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86)
1086 < — 최초의 딜러 — >
여수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되었다.
회담이 끝난 후 황백호 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나란히 공동성명문을 발표했다.
“우리 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서로 제한 없는 노력을 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오늘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종전을 선언합니다. 이에 덧붙어 양국은 동맹 관계가 수립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또한 양국은 상호간에 성실한 무역 관계를 수립할 것임을 선언합니다.”
생방송으로 공동성명 발표를 지켜보던 온 세상이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파격적인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측했지만, 종전 선언에 이어 동맹 선언, 그리고 정식 무역 관계 구축까지.
그 어느 것 하나도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진행해야 하는 국가 간 외교 정책임에도, 양국은 마치 호프집 안주 세트 메뉴를 주문하듯이 일시에 터트려 버린 것이다.
―뭐야? 그럼 이제 종전인 거야? 전쟁은 끝난 거야?
―정확히는 북한과 미국 간의 전쟁이 끝난 거지. 아직 우리나라와 북한은 휴전 관계 효력이 남아 있지.
―아니, 북미 동맹, 한미 동맹이 버젓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북한만 아직 전쟁 중이라면…… 꼬여도 뭐가 이렇게 단단히 꼬인 거냐?
―원래 이런 밀접한 관계는 세 나라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서 다자협의식으로 발표를 해야 하는데,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미국 앞에서 그리 힘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아마 트럼프도 선물 보따리를 한꺼번에 풀 마음은 없었을 거다. 이번에 하나, 다음에 하나, 또 그 다음에 하나,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풀 생각이었겠지.
―여수 레이드를 보고도 선물 보따리를 천천히 풀 생각을 했다면 그거야말로 바보인 거지. 지금 트럼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황백호 통령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
―황백호 통령이 과거 왕조 정권과 전혀 무관, 아니 오히려 원수지간인 게 도움이 됐네.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제 북한은 진짜 새로운 출발선에 올라 섰구나……. 이러다가 우리나라도 금방 따라잡히는 거 아니야?
북미회담에 반발한 일부 노인들이 태극기와 가스통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반미를 부르짖긴 했다. 하지만 회담 결과는 대체적으로 전 세계의 찬사를 샀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구국의 영웅 취급을 받았고, 황백호 통령은 북한에서는 인간을 벗어난 신이나 다름없었다.
황백호 통령을 향한 북한 주민들의 제한 없는 충성심은 제3자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두려울 정도였다.
만약 황백호 통령이 올바른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만 있다면, 북한은 상상을 초월하는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럴 힘과 권위, 심지어 미국의 전면적인 지원까지 있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제니스 컴퍼니 유지웅 의장, 그리고 정효주 부의장에게 공화국의 명예 국적을 수여합니다. 두 분은 기본권, 재산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 면에 있어 북한 주민과 동등한 자격을 제한 없이 누릴 수 있습니다.”
권리는 있되, 의무는 없다.
황백호의 파격적인 명예 국적 수여 결정은 한국 사회를 단숨에 뒤흔들었다.
―빨갱이 새끼들이 우리나라의 소중한 보물을 빼앗아가려고 수작을 부린다!
―빨갱이 국적 따위 거절해라!
―응, 너네 다 블랙리스트. 제니스 사업 쪽에 앞으로 영영 발 못 붙일 줄 알아.
―신성모독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영원히 기록으로 남는 것도 모르나? 나중에 제니스 컴퍼니가 한국 지배하면 그때는 어디 가서 살려고. 취직도 못할 텐데.
―빨갱이 유지웅은 자살해라!
―쟤, 이제 큰일 났다.
―그러게. 유한조 형님은 고소 따위 안 하시는 분이야. 손수 응징하고 보복하는 걸 선호하시지.
―유한조 형님 활 한 방이면 송두리째 날아갈 듯.
유지웅이 황백호 정권과 긴밀한 사이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북한이든 유지웅이든 그런 반발 움직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머릿속 한구석에조차 담을 가치가 없다는 듯이.
