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60)
057 문화 침공?(1)
“끄으응.”
기지개를 켠 한율이 의자에 편히 기대앉아 천장을 바라봤다.
“더럽게 힘드네.”
6월 중순, 경매장 습격 사건.
6월 말, 퇴원 및 C+등급으로 재조정.
그리고 7월 1일.
한율은 마법 주문서 제작 연습, 그리고 아티팩트 제작 연습에 들어갔다.
물론 약재 거리의 상인들과의 계약 때문에 게이트 활동은 여전했지만, 그 시간이 많이 줄었다.
9시에 게이트로 출근, 오후 2시에 퇴근.
오후 3시에 집으로 복귀, 저녁 5시까지 주문서 제작.
저녁 5시에 청일 백화점으로 출발, 7시까지 이유리를 위한 마법 강의.
8시에 다시 집으로 복귀, 새벽 2시까지 주문서 제작.
고개를 돌린 한율이 책상 옆, 종이가 가득 차 있는 박스를 확인했다.
7월 1일에 시작해 10월 1일까지.
책상 옆, 세 개의 박스에는 2달간 제작한 주문서로 가득했다.
게이트 활동 시간을 줄인 탓에 성장 속도가 느려졌지만, 성장 속도를 대가로 가족들의 안전을 위한 주문서, 그리고 아티팩트를 제작할 수 있었다.
“감정.”
이름: 한율의 마법 팔찌(180).
설명: 한율이 제작한 마법 팔찌.
효과: 실드 생성.
이름: 한율의 마법 목걸이(200).
설명: 한율이 제작한 마법 목걸이.
효과: 어스 애로우 생성.
한 번 사용하면 시간이 필요한 게임과는 다른, 마나만 충분히 채워져 있으면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부여된 장비, ‘아티팩트’다.
“밥 먹어!”
두 개의 팔찌, 그리고 두 개의 목걸이를 바라보던 한율이 유라의 외침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티팩트를 들고 방을 나오니 이미 식탁 앞에 자리를 잡은 한국영, 그리고 한유라가 보였다.
한율이 식탁에 앉자마자 팔찌와 목걸이를 내려놓았다.
“뭐냐?”
“뭐야?”
“아티팩트.”
“호오?”
“헤에?”
탄성을 흘리며 한율이 건네준 아티팩트를 살펴보는 한국영과 한유라.
한율은 식사를 하며 두 사람에게 아티팩트 사용법을 알려 줬다.
“마나 보충은 어떻게 하면 되는데?”
“마나 사용자, 그러니까 헌터에게 마나를 주입해 달라고 부탁하면 돼. 유라 너는 유리에게 부탁하면 되는 거지.”
한유라의 옆에는 이유리라는 마법사가 있다. 그러니 마나 보충에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한국영이 물었다.
“아버지는 해체소를 방문하는 헌터에게 부탁해야죠.”
“그…… 욕심을 내지 않겠냐?”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보면 아들놈이 만들어 줬다고 하세요. 그럼 빼앗는 것보다 의뢰를 할 테니까.”
마법이 저장된 아티팩트다.
헌터의 입장에서 보면 빼앗아 척을 지는 것보다, 돈을 지불해 아티팩트 제작자와 친분을 쌓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강탈은 범죄다.
“…….”
그래도 걱정이 된 걸까?
한율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한국영의 침묵에 된장국을 한 숟갈 뜨고 다른 방법을 알려 줬다.
“아마 청일 그룹 경호원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 테니, 그들에게 부탁하세요.”
“……청일 그룹?”
“네.”
“왜 청일 그룹이 날 경호하냐?”
“마법사의 아버지잖아요.”
손가락으로 가슴을 쿡쿡 찌르며 말하는 한율.
한국영은 그런 아들의 모습에 실소를 터트린 후에 아티팩트를 착용했다.
“그럼 오빠.”
“어.”
“이제 또 게이트 시간 늘어나겠네?”
“그렇지.”
“하양이도 데려가고?”
“그렇지.”
“……쩝.”
더 이상 하양이와 함께 등교하지 못한다는 대답 때문일까, 한유라가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였다.
***
[에리엘: 한율 님.]헌터 활동을 위해 지하철역으로 이동할 때였다.
한율이 에리얼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귀에 가져다 댔다.
“네. 부탁할 거라도 있으세요?”
[에리엘: 네. 부탁할 게 있는데요.]“말씀하세요.”
“알죠.”
바람의 정령왕 에리엘은 민트 초코가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라는 한율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민트 초코의 위대함을 널리 퍼트리기 위해 정령계를 돌아다녔다.
결과는 실패.
맛은 괜찮은데 찾아 먹을 정도는 아니다.
이상하다.
애매하다.
더럽게 맛없다.
물론 맛있다고 한 정령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숨을 푹푹 내쉬던 에리얼은 그다음 날, 다른 맛을 요청했다.
민트 초코만 찾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맛을 찾는다?
궁금해진 한율은 물었고, 에리얼은 말했다.
[에리얼: 다른 애들이 민트 초코 말고 다른 건 없냐고 물어봐서요.]한율은 물었다. 다른 애들이라뇨?
에리얼은 대답했다.
[에리얼: 다른 왕들이요.]결과.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물의 정령왕이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걸, 그리고 땅의 정령왕이 바나나맛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리얼: 아, 그리고 솔의 맛인가? 그것도요. 걔는 참, 그게 뭐가 맛있다고.]민트 초코는 좋아하지만, 솔의 맛은 싫어하는 에리얼.
솔의 맛은 좋아하지만 민트 초코는 싫어하는 불의 정령왕.
[에리얼: 아, 그리고요.]“네. 또 있나요?”
[에리얼: 재밌는 거 없을까요?]“……?”
재밌는 거?
