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27)
01027 <– 우정의 전령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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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rakssan?”
뭔가 굉장히 어려운 발음에 트럼프는 혼란스러워 했다. 처음 들어보는 명칭이었다.
Seorakssan의 주인이라니? Seorakssan이 대체 뭐지?
지명인가? 아니면 어떤 물체? 아니면 개념?
참모 중의 한 명이 급히 자료 검색을 한 뒤 빠르게 외쳤다.
“각하! Seorakssan이 뭔지 찾았습니다!”
“뭔가?”
“사우스 코리아의 한 마운틴입니다.”
“마운틴?”
한국의 산이라고?
트럼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니, 왜 하필이면 한국이야! 기왕이면 로키 산맥의 주인이면 더 좋잖아!
「그렇다, 나는 설악산의 주인이다. 너희들이 한국이라 부르는 나라에서 왔다.」
“그, 그럼 너는 설마 한국과 연관이 있나?”
「그런 거 하나도 없다. 내가 백악관의 주인을 만나러 온 이유는 다른 일 때문이다.」
브라우니는 잠시 뜸을 들였다. 트럼프는 왠지 기분이 좋았다. 백악관의 주인이라는 표현이 왜 이렇게 좋게 들리지?
“그 일이 뭔가?”
「부탁을 하고 싶어서다.」
“부탁?”
「난 설악산의 주인이지만 근처 산이나 바다도 자주 돌아다닌다. 헌데 요즘 한국이 너무 시끄럽다.」
“시끄럽다니?”
「산에는 신문 같은 게 많이 떨어져 있다. 그리고 인근 주거 지역에서 뉴스도 자주 본다. 동북아시아의 화약고라며 한국이 최근 들어 엄청 시끄러워지고 있다. 나는 한국이 소란스러워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건 싫다.」
“…….”
「너 같으면 집 근처가 시끄러운 걸 참을 수 있겠나?」
트럼프의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제2의 한국전쟁 운운하는 걸 보면, 어쩌면 저 영물은 아주 오래 전부터 설악산에 둥지를 짓고 살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시끄러운 것, 그리고 한국을 조용히 만들 수 있는 힘이 미국에 있다는 것도 파악하고, 이 먼 북미 대륙까지 날아온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이건 뭐 생김새만 닭일 뿐, 지능이나 지혜는 인간에 버금가는 게 아닌가?
“네 부탁이 뭔지는 알겠다. 그래서 우리 미합중국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뭐지?”
브라우니는 잠시 침묵했다. 가만히 바라보는 그 시선에서 트럼프는 어쩐지 불편함을 느꼈다.
「이래서 정치가들이란…….」
브라우니는 한숨을 쉬듯 깊은 숨을 토해냈다. 한숨 쉬는 치킨이라니, 트럼프는 왠지 불안해졌다.
「알겠다. 내 부탁을 들어줘서 너희가 ‘입지 않을 손해’가 뭔지 지금 바로 보여주겠다.」
브라우니가 날개를 파닥거리자 트럼프는 다급히 물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일단 미국 두개 주 정도는 날리고 오겠다. 초토화된 땅을 보면 네 생각도 달라지겠지.」
“지금 우리 미합중국을 협박하는 거냐!”
「마음대로 생각해라. 아무튼 ‘너희가 원하는 이익’이 뭔지 보여주겠다.」
그 이익이라는 게 설마 자기 말을 들어주면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것?
브라우니가 금방이라도 벙커를 빠져 나갈 것처럼 보이자 트럼프는 다급히 생각을 마쳤다. 그의 뇌리에는 이미 브라우니가 보인 경이로운 운동 능력이 박혀 있었다. 게다가 온몸의 깃털이 완전 방탄, 미국 한두 개 주의 인명을 말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사람도 아니다. 정치적, 외교적 압박이 통할 상대도 아닌 것이다.
“알겠다! 알겠다! 네 부탁을 들어주겠다!”
브라우니는 홰를 치다 말고 멈췄다. 그리고 무뚝뚝하게 스마트폰을 터치했다. 지이잉, 하고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기억해라. 난 시끄러운 걸 참지 못한다.」
* * *
유지웅은 브라우니가 끄는 수상 스키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 포트맥 강에 이르러서는 수중 이동을 하느라 잠깐 고생했지만 뭐 그럭저럭 참을 만 했다.
“대통령, 내가 왔습니다.”
저 멀리 백악관을 바라보며 유지웅은 선언하듯이 혼잣말을 했다. 이제 몰래 침투해서 대통령을 붙잡고, 나와 계약해서 친구가 되어달라고 하면…….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통신기가 울렸다. 어떤 악천후에도 고장 나지 않는다는 서바이벌 전용 세팅이 된 통신기였다.
이 긴박한 순간에 연락이라니. 자칫 대계를 망칠지도 몰라 유지웅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일단 확인을 했다.
“어디 보자. 지모 대령이로군. 내용이…… 어, 뭐야?”
유지웅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놀랐다.
「백악관의 답신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보고 싶어 합니다.」
“아, 왜! 이제서야!”
유지웅은 절규했다. 이제 막 백악관에 폼 나게 쳐들어가려는 순간인데, 답신을 받았다니!
“아니, 대답을 할 거면 진작 하던가! 왜 지금까지 아무 말 없다가 이제야 대답을 한 거래!”
