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7
나는 작가다 007화
7화
지이이잉.
오늘 자정을 기다리며 황제 로키 3권에 집중하던 도중 휴대폰이 울렸다.
“뭐야?”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철이였다.
전화 받기 무섭게 철이가 화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야! 너 뭐한 거야?”
대뜸 내게 뭐했냐는 철이.
딱 봐도 뭘 말하는지 알겠다.
오늘 소개팅을 주선해 준 강소영 건이리라.
하지만 난 모르쇠로 일관했다.
“뭐가?”
“오늘 하기로 한 소개팅, 바람 맞혔다며?”
바람 맞혔다.
하지만 난 다르게 대답했다.
“바람 맞히긴, 누가 맞혀?”
“응?”
“나갔었어.”
실제로 바람을 맞혀놓곤 아닌 척하자 철이가 의아해했다.
“나갔다고?”
아니, 안 나갔어.
그러나 대답은 또 다르게 내뱉었다.
“어, 나갔는데?”
“근데 왜 강소영, 걔는 바람맞았다고 나한테 난리야?”
“그야 네가 그런 여자를 소개시켜 줬으니 얼굴도 안 비추고 돌아왔으니까?”
“그런 여자라니? 강소영이 어때서? 네가 원한 대로 예쁘잖아. 집에 돈도 많고.”
이해할 수 없단 철이의 목소리.
그럴 법도 했다.
내가 철이한테 항상 농담으로 그런 여자를 바랐다.
예쁘고 돈 많은.
근데 이놈이 진짜 물어온 거다.
덕분에 처음 강소영과 만났을 땐 꽤나 고마워했다.
낙태를 하지 않고 결혼을 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고.
결국 내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짓이었거늘.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철이였으니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대관절 강소영이 무슨 그런 여자인지.
“왜? 까칠해서 그래? 예쁘고 돈 많은데 성격이 좀 까칠해도 되지.”
그래, 예쁘고 돈 많으면 까칠한 정도라면야 나도 눈감아줄 수 있었다.
하지만 강소영에게 너무나도 큰 단점이 존재했다.
엄청나게 중대한 질 나쁜 단점이.
오영곤 자식을 내 딸이라고 속여서 키우게 한 죄질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기 남편이었던 날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
한데 이걸 철이한테 말할 수야 없는 노릇.
그 사이 철이가 다시금 내게 물었다.
“말 좀 해봐. 강소영이 뭘 어쨌는데?”
차마 철이에게 회귀했다곤 말할 수 없기에 적당히 이야기해줬다.
왜 강소영이 안 되는지.
“걔 남자 있다.”
“뭐?”
소개팅을 해줬는데 솔로가 아니었다고 하니 놀라는 철이.
녀석에게 난 혹시 수정이의 진짜 아빠인 놈을 아는지 물었다.
“오영곤이라고 아냐?”
“그 자식 이름이 왜 나와?”
반응을 보니 아네.
난 오영곤이 강소영과 무슨 관계인지 밝혔다.
“강소영이란 여자, 걔랑 사귀고 있더라.”
“뭐라고? 소영이는 스토커랬는데?”
얘한테도 오영곤이 제 남자 친구가 아니라 스토커라고 했나 보다.
난 전혀 아니라며 이야기했다.
“아냐, 둘이 사귀는 사이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통화하던 거 들었어.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거다.”
사실은 결혼 후 15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강소영이 오영곤과 사귄다고 하자 철이가 꽤나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어.”
“씨발, 기다려 봐. 내가 뭐라 할게. 이 지지배가 감히 내 절친을 물 먹여?”
많이 화났나 보다.
그러나 난 더 이상 강소영과 엮이기 싫어서 철이를 말렸다.
“야, 됐어. 하지 마.”
“아니, 임자도 있는 년이 왜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고 한 거야? 그것도 뭐? 스토커라던 오영곤이랑 사귀고 있다고? 이런 씨발!”
“됐으니 내버려두라고. 괜히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
“걱정 마. 너한테 지랄 못하게 하마.”
하여간 성격 한 번 불같다.
내가 말린다고 안 할 놈도 아니고.
그냥 대화 주제를 바꾸는 게 나아보였다.
“야, 됐고. 세무사 시험 준비는 잘되어 가냐?”
“아니, 그건 갑자기 왜 물어봐?”
뜨끔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기야 이놈 새끼 아버지 돈 펑펑 쓰면서 세무사 준비한다고 말만 한 채 2년을 놀았지.
그러고 군대까지 갔고, 제대하고서야 정신 차린 뒤 공부해서 바로 세무사 자격증을 땄다.
결론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딸 수 있는 놈이란 소리였다.
난 철이를 나무랐다.
“공부 안 하고 노냐?”
“설마 그럴 리가.”
