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8
나는 작가다 008화
8화
“좋았어!”
행여나 이렇게 작업하고서 안 되면 어쩌지 싶었다.
근데 깔끔하게 1위에 자리 잡았다.
거기서 난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단 듯이 북조아 사이트를 껐다.
“유입시킬 여건은 만들어뒀다. 이러고 아침까지 묵혀두고도 1위를 유지 못하면 내가 글을 못 쓴 거겠지.”
모든 건 자고 일어나면 결정나 있으리라.
하지만 바로 잠을 청하지 않았다.
방금 연재분을 올리느라 껐던 3권 원고를 다시 열었다.
“얼마나 썼지?”
오늘 하루 종일 쓴 3권의 분량을 체크했다.
‘컨트롤, Q, I.’
한글 프로그램에서 이 단축키를 누르면 얼마나 썼는지 알 수 있었다.
나타난 문서통계 창에 적힌 글자수를 확인했다.
그걸 확인한 나는 깜짝 놀랐다.
“헉! 이렇게 많이 썼다고?”
글자 : 55,930자
밤새 2권까지의 원고를 고친 뒤 자고 일어난 시각이 오후 3시.
중간에 밥도 먹고, 철이랑 전화한 걸 감안하면 대략 여덟 시간을 쉬지 않고 썼다.
“이거 엄청나게 많이 썼는데?”
유료연재 시장이 들어오면서 대부분 작가들이 매일 5천 자짜리 한 편을 연재했다.
그 한 편을 위해서 할애되는 시간은 작가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어떤 작가는 빠르면 한 시간도 안 걸려서 썼고, 어떤 작가는 하루를 통째로 투자해도 못 쓰기도 했다.
근데 지금 내가 쓴 분량은?
약 한 시간당 7천 자를 쓴 꼴이었다.
아마 작가들이 들었으면 욕을 한 바가지로 했으리라.
기만하지 말라고.
나 역시 생각보다 엄청난 속도에 깜짝 놀랐다.
“설마 회귀하면서 집필 속도가 빨라지는 버프라도 받은 건가?”
흔히 유료연재 시장에서 현대 배경을 둔 회귀물들이 그랬다.
주인공이 어렸을 때로 돌아오거나 하면서 추가적인 버프들이 있었다.
일단 자신의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보인다던가, 아니면 게임 캐릭터처럼 능력치나 스킬을 익히거나 성장시킬 수 있다던가.
행여나 나 역시 회귀하면서 집필 속도를 버프로 받았나 싶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경이적인 속도는…….”
근데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종이책 시장에서 마감을 앞둔 작가들 중 간혹 있었다.
하루 이틀 만에 한 권 분량을 뽑아내는 초인적인 능력으로 해결 보던 이들이.
그들을 감안하면 이 속도가 아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
“어디 정말 버프를 받은 건지, 아닌지 한 번 확인해 볼까?”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사실 이 분량이 나올 수 있던 건 이미 내 머릿속에 5권까지 썼던 분량의 내용이 다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리라.
고로 정말 순수하게 회귀한 후 생긴 능력이라면 신작에서도 이런 속도가 나오는지 보면 그만.
난 능력 검증을 위해서 딱 한 시간만 더 써보고 자기로 했다.
“흠, 뭘 써볼까?”
일단 원고를 쓰려면 뭘 쓸지 정해야만 한다.
제목, 소재, 목표.
제목은 말 그대로 독자에게 어떤 작품인지 보여주는 일 순위였다.
하지만 당장은 능력을 검증해 보려고 쓰는 거니 당장 필요하진 않았다.
소재와 목표를 정하면 어차피 알아서 지어지리라.
“소재라, 황제 이야기를 쓴 김에 용병왕 가츠 이야기로 가봐?”
황제 로키의 주인공인 로키를 위해 아비인 황제가 붙인 용병왕 가츠.
그가 용병왕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신작으로 적어볼까 싶었다.
하지만 난 다른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어찌 보면 용병왕 가츠에 대한 설정이나 그런 것도 황제 로키를 쓰면서 정했으니 객관적으로 능력 검증하기 어려울 거야.”
때문에 용병왕 가츠는 나중으로 미뤘다.
“보자, 요 시기에 잘나가는 소재가…… 드래곤물? 아냐, 이미 끝물이지. 역시 가벼운 이고깽 쪽인가?”
