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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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저 건물이다. 토르, 밟아버려.
브라우니는 손가락보다 더 작은 크기로 변한 채, 토르의 가슴털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토르에게 원활한 지시를 내리기 위함이었다.
브라우니가 가리킨 빌딩을 향해 토르는 높이 뛰어올랐다. 발바닥에 힘을 집중한 채, 빌딩을 꼭대기에서부터 단숨에 짓밟았다.
힘을 제대로 모은 탓에 토르가 내려찍은 빌딩만 한순간에 붕괴했을 뿐, 옆 건물들에는 거의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
―좋아, 이것으로 주인님의 서브 지시는 모두 이행했다. 이제 메인 지시를 이행할 차례다. 서쪽으로 가자!
토르는 브라우니의 지시를 착실하게 따랐다.
참고로 서브 지시는 라테타워 위협하기, 대종빌딩 부수기 등등을 말하는 것이다.
이제는 메인 지시를 이행할 차례였다.
―토르, 여의도로 가자!
강남을 순식간에 빠져 나온 토르는 올림픽대로를 쉼 없이 달려 마침내 여의도까지 도달했다.
미처 피난이 이뤄지지 않았던 여의도는 덕분에 패닉을 맞이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너도 나도 혼비백산한 이들이 빌딩을 탈출해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바람에, 여의도 대로는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 혼잡했다.
토르는 그런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유유히 걸었다.
그 와중에도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토르를 따라다니면서 촬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괴수가 움직인다!”
“구, 국회로 간다! 괴수가 국회로 가고 있어!”
놀랍게도 괴수는 국회 정문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SNS에는 토르가 국회에 입성하는 사진과 영상이 앞을 다투어 올라왔다.
국회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도 놀라서 달아났다. 마침 국회 견학을 와 있던 어린아이들은 토르를 보고 놀라서 울음을 터트렸고, 인솔교사들은 창백하게 질린 채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서 달아나기 바빴다.
토르는 그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국회 본관 정면의 정원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잠을 자기 시작했다.
―메인 지시 이행 완료, 난 먼저 가보마.
브라우니는 조용히 토르의 가슴털에서 빠져 나와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국회는 발칵 뒤집혔다.
토르가 정원까지 당당하게 들어오자 국회의원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앞을 다투어 뒤쪽으로 우르르 빠져 나갔다.
“밀지 마! 밀지 마!”
“어디서 초선 따위가 3선을 제치고 앞장을 서고 있어! 너 이 자식, 거기 서지 못해!”
“아, 좀 빨리 빨리 지나갑시다!”
괴수 앞에서는 국회의원이고 보안경찰이고 보좌관이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정신없이 빠져 나가는 데만 다들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목숨 아까운 것은 지위고하를 떠나서 누구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프라임 공격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누군가가 분통을 터트렸다.
수천 명이 넘는 이들이 한데 뭉쳐서 우르르 빠져 나오는 광경은 실로 혼잡 그 자체였다.
그리고 방송국 헬기와 여기까지 쫓아온 SNS 중독자들이 그런 탈출 광경을 낱낱이 찍어서 생방송으로 내보내거나 인터넷에 올리고 있었다.
―금뱃지 단 양반들 꽁지에 불붙은 것처럼 뛰어나가는 거 봐라. 고소하다, 정말.
―곰 괴수가 그냥 확 국회를 부숴줬으면 좋았을 걸. 이참에 정치꾼들 다 갈아엎었으면.
―그건 피해가 너무 커. 그리고 선량한 일반 근무자들 수가 훨씬 많다고.
―아무튼 의외로 괴수가 얌전하네? 건물 몇 개 부순 거 말고는 인명 피해도 전혀 없고 말이야.
여론 반응은 대체로 후련하다는 쪽이 많았다. 괴수가 다른 곳도 아니고 국회를 점령했다는 사실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들이 넘쳐 났다.
그만큼 국회가 대중적인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근데 국회도서관은 어떡하지? 거기에 보관된 자료들 학술적으로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것들인데…….
