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who got stronger through trading RAW - chapter (91)
088 12월 1일(2)
“내가 다시 율이 형 제안 받아들이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냐.”
“……미안.”
이를 바득바득 가는 문수원에게 할 말이 없던 한율은 그냥 용서를 구했다.
“으음, 그럼 파트너.”
“어. 말해.”
“올라가면 면접 준비하나?”
문수원처럼 정신적인 피로가 크지 않았던 이대한은 차에 오르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국내, 그리고 국제 정세를 살피고 있었다.
“……벌써 그렇게 됐냐?”
“26일이다.”
“12월 1일에 면접 보기로 했으니.”
5일간 건물을 확인하고, 신청서를 확인하고, 레스트의 강의를 들으며 작성한 노트를 한 번 더 정리하고…….
5일이 지나면 일주일간 바로 면접 돌입.
“와, 씨바. 이러다 기절하는 거 아냐.”
쉴 시간이 없다.
어이없는 표정을 지은 채 중얼거린 한율이 이대한에게 물었다.
“벌써 왔대?”
“일단 각국의 대표 유망주들만 먼저 방문했다고 하는군.”
“청소년 올림픽 열리냐. 유망주면 유망주지 대표 유망주는 또 뭐야.”
피식 실소를 터트렸던 한율이 오래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다.
마법은 기술이자 학문이며, 각성하지 않아도 재능만 있으면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초능력이다.
또한, 게이트의 변화로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마법이라는 기술은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기술이자 학문이다.
“오!”
이대한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짧은 탄성을 흘렸다.
“에이, 그건 너무 갔어.”
“하지만 마법이라는 학문을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접해 숨어 있는 인재를 찾아 마법사로 육성해야 하니 국가에서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그 방법이 세계 대회다?”
“실제로 헌터 대회도 있는데, 마법 대회가 안 생길까?”
세계 헌터 협회는 헌터의 무력을 대대적으로 알려 사람들에게 안심을 주는 이벤트를 연다. 그게 이대한이 말하는 헌터 국가전이라는 이름의 일대일 전투 대회다.
“몰라.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면접?”
한율이 고개를 끄덕이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대한의 말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1서클을 생성한 마법 유망주들이 서울을 찾았는데, 그 유망주만 일백 명이 넘는다고 한다.
‘좆됐네.’
일주일로도 모자랄 거 같았다.
***
11월 27일.
‘⊓’ 형태의 건물.
“중앙은 본관, 우측은 훈련장, 좌측은 기숙사입니다.”
“오.”
“뭐, 전부 연결되어 있는 건물이지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건물은 5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본관 1층은 식당.”
“오.”
“청일 백화점 마탑 지부와 편의점이 들어올 예정이고.”
“오.”
“2층은 길드 사무실.”
“오오.”
“3층은 마탑주 사무실입니다.”
“오오?”
마탑주.
안내를 맡은 청일 건설 직원을 따라 건물로 진입한 한율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직원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4층 마탑주님의 연구실, 5층은 마탑주님 가족이 편히 머무를 수 있도록 최고의 저택으로 개조했습니다.”
“오, 오오!”
5층까지 이동해 소개를 마친 직원이 2층으로 내려가 우측 복도를 걸었다.
커다란 자동문을 통과.
“한 층에 열 개의 방을 설치했습니다.”
“부족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남아돌 겁니다.”
“수백 명이 올 텐데요?”
“수백 명 모두가 선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유망주는 재능과 함께 인격도 조사했는지 통과할 정도는 되었지만, 아직 입국하지 않은 유망주 중에는 바로 탈락시켜도 이상하지 않은 이들이 꽤 많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본관과 마찬가지로 5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
“1층은 휴게실.”
“오오.”
“2층과 3층은 남자 기숙사, 4층과 5층은 여자 기숙사입니다.”
“흡연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렇군요.”
흡연자.
고개를 끄덕인 청일 건설 직원이 태블릿PC를 조작한 후에 다시 설명을 이었다. 그렇게 기숙사 소개를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온 직원은 한율과 함께 중앙 공개 훈련장을 가로질러 좌측, 실내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한율 님의 요청대로 층을 나누지 않고 다섯 개의 훈련실을 만들었습니다.”
“오오.”
“훈련실 끝에는 휴게실이 있으며.”
“오.”
“한율 님의 요청대로 스낵바와 자판기를 설치했습니다.”
한율이 근엄한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그러자 직원이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그의 장난을 받아 준 후에 다시 중앙 공개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저는 그냥 설계만 했을 뿐인데요. 고생한 건 한율 님 그리고 현장직, 알바분들이시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젓는 직원.
한율은 또 한 번 근엄한 표정과 함께 손뼉을 쳤고, 직원도 또 한 번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장난을 받아 줬다.
“그럼 저는 또 일이 있어.”
“어? 어제 일이 끝난 거 아니었어요?”
“월급쟁이지 않습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씁쓸한 미소.
한율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제가 할아버지에게 보너스 좀 넣어 달라고 부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의상 한두 번 정도 거절할 법도 한데 바로 받아들였다.
한율은 엄지를 들었고, 빙긋 웃은 직원이 떠나자 몸을 돌려 마법사의 탑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물을 바라봤다.
“존나 크네. 시바.”
