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73
나는 작가다 073화
73화
“에이, 됐습니다. 형님은 무슨.”
마치 내가 이길 것처럼 이야기하자 성용 형님이 자존심이 상한 사람처럼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승부욕이 넘치는 사람이었지.
“아니, 내기해. 본선을 진출할지, 말지.”
계속해서 내기하자는 성용 형님.
무조건 지는 내기인데 말이다.
근데 계속하자니 굳이 무를 필요가 없지.
“그럼 진 사람이 회식 쏘기 할까요?”
월드컵 본선을 보려면 3개월 뒤인 6월까지 봐야 하니 기억할진 모르겠다. 뭐, 기억을 하건 못하건 그다지 중요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기억하면 내가 이겨서 성용 형님 돈으로 회식해서 좋은 거고, 딱히 기억 못해도 크게 상관없었다.
근데 굳이 성용 형님이 휴대폰 일정표에다가 내기를 적기까지 하며 말했다.
“좋네. 아직 멀긴 했지만 6월 중순 회식 한 번은 회사 돈을 안 써도 되겠구만.”
“그러게요.”
그렇게 내기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성용 형님이 물었다.
“그나저나 정말 축구물을 하나 쓰겠단 거네?”
“네.”
“뭐, 작가님 뜻이 그렇다면 회사에선 뭐라고 할 수 없지. 게다가 대표 작가님께서 쓰신다는데 말이야.”
극구 반대할 것처럼 하더니 막상 내가 정 쓰겠다면 말리지 않겠다는 성용 형님.
대표 작가님이 쓰겠다니 마음대로 쓰시라.
거기에 난 현재 회사 상황도 이야기했다.
“유일한 작가기도 하잖아요.”
이래저래 컨택을 시도했긴 했었다.
신생이다 보니 등수가 높은 작품 중 괜찮은 작가들은 오지 ?않았다.
결국 컨택이 어려워지자 종종 등수가 높은데 퀄리티가 떨어지는 글들을 리스트에 올리길래 그건 내가 깠다.
이런저런 조건부를 따지면서 구하려고 하니 계약할 작가가 없었다.
성용 형님한테 일단 우리 회사 이름으로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이 나가고 나면 내 이름을 마케팅에 써먹으라고 했다. 또한 작가 커뮤니티를 만들 생각이니 카페도 하나 준비하라고 시켜뒀다.
대표 ‘작가’라곤 하나 ‘내 회사’이니 작가를 구할 방도에 대해 이리저리 준비했다.
어쨌거나 성용 형님은 ‘유일한 작가’라는 언급에 뭐가 생각난 것처럼 이야기했다.
“아, 그래. 생각해 보니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긴 했다.”
설마 계약할 작가라도 구했나 싶었다.
꽤나 기대하며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물어봤다.
“무슨 말요?”
하지만 작가가 아니었다.
안 그래도 작가가 없어서 직원들 업무량도 그리 많지 않은데 직원 한 명을 더 늘렸으면 했다.
그 직원은 나도 잘 아는 이였다.
“진우가 우리 회사로 오고 싶다더라.”
“이진우 씨요?”
“어, 잘 아네.”
푸른숲 출판사의 이진우.
아마 내가 과거로 회귀해서 성용 형님을 풀 출판사의 대표로 만들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 앉았을 그였다.
난 왜 이진우가 우리 회사로 오고 싶어 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듣기로 성용 형님이 나가고 나서 풀 출판사 사장 자리에 이진우를 앉혔다고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렇게 풀 출판사로 옮겼으니 가져가야 정상.
하지만 성용 형님 건으로 인해 김두식이 이진우에게 정말 순수한 바지사장만 시켰다.
그래도 평소 푸른숲 출판사에서 받던 월급보다 더 받게 돼서 좋은 줄 알았는데, 막상 그게 또 그렇진 않았나 보다.
어째서 우리 회사로 오고 싶다 한 건지 성용 형님에게 이유를 물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요?”
“무슨 바람이 불긴, 맨날 대신 갈굼 당하던 내가 사라졌으니 장 부장이나 양 과장이 진우를 열심히 갈궜겠지. 게다가 김 사장도 마구 쫀다 그러더라. 풀 출판사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면서.”
