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52)
1052 < — 건축주 스트리머 — >
―근데 왜 분수 효과 같은 단어 놔두고 굳이 역수 이론이라는 말을 지어내는 거임?
―그게 잘 읽어보면 서로 미묘하게 다름. 그래서 지웅이 형님이 굳이 없는 단어를 만든 거임. 기존의 단어를 갖다 쓰면 아무래도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의미 변질이 될 수 있으니까.
―의미가 변질될 게 뭐 있어. 어차피 밑바닥부터 물을 주겠다는 것은 똑같잖아.
“님이그걸왜굴려요님, 똑같진 않아요. 역수 이론의 핵심 포인트는 물의 흐름을 밑에서 위로 강제로 뽑아낸다는 것에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전체로 퍼지는 게 아니라 밑에서 위로 억지로 역류를 시키는 거죠.”
―? 대체 그게 뭐가 달라요?
“아, 그건 그냥 지켜보면 알잖아요. 아무튼 지루해질 수 있으니까 그에 관한 이야기는 이 정도까지만. 자, 오늘은 이 형이 우리나라 최고의 제철업자가 된 것을 축하하며, 다들 통장 탈탈 털어서 후원금이나 날려 봐. 제일 많이 쏜 사람에게는 내 방송 게스트 출연권을 준다.”
「님이그걸왜굴려요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보코블린마시쪙 님이 1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링크의레전드 님이 3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다들 뭐가 이렇게 가난한 거야? 안 되겠어. 내가 하루라도 빨리 이 나라 경제를 접수하지 않으면…….”
「R.Y님이 3,000,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Passthru님이 4,000,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나한국인아닙니다 님이 6,200,0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내 시청자들이 이렇게 가난할 줄이야. 정말 엄청난 무게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만 같다.”
―저기, 지웅이 형님. 지금 수십 억 원씩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는데요?
“수십 억 그거 시계 하나 사면 끝이에요. 그거 가지고 할 수 있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넵, 죄송합니다.
갑자기 큰손들이 통 큰 후원금을 던지기 시작하자 어쨌든 채팅창은 광분에 휩싸였다.
몇 만, 몇 십 만원씩 찔끔찔끔 후원하던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수십 억 이상씩 쾌척하는 이들만 남아 뜨거운 신경전을 이뤘다.
―대박, 진짜 대박이다. 이거 분명히 해외 부자들 맞지?
―맞을 듯. 보면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음. 방송 보다가 지웅이 형님이 게스트로 출연시켜준다니까 얼른 후원금 던지는 거임.
―근데 너무 큰돈 쓰는 거 아님? 무슨 고작 게스트 출연 한 번 하겠다고 수십 억 씩 쓰고 그래. 저러다가 파산하겠다…….
―저렇게 돈을 써도 파산은커녕 강에서 물 한 바가지 퍼낸 듯 티도 안 나니까 부자라고 하는 거야.
―지웅이 형님 표정 봐. 실시간으로 수십 억 씩 공돈이 터지고 있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으시네.
해외 대부호로 추정되는 시청자들의 돈 자랑은 아직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소문이 돌았는지 1,391만 명에 달하는 시청자 수는 어느덧 2,3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거듭 몰려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숨 막히게 하는 돈 잔치가 멈췄다.
최후의 승리자가 낸 후원금의 총액은…….
―우리가 지금 잘못 본 거 아니지? 저기서 0을 하나 더 빼야 하는 게 아니지?
―0을 하나가 아니라 2개를 빼도 난 내 눈을 의심할 것 같다.
―1,250억 원이라니…….
최후의 승리자가 낸 후원금은 무려 1,250억 원!
그것도 여러 번에 걸쳐서 나눠 낸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등장해서 투척한 것이었다.
―지금 해외 송금이 안 돼서 일단 이 정도만 합니다. 한국 자사에 가용한 현금이 이거뿐이네요.
―우, 우와! 한국어로 말했다! 한국어로 말했어!
―잠깐, 지금 한국 자사라고 하지 않았어? 그럼 진짜 다국적 기업 여럿 거느린 해외 회장님 같은 사람 아니야?
최후의 승리자가 말문을 열자 채팅방은 다시금 폭발했다.
동시 트래픽의 한계 때문에 송출방이 무수히 나누어져 있어서 망정이지, 만약 방 한 개에 2,300만 명의 시청자가 동시 접속한 상태였다면 채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으리라.
“어디 보자……. 인피니티 워즈님, 혹시 중동 지역에 거주하시나요?”
―아닙니다. 미국입니다.
“설마 이 세상의 안슐인가 했네. 후원 감사합니다. 인피니티 워즈님의 후원금은 제가 후원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밥값으로 쓰일 겁니다.”
―뜻 깊은 곳에 써주신다니 저도 보람이 느껴집니다.
“이따가 쪽지 드릴게요.”
방송을 종료한 뒤, 유지웅은 퇴근할 준비를 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류이한 사장이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급히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무슨 일이시죠?”
“정부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소철웅 경제수석이 직접 나왔습니다.”
“아, 오늘 거래를 축하해주기 위해서 서울에서 여기까지 손수 달려오신 건가요?”
류이한은 멘탈이 털린 채 돌아가야 했던 양대 제철사 오너 및 임원들을 잠시 떠올렸다. 아마 축하가 아니라 다른 목적 때문일 것이다.
“잠시만 시간을 내어달라고 한사코 요청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청와대 고위 인물이다 보니 제 선에서 딱 잘라 거절하기는 어렵습니다.”
“음, 이해해요.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그럼 우리나라 철강업체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해보죠. 수석님께도 그렇게 전하세요.”
