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90)
087 12월 1일(1)
11월 25일.
인천 공항.
“와, 왔다!”
차자자자작!
누군가를 기다리듯 게이트 입구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좌우로 열리는 자동문을 통과한 사람은 아름다운 여성.
11월 1일에 방영된 강의 방송 이후, 가장 빠르게 1서클을 생성했다고 알려진 여성, 엘렌 알렉시아.
“분명 S급 헌터인 카일의 여동생이라고 했지?”
“네. 각성은 안 했고요.”
아름다운 금발의 여성.
기자들이 자신을 향해 셔터를 누르는 게 신기했는지 눈을 깜빡이던 금발의 여성이 고개를 홱 돌려 옆에 서 있던 검은 양복의 사내에게 말을 건넸다.
엘렌과 똑같은 금발의 사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근육질 몸매와 등에 메고 있던 단창이 정체를 알려 줬다.
“와! 여동생을 정말 아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지, 진짜 카일 알렉시아가 왔네요.”
S급 헌터, 카일 알렉시아.
가장 빠르게 1서클에 도달한 엘렌의 친오빠로 미국을 대표하는 S급 헌터 중 한 명이었다.
“뒤에 배지 달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한 기자의 말에 몇몇 기자들이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회유하러 온 사람들이겠지.”
“가장 많은 헌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욕심이 많네.”
당당하게 정면만 바라보고 있는 다섯 명의 외국인.
알렉시아 남매를 보고 놀라고, 미국 헌터 협회 직원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던 기자들이 그들을 따라가는 대신 자리에 남았다.
분명 마법사의 탑 가입 면접은 12월 1일이었다. 하지만 마법 강의를 통해 1서클을 생성한 마법사 유망주들은 11월 25일에 한국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분명 한율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미리 와도 만날 수 없을 텐데.”
“그러니까요.”
마법사 유망주들의 입국 소식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한율을 따라다니던 기자의 말에 사람들이 동의했다.
11월 22일.
고용한 인부들과 함께 건물을 세우던 한율이 서울을 벗어나자 기자들은 특종이라 판단해 쫓아갔다.
그리고 그가 찾은 장소를 확인하고 그대로 돌아왔다.
대한민국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길 114.
세계에서 소름 돋는 7개의 장소로 선정된 곳.
물론 귀신을 믿지 않는 기자들은 따라붙었다. 범죄 행위였지만 특종을 위해 도청을 한 그들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돌아와 아주 무시무시한 특종을 올렸다.
마법사, 한율만으로도 엄청난 조회 수를 얻는데 ‘귀신’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묶인 기사가 올라왔다.
조회 수는 엄청난 속도로 올랐고, 그 기사는 수십 가지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 퍼져나갔다.
말도 안 된다?
몬스터가 존재하고 초능력자가 존재한다. 지상에 남은 영혼이 마나를 흡수해 귀신이 되었다는 가설은 너무 그럴듯했다.
기자들이 알렉시아 남매, 그리고 곤지암 정신 병원에 위치한 게이트를 찾은 한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때였다.
30분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을 확인한 기자들이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좌우로 열리는 자동문을 통과한 것은 소년이다.
기자들이 셔터를 누르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소년을 바라봤다.
새하얀 붕대를 왼팔에 감고 있다.
안구건조증인지, 아니면 눈병인지 왼쪽 눈에 안대를 착용하고 있다.
대체 어디서 구한 건지 궁금하게 만드는 거대한 탑 그림이 그려진 망토를 두르고 있다.
엘렌에 이어 두 번째로 1서클을 생성했다는 일본의 마법사 유망주, 사카이자와 류노스케였다.
“몇 살이었죠?”
“열다섯.”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셔터를 눌렀다. 그러자 류노스케를 따라 입국한 일본 헌터 협회 직원들이 고개를 푹 숙이거나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로 얼굴을 가린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다음이…….”
자동문이 열리며 30대 초반의 남성이 걸어 들어왔다. 기자들을 바라보며 깜짝 놀란 사내는 자국의 헌터 협회 직원들과 함께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방금 그 사람이.”
“어, 우크라이나.”
이후로도 1서클을 생성한 마법사 유망주들이 게이트를 빠져나와 기자들을 만나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러고 보니 중국은?”
“아, 방금 도착했대. 확인받지 않고 가져온 물건이 있어서 시간이 걸린다네.”
다시 열리는 자동문.
“오! 잘생겼네.”
잘생긴 20대 중반의 중국인 사내가 기자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 중국 헌터 협회 직원들과 함께 중국을 빠져나왔다.
“아, 그러고 보니 국내 상황은?”
“장난 아니랍니다. 강남 터미널은 물론 동서울 터미널, 서울역까지 기자로 가득 찼다고 합니다.”
“허허…….”
외국에만 마법사 유망주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빼앗겼지만, 숫자로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마법사 유망주가 탄생했다.
***
엘렌 알렉시아가 마법 강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방영이 되고 하루가 지났을 때였다.