이거 괜히 미안해졌다.
나 때문에 번듯한 출판사 사장이 될 뻔했던 이진우의 미래가 바뀐 거니까.
“흠, 진우 씨라…….”
괜스레 그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내가 어쩔지 대답은 않고 고민하니 성용 형님이 싫은 건지 물었다.
“왜? 별로야?”
“아뇨, 나쁘지 않긴 한데요.”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반대하지 않자 성용 형님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진짜 데려올까?”
엄청 데려오고 싶었나 보다.
하긴 생각해 보면 성용 형님하고 이진우랑 친하게 지냈다.
김두식의 뒤통수를 친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애당초 이진우가 그랬던 것도 이유가 있었으니까.
자꾸 풀 출판사에 대해서 별다른 것도 안 하면서 자신들을 박봉에 굴리기만 하니 독립을 선언한 거였지.
어쨌거나 출판사 하나를 오랫동안 이끌 능력이 있던 걸 감안하면 데려와서 손해 볼 건 없었다.
게다가 이진우도 꽤 작가 관리를 잘했기 때문에 그가 담당하는 작가들 중 괜찮은 사람들이나 새로이 계약하게 될 작가 케어에 꽤 도움이 되리라.
데려올 수 있다면 데려오는 쪽으로 나 역시 마음이 굳혔다.
단지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문제는 안 그래도 풀 출판사로 옮겼던 직원들 싹 다 데려왔는데, 거기에 진우 씨까지 데려오게 되면 김두식 사장이 난리치지 않을까요?”
시장이 너무 좁다 보니 그 ‘도의적’이란 걸 무시할 수가 없었다.
내 물음에 성용 형님은 도의적 책임 같은 걸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이야기했다.
“직원 관리를 똑바로 했어야 그럴 자격도 있지.”
“이야! 형님, 푸른숲에서 나오시더니 완전 남남 다 되셨네.”
유료연재 시장이 열리고 자기 회사를 차려서 나가기 전까지도 그리 김두식이 지랄해도 찾으면서 푸른숲을 자기 회사처럼 여기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하기야 나로 인해 김두식의 추악한 면모를 좀 더 일찍 보게 됐으니 사람이 변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터.
내가 푸른숲 출판사를 자기 집처럼 여기던 것에 언급하자 성용 형님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언제부터 거기가 남이 아니었다고.”
“왜요? 가족 같은 분위기라면서 떠들던 것 같던데.”
“‘가족 같은 분위기’는 개뿔. 뭔’가 족 같은 분위기’였겠지.”
이야, 이 명언을 여기서 듣게 될 줄이야.
거기서 난 전에 했던 말을 되풀이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요. 잘못 헌신하면 헌신짝 되는 거죠.”
“넌 최소한 날 김 사장처럼 헌신짝 취급하진 않을 거 아냐?”
“그야 형님께서 우리 회사를 내 회사처럼 생각하신다면 저야 언제나 제가 헌신하죠. 지금도 제가 헌신하고 있잖습니까?”
그랬다.
우리 직원들도 열심히 일하고 있긴 했지만, 회사에 가장 헌신하면서 일하고 있는 건 나지.
글도 쓰랴, 돈도 쓰랴.
내가 제일 고생한다고 하니 성용 형님이 못 말린단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으이구, 얼른 작가를 모으던가 해야지.”
거기다 대고 내가 농담으로 나무랐다.
“일 좀 하십쇼, 일 좀!”
“인마, 하고 있어!”
서로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킨 후 난 결정을 내렸다.
“흐흐, 여튼 진우 씨는 형님이 데리고 오실 수 있으면 데려오세요.”
“알았다. 네 허락도 받았으니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하마.”
“예.”
그렇게 이진우 건에 관해 이야기가 끝나자 성용 형님은 다시 축구물로 돌아왔다.
“그럼 이제 은퇴한 소드마스터의 식당을 쓰면서 축구물도 쓰려는 거냐?”
그러고 보니 내가 축구물에 대해서 쓴다는 것과 별개로 할 이야기가 하나 더 있었다.
“아! 축구물에 대해서 더 할 이야기가 있는데요.”
“무슨 이야기?”