“목소리가 안 하는 삘인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보는데? 너 지금 졸라 우리 아버지 같은 거 아냐? 갑자기 꼰대처럼 그러냐?”
이번엔 내가 뜨끔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 내 나이가 서른일곱이니 지금 우리 또래한텐 꼰대라면 꼰대였으니까.
그런 철이에게 난 빨리 세무사가 되길 권했다.
“얼른 합격하고서 아버지한테 팁 좀 배워둬라.”
“왜?”
갑자기 내가 세무에 관심을 보이자 의아애하는 철이.
녀석에게 말했다.
세무사가 필요한 이유를.
“왜긴 내가 돈 잔뜩 벌면 세금 줄여줘야지.”
“네가 돈 잔뜩 번다고?”
“어, 그럴 거니 얼른 합격해 둬라. 내가 첫 고객이 되어주마.”
내 말에 철이가 조소를 피웠다.
“인마, 세무사 통해서 세금 처리할 정도면 엔간한 대기업 초봉보다도 많이 벌어야 하는 건 알기나 하냐?”
“모를 리가.”
세무사가 필요할 정도면 일 년에 얼마나 벌어야 할지 잘 알았다.
내 주변 작가들이 전부 유료 연재 시장에서 대박 내고 제일 처음 찾았던 게 세무사들이었다.
몇몇 작가들은 나한테 아는 세무사 없냐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덕분에 철이 녀석이 돈 좀 만졌지.’
네버나 코코아페이지에서 매일 한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이벤트 등으로 첫 달에만 억 단위의 돈을 만진 작가들도 있었고, 두세 달 만에 그 수익을 벌어들이는 이들도 많았다.
관리하는 방식은 다 같으니 그것만 기계적으로 처리해 주면 철이네 세무사 사무실에는 알아서 돈이 폭포수마냥 떨어졌으니 많이 벌 수밖에.
그런 미래를 모르는 철이였으니 지금의 내게 어찌 벌 건지 물었다.
“어쭈? 네가 뭘로 벌 건데? 뭐, 복권이라도 당첨됐냐?”
뭘로 벌 거냐는 철이의 질문에 난 피식 웃었다.
“글 써서 벌 거니까 기대해라.”
과거로 돌아온 내 주된 목적.
이제 더 이상 을인 편집자 이준경이 아닌 갑인 작가 이준경으로 살리라.
내게 철이가 물었다.
“글? 너 쓴다던 판타지 소설?”
“그래.”
“작가, 그거 굶어죽는 직업인데 세무사 필요하겠냐?”
아마 모르는 사람들은 철이와 반응이 다 비슷할 거다.
작가란 직업은 배 굶주리면서 사는 게 아닌가?
결국 얼마나 버는지 알게 되면 자신들이 얼마나 착각하고 있는지 깨닫겠지만 말이다.
“필요한지, 안 한지는 차차 보면 알 거고. 내가 성공하기 전에 합격이나 해라. 못하면 너네 아버지 고객이나 해야지, 뭐.”
“야, 됐다. 나 술이나 마시러 갈란다.”
“그려, 내가 말한 거 잘 생각해 보고.”
계속해서 세무사 시험이나 제대로 준비하라고 훈수를 두자 정철이 욕했다.
“됐어, 꼰대 새끼야!”
그러고 철이가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끝난 휴대폰을 본 채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인마, 대학도 그만뒀으면 놀 땐 놀더라도 최소한 미래는 준비해야지.”
그 말은 지금의 철이에게 해줘봐야 꼰대로밖에 보이지 않을 터.
인생의 선배로서 한 말이지만, 또 그런 연륜 속에서 철이를 이해하기도 했다.
“뭐, 어차피 2년 뒤에 제대하고 나면 정신 차리고 세무사 시험을 봤으니 내버려 둘까?”
나와 다르게 철이는 지금이 첫 번째 이십 대일 테니까.
그리 생각하기 무섭게 내 입가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리 따지면 사실상 즐겨야 하는 건 오히려 나인가?”
이 시기에 난 황제 로키를 쓰다가 강소영으로부터 폭탄선언을 듣게 됐다.
임신을 했다고.
그에 관해서 철이랑 한 번, 성용 형님과 한 번 술을 마셨다.
철이야 그냥 푸념을 들어준 친구였고, 성용 형님은 내게 어찌하면 좋을지 알려줬다.
만약 황제 로키가 잘된다면 쭉 작가를 하면 됐고, 망하게 된다면 안정적인 수익과 좋아하는 글과 함께하기 위해서 자신처럼 편집자가 되는 건 어떠냐고.
사실 1, 2권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막 이렇다 할 성공까진 아니었으나 평범한 작가들만큼은 팔았다.
단지 3권이 문제였다.
강소영의 임신 사실에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으면서 글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스트레스가 글에 그대로 드러나면서 3권에서 완전히 독자들이 떨어져 나갔다.
