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146
나는 작가다 146화
146화
김래원 회장의 도움으로 K E&M은 칠리아노 출판사를 통하지 않아도 세계적인 출판사가 될 수 있도록 판을 벌렸다.
일단 그간 칠리아노 보스와 출판사들과의 관계까 있으니 이탈리아 권은 여전히 그쪽에 맡기기로 했다.
그래, 마피아랑 사이가 틀어져서 좋을 건 없으니까.
여기에 대해서 칠리아노 보스 역시 좋게 받아둬서 다행이었다.
괜히 아저씨 꼬장이라도 부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좋게 받아줘서 진짜 다행이었다.
진심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암살하려고 든다면 하고도 남을 양반이니까.
어쨌거나 그렇게 잘 풀려서 다행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사업을 벌렸다.
물론, 발 벗고 열심히 영업하러 다닌 건 성용 형님이었지만 말이다.
어쩌겠는가?
난 바쁜데.
시나리오쓰랴, 연기하랴, 그림 배우랴.
오늘도 웹툰을 배우러 대학교로 나갔다.
심지어 과제 점수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아무래도 청강이다 보니 학생들과 함께 듣기보단 교수실로 가서 따로 평가를 받기로 했다.
교수는 내가 그린 웹툰 원고를 출력한 걸 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거 정말로 작가님이 직접 그리신 겁니까?”
“그런데요?”
“세상에!”
감탄하는 교수.
너무 오버하는 듯한 리액션에 별로여서 그런가 싶었다.
“별로에요? 전 괜찮은 것 같은데.”
자기 자랑일 수 있으나 내가 볼 땐 판타지스타 원고, 꽤 냈駭鳴?생각했는데.
단순히 그건 나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내 원고를 보고 있던 교수 역시 동의했다.
“괜찮은 수준을 넘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잉, 그래요?”
괜찮은 수준조차 넘었다고 하니 오히려 내가 민망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교수는 연신 내가 준 원고를 앞뒤로 훑어보며 감탄만 연신 해댔다.
“청강하면서 매번 완성물을 가져올 때마다 실력이 늘어나는 건 느꼈지만, 설마 단기간에 이 정도 실력까지 키우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아이고, 다 교수님 덕분이죠.”
“제 덕분에 그 단기간만으로 실력이 올랐다면 우리 과 애들이 다 성공해서 학교를 때려치우고 만화가가 됐겠죠?”
“어쨌거나 교수님 말씀은 이거면 충분히 사람들한테 선보일 실력 정돈 된단 거죠?”
“아무렴요. 본래 소설을 쓰시던 분이라 그런지 스토리도 탄탄하고, 그림체도 이 정도면 현역으로 뛰는 웹툰 작가들에 비해서 전혀 안 밀릴 것 같네요.”
“그럼 판매해도 될 수준이란 거죠?”
“예.”
“감사합니다.”
교수한테 인정받았으니 팔아야지.
반면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기 덕분이 아니라며.
“천만에요. 다 작가님께서 노력하신 결과물이죠.”
“다 교수님 덕분이죠. 나중에 식사 한 끼 대접하겠습니다. 학비도 안 내고 공짜로 배웠으니까요.”
“어휴, 공짜는 무슨요. 학비라고 치면 누구보다도 작가님이 제일 많이 내셨죠. 애들 장학금이 다 작가님 수익에서 나오는 건 교수들은 다 아는데요?”
“하하.”
그렇게 교수와의 이야기를 마친 뒤 난 성용 형님에게 그려둔 판타지 스타 원고를 보냈다.
영화와 맞춰서 KN월드에 웹툰으로 공개할 생각이었다.
이러면서 시간이 지나자 하나씩 정리가 되어갔다.
판타지스타의 경우 영화였다 보니 히터보다 빨리 촬영이 끝났다. 그리고 오늘은 판타지 스타 마지막 촬영날임과 동시에 회식이 있었는데, 그 뒤풀이 자리에는 안지훈 선수도 왔었다.
“이야,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힘들게 시간 빼서 왔더니 완전 축구 선수 다 됐더라?”
안지훈 선수가 맥주잔 하나를 든 채 다가오며 나한테 말했다.
그런 말에 난 겸손을 떨었다.
애당초 국가대표 앞에서 축구 실력을 논하다니.
어불성설이다.
“하하, 그냥 형한테 배운 거 조금 따라할 수준이죠.”