두 소재에서 고민하던 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드래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들이 안 팔리기 시작하긴 했어도 아직까지 인식은 드래곤이 최고지. 한데 이계로 넘어간 고딩이 남들은 그리폰이나 와이번 정도를 다루는데, 혼자서 최강종족인 드래곤을 마음껏 다룬다면?”
두 가지 소재를 두고 고민하다가 혼합시킨 결과물이 떠올랐다.
거기서 난 나중에 정하겠다고 생각했던 제목부터 적었다.
타다닥!
제목 : 드래곤 나이트
제목과 소재를 정하니 주인공의 초반 스토리와 목표로 정해졌다.
“서장은…… 그래! 워낙 가난한 주인공이 수능을 대박쳐서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설사가 터져서 수능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뒷산으로 갔는데 거기서 웬 게이트를 마주한 거지.”
그렇게 읊조린 나는 스톱워치를 켜는 것도 까먹은 채 그대로 서장을 쭉 써내려갔다.
방금 혼자 떠든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열심히 썼다.
꽤 시간이 걸린 것 같았으나 짧은 서장이 걸려봐야 얼마나 걸렸겠는가?
시간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서장에만 집중했다.
“이게 뭔가 하고 들어갔더니 비행 몬스터들을 테이밍해서 다루는 기사들인 윙나이트가 될 수 있는 아카데미에 도착하고.”
게이트를 넘어간 부분까지 썼다.
여기서 난 고민에 빠졌다.
어떤 장면으로 서장을 끝낼지.
“사관학교 교수가 이번 해 입학하기 위해 온 신입생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장소로 보내야 자연스럽게 입학시킬 수 있겠지? 근데 주인공은 다른 차원의 사람이니 성이 있으면 안 될 테니, 매해 평민 중에서도 일정 수 이상을 뽑는 자리에 간 걸로 하면 되겠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해 보였다.
좀 더 개연성 있게 만들기 위한 설정을 추가했다.
“평민을 뽑는 건 전설적인 윙나이트가 그쪽 출신이라 뽑는다고 치면 되고, 차원이동해서 다른 언어를 쓰는 거야 주인공 버프로 그냥 알아들으면 되겠지.”
얼추 작품에 필요한 설정을 정했으니 이제 서장에선 하나만 정하면 됐다.
끝맺음.
과연 서장의 마지막을 어찌할지가 관건이었다.
이미 차원이동한 부분까지 아주 짧고 빠르게 진행시켰다.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고등학생 설정이야 여기저기서 쓰이니 독자들에게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까진 없었다.
오히려 뻔한 이야기를 길게 써봐야 늘어지기만 할 뿐.
“그래, 차원이동한 걸 보고 놀라면서 끝내자.”
서장의 마지막 장면까지 정한 나는 그대로 쭉 이어나갔다.
한데 여기서 턱 막혔다.
“으음, 주인공 버프를 버리고 모르는 언어에 놀라? 아냐, 이건 차원이동하는 소설들에서 너무 많이 써먹었어. 차라리 차원이동했단 걸 알려줄 수 있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나을 거야.”
주인공이 차원이동한 점에 대해서 시각적으로 놀라게 만들 이미지.
고민 끝에 난 결정을 내렸다.
“좋아, 이렇게 해보자.”
게이트를 넘어간 주인공은 밤이었던 방금 전과 다르게 벌건 대낮인 환경에 한 번 놀랐고, 이게 뭐냐면서 하늘을 쳐다보는데 하늘 위를 뒤덮는 그림자에 당황했다.
보통 자신이 아는 상식선에서 하늘에서 나는 거대한 건 비행기가 전부였다.
한데 주인공의 시야에서 하늘을 뒤덮은 건 비행기가 아니었다.
그보단 작았다.
하지만 태양이 반짝이는 하늘을 가릴 정도로 컸다.
다름 아닌 비행 중인 그리폰이었다.
그걸 본 주인공은 서장에서 마지막 대사를 쳤다.
“저, 저게 뭐야?!”
마지막 대사를 놀란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며 소리치며 타이핑했다.
타닥.
“좋아, 서장 완성!”
서장을 완성하고 난 뒤 난 깜빡했던 게 떠올랐다.
“아차, 스톱워치도 안 켜고 서장을 썼잖아?”
