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31)
1131
유지웅은 장충후 의원으로부터 결국 원하는 걸 얻어냈다.
장충후는 제니스 타운의 건설 및 유지 운영에 필요한 추가 법안 상정과 음주운전에 관한 처벌법 강화안 상정을 약속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그의 압박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명심하세요. 음주운전 1회 ‘발각’만으로 영구 면허 박탈, 장애자나 사망자가 발생하면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제니스 프리즌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언젠가는 도시 주민으로 100만 죄수를 확보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부디 제 꿈을 이뤄주실 거죠?”
“배, 백만 죄수라고요?”
“백만 죄수를 양성, 아니 확보해야 사회의 정의 질서를 구현할 수 있습니다. 모르세요? 옛날 조선 시대에서도 십만양병설이라고 비슷한 게 있었는데. 그거 못해서 임진왜란 때문에 나라가 박살났잖아요.”
장충후 의원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십만양병설과 백만죄수 확보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범죄자는 가급적 많이, 하루라도 빨리 그 신병을 확보해서 사회와 격리해야 합니다. 사회로 복귀하는데 필요한 기간을 얼마로 할지는 제쳐두고, 일단 빨리 격리해서 멀리 떨어뜨려 놓아야 사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요. 생각을 해보세요. 사기 쳐서 큰돈을 번 놈을 나라에서 안 잡아가고 잘 먹고 잘 사는 걸 보면 주변에서 얼마나 박탈감이 심하겠어요? 나도 그냥 사기나 쳐서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퍼지면서 그 사회는 망합니다.”
“…….”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했다. 너무나 당연한, 원론적인 이야기였으니까.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백만죄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까? 백만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라도 있는 건가요?”
유지웅은 수천 명이 넘는 모니터링 팀을 운영하며, 한국 사회를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고 들었다.
혹시 그의 엄격한 도덕적 기준에서, 감옥에 들어가야 할 만한 사람이 100만 명 정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까?
장충후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백만, 그냥 이름만으로 뭔가 아름다운 숫자잖아요. 백만장자라는 말도 모르세요?”
“…….”
“농담이고요. 우리나라 규모와 인구수를 생각할 때 그 정도는 다 잡아넣는다는 각오로 법을 집행해야 사회가 잘 돌아갑니다. 공정성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느껴질 때 사회 구성원들이 안심하고 일상생활에 충실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물론 죄도 없는데 닥치는 대로 잡아넣어서 숫자를 채워야 한다는 뜻이 전혀 아니라는 것은 아시죠?”
장충후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유지웅 같은 인물이 저런 윤리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 나라 상류층에 대해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소모임도 그렇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열리는 소모임에서 기업가들이 죽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얼마 전에 편법상속을 위해 자회사 분식회계를 크게 했다가 걸린 담성그룹 이형원 부회장은 소모임에서 아주 단단히 찍혀서 간을 혹사당하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재계에서는 이형원 부회장이 언제쯤 분식회계 혐의를 인정하고 모든 것을 원상 복구할 것인지, 그 타이밍을 보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이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장충후는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유지웅이 제니스 타운 건설과 북한 투자개발 쪽에 열중하고 있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느닷없이 훅 치고 들어오다니.
‘아니, 이제 그쪽은 대충 얼추 정리가 돼서 국내 정치에 시선을 돌릴 여유가 생긴 건가? 아니면 그동안은 관심이 없었다가 이제 슬슬 흥미가 가기 시작한 건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지웅의 행보를 예측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바보짓이며, 만약 기적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면 그 알고리즘의 가치는 엄청날 것이라는 말이 오갈 정도였다.
‘어쩌면 이건 시작일 뿐일지도 몰라.’
그 점이 장충후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소였다.
장충후는 보좌관들을 시켜 유지웅이 가져온 법안 내용을 살폈다. 전문가의 손길이 묻어나는 법안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문제가 없었다.
“사람을 쓰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더니.”
수석 보좌관은 법안을 검토하고 감탄했다. 전문적으로 법률을 공부한 그는 이 법안을 만들기 위해 법률 전문가들이 얼마나 머리를 싸매고 고심했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도 그의 밑에서 일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지웅이 형님께서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 어디라도 이 한 몸 당장 달려갈 텐데.”
“어? 수석 보좌관님도 지웅이 형님 방송 열혈팬이세요?”
후배 보좌관이 그렇게 묻자 수석 보좌관은 조금 당황했지만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보좌관 중에서 그분 방송 체크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당장 우리 영감님 명줄이 달려 있는데.”
“방송이야 다들 보겠죠. 이형원 부회장도 아마 볼 건데요. 제 말은 지웅이 형님이라고 하시는 거 보니 어지간히 열혈팬이신 거 같아서…….”
“일하자, 일.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수석보좌관은 허둥지둥 말을 돌렸다.
제니스 타운 운영에 관한 추가법안은 이미 유지웅이 깔끔하게 만들어 왔으니, 발제에 동의할 의원들을 모아서 서명을 받아 본회의에 제출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음주운전에 관한 법안 내용은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지웅이 형님 입맛에 맞아야 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안 돼.’
유지웅 방송의 애청자인 수석보좌관은 그가 지향하는 점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수석보좌관은 몇날 며칠에 걸쳐 법안 초안을 만들고, 법학 교수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내용을 수정하고 가다듬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안이 완성되어 장충후 의원의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내용을 죽 훑어본 장충후는 떨떠름해서 수석보좌관을 돌아보았다.
“이건 내용이 좀…… 너무 과격하지 않나?”
“아닙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유지웅 의장님께서 만족하실 겁니다. 만약 그분 심기가 뒤틀리면 두고두고 의원님께 해를 끼치려고 할 텐데, 그걸 어찌 다 감당합니까.”
