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21)
021 브레이크(3)
콰앙!
경동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헌터 백화점, 아니 총포상에서 총을 구입했다.
“대략 11분.”
청일 고등학교는 장안교 바로 옆.
인터넷을 통해 거리를 확인한 한율은 바로 택시를 잡았다.
“어서 오십쇼.”
“청일고. 따따블.”
“…….”
백미러로 한율을 한 번 확인한 택시 기사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빠르게 모시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한율이 비행기 모드를 활성화한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거래하죠.”
[레스트: 음? 또 말씀이십니까?]“동생이 위험합니다.”
[레스트: 치유 마법, 힐과 마나를 끊어도 형태를 유지하는 흙마법을 추천합니다. 어스 월, 어스 애로우와 같은. 하지만 자연 마법은 지형에 따라 효과가 강해지니 동생분께서 위험에 처한 지역, 그 지역에 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레스트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근처…….”
5년 전, 장안교 바로 옆에 세워진 청일 고등학교.
“얼음과 불이 없습니다. 아니…….”
한율이 자연스럽게 스피커에 손을 올리고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청일고까지 내비 없이 가능한가요?”
“뉴스를 틀면 되겠습니까?”
“네.”
택시 기사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내비게이션을 터치했다.
너무나 갑작스레 일어난 브레이크 현상 때문인지 우측 상단 ‘Live’라는 자막이 떠 있는 뉴스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넓은 운동장에서 헌터 몇 명이 다크 울프와 싸우고 있었다.
“……!”
화면 끝, 본관으로 달려가는 다크 울프와 그 뒤를 쫓는 헌터가 눈에 들어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손톱이 살가죽을 파고들어 피가 뚝뚝 흘렀지만 한율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방송을 지켜보며 다시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얼음도 없습니다. 흙과 물, 그리고 바람.”
[레스트: 흙과 물에 집중하겠습니다. 달려서 이동 중이십니까?]“아뇨.”
[그럼 영초를 흡수하십시오. 마나 호흡법을 돌려 흡수량을 높이고 싶어도 제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 마나 호흡법은 포기합니다. 마법서는 나중에 판매하겠습니다. 일단 제 설명과 주문을 외우십시오.]마법서는 마법 이해도를 높여 시전 속도, 효과를 높인다.
한율은 영초를 씹으며 레스트의 설명에 집중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두 가지 마법을 습득하고 세 번째 마법에 집중하려 할 때, 택시가 점점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왜 속도를…….”
“사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율이 상체를 살짝 틀어 전방을 확인했다.
“사고?”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듯했다.
바로 앞에 있는 차들이 멈춰 선 상태.
택시도 얼마 못 가 멈춰 설 게 분명했다.
청일고까지 일직선.
“사고 현장을 피해 청일고로 향할 수 있을까요?”
택시 기사가 바로 내비를 켰다. 실시간 교통 상황을 터치해 지도를 확인한 택시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갑작스럽게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한 것 때문인지 도로가 전부 막혔습니다.”
“세워 주세요.”
“…….”
끼이이익!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택시 기사였다. 가족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는 망설이지 않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한율은 지갑에서 지폐를 뭉텅이로 꺼내 건네주고 택시에서 내렸다.
청일고까지는 일직선.
사고가 발생해 차도가 막힌 것이다. 인도가 막힌 것이 아니었다.
“헤이스트.”
한율은 신체 강화 마법을 자기 자신에게 사용, 버릇처럼 호흡을 고르는 일도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
청일고 본관.
크아앙!
공포심을 불러오는 검은 털과 붉은 눈동자의 주인, 다크 울프가 땅을 박찼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다크 울프는 의자와 책상을 쌓아 만든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아 파괴하려고 했지만, 바리케이드 뒤에는 젊은 교사들이 서 있었다.
“밀어!”
게이트와 몬스터의 출현으로 학교, 아니 모든 건물에 소방용품과 함께 무기가 배치됐다. 남성 교사들은 바리케이드 틈 사이로 창을 찔러 넣었고, 여성 교사들은 만약을 대비해 남학생들과 함께 권총을 겨눴다.
푸욱! 푸욱!
“좋아!”
“아직입니다! 다섯 마리!”
체육 교사는 큰 목소리로 경고했고, 바리케이드 틈 사이로 전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교사진과 학생들에게 명령했다.
“3층으로!”
각성자, 헌터.
있다. 청일고에도 상주 헌터가 있다.
하지만 그 헌터는 반대편 계단에서 다크 울프를 막고 있었다.
쿠당탕탕!
뒤에서 들려오는 부서지는 소리.
교사, 학생들은 빠르게 계단을 올랐고, 2층에 도착하자마자 대기하던 학생들과 함께 통과하기 위해 만들어 둔 바리케이드 사이에 책상과 의자를 쌓았다.
“허, 헌터들은 뭐 하는 거야!”
한 학생의 외침에 몇몇 이들이 입술을 깨물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브레이크 발생이라고 이해하기에는 자신들이 너무나 위험했다.
“시. 시발…….”
창문에 붙어 있던 한 학생이 욕설을 뱉고 체육 교사에게 보고했다.
“선생님! 헌터가 도착했어요. 그런데!”
“늘어났냐!”
“……네!”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다크 울프는 땀 냄새를 맡았는지 사방으로 흩어지는 대신 청일고로 달렸고, 그대로 1층을 돌파해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학생들을 노렸다.
다행히 근처에 있는 게이트를 방문하기 위해 청일고 정문을 통과해 후문으로 향하던 헌터들, 게이트 입구에서 대기하던 레온 길드 소속 헌터들이 다크 울프의 목표를 확인하고 똑같이 운동장으로 달려가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부상자의 발생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타다다다다.
귓속을 파고드는 동물의 발소리.