오히려 유지웅은 파격적인 대북 투자 발표로 그런 반대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속보! 제니스 컴퍼니, 향후 북한에 5,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 밝혀!
―황백호 통령, 유지웅 의장을 북한국가투자개발부 최고총리로 임명! 유지웅, 북한의 2인자가 되다!
5,000억 달러의 장기 투자 계획, 그리고 국가투자개발부 최고총리로 임명한다는 발표가 연달아 쏟아지자,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미쳐 날뛰었다.
한 손에는 태극기를, 다른 손에는 가스통을 짊어진 노인들이 미친 듯이 거리로 뛰어나와 날뛰었다.
“유지웅은 빨갱이다! 빨갱이의 사상을 조사하라!”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간첩이다! 매국노다! 반역자다!”
“정부는 제니스 컴퍼니의 모든 자산을 압류하라! 압류하라!”
시위는 점차 과격해졌다. 보수 언론은 그런 시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유지웅의 행보가 과격함을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대놓고 저격하기에는 눈치가 보이니 우회적으로 돌려서 비난을 가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유지웅의 반응은 간단했다.
방송을 켠 그는 시위에 관해 짧게 열거한 뒤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시위 참가자들 명단 300명 이상 확보했고, 사진과 동영상 증거도 확보해놨다.”
―역시 지웅이 형님이십니다! 그 노인네들도 전부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건가요?
“이 사람들은 좀 더 특별하게 대우해주려고. 내가 확보한 명단 전원이 한꺼번에 우리집 앞으로 찾아와서 사흘 동안 석고대죄를 하지 않으면…….
―하지 않으면?
“그 전까지는 그 도시에 괴수가 출현하더라도 뒷짐지고 구경만 하겠어.”
―역시 지웅이 형님이십니다! 사정 따윈 없으신 그 과격함에 또 한 번 반해버리겠어요!
물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지역 주민들 모두가 시위에 참여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괴수가 나타나도 돕지 않겠다는 것은 조금 너무하지 않나요?
“억울하면 이사가든가, 그 사람들 석고대죄 시키든가. 어차피 난 민간인이고 재난 발생했다고 막아야 할 의무도 없음.”
―아니, 그래도 큰 힘에는 큰…….
“귀찮음이 따르는 법이지. 동생 같은 모자란 사람들 징징거림까지 들어줘야 하고. 생각이 짧은 게 죄는 아니니까 강퇴나 블랙리스트 등재는 하지 않을게. ‘지나가는분지주민’ 동생.”
―솔직히 지웅이 형님이 괴수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 군인도 아니고 경찰도 아닌데.
―저 도시에 화재가 나도 지웅이 형님이 안 꺼줘서 피해가 커진 거라고 탓할 기세네, 저놈은.
―지금 이 나라가 놓치고 있는 게 뭔지 알아? 유지웅 형님과 정효주 형수님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나라에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야. 막말로 괴수가 나타나면 저 두 분에게 의존해야 할 판인데, 지금 이렇게 심기를 거스르고 자극했다가 형님과 형수님이 열 받으셔서 타국으로 귀화라도 하면 어쩔래?
―형님, 기왕 귀화하실 거면 미국보다는 북한으로 귀화해주세요. 그게 태극기 할배들 더 약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감히 추천합니다.
―오, 그거 좋은 듯. 형님 기왕 귀화하실 거면 미국보다는 북한으로.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이 나라에 남아주시는 거지만…….
유지웅은 카메라를 응시하며 심드렁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은근히 나 돌려 깐 언론사들, 내가 다 봐뒀어. 꼭 괴수가 출현해서 니네 사옥 죄다 때려 부수기를 내가 기도할게. 아, 만약 도시에 괴수가 나타나서 방어 작전 펼치게 되면 반드시 괴수가 니네 사옥만큼은 때려 부수도록 내가 유인하든지 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농담……이시겠죠?
“당연히 농담이지.”
―전혀 농담처럼 안 들립니다, 형님.
“원래 이런 말을 한 다음에는 당연히 조크라고 반드시 덧붙여줘야 하는 거야. 그것도 몰라?”
