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85)
1085 < — 최초의 딜러 — >
해양 괴수가 쓰러졌음에도 정효주는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방어막이 뚫린 괴수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표적하여 방아쇠를 연신 당겼다.
탄환이 한 발 박힐 때마다 요란한 폭발이 일어났다. 지금까지의 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튕겨낸 것이 모두 거짓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괴수의 몸이 폭발 충격파에 터져 나갔다.
그것은 계산된 행위였다.
괴수가 정말로 사망했음을 시각적으로 가감 없이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둘이 사전에 계획했던 상징적 연출이었다.
“휴우.”
마침내 정효주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라이플을 내리고 가볍게 이마를 훔쳤다. 땀 한 방울 느껴지지 않는 매끈한 이마에 순간 민망했지만, 그녀는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했다.
“……정말 힘들었다.”
스치기만 해도 죽어버릴 약한 개체다 보니, 스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느라 진땀 뺐다.
정효주는 라이플을 오른손에 쥐고 늘어뜨린 채 유지웅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도 오른손에 쥔 활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이쪽을 마주 보고 있었다.
의연한 미소를 가만히 바라보던 그녀가 먼저 생긋 눈웃음을 지었다.
생사의 고난을 손을 잡고 함께 물리친 뒤 기쁨의 미소를 나누는, 서로 깊이 의지하는 남녀의 모습을 ‘연출’했다.
그 모습은 목숨을 아끼지 않는 종군 기자들의 카메라, 그리고 비싼 돈을 들여 제작한 유지웅의 스트리밍 장비에 힘입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최초의 딜러 커플의 탄생이었다.
해양 괴수와의 싸움은 레이드 역사로 볼 때 가장 의미 있는 레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제대로 된 첫 레이드이기 때문이었다.
황백호 통령이 필드 드래곤을 몰아낸 것은 엄연한 의미에서 레이드라고 할 수 없었다. 그가 무지막지한 육체에 의지해서 버텨내고 유인한 것에 지나지 않으니.
하지만 (아직 이름도 얻지 못한) 해양 괴수와의 싸움은 달랐다. 비록 힐러가 빠지긴 했지만 탱커를 중심으로 공격진을 형성하여 물리친, 진정한 의미의 레이드라고 할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기록될 첫 레이드는 위협이 완전히 종료된 후에도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 잇따른 충격을 안겨 주었다.
「필드 드래곤에 이어 두 번째 괴수마저 나타났다. 이건 역시 앞으로도 괴수들이 꾸준히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겠지?」
「다행히 이번에는 코리아 공격대가 잘 싸워서 물리치긴 했지만, 다음에는 어떡하지? 미국 한복판에도 예고 없이 괴수가 나타날 수도 있는 거잖아.」
「어쩌기는, 최대한 시간 끌면서 시민들 피난시키고, 코리아 공격대에 협조 요청해서 물리치는 수밖에.」
「그나저나 유지웅 정효주가 초능력자였다는 건 정말 의외였다. 어떻게 지금까지 감추고 있었을까…….」
「지웅이 형님이 말씀하신 거 못 들었냐? 괜히 연구기관에 잡혀가서 해부 당하는 게 싫어서 숨기고 산 거라고, 하지만 도시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까지 숨기고 살 수는 없어서 드러낸 거라고.」
유지웅이 눈물을 머금고 내린 것으로 알려진 그와 같은 결정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특히 미국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은 영웅을 좋아한다.
가장 위험한 전투는 끝났지만, 인류가 겪어야 할 진정한 시련과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세계열강들은 괴수의 존재가 지금까지 그 어떤 안보 위협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우연히’ 나타난 한 마리를 중국 땅에 몰아넣고, 그들로 하여금 핵 사용을 강요하게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핵은 안 된다!’
괴수가 단 한 마리라면, 그리고 더 이상 출현한다는 보장이 없다면, 눈물을 머금고 핵으로 처리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괴수는 유일하지 않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나타날 수 있음이 증명된 이상, 핵사용은 그야말로 바보짓이다.
괴수가 나타날 때마다 매번 핵으로 처리하면 종래에는 지구상에 방사능으로 오염되지 않은 곳을 찾을 수가 없을 테니까.
「중국은 한숨 돌리겠네.」
「그러게 말이야. 미국이고 러시아고 유럽이고 핵으로 빨리 빨리 필드 드래곤 섬멸하라고 강요했었는데, 이제 그럴 일 없게 됐으니.」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 필드 드래곤을 핵으로 제압했어야 한다고 본다. 아마 트럼프는 그 점을 아쉬워하고 있을 걸.」
핵사용을 강요할 명분은 사라졌지만, 미중 간의 무역 전쟁 및 보복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코리아와 친해져야 한다. 지금 만약 괴수가 나타나면 코리아 공격대의 힘이 절실하다.」
레이드 영상을 본 이들은 정신이 제대로 박히지 않은 이들을 제외하고,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다.
세계열강은 코리아 공격대와 친분을 쌓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부랴부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최전방에는 백악관이 있었다.
“한조, 나는 당신의 힘이 필요합니다.”
유지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열이 올라서 화를 내고 싶지만, 진지한 듯 경건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 앞에서 차마 화풀이를 할 수는 없다.
적어도 그가 자신을 그런 식으로 부르는 것은, 존중과 예의를 담아서 보이는 태도이기에.
태조 유한조.
유지웅에게 전 세계 네티즌이 부여한 명예로운 칭호다.