이왕 짓는 거, 이사 갈 생각이 들지 않도록 크게 짓자고 마음먹기는 했지만, 완공된 건물을 보니 내가 정말 돈을 쏟아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율은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서 건물을 바라보다 실내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실내 훈련장.
헌터들을 위해 마석을 섞은 건축 재료를 이용해서 건설한 실내 훈련장은 전투 훈련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었다.
제1 훈련장에 들어선 한율이 거래창을 열어 마법 구슬을 꺼내 손에 쥐고 주문을 외웠다.
레스트에게 배운 마나 호흡법을 외워도 더 많은 양의 마나를 흡수할 수 있는 마법진을 설치.
마법진 효과를 오랫동안 지속하도록 마석을 설치.
다른 훈련장에도 똑같은 마법진을 설치하고 똑같은 등급의 마석을 설치해 지속 시간을 높였다.
실내 훈련장 마무리 작업을 마친 한율이 이번에는 휴게실로 향했다.
무료 스낵바가 있고, 무료 자판기가 있으며 인터넷, 아니 인트라넷이 설치된 컴퓨터 다섯 대가 있다.
이미 점검을 끝냈겠지만 한율은 마지막 점검이라는 생각에 컴퓨터를 하나하나 켜서 확인한 후에 자판기 앞으로 이동해 캔콜라를 꺼냈다.
자연스럽게 뚜껑을 딴 캔을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진동하는 스마트폰.
“여보세요?”
-한율 씨.
“꿀꺽꿀꺽. 네. 유지태 비서관님.”
-바쁘십니까?
“네.”
-……그렇습니까?
“꺼억.”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멀리 떼어 낸 후에 트림을 한 한율이 다시 스마트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왜요?”
-한율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안 만나요.”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면접에 통과할 마법 유망주들을 지키기 위해 건물 전체에 마법진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거 대신해 줄 분 있으면 만난다고 전해 주세요.
-……1서클 마법사도 가능합니까?
“가능하겠습니까?”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네. 사흘만 더 고생해 주세요. 아, 아직 오전이니 나흘만 고생해 주세요.”
-그 후에도 고생할 것 같습니다만.
한율이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실내 훈련장 마무리 작업을 끝냈으니 이번에는 야외 훈련장, 직원이 공개 훈련장이라 불리는 중앙 공터 차례다.
잠시 손에 들고 있는 캔콜라를 바라보던 한율이 거래창에 콜라를 올리고 주문을 외웠다.
파아앗.
마법 구슬에서 튀어나온 푸른빛이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가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떨어진 빛은 그대로 바닥에 남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푸른빛으로 만들어진 마법진.
한율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푸른빛이 번쩍하고 폭발한 직후, 거대한 그림이 훈련장에 남자 다시 거래창에서 캔콜라를 꺼내 들고 이동했다.
한율이 길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온 기자들이 특종을 잡았다는 듯 사진을 찍었다.
“와!”
“엄청 화려하네.”
“진짜 멋있네요.”
기자들뿐만이 아니다.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감탄했고, 한율이 길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마법사 유망주들도 입을 쩍 벌렸다.
“우와. 마스터 짱이다.”
“큭, 큭큭큭.”
“오오오.”
***
11월 27일 길드 건설 마무리 작업 진행.
11월 28일 청일 그룹으로 이동, 면접 신청서 확인.
11월 29일 이사.
11월 30일 면접 준비
그리고 12월 1일.
천천히 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에 오른 한율이 하품을 뱉었다.
“피곤하십니까?”
“마법서 좀 정리하느라…….”
다시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한 한율이 고개를 돌려 김태산을 바라봤다.
“근데 진짜 오셨네요. 농담인 줄 알았는데.”
“팬이니까요.”
“허허허허.”
청일 그룹에서 가입 신청서를 정리했다. 당연히 임시로 만들어진 마탑 지원 부서에 친구가 있던 김태산은 ‘회식 3회’로 친구를 설득해 여성 아이돌 가수, 유리의 면접 날짜를 확인했다.
한율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웃음을 터트렸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다시 하품을 쩌억 뱉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피곤해서가 아닌 놀라움 때문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왜 확인한 것보다 더 많은 거 같죠?”
“기자들입니다. 경호원들이고요.”
수백,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개 훈련장을 가득 채우고 있어 깜짝 놀랐던 한율이 김태산의 말을 듣고 사람들을 살폈다.
그의 말대로 카메라를 든 기자, 그리고 리포터가 있었고, 무장을 한 경호원들이 있었다.
“한 사람당 5분씩 잡아도 더럽게 오래 걸릴 거 같으니까. 문자로 시간 알려 준다고 전해 주세요.”
“그래도 안 갈 겁니다.”
“지원팀 왔죠?”
“네.”
“길드 안내 좀 시켜 주세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김태산이 뒤로 물러서서 지원팀과 연락을 취하자 한율은 다른 소속의 경호원들에게도 부탁하고 다시 훈련장에 모여 있는 마법사 지망생들을 바라봤다.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는 마법사 지망생들.
인터뷰 한 줄이라도 따기 위해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기자와 리포터.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와도 같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타국의 헌터들.
“와…….”
숫자로 볼 때와는 다르다.
‘좆됐네.’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