“준비해!”
체육 교사가 소리쳐 남학생들과 교사들을 부르자 긴장해서, 또는 두려움을 느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리케이드 앞에 섰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크 울프 무리가 가까워진다는 것을 느낀 몇몇 학생들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뒷걸음을 쳤다.
“도망칠 거면 여학생들, 그리고 여선생님들을 데리고 도망쳐!”
체육 교사는 강제로 그들을 데려오는 대신, 다른 명령을 내렸다.
매우 불리한 상황.
이미 공포가 몸을 지배한 상태라면 그들을 강제로 끌고 오는 것은 최악의 선택지였다.
“……!”
몸을 흠칫 떤 몇몇 학생들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고, 몇몇 학생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여학생과 여선생들을 바라봤다.
“온다!”
“으아아아!”
체육 교사가 너무나 빠른 속도로 계단을 올라 벽에 부딪친 다크 울프를 확인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두려움에 떨며 여학생들을 바라보던 남학생들은 그대로 도망쳤다.
한 걸음 내디디며 공포심을 조금씩 덜어내던 학생들은 황급히 달려와 교사들과 함께 창을 붙잡았다.
“서, 선생님. 초, 총 주세요.”
몇몇 학생들은 여선생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타다다다다.
크아앙!
“찔러!”
***
“대형 상위 게이트도 아니고!”
촤아악!
“뭐가 이리 많아!”
검을 휘둘러 몸을 날린 다크 울프를 두 동강 낸 사내가 이를 바득 갈며 걸음을 옮겼다.
미처 도망치지 못한 운동장 구석에 있는 학생들을 지키고 있는 헌터.
굳게 닫혀 있는 체육관 문을 향해 몸을 들이박는 다크 울프.
운동장 한복판에서 큰 목소리로 소리치며 다크 울프를 유인하는 헌터.
킁킁거리며 주변을 살피다 고개를 번쩍 들고 본관을 확인하고 달려가는 다크 울프.
레온 길드 1팀.
B급 게이트를 소멸시키고 집으로 향하던 1팀 팀장, 김건우가 몸을 비틀었다.
쉬이익!
촤아아악!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다크 울프가 바닥에 착지했다. 미끄러지듯 뒤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광기에 휩싸인 다크 울프는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다시 달려들었다.
“흡!”
능력, 마나 소드.
김건우가 짧은 기합과 함께 검을 찌르자 검신 형태의 푸른 마나가 다크 울프에게 날아갔다.
달리던 상태에서 두 동강 나 버린 다크 울프.
자연스럽게 왼손으로 얼굴을 쓸어 피를 닦아 낸 김건우가 뒤늦게 입구를 통과한 1팀 팀원들을 확인하고 소리쳤다.
“반으로 나눈다! 한쪽은 운동장! 한쪽은 체육관!”
“본관은 어찌합니까!”
“내가 간다!”
분명 본관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갇혀 있을 것이다.
레온 길드 1팀은 반으로 나눠 체육관, 그리고 구석에 뭉쳐 있는 학생들에게 달려갔고, 김건우는 본관으로 달려가며 다크 울프를 학살했다.
입구는 굳게 닫혀 있다. 아니, 닫혀 있었다는 말이 정확했다.
다크 울프가 창문을 깨고 들이닥친 것인지 입구가 굳게 닫혀 있음에도 통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크아앙!
들어서기가 무섭게 양옆에서 날아오는 다크 울프.
김건우는 앞으로 몸을 날렸다.
몸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 내는 데에 한계가 있다. 또한, 계속된 마나 소모는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체력 소모가 커지고.
바닥을 구르며 다크 울프 두 마리와 멀어진 김건우가 허리띠에 매달아 둔 단검을 꺼내 왼손에 쥐고 크게 휘둘렀다.
전방으로 쏘아지는 작고 짧은 마나 소드.
촤아악!
몸을 두 동강 내지는 못하지만, 과다 출혈로 목숨을 앗아갈 정도는 되었다.
김건우는 바로 좌우로 복도를 확인하고 우측 복도를 가로질렀다. 좌측 복도 끝에서 마나가 느껴졌기 때문에, 마나가 느껴지지 않은 우측으로 향한 것이었다.
쨍그랑!
다크 울프 세 마리가 창문을 부수며 복도에 들어섰다.
김건우는 레온 길드에서 몇 안 되는 A급 헌터.
그는 다크 울프를 빠르게 토벌하며 계단을 밟았고, 1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3층 중앙 계단에 도착하자 눈을 번뜩이며 무릎을 살짝 굽혔다.
타악!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계단을 오른 김건우가 미처 4층으로 이동하지 못한 교사와 학생들을 확인하고 다시 땅을 박찼다.
타아악!
다크 울프 무리를 그대로 통과해 교사들 앞에 멈춰 선 김건우가 몸을 돌렸다.
A급 헌터가 내뿜는 살기 때문인지 먹이를 눈앞에 두고 광기에 휩싸여 있던 다크 울프들이 정신을 차리고 뒤로 물러섰다.
“부상자가 있습니까?”
“네. 바로 치료를 해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오래 내버려 두면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고개를 끄덕이던 김건우가 어린 소녀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
교복을 입은 단발머리 여학생이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내 앞에 서서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대단한 학생이네.’
헌터가 아니다. 빠른 대답과는 다르게 손을 떨고 있으니 몬스터 토벌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 누구보다 앞에 서서 몬스터를 노려보고 있다.
“일단 정리부터.”
김건우가 상황 보고를 듣기 위해, 즉 눈앞에 있는 다크 울프를 처리하기 위해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이었다.
유! 라! 야!
“…….”
김건우가 걸음을 멈췄다.
몸을 한껏 낮춘 상태로 이를 드러내고 있던 다크 울프가 흠칫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