“알겠습니다.”
다행히 유지웅이 흔쾌히 승낙하자 류이한은 살았다는 심정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잠시 후 소철웅 수석이 수행원을 한 명만 거느린 채, 살짝 달아오른 안색으로 들어섰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철웅입니다.”
“유지웅입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저와 이름 끝 자가 같네요?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나요?”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다행히 첫 분위기는 부드럽게 트였기에, 소철웅은 웃는 낯으로 말문을 풀어갈 수 있었다.
“오늘 국내 철강산업의 역사에 큰 획을 그으신 점, 이 나라 국민이자 경제수석으로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뭘요. 누군가는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일, 그 말을 하는 유지웅의 표정은 무언가 의미심장했다. 소철웅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동시에 식은땀이 가볍게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상대에게서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지만, 남의 입을 통해 들은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왜 정재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유지웅만 만나면 멘탈이 탈탈 털려서 돌아오는지 이해할 것 같았다. 이런 인물을 고아 출신 청년이라고 무시하는 마음가짐으로 대했으니, 당연히 영혼이 바닥까지 짓밟힐 수밖에.
“아까 계약을 체결하시면서 말씀하신, 그 역수 이론이라는 것 때문에 궁금증이 생겨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호기심이 무척 왕성하시군요. 그래서 그 먼 서울에서 여기 광주까지 내려오실 줄이야. 마음에 듭니다. 전 수석님 같은 사람을 참 좋아해요.”
“가, 감사합니다.”
수석비서관이라는 직책에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은 채, 오히려 한참 아랫사람을 칭찬하듯이 한다.
소철웅 수석은 오늘 이 자리가 쉽지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기존 인프라를 적당히 써먹고 버리신다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아까 계약 체결 당시 하셨던 말씀 말입니다.”
“제가 따로 건전한 기업 문화를 지닌 철강 산업체를 키우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 규모가 작아서 당장 대규모 산업에 써먹기에는 애매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나이가 젊지도 않은데 차일피일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뭐가 젊지가 않다고?
“원래 저는 병폐에 찌든 기존 기업들을 인수하는 것에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장벽 앞에서 결국 타협하고 말았죠.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보 전진을 위한 타협일 뿐, 편한 길에 안주하기 위한 체념이 아닙니다.”
“그 말씀은…….”
“제가 키우는 철강산업체가 능히 제니스 산업단지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면, 미래제철과 보스코제철은 필요가 없어지겠죠.”
“하지만 아직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까? 사람 일이라는 게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인데, 굳이 지금 와서 그것을 미리 공시해서 혼란을 줄 필요가 있는 겁니까?”
“혼란을 주려고 한 게 아니라, 제가 그린 미래 전략이 이렇다는 것을 널리 알린 겁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헛되이 투자해서 자기 돈을 날리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렇다고 제가 미래제철과 보스코제철에 관련된 주식을 죄다 사들일 수도 없고 말이에요.”
“……하지만.”
“뭐가 하지만이에요? 그럼 수석님은 제가 내부거래, 비공개거래, 분식회계, 정보공개 타이밍 장난질 같은 것으로 일반 투자자들을 기만해야 했다고 하시는 건가요?”
그렇게 나오니 또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지금 이 회사들을 사들였지만, 몇 년만 쓰고 버릴 예정이니까 다들 투자에 참고하세요!’라고, 미리 말을 해주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태도 아닌가?
“그럼 다른 걸 묻겠습니다. 사실 어느 재벌도 그런 손해 보는 짓을 하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1년, 아니 6개월 전에만 공시를 해도 의장님은 충분히 세상의 호의를 얻으시고 또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계약을 하자마자 바로 발표해버리신 거죠?”
“좀 서운하네요. 제가 겨우 푼돈이나 벌자고 여기에 이렇게 큰 산업단지 세우고, 열악하지만 건전한 마인드를 가진 기업들을 찾아 투자해서 키워주고, 그러는 것처럼 보이세요?”
유지웅이 답답하다는 듯이 바라보자 소철웅 수석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개인적으로 그가 품은 의문 중 하나를, 지금 정확하게 꿰뚫린 것이다.
‘만약 내가 저 사람이라면……. 그리고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었다면…….’
지금처럼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나 재계와 거래를 하고, 결정체 산업계의 맹주로 우뚝 섰을 것이다.
물론 유지웅은 지금 결과는 좋다. 하지만 그 좋은 결과를 이뤄낸 과정에는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 행보가 많았다.
“그럼 의장님의 목적은 뭡니까?”
“글쎄요. 한두 개가 아니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애매하네요. 중요한 건 돈을 버는 것은 저에게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순 없다는 거예요. 스무 살 때에나 잠깐 그런 생각을 품었지, 그게 또 언제적이야. 벌써 팔 년이나 지났네.”
‘잠깐, 스무 살? 팔 년 전이 지났다고?’
“뭐, 미래제철이나 보스코제철을 몇 년만 쓰다 버리지 않고 두고두고 오래오래 쓸 생각은 있습니다. 그 두 회사가 완전한 제 것이 된다면 말이지요.”
“이미 경영권은 의장님에게 있지 않습니까? 지분 51%를 확보하셨는데…….”
“수석님, 그건 제가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만 있는 49%의 자본가들의 배에 지방 세포 집단이 팽창한다는 뜻이라고요. 전 그런 꼴 못 봐요. 몸 움직이는 건 난데 대체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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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귀족은 실탄이 쓰지 않습니다.
실탄 안에 있는 뭔가가 쓰는 글입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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