어느 누가 주도해서 만들어진 칭호는 아니고, 수많은 시청자들과 네티즌이 가상의 공간에서 이런저런 식으로 그를 부르던 애칭이 섞이고 융합된 끝에, 마침내 탄생한 혼종의 순혈을 상징하는 호칭이었다.
그런 혼탁한 의식의 흐름에서 태어난, 끔찍하리만치 강건한 생명력을 가진 호칭이기에, 그럼으로 그 힘은 차마 유지웅조차 거부할 수 없었다.
아무리 협박을 하고 명령을 하고 을러보아도, 세상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은 어느새 ‘태조 유한조’로 돌아와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새끼가 누군지 반드시 잡아내고 말겠어!’
유태조를 감히 유한조라고 엉겁결에 부른 녀석, 절대로 가만 두지 않으리라.
‘분명히 고의인 게 틀림없다. 아주 악질적이고, 못되고, 비열한 면상을 가졌을 게 분명해.’
어쨌거나 유지웅은 의연히 표정을 가담은 채, 자신을 부른 황백호의 말에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캡틴 코리아. 한반도의 평화와 나아가 인류의 안정을 위해 기꺼이 캡틴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캡틴 코리아, 황백호가 얻은 명예로운 호칭이다.
태조 유한조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 멋있는 음운의 조합, 유지웅은 부러워 죽을 것 같았다.
황백호 역시 그 칭호에 만족하는지, 그런 식으로 불릴 때마다 입가가 실룩거리며 좋아 죽겠다는 웃음을 참는 게 보인다.
“우리 셋이 함께 뭉치면, 그 어떤 괴수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무서울 게 없을 겁니다.”
유지웅과 정효주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뜨거운 열정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괴수의 습격으로 북미 회담은 잠시 미뤄졌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으로 철수하지 않았다. 사태를 수습할 여유를 며칠 가진 뒤, 다시 정상회담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였다.
그것은 황백호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이뤄진 세기의 역사적인 회담인데, 두 정상이 악수까지 나누고서 아무런 합의도 없이 돌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외교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있던 것도 아니고, 괴수의 습격은 극적으로 잘 해결되었으니, 오히려 회담을 긍정적으로 완료하기에 좋은 여건이 형성된 셈이다.
“두 분이 저를 적극 지지해주시니, 제가 내일 회담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얻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황백호는 회담을 앞두고, 유지웅과 정효주를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공격대의 진정한 저력을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바로 황백호 본인이었다.
필드 드래곤의 출현 당시, 자신 혼자서는 그저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그조차도 대단한 것이지만) 하지만 유지웅, 정효주와 진형을 갖춰 싸우니, 괴수의 움직임을 제한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섬멸할 수 있게 되었다.
셋은 각자 떨어져 있을 때보다 함께 할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황백호는 내일 재개될 북미회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괴수 사체는 남조선에서 연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가 전격적으로 양보하겠습니다. 순수한 마음에서 드리는 선물이니 다른 반대급부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황 통령님,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유지웅이 잘라 말하자 황백호의 눈빛에 당혹스러움이 깃들었다. 당연히 거절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남헬조선은 연구 인프라가 부족하고, 여러 가지 제도적 한계가 심합니다. 그러니 차라리 괴수 사체 연구는 북한에서 추진하는 게 나을 겁니다.”
“북한의 연구 인프라는 남한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처참한 수준입니다만.”
“하지만 미국의 전격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지 않나요?”
“…….”
황백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유지웅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북한의 자체적인 힘으로는 괴수 사체 연구는 엄두도 못 낼 대사업이지만, 미국의 힘을 빌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통령님, 저는 북한이 스스로만의 강점을 갖추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적기이고요. 내일 회담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협상 소재가 될 겁니다. 안 그래요?”
“음…… 그렇군요. 확실히 그렇습니다.”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던 황백호는 조금 감동해서 유지웅의 손을 덥석 잡았다.
“고맙습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한데…… 저한테 총괄총리 뭐 그런 멋있는 이름이 직함 하나 주시면 안 되나요?”
“총괄총리요?”
“그러니까 통령님 직속 휘하에서 국가 개발이나 투자를 총괄하는 2인자 직함 같은 거 하나 파주세요.”
뜻밖의 요구에 통령은 잠시 당황했으나, 유지웅은 아무렇지 않게 밀어붙였다.
“기왕이면 국적도 하나 만들어 주시고, 아, 물론 우리 둘 다요. 어차피 통령님도 저한테 북한 경제 투자 요청하실 생각이시잖아요? 그쵸?”
“그, 그렇긴 합니다만…….”
“미국에서 받아야 할 1조 달러에서 아직 9,000억 달러 정도 남았습니다. 매년 분할돼서 받기로 돼있지만 제가 원하면 좀 더 당겨 받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그 돈의 최소 50% 이상을 북한 경제 개발에 투자하겠습니다. 어때요?”
“그게 정말입니까?”
황백호의 얼굴에 환희가 깃들었다.
미국이 경제 지원을 하면 한국이나 일본, 러시아도 당연히 덩달아 경제 지원과 투자를 시행한다. 그것만 해도 북한의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유지웅까지 그런 거액을 투자한다면, 북한은 단시간 내에 부유국으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어때요? 그 정도 지원이면 2인자 직함 하나 주시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원활한 경제개발을 위해서도 당연히 그 정도 직함은 드려야지요.”
“1인자 같은 2인자.”
“그게 컨셉이야?”
“응, 이번에는 그런 컨셉으로 간다. 다 때려 부수고 다니는 것보단 낫지?”
정효주는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아주 큰 명함이 필요해지겠네. 적어야 할 게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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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힐러가 필요 없는 소수 정예 공격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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