남들보다 아주 조금 늦게 알게 되었지만 너튜브를 돌아다니던 도중 그 동영상을 발견한 그녀는 남들보다 더 집중하고, 같은 내용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으며 마법을 공부했다.
카일 알렉시아.
브레이크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홀로 자신을 키운 친오빠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진로도 바꿨다.
게이트 연구 분야에서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마법’이라는 분야로.
희망은 전투 마법사.
“매일매일 영상을 봐서 그런가.”
“응?”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알렌의 말에 카일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동생을 바라봤다.
“아니, 사고 칠 거 같아.”
“……무슨 사고?”
“마스터도 아닌데 마스터라고 부를 거 같아.”
엘렌은 마법 강의만 시청한 게 아니었다. 너튜브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한율과 관련된 전투 영상을 시청해 마법을 공부했다.
“음…… 엘렌?”
“응?”
“제작 쪽은 정말 안 되겠니?”
“응. 난 꼭 전투 마법사가 될 거야.”
헌터는 매우 위험한 직업이다. 그래서 엘렌에게 마법사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게이트 소멸 작업을 마치자마자 보고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설득했다.
하지만 동생은 이미 1서클을 생성한 상태였다.
그것도 그 누구보다 빠르게 1서클을 생성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이 속한 길드의 마스터에게 그동안 쓰지도 않던 엉클(uncle)이라는 호칭까지 사용해 설득한 이후였다.
“오빠. 전투 마법사는 그냥 원거리 딜러야. 별로 안 위험해.”
“한율 씨의 전투가 안 위험하다고?”
“우리 마스터가 특이한 거야. 원래 마법사는 뒤에서 마법만 뻥뻥 쏘는 애들이야.”
우리 마스터…….
카일이 멍하니 엘렌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한율 씨.”
“응? 우리 마스터?”
“어, 너네 마스터. 나이가 어떻게 되셨지?”
“스물셋.”
“…….”
두 살 차이.
“아, 한국 나이로 스물셋이니까. 스물둘. 생일 지났으니……. 응. 맞아. 스물둘.”
한 살 차이.
엘렌은 아름다운 여성이다. 자신의 여동생이어서 색안경이 씌워진 탓에 그런 게 아니다. 남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돌릴 정도로 아름답다.
그런 아름다운 여성이 환하게 웃으며 마스터라는 호칭을 쓰면 과연 남자 중에 안 넘어갈 남자가 있을까?
“오빠?”
“응?”
“무슨 생각 하고 있어?”
한율에게 ‘내 동생 건드리면 죽여 버린다’라는 말을 어떻게 순화해서 전달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
“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 스마트폰은 왜 부숴.”
카일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무의식적으로 힘을 준 것 같았다.
카일은 손바닥 안에서 가루가 되어 버린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엘렌을 향해 빙긋 웃었다.
“실수야. 실수.”
***
“큭, 큭큭. 드디어 마스터를 만나는군.”
“류노스케.”
“무슨 일이지, 헌터.”
“……아냐. 아무것도 아냐.”
왜 하필 저런 애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법사 유망주일까.
물론 류노스케만 1서클을 생성한 것은 아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1서클을 생성한 마법사는 일반인은 서른다섯 명, 헌터는 스물두 명.
하지만 쉰일곱 명 중에 가장 빨리 1서클을 생성한 사람이, 그리고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많은 1서클 마법을 성공한 사람이 류노스케였기 때문에 그가 대표로 선정되어 가장 먼저 한국에 도착하게 되었다.
“큭, 큭큭큭.”
“…….”
“마스터의 고향이라. 오랜만이군.”
자신들이 알기로 류노스케가 한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스터……. 뵙고 싶었습니다…….”
“아, 정신 나갈 거 같애.”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같은 차량에 탑승한 직원, 그리고 헌터들은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큭, 큭큭큭.”
***
은갈치 양복을 입은 순박한 얼굴의 청년이 버스에서 내려 거대한 동서울 터미널의 크기에 감탄을 했다.
“우와아아.”
김덕배는 헌터가 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아버지를 따라 농사꾼이 되는 게 꿈이었던 그는 여느 때처럼 부모님을 도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TV를 틀었고, 그렇게 한율의 마법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각성을 하지 않아도 초능력을 쓸 수 있다.
그 말을 들어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마법을 배우면 농사일에 도움이 될까 싶어 11월 12일이라는 늦은 나이에 기초 마나 호흡법을 배우고 1서클 ‘아쿠아’ 마법을 단 닷새 만에 배웠다.
그 후?
1서클 마법만으로도 농사일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데 2서클, 3서클 마법은 얼마나 도움이 될까 궁금해서 부모님에게 말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농사일에 마법을 사용하는 농업 마법사가 되기 위해.
***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꿈을 위해.
누군가는 중2병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마법이라는 학문에 입문한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 때, 정작 그 마법이라는 학문 겸 기술 겸 초능력을 세상에 전파한 한율은 피곤에 찌든 얼굴로 차에 올라 서울로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