“재밌는 거라뇨?”
[에리얼: 하양이에게 들어 보니 한율 님이 살고 있는 곳은 즐길 게 많다고 하던데요. TV라든가 컴퓨터, 스마트폰, 만화 등등.]“어, 음……. 그 하양이가 말한 거는 에리얼 님이 사는 곳에서 대부분 못 쓰는데요. 거기다 글도 알아야 하고.”
[에리얼: 하양이에게 한글을 배웠어요. 걱정 마세요.]강아지에게 한글을 배우는 여인의 모습.
바람의 정령왕이 ‘안녕하세요. 사랑해요. 지구인 여러분’이라고 말하는 모습.
“어, 음. 잠시만요.”
어떻게 해야 하지?
컴퓨터를 사고, TV를 사고, 발전기를 사고, DVD를 사야 하나?
[에리얼: 즐길 거 보내 주시면 이거 드릴게요.]갑자기 떠오른 거래창.
한율이 에리얼이 올린 것을 확인했다.
이름: 물의 여왕의 꽃(650).
설명: 물의 정령왕의 힘이 담긴 꽃.
효과: 신체 강화(15%), 최대 마나량 상승(15%).
“……허미.”
고정이다. 그것도 한 자리 숫자가 아닌 두 자리 숫자.
“이걸 주신다고요? 재밌는 거 보내 주면?”
“……물의 정령왕님의 요청입니까?”
[에리얼: 아뇨. 정령계 전체의 요청이요.]“…….”
정령계가 오락을 찾는다.
보상은 최고의 영약.
“한글을 배우셨다고 하셨죠?”
[에리얼: 네.]“에리얼 님만 배우셨나요?”
[에리얼: 아뇨. 전부 배웠어요.]“…….”
인간, 동물, 몬스터 등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정령들이 새하얀 솜뭉치 같은 강아지에게 한글을 배우는 모습을 떠올려봤다.
상상이 안 된다.
“그럼 준비되면 연락드릴게요.”
[에리얼: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이후, 메시지창은 날아오지 않았다.
한율이 바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지 않고 역 앞에 위치한 편의점, 편의점 앞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을 열었다.
“하양이 소환.”
앙!
“하양아. 진짜로 한글을 배우셨냐?”
앙! 앙!
발밑에서 소환되었지만, 폴짝 뛰어 테이블 위에 착지한 하양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울음을 터트렸다.
‘네! 너무 심심하다며 정령왕님들께서 한글을 가르쳐 달라고 하셨어요!’라는 하양이의 대답에 어이가 가출할 것 같았다.
“진짜 컴퓨터를 보내야 하나? TV랑 DVD도?”
보내 줄 수 있는 건 많다.
TV, 컴퓨터, 콘솔 게임기기, 보드게임, 장기, 바둑, 체스, 소설 등등.
전기?
발전기도 함께 구매해서 보내 주면 된다.
방송?
정령계까지 방송 송출은 불가능할 테니 DVD 플레이어를 보내면 된다.
“……쓰으읍, 그런데 정말 보내도 되는 건가?”
막 떠오른다.
막장 드라마를 보는 정령들의 모습이.
함께 모여 게임을 하는 정령들의 모습이.
나이가 많은 정령들이 장기를 두고,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정령들이 훈수를 두는 모습이.
“일단 하나씩 보내 볼까? 일단 취향은 알아야 하니.”
앙!
귀엽게 울음을 터트리며 ‘좋아요’라고 대답하는 하양이.
한율은 다시 한번 하양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C급 게이트를 방문한 한율은 오후 3시가 되었을 때, 게이트를 나왔다.
정령왕들의 의뢰 때문이었다.
“아, 내일부터 다섯 시?”
점심을 먹고 동산 해체소에 연락을 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동산 해체소 직원에게 몬스터 시체를 넘길 수 있었다.
운전석에 오른 이영진이 창문을 내리고 한율에게 물었다.
“변동 사항이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오야. 그럼 오늘도 수련하러?”
“아뇨. 살 게 있어서.”
“……?”
“좀 많아요. 다양하기도 하고.”
많다.
다양하기도 하고.
한율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고, 차에 오른 이영진과 작별 인사를 나누자마자 대형 마트로 향했다.
전자 제품도 팔고, 서적도 팔고, 어린이용 게임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파는 대형 마트.
대형 마트에 도착한 한율이 가장 먼저 전자 제품 코너를 찾았다.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제품이 있으신가요?”
“컴퓨터, TV, DVD, 콘솔 게임기요.”
“……네?”
“컴퓨터, TV, DVD, 콘솔 게임기요. 전부 하나씩 구매할 생각이고요.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요.”
“……에, 네.”
큰손이다.
잠시 당황하던 직원이 부드러운 영업용 미소를 그리자 한율이 물었다.
“발전기는 안 팔죠?”
“네?”
“마석으로 충전되는 발전기를 찾는데.”
“……마석용 발전기는 헌터 백화점 같은 곳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호?”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컴퓨터 한 대, TV 한 대, DVD 플레이어 한 대, 콘솔 게임기 한 대 구입하려고 하는데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비싼 거로.”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직원은 친절했다. 뭐, 판매원으로서 친절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물건을 판매하면 판매원에게 들어가는 수익이 있었는지 직원은 친절했다.
“제 명함입니다.”
직원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800만 원.
비싸고 큰 걸로 구입했다. 잡다한 물건들까지 포함하면 800만 원이 넘었지만, 직원이 할인해 줘서 800만 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찾으시는 제품이 있으시면, 또 질문이 있으면 명함에 적혀 있는 번호로 연락 주십시오.”
“네. 그럼 수고하세요.”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다시 한번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는 직원.
한율은 그런 그의 행동에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채 인사를 받아 준 후, 게임 코너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