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6
나는 작가다 006화
6화
북조아.
2017년도에는 제대로 살아남은 연재 사이트가 두 군데밖에 없었다.
조아북와 북피아.
방금 언급한 북조아가 바로 그 조아북이었다.
이름이 바뀐 건 비단 조아북뿐만이 아니었다.
같이 살아남은 북피아 역시 현재 무림북으로 사이트가 운영됐다. 게다가 지금은 두 곳 못지않게 영향력을 지닌 사이트도 꽤 살아 있었다.
북스월드와 서룡넷, 데미안 등.
사실상 2세대 판타지 작가들을 많이 배출해 낸 사이트들이었다.
애당초 1세대 판타지 작가들은 지금보다 이전에 있던 하이텔, 나우누리 이런 시절이었으니까.
어쨌거나 거긴 이미 연재할 수도 없는 곳들이고, 지금 내가 제대로 된 성적을 갖추기 위해선 2세대 연재 사이트들 중 고르는 게 맞았다.
근데 개중에서도 난 북조아만을 택했다.
본래 대여점 시장에선 동시다발적으로 연재를 풀어서 최대한 설적을 거두는 게 맞았다.
그래야 종이책으로 출간되고 가장 많은 독자수를 끌어당길 수 있을 테니까.
나 역시 다른 연재 사이트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단지 가장 확실한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 초반에는 북조아만 연재하려는 것뿐.
그 이유는 간단했다.
“노하우를 아낄 필요가 없지.”
사실 작품의 재미만 가지고 성적을 얻는 게 가장 뿌듯할 거다.
그러나 지금 내가 제대로 뿌듯하려면 양 과장에게 한 방 먹여야만 했다.
아주 속 시원하게.
그러기 위해선 무조건 하나밖에 없었다.
대박이 터진 연재 성적.
그걸 위해서 난 내 노하우를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다.
왜 흔히들 그러지 않는가?
아끼다 똥 된다고.
“일단 준비물부터 구해 보실까?”
노하우를 위한 준비물.
총 세 가지가 필요했다.
가장 먼저 돈.
이건 어차피 지닌 채 계속 써야 하니 넘어가자.
두 번째는 주민등록번호 생성기였다.
나중에 스마트폰이 발달하고, 개인정보가 중요시되면서 본인 인증 없인 연재 사이트 아이디를 만들 순 없었으나 지금 시기엔 가능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주민등록번호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디를 생성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준비물을 구한 난 다음으로 넘어갔다.
마지막 준비물은 바로 ‘유동 변경 아이피 프로그램’.
이 준비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성적 조작.
“일단 독자 유입을 위해서 첫날 거하게 작업 한 번 치러보자.”
나도 양심이 있지.
딱 첫날만 준비한 것들로 작업을 칠 생각이었다.
유입을 위해서.
아무리 좋은 글도 독자의 유입이 없으면 망했다.
때문에 유료연재 시장에서도 조아북이나 북피아 같은 연재 사이트의 이벤트보다 네버나 코코아페이지 같은 플래폼의 이벤트가 더 매출을 뻥튀기시켰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연재 사이트는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독자들이 알아서 작품을 찾아봤고, 플래폼의 독자들은 이벤트가 걸린 작품을 위주로 봤기 때문이다.
당연히 전자보다 후자가 이벤트로 인한 유입 폭이 컸다.
그러니 이벤트가 효과적일 수밖에.
독자의 유입이 지닌 파워가 그 정도였다.
좋은 글이라면 연재하다 보면 유입이 되겠지만, 북조아는 시스템이 조금 골 때렸다.
“‘폭참’이란 말을 만들어낼 정도였지.”
흔히 작가가 연재를 한 번에 두 편을 올리면 ‘연참’이라고 불렀다.
북조아의 경우 작품들 성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투데이베스트 집계가 당일 연재한 편수의 조회수, 선작, 추천수 등으로 합산됐다.
덕분에 많은 편수를 올려서 성적이 합쳐질수록 유리했고, 작가들은 성적이 초기화되는 자정을 기준으로 많은 편수를 연재했다.
처음에는 두세 편 정도였다가 나중에 그 집계 방식을 이용하기 위해서 원고를 모았다가 다섯 편에서 열 편까지 투하했다.