현재 신작 ‘드래곤 나이트’는 회귀한 내게 집필 속도의 버프가 생겼는지 확인하려던 수단이었다.
근데 원고에 집중하다 보니 스톱워치를 깜빡한 것이다.
“그래도 얼추 시작한 시간이 12시 10분쯤이었으니…… 헉?”
현재시각을 확인해 보니 1시가 넘어있었다.
01:15.
서장 하나 쓰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말도 안 돼. 글자수는?”
문서통계에 적힌 글자수를 확인해봤다.
짤막한 서장답게 3천 자도 채 안 됐다.
2,230자.
3천 자가 뭔가?
기본적으로 한 편당 관례인 5천 자의 반도 안 됐다.
한데 이걸 쓰는 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니.
애써 난 현실을 부정했다.
“에이, 시작을 좀 늦게 했었나 보네.”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내뱉은 말.
그러나 확인하지 않을 순 없었다.
기껏 회귀를 하면서 좋은 능력이 생겼다고 여겼건만.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면 꽤 섭섭할 것 같았다.
“일단 1장을 써보자.”
아예 나 자신을 믿어보기 위해 방식도 바꿨다.
원래는 한 시간짜리 스톱워치를 걸고서 쓸 생각이었는데, 이번에는 시작 시간을 제대로 체크한 후 1장이 완성되면 확인해 볼 심산이었다.
“1분 뒤에 1시간 20분이니 딱 이 때부터 쓰자.”
메모장을 하나 연 뒤 거기다가 1시간 20분 시작을 적어놨다. 그리고 시작 내용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면서 시간을 기다렸다.
01:20.
“쓰자!”
타다다…….
쓰면서 드래곤 나이트의 내용을 계속 만들어내며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한 편을 완성시켰다.
“5,280자. 시간은?”
모니터 우측 하단의 시계를 쳐다봤다.
03:50.
“이런!”
2시간 30분.
시간만 보면 솔직히 느린 건 아니었다.
서너 시간에 걸쳐서 한 편 겨우 뽑아내는 작가들도 많았으니까.
단지 아까처럼 한 시간에 7천 자 속도에는 한참 못 미치거니와 작품의 초반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느렸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흥미롭고 두근거리기에 아드레날린이 돌았다.
덕분에 보통 작가들은 신작의 초반부는 꽤나 빨리 썼다.
대체로 편당 한 시간 내외일 정도로.
게다가 서장을 쓰면서 머릿속에 저장해 둔 장면도 몇 개 있었다.
이 모든 걸 감안하면 너무 느렸다.
“결국 회귀한 주인공 버프 따윈 없는 건가?”
그저 내가 황제 로키 3권 원고를 빨리 쓸 수 있었던 건 이미 한 번 써본 이야기이기 때문인가 싶었다.
하지만 현실을 한 번 더 부정했다.
“아냐, 하루 종일 황제 로키 원고를 써서 잠시 버프가 쿨타임이 돈 걸 수도 있으니 한 편 더 써보자.”
그렇게 난 신작 드래곤 나이트의 2장도 써내려갔다.
원고가 완성된 시각은?
07:00.
오히려 이번엔 3시간 10분으로 40분이 더 걸렸다.
“에라이, 안 해. 쓸데없이 밤만 지샜네. 이리 된 김에 우리 로키 성적이나 보고 자자.”
북조아 사이트를 열었다.
메인에 있는 투데이 베스트 란을 본 내 입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박!”
***
아침 9시.
장르문학 출판사들을 전부 비상이 걸렸다.
이유는 다름 아닌 혜성처럼 등장한 한 작품 때문이었다.
하나 같이 출근하고 컴퓨터를 켜면 각 연재사이트의 투데이 베스트를 확인했다.
그중 한 곳인 북조아 사이트.
거기서 등장한 것이다.
다른 작품들을 압도적으로 짓눌러버리는 성적의 작품이.
순위 작가명 작품명 선작 추천 조회수
1위 이준경 황제 로키 8,853 42,890 189,800
2위 헛바람 질풍의 마도사 3,420 3,720 60,100
3위 디즈니 토이 연대기 2,380 2,820 58,700
…….
‘황제 로키’.
이준경의 처녀작이 첫날부터 아주 거하게 장르시장에다가 융단폭격을 날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