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03)
1103 < — 화이트보다 단단해 — >
중국의 핵 공격은 전 세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주었다.
그렇게 온 나라가 입을 모아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초강공을 둔 것이다. 도저히 믿지 못할 일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었나?”
미국, 유럽, 남미, 러시아 등등 가리지 않고 그런 탄식이 뒤를 이었다.
유일한 대괴수 전력인 최초의 공격대까지 희생시켜버린 중국의 악수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미국은 가장 앞장서서 맹렬하게 중국을 비난했다.
“중국은 자국을 돕기 위해 스스로 나선 선량한 이들을 거리낌 없이 희생시켰습니다. 그것도 우리 미국은 물론이고 국제 사회의 극렬한 반대를 무시하고 결행한 짓입니다. 우리 미국은 이번 일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공식적인 비난을 퍼붓는 와중에도, 수면 아래에서는 비공식적인 고민이 이어지고 있었다.
“중국은 우리 미국의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따라서 베이징을 핵으로 날려야 합니다!”
소수의 강경파는 베이징을 핵으로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분명 경고했고, 중국은 그 경고를 어겼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경고한 바를 실행하지 않으면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우습게 볼 겁니다. 게다가 이번 경고가 처음도 아닙니다.”
이미 중국은 두 차례나 미국의 경고를 무시했다.
첫 번째 경고야 워낙 큰일이 터지는 바람에 어영부영 묻혀갈 수 있었지만, 이번 일은 다르다.
만약 이번 일까지 덮어두게 되면 앞으로도 중국은 미국을 계속 우습게 볼 것이다.
논리는 충분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베이징에 핵을 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명분이 우리 쪽에 있다 하나 너무 과한 처사입니다. 우리 미국은 한순간에 악의 제국으로 떨어지고 말 겁니다. 탄핵은 정말 사소한 부가 문제입니다.”
“핵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중국을 제재해야 합니다. 핵은 절대로 안 됩니다.”
다수의 핵공격 반대론자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이미 끝난 일인데, 수천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대도시를 핵으로 날려버린다? 미국 본토에 핵 위협을 받은 것도 아닌데?
당장 국제 여론이 차갑게 식어버릴 것이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국가에서 테러리스트로 전락하고 만다.
트럼프는 이를 악물었다.
“차라리 핵 위협을 하지 말 걸 그랬나 싶군. 중국이 핵 위협까지 보란 듯이 무시할 줄이야.”
“……각하. 중국이 그런 미친 결정을 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습니다.”
중국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으로 나왔던 것이지, 백악관이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핵 위협을 그렇게 무시할 정도면 그보다 수위가 낮은 위협은 아예 이빨도 박히지 않았을 겁니다.”
“명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공격대연합이 소실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중국을 철저히 고립시켜야 합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고 계속 미련에 젖어 있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제는 앞으로의 대책을 세울 때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총 수입 물량이 5,000억 달러쯤 되던가?”
“네, 그 정도 될 겁니다.”
“그 물량 전부에 1,000%의 관세를 매기는 방향을 의논해보게.”
1,000%라는 말에 각료들의 안색이 일순 변했지만, 크게 놀라워하는 이는 없었다.
트럼프의 진짜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끊겠다는 선언이 되겠군요.”
“관세를 전부 물어도 좋고, 수입량을 줄여도 좋고, 무역 전쟁으로 번져도 좋고. 어쨌거나 명분은 우리에게 있으니 말입니다.”
“적극 검토해보겠습니다, 각하.”
트럼프는 조용히 끄덕이기만 했다.
애써 평온함을 유지하는 표정과 달리 그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설악마스터가 크게 상심할 텐데.’
한반도의 영물이 소중히 여기는 인물이 죽었다. 설악마스터가 얼마나 분노할지, 그리고 그 분노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아예 세상에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건 아니겠지?’
직접 중국을 응징하겠다고 설악마스터가 모습을 드러내면 어찌 될지 끔찍했다.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물론, 국가로서는 미국만이 누리고 있던 독점적 교섭 지위가 사라지고 만다.
그때였다.
“각하! 살아 있습니다!”
CIA국장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안보회의에서 보여선 안 된 결례지만, 지금 그런 걸 생각할 틈도 없이 흥분한 안색이었다.
“뭐라고?”
“유지웅, 정효주, 황백호 통령 모두가 살아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건강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트럼프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벌떡 일어났다.
친황다오 시는 황해와 연결된 보하이해와 접해 있는 해안도시다. 후루다오 시 다음 목적지로 필드 드래곤의 위협에 노출돼 있었지만, 후루다오 이후 베이징으로 진로를 틀었기에 위협에서 벗어난 곳이기도 했다.
죽은 줄만 알았던 공격대연합은 친황다오 시에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외신 기자들이 앞을 다투어 몰려들었고, 유지웅은 친황다오 시가 제공한 극진한 대접 속에서 발표를 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하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세상에 밝힐 마음이 없으니, 불필요한 질문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질문을 한다면 그 기자는 물론 소속 언론사까지 제니스 블랙리스트에 올릴 겁니다.”
핵폭발 속에서 어떻게 멀쩡히 살아남았는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던 외신 기자들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중국 언론사들의 질문도 받지 않습니다. 이유는 굳이 설명 안 해도 아시겠죠?”
“…….”
노골적인 적대 의사에 중국 기자들은 시끄럽게 웅성거리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지웅은 손가락을 세로로 들어 입술에 갖다 댔다.
“자, 지금부터 통령님의 발표가 있겠습니다.”
유지웅은 자리를 비켜 주었고, 황백호가 단상 위로 올라섰다.