관성의 법칙도 무시할 정도로.
결국 3권에서 반품 대란을 맞고, 4천 부가 나갔던 초반과 달리 천 부도 겨우 넘긴 4권.
푸른숲 출판사에선 내게 더 써봐야 무의미하다고 5권 조기종결을 선고했다.
그때 성용 형님이 내게 말하길.
-미안하다, 준경아. 담당자인 내가 더 널 캐어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되어버려서.
정말 미안한 감정이 물씬 풍기니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애당초 작품을 말아먹은 건 담당자인 성용 형님이 아니라 작가인 내 자신 때문이었으니까.
결국 난 편집자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작가들에게 정말 경험 속에서 나온 진지한 조언을 했다.
-작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만약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작가 본인도 모르게 글에 나타나게 되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독자들이 판타지나 무협을 읽는 이유가 뭘까? 바로 자신의 인생 중 쉬는 동안 즐겁기 위해서죠. 근데 재밌게 봐야 할 글에서 왠지 모를 스트레스가 전달된다면? 그건 폭삭 망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4천 부짜리 책이 천 부 밑으로 떨어질 정도로요.
이리 조언해 봐야 결국 작가들도 사람이기에 이해만 할 뿐, 그대로 실행으로 옮기긴 어려웠다.
스트레스가 없이 쓴다면 좋겠지만, 그놈이 원한다고 안 오던가?
어디까지나 스트레스는 비단 자신만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상황이 변하면서도 강제적으로 방문하는 놈이었다.
덕분에 나 역시 그리 말아먹은 뒤 편집자가 됐는데, 그 이후 내 이십 대 청춘은 열심히 가정을 돌보는 데 써버렸다.
철이와 통화한 뒤 그런 내 이십 대를 떠올리니 키보드에서 손을 잠시 뗐다.
“이왕 돌아온 거 나도 즐길까?”
그리 말하며 어디 한 번 결혼하지 않아도 되는 이십 대인 내게 물었다.
“뭘 하면 즐거운 이십 대일까?”
질문 끝에 난 다시금 키보드 위로 손을 올리고 대답했다.
“편집자가 아닌 작가로서 내 글을 쓰는 게 즐거운 일이지.”
비록 편집자로 오래 있을 수 있던 건 장르문학이 좋아서였지만, 그 무엇보다도 가장 큰 즐거움은 보는 것보다도 쓰는 것이었다.
결국 난 다시금 키보드를 두드렸다.
타다다닥!
***
열심히 황제 로키 3권 원고를 쓰던 중.
난 중간에 부모님과 저녁식사를 하고 집중하던 타이핑을 멈췄다.
타닥!
방금 쓰던 문장만 간결하게 끝맺으며 멈춘 타이핑.
그 이유는 간단했다.
시선은 모니터 우측 하단으로 가 있었다.
“11시 55분.”
그랬다.
어느덧 시간이 자정을 앞뒀다.
처녀작 폭탄 투하의 시기가.
일단 컴퓨터가 버벅일지도 모를 작업을 앞뒀기에 난 쓰던 원고부터 저장했다.
“상시 저장은 필수지.”
작가들에게 항상 이야기한다.
-Alt, S를 습관처럼 하시죠.
Alt 그리고 S.
한글 프로그램의 저장 단축키였다.
이걸 수시로 하란 건 언제 컴퓨터가 맛이 가서 꺼질지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저장매체에도 추가적으로 저장해 두면 더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언제 원고를 날릴지 모르니까.
어쨌거나 쓰던 원고를 저장하고 종료한 후 나는 황제 로키 서장부터 10장까지의 한글 파일을 열었다.
바로 복사 후 붙여넣기를 해서 연재하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독자의 조회수를 점수로 만들기 위해 난 오십오 분을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림 끝에 다가온 시간.
-11:55.
“시작이다!”
이준경, 내 이름이 필명으로 걸린 북조아 아이디에 황제 로키 원고를 올렸다.
10장까지의 연재를 완료한 후 난 열두 시를 기다렸다.
초시계까지 확인하기 위해서 컴퓨터 시계 창까지 열어두며.
11:59:59.
앞으로 1초.
“땡!”
12:00:00.
거기서부터 난 가장 먼저 구매해 둔 성장 아이템을 쏟아부었고, 이후 아이디를 바꿔가며 선작과 조회수 추천을 찍어 나갔다.
그렇게 내가 작업한 성적은 총선작 ‘100’, 조회수와 추천수 ‘1,100’이었다.
거기까지 작업을 마치고 북조아 사이트 메인으로 넘어갔다.
투데이 베스트를 쳐다봤다.
순위 작가명 작품명 선작 추천 조회수
1위 이준경 황제 로키 1,320 1,890 3,800
2위 헛바람 질풍의 마도사 420 720 2,100
3위 디즈니 토이 연대기 380 820 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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