두고두고 해를 끼친다는 말에 장충후의 표정이 변했다. 사람은 일단 자기 살길이 우선이다.
수석보좌관은 아, 하고 탄성을 내면서 덧붙였다.
“하긴, 두고두고 해를 끼칠 필요도 없겠군요. 의장님이 마음만 먹는다면 국회의원 한 명의 인생 정도는 한 큐에 날려버릴 수 있을 테니까요.”
“자네, 말이 심하군.”
장충후가 다소 험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수석보좌관은 지지 않고 대답했다.
“의원님의 정치 인생뿐만 아니라 개인으로서의 인생마저 걸린 일입니다. 명우사립재단 이사장의 아들이 어찌 되었는지는 의원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
그 말에 장충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백충절은 자식에게 세컨드카로 6억짜리 페라리를 사줄 정도로 부유하고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도 자기 자신이 제니스 프리즌으로 질질 끌려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감옥에 갇힌 것은 아니니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신체의 자유가 박탈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장충후는 고개를 흔들어 두려움을 떨쳐냈다.
“좋아, 이대로 진행하지.”
여러 가지 법안 통과를 위한 임시국회가 열렸다.
이번 임시 국회에는 놀랍게도 출석률 100%를 기록했다. 유지웅이 민원을 넣어서 제출한 법안이 두 가지나 된다는 말이 나돌자 국회의원들이 만사를 제치고 출석한 것이다.
특별히 주요한 안건이나 법안이 없음에도 100% 출석률을 달성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다들 결전을 치르는 전사처럼 비장한 마음을 품고 국회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들은 한 얼굴을 보고 기절초풍해야만 했다.
“으, 으악!”
“유, 유지웅 의장님?”
“아, 아니 여기는 어떻게……?”
유지웅을 맞닥뜨린 이들은 하나같이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가 국회 본회의는 무슨 자격으로? 물론 그의 지위를 생각하면 못할 것은 없다. 견학이든 참관이든 정식으로 참석 요청을 해온다면 국회의장으로서 거절할 힘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식으로 추진했다면 분명히 알려졌을 것이다.
즉 그가 임시국회 본회의에 참관한 것은 정식 공문 절차를 통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저 그냥 알바 뛰러 왔습니다.”
“……네?”
“국회 서기 보조로 일일 알바 뛰러 왔어요. 서류 날라주고 심부름하고 뭐 그런 자질구레한 일을 하는 거죠.”
유지웅은 그러면서 당당히 출입증을 보여 주었고, 국회의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어느 때와는 달리 비장한 분위기 가운데에 임기국회가 열렸다.
유지웅은 본회의장 중심부에서 서기와 함께 당당히 앉아 있었다. 국회의장 단상 바로 아랫자리, 국회의원들이 싫어도 한눈에 볼 수밖에 없는 곳이다.
저곳에 떡하니 앉아 있다는 것은…….
‘법안 통과가 어떻게 되는지 감시하겠다는 거나 다름없잖아!’
국회의원들은 그런 생각을 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행여라도 깽판을 놓는 이가 있으면 두고두고 눈에 각인해두겠다는 의도가 훤히 보이지 않는가.
제일 먼저 제니스 타운의 유지 운영을 위한 추가법안이 거론되었다. 조문 내용을 하나하나 읽고, 질의를 주고받는 시간이 평화롭고 무난하게 흘러갔다.
유지웅은 팔짱을 낀 채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국회의원들은 그런 태도를 보고 속으로 더욱 식은땀을 흘렸다.
저 봐! 감시하러 온 거 맞잖아!
“……이상으로, 본 법안은 표결에서 통과되었음을 밝힙니다.”
표결을 마치고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법안이 가결되었음을 밝혔다. 제니스 타운의 유지 운영에 관한 특별 법안이었다. 대통령이 미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행정부가 공포하고 효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다음 법안은 음주운전가중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입니다.”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상정된 법안의 내용을 얼마든지 미리 볼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모두가 미리 법안 내용을 확인하고 온 것은 아니었다.
절반 정도는 음주운전을 할 경우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법안이다, 이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진행자가 법안의 조문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자, 미리 예습을 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의 표정이 썩은 동태처럼 굳어갔다.
‘뭐? 혈중 알콜 농도가 0.05% 이상이면 영구 면허 박탈? 평생 운전대를 못 잡는다고?’
‘뭐? 상해를 입히면 6년 이상의 징역이라고?’
‘중상해를 입히면 30년 이상의 징역이라고?’
‘치사의 결과에 이르면 무기징역이라고? 여기에 영구보호관찰 처분이 병행된다고?’
조문 내용이 하나같이 너무 강했다.
술 먹고 운전대 잡아서 운이 좋아 아무도 안 다치면 영구 면허 박탈로 끝나지만, 불구나 난치의 질병, 생명의 위협을 발생시키면 30년 이상이다. 사망자가 나오면 평생 사회에 나올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법안과 너무 형평성이 어긋날 정도로 가혹한 처벌에, 예습을 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나마 예습을 해온 이들은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 어느 정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딱!
유지웅이 굴리던 펜대가 휘리리릭 날아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퍼트렸다. 펜 한 자루가 떨어지면서 낸 소리 치고는 지나치게 큰 굉음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유지웅이 웃으며 사과를 하자 멍해 있던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꿈에서 깨어났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펜촉이 자신들의 경동맥을 지그시 찌르고 있는 듯한 환청을 봤다.
그리고 법안은 아무 의의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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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수호를 위해서는 적어도 백만죄수를 양성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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