매섭기 그지없는 차가운 표정, 그리고 방금 유지웅이 그를 지칭한 ‘통령’이라는 직함. 외신 기자들은 그 사실에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황백호는 공격대연합으로서가 아니라 북한의 지도자로서 성명 발표를 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의 적입니다. 앞으로 중국과의 교류는 없습니다. 이상입니다.”
겨우 세 마디에 불과했지만, 향후 황백호의 외교 행방이 어떨지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말이었다.
그리고 외신 기자들은 그의 입장을 이해했다.
자강도 비극을 채 배상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도의적 차원에서 괴수 섬멸을 위해 나섰건만, 중국은 사전논의 없이 핵을 써서 제거하려 했으니. 또한 공격대연합이 희생당해도 상관없다는 명백한 의도가 보였다.
황백호가 물러나자 유지웅이 나섰다.
“중국의 행위를 영원히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중국에 이득이 될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결정에 타협의 여지는 없습니다. 이는 제니스 컴퍼니, 그리고 공격대연합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이 핵을 투하한 것은 필드 드래곤뿐만 아니라 이참에 우리까지 쓸어버리고자 했던 의도임이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국가와 교류를 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외신 기자들은 정신없이 타이핑을 하며 본사에 기사를 송고하느라 바빴다.
“아마 중국은 공안 투입을 통해서 지금 이 기자 회견 자리를 막으려고 할 겁니다. 어쩌면 지금쯤 공안이 들어오고 있을지도 모르…… 어, 정말이군요?”
유지웅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 개의 출입문이 일제히 열리며 무장한 공안 병력이 들이닥쳤다.
“이 자리는 불법입니다! 모두 해산하십시오! 그리고 공격대연합 그대들은 국가를 전복한 혐의로…….”
그 순간 번개처럼 황백호가 달려들었다. 인간의 동체시력을 월등히 넘어선 속도로 움직인 그는 공안들의 무기를 빼앗으며 복부에 가볍게 한 방씩 찔러 넣었다.
호흡 한 번 돌릴 시간도 지나기 전에, 이미 모든 무장 공안들은 무기를 빼앗긴 채 바닥에 쓰러져 컥컥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황백호 입장에서는 가볍게 찔러 넣은 것이지만 그들에게는 횡격막이 터져 나갈 수도 있는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비무장 책임자는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면서 황백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이 일은 극심한 외교적 문제를 불러올 겁니다! 그래도 좋단 말이오!”
“외교적 문제는 이미 너희가 먼저 시작했지. 기자들을 인질 삼아서 우리를 잡아두고 문제를 해결할 생각인가 본데…… 거기에 어울려줄 마음은 없다. 우리는 이제 떠날 거라서.”
황백호는 무기를 전부 박살낸 뒤 손을 탁탁 털며 돌아섰다.
유지웅은 그와 시선을 마주치고는 끄덕였다.
“가지요, 통령.”
“그럽시다.”
친황다오에는 미7함대가 보낸 수직이착륙기가 이미 도착해 있는 상태였다. 본래라면 영공 진입과 착륙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지금 미국은 모든 절차를 무시했다.
중국과 전시 상태나 마찬가지였고, 공격대연합의 신병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미군은 수직이착륙기만 보낸 게 아니라 항공기 부대까지 보내서 혹시 모를 중국의 공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음, 고맙소.”
황백호는 기장의 경례에 답례를 보낸 뒤, 항공기에 올랐다.
세 명을 태운 항공기는 수직으로 떠오른 뒤 날개를 변형시켜 방향을 돌렸다.
급히 출동한 중국 공군 비행기들이 있었으나, 그들은 미 함재기들의 위협에 감히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평양으로 곧장 갈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장은 두 말 않고 목적지를 평양으로 잡았다.
사진팡 주석이 주관하는 안보회의는 살짝 침울한 분위기로 뒤덮여 있었다. 그래도 아주 암담한 정도는 아니었다.
“뭐, 꼭 죽여야 했던 건 아니었으니.”
사실 사진팡의 진정한 목적은 베이징을 지키는 것이지, 공격대연합을 꼭 제거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베이징만’ 지킬 수만 있다면 그들이 죽어도 별 상관이 없다는 쪽이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생각보다 거센 국제 사회의 반발에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살아 있으니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제니스 컴퍼니, 그리고 북한과의 교류는 한동안 타격을 받겠지만 중국이 가진 막대한 시장을 결국 그들도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정체 산업으로 돈을 벌려면 결국 우리 중국 시장에 진출해야 하니까.’
이것으로 미국의 기세도 한풀 꺾였을 것이다.
물론 당분간은 국제 사회에서 욕도 먹고, 여러 가지로 손해도 좀 보겠지만, 그래도 베이징도 지키고 필드 드래곤도 섬멸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핵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거지?’
그 점이 여전히 의문이었다.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핵폭발마저 견뎌냈다면 물리적인 수단으로 그들을 제거할 방법이 없다는 것 아닌가?
‘그것도 황백호의 능력인가?’
중국 지도부는 탱커인 황백호가 다른 둘을 보호해서 살아남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타당한 추측이기도 했다.
그때였다. 잔뜩 당황환 보좌관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주석님! 큰일입니다! 필드 드래곤이 살아 있습니다!”
“뭐, 뭐라고?”
사진팡은 눈을 부릅뜨며 경악했다.
유지웅은 멋쩍어하며 손뼉을 쳤다.
“아, 내가 실수로 그놈한테도 보호막 걸었나 봐.”
“진짜 실수야?”
“응, 이건 진짜야. 하도 오랜만에…… 아니, 각성한지 얼마 안 돼서 익숙지 않다 보니 실수해버렸네.”
“잘한 실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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