“안지훈 선수 모델 계약해서 쓰고 싶거든요.”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일반적인 출판사 기준으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누군가를 모델로 삼아서 이름만 바꾼 다음에 써먹으면 써먹었지, 모델로 계약해서 직접적으로 써먹는 경운 없었으니까.
한데 그걸 내가 한다고 하니 성용 형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좀 더 자세히 그 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참에 소설 주인공을 실제 축구 선수에게 허락받아서 써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정말 월드컵을 노리기 위해서?”
“네.”
“뭐, 네가 하겠다면 말릴 생각은 없는데……. 내가 푸른숲에서 일할 땐 그런 경우가 없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실존하는 인물을 모델로 계약한 뒤 쓰는 소설.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경우였기에 난처해하는 성용 형님.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할 곳은 이미 생각해 둔 곳이 있었다.
단지 회사에 소속된 작가로서 대표인 성용 형님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진행하려는 것뿐.
“계약서만 깔끔하게 작성하면 형님은 별문제 없으신 거죠?”
“내가 말했잖아. 네가 하겠다면 전폭적으로 회사에서 지원해야지, 말리거나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네가 안지훈 선수 허락 없이 그를 막 쓰겠단 것도 아니고, 모델로 계약해서 쓴다면 큰 문제도 없는 거잖아?”
“그렇죠.”
“근데 계약서는 어떻게 하려고?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계약서를 짜야 할지 감도 안 오는데.”
“걱정 마세요. 그건 부탁할 만한 곳이 있으니까요.”
“부탁할 만한 곳이 있다고?”
“네, 광해라고 아세요?”
“광해? 광해군?”
아마도 내가 말한 광해가 어디인지 모르나 보다.
뜬금없이 조선의 임금을 언급하는 걸 보니.
“아니, 임금 말고 로펌요.”
“로펌이면 변호사들 다니는 회사?”
“네, 모르시나 보네. 광해라고 우리나라 삼 대 로펌으로 분류되는 곳 중 하나에요.”
“근데 거긴 왜? 아, 거기에 돈 주고 계약서 의뢰라도 하려고?”
“뭐, 비슷해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비슷한 건 뭐야?”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의 성용 형님에게 난 어찌할 건지 밝혔다.
“로펌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그쪽에 아는 분이 계셔서 부탁할 생각이거든요.”
“아는 분이 변호사야?”
“설아, 아시죠.”
“알지, 우리 미래의 무협 작가님.”
계약한 작가가 없어서 그런 지 미래의 작가님을 뿌듯하게 여기는 성용 형님.
아직도 난 설아를 계약할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런 결정에 대해 반박했다.
“계약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무슨 미래의 무협 작가님이에요.”
“야, 초등학생인데 그 정도 쓰면 끝났지. 그나저나 설아는 왜?”
“걔네 어머니가 광해 변호사세요. 게다가 대표 따님이시더라고요.”
“뭐? 설아네 어머니가 그리 대단한 분이셨어?”
설아 어머니가 대한민국 대표 삼 대 로펌의 변호사인 것도 모자라 그쪽 대표님의 딸이라고 하니 성용 형님의 표정이 아주 가관이었다.
무슨 호랑이라도 만난 토끼마냥 두눈을 동그랗게 떴다.
덩치는 산만 한 게 곰 같은 분이.
‘이 형님, 설아네 아버지가 뭐하는 분인지까지 알려주면 아주 뒤로 나자빠지시겠구만.’
“그분에게 부탁하려는 거야?”
“예.”
“뭐, 알아서 잘하겠지. 내가 본 너라면 뭐든 잘할 것 같으니까.”
“칭찬, 고맙습니다.”
이제 마무리된 건지 성용 형님이 물었다.
“그럼 이야기는 다 끝난 거지?”
“네, 이제 일하러 가세요.”
얼른 가라며 양손으로 양이라도 몰듯 훠이훠이 흔들었다.
그런 날 보고 성용 형님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인마, 닦달하지 않아도 하러 갈 거거든?”
“화이팅입니다.”
“오냐!”
그렇게 성용 형님이 회의실에서 나갔다.
회의실에 혼자 남은 난 휴대폰으로 설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설아 어머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