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206)
203 S등급(1)
부산.
모든 게이트가 통합되며 게이트에 서식하던 몬스터들도 하이시스에게 복속되었다.
지원 요청을 받고 부산을 찾은 레스트는 오러 마스터, 그리고 부산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의 전투를 지켜보다 고개를 살짝 돌려 바다 위를 바라봤다.
해룡, 레비아탄이 몸의 절반을 드러낸 채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군을 지원하는 레스트, 대마법사들과는 다르게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레스트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해변가에서 싸우는 이들을 바라봤다.
오러 마스터, 그리고 헌터들은 스켈레톤 무리와 싸우고 있었다.
바다에 뛰어들어 레비아탄을 공격하는 헌터?
없었다.
지상으로 올라온 몬스터를 먼저 처리한 후에 레비아탄을 육지로 유인해 토벌하거나 실드 마법을 이용해 하늘 위에 발판을 만들어 토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도 있다.
브리칭하는 해상 몬스터들.
점프를 하며 붉은 눈으로 지상에 있는 인간들을 살피는 해상 몬스터들 때문이었다.
마법으로 해상 몬스터를 정리한다?
전투를 지켜보는 레비아탄이 움직일 수가 있다. 그래서 하지 않았다. 아직 지상으로 올라온 몬스터도 전부 처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레비아탄까지 움직인다?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다.
우우웅.
갑작스러운 마나의 유동.
레스트와 대마법사, 그리고 상위 등급 헌터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 하늘을 올려 봤다.
파앗!
빛의 폭발.
부우우웅.
떨어지는 몬스터.
콰아앙!
같은 편인 스켈레톤을 산산조각 내며 해변가에 떨어진 몬스터가 주변을 쓰윽 둘러봤다.
“조금 더 세밀해졌군.”
대마법사의 중얼거림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작위로 몬스터를 전이시키던 하이시스의 텔레포트 마법진이 바뀌었다. 몬스터의 속성에 따라 지형을 고려해 몬스터를 전이시키는 것처럼 텔레포트 마법진이 세밀해졌다.
그렇지 않으면 바다 앞에 가시가 돋친 등껍질이 인상적인 초대형 터틀 키메라가 소환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등급은…….’
빠르게 터틀 키메라를 관찰한 레스트가 매직 보이스 마법을 사용해 후방에 자리 잡은 지휘부에 말했다.
“등급은 S등급입니다. 레비아탄이 움직이기 전까지 저놈은 우리들이 상대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
인천.
보조 마법, 방어 마법으로 무인 및 헌터들을 지원하던 언소월이 바다, 정확하게는 바다 위 하늘을 바라봤다.
해상 몬스터, 레비아탄이 출몰한 부산과는 다르게 인천에 나타난 S등급 몬스터는 언데드, 그것도 비행 능력을 가진 언데드였다.
“…….”
하이시스가 자신의 차원의 사람이며, 스스로 리치가 되어 차원 이동 연구를 하던 사람이라는 이유로 레스트는 자신의 차원의 몬스터들의 이름, 특징, 약점, 주의점을 정리한 몬스터 도감이라는 서적을 사람들에게 뿌렸다.
언소월도 당연히 그 몬스터 도감이라는 책을 읽었다.
“……와이번이었나.”
드래곤의 아종이라 불리는 몬스터가 있다.
육지에는 드레이크.
해상에는 레비아탄.
하늘에는 와이번.
언데드가 되었기에 브레스라는 능력을 상실했다. 그러니 그냥 커다란 비행형 몬스터에 불과했지만 언소월은 심각한 표정으로 작전을 구상했다.
언데드 와이번이 열두 마리나 되었고, 그중 한 마리는 전신에 마법진이 새겨진, 그리고 네 개의 뼈 날개가 달린 와이번이었기 때문이다.
‘마법사 지원을 요청해야 하나.’
언데드, 키메라와 싸우는 중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한정이 아니다.
지원을 요청해도 제 시간에 맞춰 지원군이 도착할지 알 수가 없었다.
언소월이 허리에 차고 있는 무전기를 건드려 마법사의 탑이 사용하는 주파수에서 인천 지휘부가 사용하는 주파수로 바꿨다.
“…….”
비행형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다. 하늘 위에서 놈들과 싸우는 것보다 놈들을 지상으로 끌어내려 싸우는 것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
“중력 관련 능력을 각성한 헌터가 있습니까?”
-……누구십니까?
“마탑의 언소월입니다.”
다른 차원의 차원 수호 지원군의 언소월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이었기에 그는 마탑의 이름을 빌렸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없습니다.
“공중에서 놈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놈들을 아래로 끌어내려 상대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동의합니다. 중력을 조종하는 마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만으로 부족합니다. 그래서 중력과 관련된 이능을 각성한 헌터를 찾은 거고요. 그러면…….”
생각에 잠긴 듯 말끝을 흐렸던 언소월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바라봤다.
지상으로 올라온 몬스터들과 싸우는 헌터와 무인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원하는 현대 병기.
“그물.”
-……예?
“그물이 있습니까? 놈들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 있는 거대한 그물.”
***
다른 차원의 지원군이 지구에 도착하고 일주일 정도 흘렀을 때였다. 북한 영토를 수복한 대한민국과 중국의 국경 사이에 A급 게이트가 차원의 벽에서 소환되었다.
A급 게이트.
게이트를 경험해 보지 않은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이다. 한율은 헌터 협회에 연락했고, 헌터 협회는 그의 요청에 따라 중국 헌터 협회에 연락해 국경에 소환된 A급 게이트를 가져왔다.