―역시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감탄했습니다, 형님.
북미회담이 끝난 이후 한국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북한과 미국이 친해져도 너무 친밀해진 것이다. 심지어 북한은 제니스 컴퍼니와도 끈끈한 관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툭하면 핵개발에 장거리포 발사에 영해 침범으로 골치 아프게 하던 시절에 비하면 비교할 수없이 좋다. 일단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 하나가 정상화가 된 셈이니까.
국제 사회에서도 ‘한반도는 전쟁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어서 좋고.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한국정부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기껏해야 여수에 회담장을 마련하고 꽃단장을 한 것 정도?
한 게 없으니 뭔가 이권을 주장할 만한 것도 없고, 국민들로부터는 대체 정부는 뭐 하고 놀고 있었느냐고 비난이나 받고.
특히 유지웅이 5,000억 달러를 북한 경제 개발에 투자하기로 한 것 때문에 재계는 물론이고 지자체가 발칵 뒤집혔다.
“북한에 쓸 돈 있으면 그 돈 차라리 우리 지역사회 개발에 써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체 중앙정부는 뭘 하고 있었기에 그런 말도 안 되는 투자 계획이 정해지도록 손 놓고 있었던 겁니까!”
유지웅이 자기 돈을 자기 맘대로 쓰겠다는데 사실 그들이 따질 거리는 없었다. 미국에서 돈을 들여오는 것이니 외환거래 등에 저촉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촌이 땅을 사니 배가 너무나 아팠고, 하소연할 데가 마땅치 않았을 뿐.
중앙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를 보내 유지웅에게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전했다.
“북한에 너무 많은 돈을 퍼주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신중하게 재고하심이…….”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그것까지 전부 여기저기서 허락을 받아야 해요? 이게 나라 공금도 아니고 개인 사유재산인데?”
“하, 하지만…….”
“내가 그렇게 나오는 꼴이 얄미워서라도 대북 투자금을 더 늘려야겠어요.”
“히, 히익!”
결국 경제부총리는 아무런 수확을 거두지 못한 채 타박만 잔뜩 받고 풀이 죽어서 돌아갔다.
“그나저나 브라우니는 회담 때 대체 뭐 했던 거야? 시키는 대로 적절한 타이밍에 토르를 진입시켰어야지! 뭐, 더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서, 여수 레이드 당시 브라우니와 토르의 시점.
―브라우니님, 저거 개입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설악산반달곰 출신 괴수, 토르가 저 멀리 한창 벌어지는 전투 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브라우니의 발톱에 낚인 채 설악산에서 여수까지 수송된 토르는 본래 북미회담에 괴수 빌런으로 등장할 계획이었다.
그리하여 유지웅과 정효주, 황백호로 급히 구성된 공격대와 적당히 맞서 싸우다가 바다로 퇴각하고, 이후 다시 브라우니의 발톱에 낚여 설악산으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향후 지속적인 한반도 빌런 괴수로서 정체성을 확보하고 이미지를 쌓아나갈 생각이었다.
이 모든 것은 유지웅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빗나간 탓에, 토르는 여수에 몸을 드러내지 못하고 허공에서 브라우니의 발톱에 꿰인 채 지켜봐야만 했다.
―위험해 보입니다! 주인님이 밀리고 계세요!
십여 분이 지나도록 싸움이 끝나기는커녕 거대 해양 괴수가 주도적으로 밀어붙이자, 토르의 목소리에도 다급함이 실렸다.
자신을 창조한 무지막지한 힘을 지닌 주인이 다른 이들과 협공을 하는 데도 저렇게 밀리다니. 토르는 저 해양 괴수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만약 주인님이 이대로 밀려나고, 저 해양 괴수가 설악산까지 침공한다면?
그 상상을 하자 공포에 가슴털이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브라우니는 오른쪽 날개깃을 수직으로 세워, 부리에 조용히 갖다 댔다.
―즐기시게 놔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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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스님 재미있게 즐기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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