“아냐, 이참에 축구선수도 해볼래? 배우도 한다며?”
뜬금없는 축구선수 제안.
말도 안 됐다.
“형, 그건 조금…… 배우야 간간히 하면 되지만, 축구선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게다가 이 나이에 시작하면 많은 축구선수들과 축구팬들한테 민폐죠.”
“뭐, 인마. 저번 월드컵 때 서른 넘어서 데뷔하고 태극마크 단 형도 있는데.”
“그래요?”
“어.”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단호하게 거절했다.
진짜 날 축구선수로 데뷔시키고 싶었는지 입술을 삐죽거렸다.
“뭐, 하기야 잘나가는데 축구선수가 눈에 들어오진 않겠지.”
“에이, 눈에 잘 들어오죠. TV로 보면서 맥주 한 잔 들이켜며 선수 욕하는 게 우리 같은 시민들의 맛있는 안주 아니겠습니까?”
내 농담에 안지훈 선수가 인상을 썼다.
“이 자식, 너 나 보면서도 욕했냐?”
“헉, 들켰습니까?”
“뭐야?”
“자자, 한잔하시죠.”
“오냐, 촬영 마친 거 축하한다.”
짠!
그렇게 촬영 종료를 축하하러 와준 안지훈 선수와 술도 마시고 같이 고생했던 촬영팀과 배우들과도 밤새 놀았다.
열심히 놀고 하루 쉰 다음 히터 촬영장으로 넘어갔다.
히터의 경우 내 비중이 커진 이후로 시청률이 뻥 튀어서 정해진 결말보다 더욱 길어졌다.
덕분에 또 한 번 거래가 오갔다.
촬영 비중을 늘릴 때와 조건들은 비슷했다.
대신 좀 더 받아야 할 걸 늘렸을 뿐.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됐어도 여유가 생기진 않았다.
판타지스타의 촬영이 끝나고 남은 시간에는 웹툰 제작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난 추가로 늘어난 히터의 대본을 꽤나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
처음에 내용은 유명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계속해서 분량을 늘려야 하다 보니 각종 사건들로 에피소드를 늘려 나갔다.
그걸 보던 난 간간히 봤던 수사물들이 떠올랐다.
거기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수사물은 써본 적이 없긴 하네.’
수사물.
가장 유명한 건 런던의 탐정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탐정이 인기를 얻자 도둑도 인기가도에 올랐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되는 수사물들은 탐정이 없다 보니 그럴 일은 없었다.
도둑이 아니라 대체로 살인, 사기, 마약 쪽을 다루지.
대중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장르작가는 독자가 만족하도록 해줘야 하는 서비스 업종과도 같은 특징이 있었으니까.
괜히 히터의 늘어난 에피소드들이 다루는 사건을 보면서 문득 흥미가 동했다.
“수사물이라…….”
* * *
흥미는 신작으로 연결됐다.
내 모니터에는 한글 파일이 열려 있었고, 한글 파일에는 ‘탐정’이란 제목이 적혀 있었다.
탐정.
말했다시피 대한민국에는 없다.
비슷한 일을 하는 곳이라면 흥신소랄까?
그래서 탐정으로 방향을 잡았다.
처음에는 잘나갔던 수사물들을 떠올려 봤다.
거기다가 장르작가니까 각종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간 것들도 많이 생각났다.
냄새를 맡는다든지, 마음을 읽는다든지 아니면 소리에 민감하다든지.
아니면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서 예전 형사와 연결이 돼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든가.
다 이미 내 머릿속에서 봤던 인기드라마들에서 나온 소재들이다.
이걸 그대로 쓰자니 좀 그랬다.
최소한 내 작품을 써야지.
거기서 잘 배합하다가 나온 게 형사가 아닌 탐정이었다.
회귀한 탐정.
주인공은 본래 형사였다.
오랫동안 강력계에서 일해 온 노형사.
정말 많은 사건들도 해결했지만, 정말 많은 사건들도 해결하지 못했다.
대부분 해결 못한 사건들은 정말 풀기 어려운 문제들도 있었지만,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못 풀 문제가 아닌 것들도 있었다.
노형사의 ‘한’이었다.
풀 수 있음에도 풀지 못한 문제들은.
대부분 형사라는 위치에서 고위간부들과 나라에서 기둥인 이들이 섞여 짓누르다 보니 못한 것들이 많았다.