중국은 거절하지 않았다. 점점 퀘스트가 가까워지는 상황이다. 무리하게 A급 게이트 소멸 작전을 진행해 S급 헌터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중국은 협상도 진행하지 않고 헌터 협회, 정확하게는 대한민국의 헌터 길드, 마법사의 탑에게 소멸 작전권을 넘겼다.
물론 한 가지 조건을 남겼지만 그 조건이 소멸 작전에 참가하는 것이었기에 그냥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렇게 여섯 번의 소멸 작전을 펼쳐 A급 게이트를 소멸시키고 마법사의 탑으로 복귀했을 때, 한율은 회의를 열었다.
소멸 작전에 참가한 이들, 그리고 참가하지 않고 아군의 전력 강화를 위해 전 세계로 흩어져 활동하던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 그리고 각국의 대표 헌터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주관한 것은 한율이다. 하지만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레스트였다.
“제가 살고 있는 차원, 으음,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 보니 판타지라고 부르고 있더군요. 그러니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미리 정하겠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차원을 판타지라고 부르겠습니다. 언소월 님의 차원은 무협이라고 칭하려 했지만, 단어를 찾아보니 무술에 능한 협객이라는 뜻이더군요. 그러니 무림(武林), 무림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에리얼 님의 차원은 정령계.”
자연스럽게 언소월과 에리얼의 차원의 이름까지 정했다. 레스트는 자연스럽게 회의실을 둘러봤고, 피식 실소를 터트리는 지구의 대표들과는 다르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다시 입을 열어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판타지에서는 언데드 드래곤, 무림에서는 악황제라는 강시, 정령계에서는 혼돈의 정령왕. 저는 이들이 지구에서 말하는 S등급 몬스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A등급 게이트의 가디언, S등급에 필적하는 몬스터를 상대하니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등급을 매긴다면 SS등급입니다. 당연히 지구의 퀘스트, S급 게이트.”
“아, SS등급이겠구나.”
누군가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S급 게이트다. 당연히 게이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니 게이트의 핵이 존재할 것이고, 그 게이트의 핵을 지키는 가디언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게이트의 가디언은 게이트 등급보다 한 단계 더 높다.
C등급 게이트라면 B등급 몬스터가 가디언.
A등급 게이트라면 S등급 몬스터가 가디언.
A+등급 게이트라면 S+등급 몬스터가 가디언.
그렇다면 S등급 게이트의 가디언은 등급으로 분류하면 어떤 등급일까.
당연히 SS등급 가디언이다.
“최초로 토벌에 성공한 SS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는 언데드 드래곤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많은 약점을 가진 ‘언데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혼돈의 정령왕은 달랐습니다. 약점이 매우 적고, 간신히 찾아낸 약점을 노리고 공격했지만 너무나 많은 이들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중간계의 수호자라 불리는 드래곤 님들 중에서도 부상자가 발생할 정도였죠.”
레스트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한 번 살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말씀드리겠습니다. A등급 게이트의 가디언의 열 배.”
“……!”
“S등급 게이트의 가디언. 지구에 나타날 S등급 게이트의 가디언의 힘을 A등급 게이트의 가디언의 열 배라고 생각하십시오.”
***
“……후우.”
A등급 게이트를 경험한 다른 차원의 지원군들이 진행한 회의.
그 회의 내용을 떠올린 김환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모니터를 확인했다.
흑색 거성과 쉼 없이 몬스터가 걸어 나오는 아공간.
레스트의 조언대로 지구의 헌터들은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되었을 때, 자기 자신에게 다양한 제약을 준 상태에서 A등급 게이트의 가디언을 상대했다.
S등급 게이트의 몬스터가 아닌 S등급 게이트의 가디언을 상대하기 위해서.
“더블 에스(SS)등급이면 가디언은 트리플 에스(SSS)등급이라는 건가.”
얼마나 강할까.
상상이 안 되었다.
김환성이 대형 모니터와 연결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협회 직원, 그에게 요청해 화면을 바꿨다.
인천, 부산, 그리고 서울.
언소월, 레스트, 한율이 대한민국에 나타난 몬스터와 싸우고 있었다.
바다에서 몬스터가 공격해 올 가능성이 높아 군사 기지를 세웠고, 현대 병기도 배치했다. 그래서 큰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서울에 나타난 S등급 몬스터.
세 개의 머리를 가진 대형 몬스터, 드레이크.
한율과 마탑 소속 헌터들이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가장 가까운 백호 길드에서 빠르게 헌터를 파견했지만 쉽게 토벌할 것 같지는 않았다.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도시에 헌터들을 대형 몬스터, 드레이크 쪽으로 보낸다?
불가능하다.
“광주, 몬스터들이 소환되었습니다.”
흑색 거성 앞에 나타난 게이트, 그 게이트에서 걸어 나온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무작위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리에 불과하다?
가장 등급이 낮은 몬스터가 B등급이고 가장 등급이 높은 몬스터가 S등급이다. 다른 지역, 그리고 다른 도시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을 파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
천천히 고개를 숙인 김환성이 자신의 손을 빤히 바라봤다.
A등급 헌터였던 그는 판타지, 그리고 무림에서 찾아온 무인들의 가르침을 받아 S등급 헌터가 되었다.
직접 움직여야 할까.
몬스터와 싸우지 않는 유일한 헌터는 자신이니까.
고민하던 김환성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