몬스터가 있었고, 피해가 전무한 몬스터가 있었다.
“1조 공격!”
페이신 사령관이 1조, 근거지 능력자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헌터들은 바로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갔다.
“좋아. 아직까지 변수는 없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 페이신 사령관은 몬스터의 정보를 모았다. 너무나 많고, 다양한 몬스터들을 한꺼번에 상대해야 했기에 매우 머리가 아팠지만 소멸 작전 실행 전날까지 수면을 취하지 않고 몬스터를 공부했다.
페이신 사령관이 고개를 살짝 틀어 동쪽, 고블린들에게 향해 있는 매직 아이를 확인했다.
고블린.
가장 약하지만, 가장 약하기에 가장 짜증나는 어느 정도의 지능과 지성을 갖춘 종족.
‘예상대로.’
중앙 지역이 큰 피해를 입은 탓인지 고블린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포 핸드 오우거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진격은 하지만 다른 종족들과는 달리 아주 천천히 진격했다.
페이신 사령관의 시선이 북쪽, 리자드맨들에게 향했다.
도마뱀과 인간을 반씩 섞은 인간형 몬스터, 리자드맨은 고블린과는 달랐다. 놈들은 달렸다. 중앙 지역에 자리를 잡은 몬스터들의 뒤를 따라 진형도 갖추지 않고 진격했다.
‘이쪽도.’
고블린과 마찬가지로 예상한 사항이다. 그래서 페이신 사령관은 서쪽, 물끄러미 인간들을 바라보는 포 핸드 오우거를 확인했다.
네 개의 팔을 가진 거인형 몬스터, 오우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전투를 지켜보던 페이신 사령관은 눈앞에 있는 적에게 집중해 군인들에게, 그리고 헌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