이때 형사는 은퇴하고 탐정이 되고자 하지만, 이미 지긋하게 나이를 먹은 몸뚱이는 예전 같지 않다.
자신이 30년…… 아니, 최소한 20년만 젊었어도 더 헤쳐 나갈 수 있는 사건들을 떠올리며 바란다.
젊어진다면 형사가 아니라 탐정으로서 대한민국에 썩어빠진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고 싶다며.
소주 한 잔 기울이고 깨니 그런 기적이 다가왔다, 노형사에게.
군대를 갓 전역한 이십 대 초반.
경찰이 되려고 하던 그 시절로 돌아온 것이다.
거기서 노형사는 회귀에 당황하나 이건 신이 준 기회라 여겼다.
어디 한 번 썩어빠진 범죄들을 해결하라는.
준비하고 있던 경찰을 때려치우고, 젊어진 육체와 오랫동안 형사질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로 탐정이 된다.
과거로 돌아왔기에 자신의 인맥들은 본인이 누구인지 몰랐으나 그들의 약점을 알았다.
약점이 잡혔으니 주인공이 필요로 하는 이들로부터 수많은 것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돈과 정보.
탐정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들이었다.
뿐만 아니다.
주인공에겐 오래된 경력 속에 있는 연륜과 촉이 있었다.
그걸로 승승장구한다.
쭉 시놉시스를 써내려 갔다.
한참 시놉시스를 짜고 난 뒤 난 즐거운 미소로 말했다.
“역시 글이 제일 재밌구나.”
이후 남는 시간엔 신작 ‘탐정’에 집중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KN월드 웹툰 오픈일과 영화 판타지스타의 상영일도 다가왔다.
당연히 상영하기 전에 시사회가 잡혔다.
거기서 난 주인공으로서 인사를 했다.
인사 후 당연히 영화를 틀었다.
보통 시사회 영화 상영이 끝나면 대부분 돌아갔다.
당연하다.
처음에 포토존에 서서 인사만 하고 대부분 연예인들을 돌아가 버리니까.
애당초 영상도 연예인이나 관련된 VIP들만 따로 상영관을 빼서 봤으니 일반 시사회 관객들에겐 그 일정이 끝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포토존에서 난 아까 시사회 때 사회자가 들고 있던 마이크를 가져와서 서 있었다.
그냥 돌아가려던 관객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어, 저거 이준경 아니야?”
“맞는데?”
“시사회는 끝난 거 아니었어?”
“근데 왜 서 있지?”
다들 날 알아보고 몰려들었다.
당연히 이 정돈 예상해서 안전요원들을 배치했기에 막 가깝게 다가오거나 하진 못했다.
어쨌거나 난 한 번 쭉 둘러봤다.
‘얼추 모인 것 같은데?’
거기서 들고 있던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왔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잘 들린다.
마이크가 문제없는 걸 본 뒤 난 사람들에게 물었다.
-제 목소리 잘 들리세요?
“네!”
-지금부터 시사회를 와주신 분께 감사의 의미로 사인회 한 번 열까 하거든요? 우선순위는 시사회 티켓이 있으신 분들에 한해서고, 만약 시간이 남으면 다른 분들도 해드릴까 해요.
갑작스러운 사인회에 다들 서로를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뭐야, 갑자기 사인회?”
“뜬금없네.”
“그래도 이럴 때 받아두지.”
“시사회 티켓 갖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텐데, 금방 받고 가면 되겠다!”
처음엔 다들 당황한 게 보였지만, 내 사인을 받고 싶단 분위기로 여론이 형성됐다.
-자, 그럼 여기 앉아서 사인해 드릴게요! 사인지는 제가 직접 그린 이 판타지스타 웹툰 일러스트에 할 생각이에요.
판타지스타의 웹툰 공개는 공식 상영 일자가 다가오기 전인 오늘 자정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때문에 다들 판타지스타 웹툰이란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판타지스타가 웹툰이 있었어?”
“에, 소설 원작 아니었나?”
다들 하는 말을 들은 내가 씨익 웃었다.
-오늘 자정, 연재사이트인 KN월드에서 공개될 겁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사인회를 할 테니 다들 줄서주세요! 질서정연하게 서주셔야 다들 빠르게 사인을 받으실 수 있겠죠?
내 말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일렬로 반듯이 줄을 섰다.
참 착한 팬들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