―특공대 보내서 목숨 걸고 자료 회수하라고 하겠지. 괴수가 난동 부려서 도서관이 날아가면 안 되니까.
토르가 국회 정원을 점령하고 30분 정도가 지났다.
치안총감은 국회 내부에 남아 있던 인력이 모두 탈출한 것을 확인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덕분에 그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프라임 공격대는?”
“영공에 들어왔습니다. 금방 도착할 듯합니다. 국회 정원으로 바로 뛰어내릴 작정인 것 같습니다.”
“뭐? 안 돼!”
치안총감은 놀라서 외쳤다.
설마 국회 한복판에서 레이드를 하려고? 그랬다가는 주변이 완전히 초토화될 텐데?
탈출에 성공한 국회의원들도 뒤늦게 그 소식을 접하고는 난리가 났다. 자신들의 일터가 초토화되는 것을 어느 누가 용납하겠는가. 하물며 이 나라 최고 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인데.
국회의원들은 앞을 다투어 청와대에 요청을 넣었다. 이럴 때만큼은 여야가 한 몸 한뜻으로 똘똘 뭉쳤다.
청와대 역시 유지웅에게 핫라인으로 요청했다.
“국회가 초토화되는 것은 안 됩니다. 부디 국회에서 레이드를 하는 것만큼은 자제해 주십시오.”
유지웅의 입장은 간결했다.
「하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유인을 하다 보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섣부른 유인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보셨잖아요?」
그 섣부른 유인을 시도한 게 바로 당신이잖아!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 말이 목구멍까지 솟구쳐 올랐으나 간신히 주워 삼켰다.
“어떤 경우라도 국회가 초토화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회에는 역사적, 학술적으로 중요한 자료들이 방대하게 축적돼 있습니다. 부디 방법을 찾아 주십시오.”
「어쩔 수 없네. 그럼 일단 지켜보는 수밖에요.」
“예?”
「놔두고 지켜봐야죠. 레이드는 하지 말라고 하고, 유인은 위험해서 하면 안 되니, 그냥 저대로 일단 지켜봅시다.」
그리고 통화가 끊어졌다.
비서실장은 순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일이 한참 잘못 돼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당연하지만, 국회는 업무 마비 상태가 되었다. 덕분에 계류 중이던 법안이나 예산심의 등 국회로서의 기능 일체가 완전히 중단되었다.
국회의원들은 정부에 해결을 요구했지만, 정부로서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여의도 한복판을 떡하니 차지한 괴수를 무슨 수로 처리한단 말인가.
사흘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 동안 토르는 정말로 얌전하게, 국회가 자기 새 집인 것처럼 행동하며 지냈다.
국회 밖으로 딱히 나가지도 않았고, 낮잠을 자거나 정원을 어슬렁거리면서 햇빛을 쐬거나, 그러는 게 전부였다.
여의도는 사람이 일절 살지 않는 유령 도시가 되었다.
출퇴근 시간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혼잡하던 도로는 버려진 차량으로 뒤덮여 있었고, 주민들이 생활하는 흔적은 일절 없었다. 여의도에 위치한 특급 호텔들도 완전히 불이 꺼진 채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간혹 목숨을 걸고 토르를 찍으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국회 근처에 가지 못하고 제지당했다. 경찰이 여의도 전체에 출입을 금지하고 밤낮으로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흘 동안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자 사람들은 슬그머니 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거, 생각보다 안전한 괴수 아니야? 별로 부수지도 않고 국회에만 얌전히 눌러 앉아 있는데…….”
“그런 괴수가 대종빌딩과 담성 계열사 사옥 두 개를 박살냈다는 걸 벌써 잊으면 곤란하지.”
“하지만 피해자는 없었잖아? 지금까지 괴수가 직접 해를 끼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어쩌다가 나온 부상자들도 도망치다가 지들끼리 부딪치고 넘어져서 그런 거지.”