그걸 마치 폭탄을 투하하는 것처럼 여겨서 ‘폭참’이라 불렀다.
조회수를 유지할 능력만 된다면 폭참은 북조아에서 상위권 작가가 되기 쉬운 길이라고 볼 수 있었다.
폭참을 성공해서 투데이베스트 상위권에 알박기를 성공하면 유입이 절로 늘어났다.
방금 내가 준비한 것들은 그 유입을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위한 편법이라고 보면 됐다.
그게 바로 좋은 말로 하면 ‘노하우’였다.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부리기 위한 준비가 끝낸 뒤 말했다.
“좋아, 그럼 성장 아이템도 구매해 둘까?”
성장 아이템.
북조아의 작품을 보면 우측에 나무를 키우는 칸이 있었다.
독자들로부터 수익을 얻기 위한 북조아의 캐시 시스템이라고 보면 됐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독자가 나무를 성장시키기 위한 캐시 아이템을 사서 지르는 형태의.
이걸 사용하면 투데이베스트 점수에 합산돼서 다른 작품보다 조회수, 선작, 추천수 등이 다소 밀려도 상위권에 있을 수 있었다.
그게 준비물 중 돈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였다.
프로그램을 유료로 결제해서 구하는 것도 구한 거지만, 성장 아이템은 첫날 내 작가로서의 첫발을 딛게 해줄 초석이었으니까.
모든 준비가 끝낸 나는 작품을 등록했다.
작품 제목과 소개글을 적은 이후 마우스로 마지막 버튼을 눌렀다.
“등록.”
딸칵!
이로써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난 모니터 우측 하단의 시계를 쳐다봤다.
오후 3시.
시간을 확인한 나는 옅은 미소와 함께 읊조렸다.
“이제 아홉 시간 남은 건가?”
작가 이준경의 처녀작 ‘황제 로키’.
녀석의 출격 시간이.
***
이준경이 작품 등록을 마친 이후 푸른숲 출판사.
오후 3시가 돼서야 양 과장이 출근했다.
돈 벌어다 주는 작가들이나 총판 사장들 영업을 위해서 맨날 술자리를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양 과장은 숙취음료제인 ‘견디셔’를 마시면서 자기 자리로 갔다.
의자에 털썩 기댄 채 남은 견디셔를 마신 뒤 책상 옆 쓰레기통에 던졌다.
“으, 죽겠네.”
휙!
죽겠다면서 던진 견디션병은 안타깝게도 바로 코앞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통 모서리에 부딪혔다.
툭!
결국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병은 바닥에서 튀었다.
팅팅팅.
몇 번 튕긴 병은 홍성용 쪽으로 굴러갔다.
당연히 양 과장의 시선 역시 자연스레 병을 따라 홍성용에게서 멈췄다.
홍성용을 본 양 과장이 그를 불렀다.
“야, 홍 대리.”
“예, 과장님.”
“그것 좀 네 쓰레기통에 버려라.”
“예.”
일하던 홍성용이 자기 발치까지 굴러온 견디셔병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 홍성용을 양 과장이 또 불렀다.
“홍 대리.”
“예?”
“그놈은 연재 시작했어?”
최근에 양 과장이 연재 시작했는지 관심을 가질 만한 작가는 한 명뿐이었다.
개떡 갈이 말한 건 홍성용이 찰떡 같이 알아듣곤 반응했다.
“아, 이준경 작가님요?”
자신들과의 계약도 파토 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홍성용.
양 과장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단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작가는 개뿔, 남들 다 쓰는 뻔한 글에다가 몬스터 이름이나 바꾼 놈한테.”
불만투성이인 양 과장을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기에 이젠 그러려니 했다.
그저 양 과장이 원하는 게 뭔지 찾아주기나 할 뿐.
“한 번 보겠습니다. 어, 북조아에만 작품을 등록하셨네요.”
북조아, 무림북, 데미안, 서룡넷 등등 다 들어가서 확인한 홍성용이 말했다.
그런 이준경의 연재에 양 과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북조아에만?”
“예.”
“그딴 글로 한 부라도 더 팔라면 여기저기 해도 모자를 판국에 북조아만 하다니. 정신 나갔구만. 제목은 그대로냐?”