무슨 일 처리를 이렇게 해! 백악관이 원래 이렇게 게으른가?
「아니, 거기는 왜 이제야 대답을 한대요? 내가 친구 맺자고 한 게 도대체 언젯적 고대인데!」
「저기, 이제 나흘도 안 됐습니다만.」
「나흘이면 내가 지구를 열 번은 망하게 하고도 남을 시간이라고요!」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지모도 황당했던 모양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브라우니를 타고 다니면서 균열의 힘을 살짝살짝 개방만 해줘도 지구 멸망시키는 건 일도 아니니까.
「아무튼 알았습니다. 직접 만나보려고 지금 백악관 앞까지 왔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군요. 다음에 자리를 잡아 봐요.」
「지금 백악관 앞이라고요?」
의구심이 묻어나는 문장이다. 그러나 유지웅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지 않았다.
털썩 주저앉은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옆에 서 있는 브라우니를 바라보았다.
“브라우니, 이거 어쩌냐? 힘들게 태평양 건너서 미국 왔는데 허탕만 한 셈이네.”
기왕 발걸음을 한 김에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나올까 싶지만, 그랬다가는 일이 복잡해질 것 같다.
애초에 자신은 미국을 무단으로 입국한 셈이 아닌가?
원래는 자신을 우습게 여기는 미국한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이 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여기서 강경하게 나갔다가는 지저분한 관계가 될 지도 모른다.
“아, 이거 내 정체 밝힐 각오하고 바다 건너 온다고 온갖 요란 다 떨었는데, 이러면 곤란하잖아.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가는 것도 쪽팔리고, 들어가는 것도 곤란하고.”
저쪽이 모처럼 대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요란을 떨면서 쳐들어갔다가는 트럼프의 심기가 많이 상하겠지? 상당히 강경한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잘못 건드렸다가 미국 전체에 불을 붙이면, 또 한 번 테러리스트 놀이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그건 효주가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일이고.
“할 수 없다, 브라우니.”
유지웅은 브라우니를 힐끔 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브라우니가 흠칫 놀라서 몸을 떨었다.
“네가 영물 행세 좀 해야겠다.”
―갸아악?
“이게 다 외교적 갈등 봉합을 위한 거니까 네가 수고 좀 해. 내가 들어가면 사람이 자국을 침범한 게 되지만, 네가 들어가면 동물이 침범한 게 되잖아. 설마 영물이 침범했다고 헬조선에 지랄하지는 않을 거 아냐?”
―갸아악! 갸아악!
브라우니는 기겁을 해서 홰를 쳤다. 그 모습은 마치, 나보고 어떻게 협상을 하라는 거냐고 항의하는 듯했다. 내가 무슨 사람 말을 할 줄 알아야지!
“너 말 알아듣는 거 다 안다. 사실 말도 할 줄 알지? 못해도 타이핑은 할 수 있을 거 아냐? 채팅이든 뭐든 좋으니까 알아서 잘 이야기하고 와. 내가 왔다고는 하지 말고, 한국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미국이 좀 도와줬으면 한다고 해. 설악산 요괴 행세라도 하란 말이야.”
―캬아아악!
“아, 이거 좋네. 설악산의 요괴, 아니, 기왕이면 설악산의 주인이라고 하자. 딱 좋군. 원래 한국 명산에 영물이 많다고 했으니까…… 너 스펙 보면 트럼프도 어쩔 수 없이 믿을 거야. 그럼 잘 하고 와라, 브라우니.”
그리고 유지웅은 브라우니의 엉덩이를 툭툭 쳤다. 힘에 밀린 브라우니는 앞으로 깡총깡총 뛰었다. 잠시 멈춘 브라우니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유지웅을 바라보았다.
“잘 다녀와. 끝나고 라스베이거스나 가자.”
* * *
“어떻게 됐어?”
유지웅은 브라우니를 보고 물었다.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브라우니는 앞발을 들어 땅바닥에 글자를 썼다.
―잘 이야기했어요. 트럼프가 한국이 시끄럽지 않게 해주겠대요.
“이 음흉한 녀석. 말 할 줄 알면서 왜 지금까지 입 꾹 다물고 있던 거야?”
브라우니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눈을 위협적으로 부라리자 결국 움찔해서 고개를 돌렸지만.
“네 배후에 누가 있다는 티는 안 냈지?”
―물론이죠. 트럼프한테는 설악산의 주인이라고만 말했어요. 정치적으로 연관시킬 수는 없을 거예요.
미국이 한국에 대고, ‘너희 나라 영물 한 마리가 와서 우리 미합중국을 협박했다!’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입을 모아 병신 소리 그만하라고 하지 않을까?
미국은 브라우니를 문제 삼을 수 없다. 오히려 철저하게 숨기려고 할 것이다.
인간의 무력이 통하지 않을 듯한 영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곧 세상을 패닉에 빠뜨리는 것이기에. 심지어 그 영물은 고도의 지능까지 갖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영물과 잘 협상해서 장기적인 이익을 꾀하려고 할 것이다.
“따로 요구한 건 없고?”
―제가 누굽니까. 잘 타일러 뒀습니다.
“잘했다. 이제 라스베이거스나 가자.”
유지웅은 콧노래를 부르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온 김에 코인이나 따보자.”
========== 작품 후기 ==========
켠 김에 왕까지… 아니 온 김에 코인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