시간이 지날수록 괴수가 의외로 얌전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을 무렵, 여의도는 괴수를 구경하기 위해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찰 통제 덕분에 국회 근처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통제선 밖에서 망원경을 통해 보는 것은 가능했다.
국회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건물에서 망원 카메라와 렌즈를 이용해 촬영하는 이들도 늘었다.
“괴수 때문에 서울 뜨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사실 안 떠도 되는 수준 아닌가?”
“그러게. 국회만 포기하면 별 문제 없겠는데.”
“어차피 제니스 타운으로 이사 갈 거라서 상관은 없지만…… 서울 집은 처분하지 않아도 되려나?”
그렇게 사람들이 조금씩 토르에 익숙해지고 두려움이 희석되어갈 무렵이었다.
―캬오오오!
여명이 밝아오기 전, 한 줄기 포효가 새벽의 어둠을 뒤흔들었다.
그 포효는 서울은 물론이고 경기도 근처 위성 도시까지 닿을 정도로 엄청났다.
피식자의 본능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포효에 놀란 사람들은 자다가 굳어버린 채 벌벌 떨어야 했다.
“뭐야? 무슨 소리야?”
“이, 이거 혹시 여의도반달곰이 내지른 포효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마, 맞는 거 같은데…….”
“무, 무서워. 어떻게 포효 소리만으로 이렇게 몸이 굳어버릴 수가 있지…….”
많은 이들이 잠든 새벽, 느닷없이 SNS가 폭주했다. 포효 소리를 들은 서울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깨어났으며, 조금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시민들은 SNS를 통해 친구, 지인, 얼굴 모르는 팔로워들과 함께 조금 전 느낀 공포를 나누며, 벌벌 떨면서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사람들이 너무 긴장하는데? 이래서야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지 않을까?”
“이 정도는 해줘야 훈련이 되지. 아직 멀었어.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강도를 더 늘려가야 해.”
유지웅은 말을 하다 말고 투덜거렸다.
“그나저나 이스라엘 이 놈들은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지 모르겠네.”
“이스라엘이 보기에 우리가 레이드도 안 하고 대기만 타고 있으니까 그럴 수 있지.”
“대기를 왜 타는데? 여의도반달곰이 언제 날뛸지 모르니까 24시간 긴장을 풀지 않고 항상 서울에 머물러 있는 거 아냐. 그런데 자기들 급하니까 티라노 좀 해결해달라고 하는 게 말이 돼? 하여튼 이스라엘은 안 돼. 역시 하마네스가 옳았어.”
“여의도반달곰, 근데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입에 착 감긴다.”
토르가 국회에 얌전히 처박혀 있자 이스라엘은 몸이 달아올라서 레이드 요청을 해왔다. 티라노를 하루빨리 처리해달라는 부탁이지만, 유지웅은 언제 토르가 날뛸지 모른다는 명분을 들어 거절하고 있었다.
티라노를 처리하기 위해 이스라엘 땅을 밟는 일은 이제 없을 것이다.
“마음 같아선 국회를 확 날려버리고 새로 짓고 싶긴 한데……. 국회에 중요한 자료들이 너무 많아서 그러지도 못하고, 이거 참 난감하네.”
“제니스 타운에 새로 지으려고?”
“광주에 새 국회 지으면 딱이긴 하겠다. 인구 분산에도 적당하고. 내가 국회도 자주 이용해야 하는데 가까이 지으면 좋지.”
유지웅은 깊은 고뇌에 찬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냥 확 부수고 우리 집 근처에 새로 지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그게 좋을 거 같애.”
“근데 지웅아, 타운 안에 지으면 안 되지 않을까?”
“왜?”
“블랙리스트 멤버들은 우리 집에 못 들어오잖아. 국회의원 중에서도 블랙리스트에 이름 올린 사람 꽤 많지 않아?”
“아, 맞다. 그러네.”
유지웅은 아쉬운 마음에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그냥 타운 밖 완충지대에다가 지을까?”
“그 허허벌판에?”
“내가 고생하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