“황제 로키라고 등록됐으니 그대로네요.”
“성적은 어때?”
“아직 올라온 편은 없습니다.”
작품 등록은 했으나 연재한 편수는 없다.
거기서 양 과장은 마치 부처님 손바닥이라도 가진 사람마냥 훤히 보인다며 떠들어댔다.
“뭐, 주변에 아는 작가들이 있다고 하니 조언 받았겠지. 북조아에서 성공하려면 열두 시에 폭탄을 던져야 할 테니.”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 봐야 안 될 놈은 안 된다. 홍 대리, 내기할까?”
갑작스러운 내기의 제안.
“무슨 내기 말씀이십니까?”
“그놈 연재해서 투베 10위 안에 들지, 못 들지?”
“과장님은 당연히 안 드시는 쪽이시겠죠?”
“당연한 걸 왜 묻냐?”
“뭘로 내기하시겠습니까?”
홍성용이 내기에 관해 묻자 양 과장이 흥미롭게 쳐다봤다.
“진짜 하게? 홍 대리가 나한테 술이 사고 싶나 보네.”
“술 내기 할까요?”
꽤나 진지하게 내기에 대해 언급하는 홍성용.
그걸 본 양 과장이 기댄 몸을 살짝 일으켜 세웠다.
“홍 대리.”
“예?”
“설마 그딴 글이 투베 10위 안에 들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결과야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잖습니까?”
양 과장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긴 했다.
틀린 말은 아니나 여전히 이준경의 작품은 인정할 수 없단 듯이 양 과장은 혀를 찼다.
“뭐, 그렇긴 하지. 요새 상상미디어 같은 이상한 데서 개나 소나 컨택하는 바람에 북조아 수준도 떨어졌으니, 쯧!”
거기서 홍성용은 다시금 양 과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술 내기 하십니까?”
농담으로 던진 건데, 계속해서 술 내기를 언급하는 홍성용.
사실 그도 이준경이 보낸 원고만 봤을 땐 투데이베스트 10위권에 들기 힘들 거라 여겼다.
하지만 계약하려던 당시 자신을 믿어주는 이준경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누군가 자신을 그리 믿어주는데, 자신 역시 믿어줘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홍성용은 지더라도 자신의 믿음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 양 과장과 내기를 할 생각이었다.
반면 양 과장은 농담으로 던진 걸 홍성용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니 공짜로 술이나 먹을까 싶었다.
행여나 나중에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밑밥도 깔았다.
“진짜 이길 거라고 생각해?”
“뭐, 지면 양 과장님께 제가 술 한 잔 사드리면 되는 거죠. 안 그래도 평소 도움 많이 받는데 그 정도 해드릴 비상금은 있습니다.”
“호오, 비상금이라. 좋아, 그럼 양주로 가자고.”
“예?”
“왜? 싫어?”
이미 양 과장 얼굴에는 적혀 있었다.
이젠 더 이상 물러주지 않을 거라고.
그 표정을 읽은 홍성용이 조금이나마 내기에 걸린 대가를 낮춰 볼까 싶었다.
“사가지고 와도 되겠습니까?”
괜히 양 과장이 좋아하는 바에 가서 마시면 두세 배로 늘어난 거품까지 먹으며 결제해야 했다.
하지만 양 과장은 그 거품이 먹고 싶었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당연히 양주는 바에 가서 마셔야지. 설마 남자가 이제 와서 한 입으로 두말하려는 건 아니지? 하하, 내가 홍 대리 덕분에 예쁜 아가씨들 끼고 양주도 마시겠네.”
아가씨란 거품을 들이켤 생각하니 아주 신난 양 과장.
그에게 홍성용은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그, 그런…….”
홍성용이 난처해하건, 말건 양 과장은 피식 웃더니 다시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나 밤새 술 마시다 와서 피곤하니 눈 좀 붙일 테니 사장님이 부르시는 거 아니면 다 재껴.”
더 이상 내기의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겠단 의사였다.
결국 홍성용은 내기에 질 때를 대비해서 가방 속 통장을 꺼내서 잔고만 확인할 뿐이었다.
박봉인 월급쟁이의 서러운 목소리로 앓으며.
“끄응, 만약에 지면 이번 달은 개미라이더 피규어 걸러야겠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