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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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대 전멸 소식을 들은 유지웅은 즉시 기수를 다시 영종도로 돌렸다.
‘눈깔을 치면 안 된다고 그렇게 강조했거늘.’
유지웅은 이를 갈며 한숨을 뱉었다.
이미 여의도에서 토르한테 연기를 시켜서, 눈깔을 치면 위험해진다고 확실히 학습시켜줬다. 그런데 다시 이런 실수를 반복할 줄이야.
유지웅은 영종도를 향하면서 어떻게 된 건지 자세한 상황을 알아봤다.
육군 참모총장이 장태준의 지휘권을 빼앗아서 무리한 전투 속행 지시를 내렸으며, 눈깔을 치게 된 이유는 원거리 딜러진의 급격한 피로도 때문에 빚어진 오발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세한 전말을 알게 된 유지웅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모두 내 불찰이다.”
“아닙니다. 빅브라더의 과실이 아닙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담성 공격대가 무리 없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되는 상황이었잖습니까.”
“내 불찰이 맞아.”
유지웅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헬조선 장성들의 무능하고 부정한 클래스가 어디 가지 않는다는 걸 깜빡한 내 불찰이다.”
앞으로 대괴수 시대가 열린다.
그 엄청난 변혁의 과정에서 하나부터 백까지 모두 일일이 케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유지웅은 가급적 사회가 시련을 직접 부딪치고 성장통을 겪으면서 발전하게 유도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방임 위주로 사회를 대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근데 이건 성장통 수준이 아니잖아.’
성장통을 방치하는 것은 건강한 성장을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성장을 하기도 전에 과한 통증 때문에 괴사하거나 죽어버리는 것은 모순이지 않은가.
“이 나라는 정말 갈 길이 멀구나.”
일개 대기업의 욕심 때문에 충분히 피할 수 있는 피해를 시민들이 떠안게 되었다.
운남동은 이미 지옥으로 변한 상태였다.
블랙캣은 얼마 전에 준공을 완료한 대형 아파트 단지를 습격해서 마구 날뛰고 있었다. 반쯤 무너진 아파트 동 한 채도 멀리서 눈에 보였다.
“저거 사람 많이 죽었겠네.”
괴수 시대 초기, 아파트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
괴수의 습격으로 무너지게 되면 엄청난 인명 피해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지상 4층 이하의 주택만 지을 수 있도록 엄격하게 법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고층빌딩이 다시 유행을 타게 되는 것은 괴수의 습격으로부터 도시를 완벽하게 방어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도 한참이 지난 이후였다.
물론 그것은 유지웅이 기억하는 과거였다.
“빅브라더, 그런데 우리 둘이서 어떻게 괴수를 상대합니까? 탱커나 힐러가 없는데요.”
“누가 둘이서 상대한다고 했어?”
“네? 빅브라더, 설마?”
“동생은 멀리 떨어져서 잘 구경만 하고 있어.”
유지웅이 그렇게 외치면서 헬기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탱커도 아닌데 수십 미터가 넘는 높이를 아무렇지 않게 뛰어내려 착지했지만, 레이크는 그것보다는 혼자 괴수를 상대하려 한다는 것에 기겁했다.
“빅브라더! 위험합니다!”
“어허, 잘 지켜보고 있어.”
유지웅은 헬기에서 고개를 내민 레이크를 올려다보면서 엄지손가락을 든 채 씩 웃었다.
“무빙샷이라는 게 뭔지 보여줄 테니까.”
유지웅은 원통처럼 생긴 활통을 등에 매고, 오른손에는 길이가 2미터가 넘는 거대한 활을 쥐었다. 직경이 1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활통에는 화살이 가득 차 있었다.
활과 활통이야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졌지만, 화살은 그렇지 않았다. 경량 소재가 아닌, 단단하고 무거운 금속 소재를 사용해서 만들었다.
“무거울수록 충격이 늘어나지. 당연한 물리 법칙이야.”
유지웅은 괴수를 향해 저벅저벅 다가가며, 화살을 하나 뽑아서 시위에 메겼다. 시위를 당기자마자 곧바로 놓았고, 화살은 빠르게 날아가서 괴수의 등에 부딪쳤다.
콰앙, 하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흠칫한 블랙캣이 파괴 행각을 멈추고 이쪽을 돌아보았다.
유지웅은 블랙캣과 눈을 똑바로 마주한 채, 다시 화살 하나를 뽑아서 시위에 메겼다.
“어쩌면 내 애완괴수가 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다. 난 인간의 피맛을 본 괴수는 애완괴수로 삼지 않거든.”
유지웅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금 시위를 놓았고, 화살은 여지없이 괴수의 몸통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캬오오오!
폭발 충격을 인식한 괴수는 하늘을 향해 높이 포효를 내지른 뒤, 몸을 낮게 웅크렸다. 다음 순간 폭발적인 반동을 이용해서 유지웅을 향해 날아왔다.
다급함에 젖은 레이크의 음성이 통신 채널을 울렸다.
「빅브라더! 위험합니다!」
유지웅은 씩 웃기만 할 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번개 같은 속도로 화살을 한 발 더 뽑아서 시위에 메겼다.
괴수는 어느새 지척까지 당도해 있었다. 불과 몇 초 안에 저 날카로운 이빨이 유지웅을 물어뜯을 것이다.
레이크는 눈을 질끈 감을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두 눈을 뜨고 지켜보았다. 유지웅이 이유 없이 무모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어떤 연유가 있을 것이다.
다음 순간 유지웅은 시위를 놓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점프했다.
굉음과 함께 폭발이 울리며, 괴수가 조금 전까지 유지웅이 있던 자리를 덮쳤다.
레이크는 기쁨에 찬 외침을 내뱉었다.
「빅브라더! 어, 어떻게!」
“잘 지켜보고 있으라고.”
유지웅은 순식간에 수십 미터나 도약해서 피신한 상태였던 것이다. 자세를 살짝 낮게 잡은 그는 또 다시 화살 한 발을 꺼내어 시위에 메기고, 당겼다.
날카로운 파공음을 일으키며 날아간 화살이 그대로 괴수와 부딪치며 폭발했다.
―캬오오오!
괴수는 잔뜩 화가 나서 으르렁거리며 또다시 유지웅을 향해 달려들었다.
유지웅은 화살 한 발을 뽑아 시위에 메기면서 동시에 있는 힘껏 뒤로 점프했다. 마치 등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뒤에 뭐가 있는지 돌아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뛰었다.
허공에 높이 솟구친 자세 그대로 유지웅은 활시위를 놓고, 또다시 화살을 메기고, 또 시위를 놓기를 반복했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하하하, 어떠냐! 이게 바로 공중 속사라는 거다!”
「빅브라더! 최고입니다! 어떻게 점프 한 번 하는 동안 10연 발 사격을!」
레이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괴수는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얼마 되지 않는 충격량이지만, 저 작은 적을 잡을 수 없다는 사실에 잔뜩 독기가 오른 상태였다.
괴수는 장거리 도약을 하는 대신, 빠르게 질주해서 유지웅을 쫓아왔다.
유지웅도 이번에는 도약을 하지 않은 채, 괴수의 추격을 피해 있는 힘껏 질주했다.
“어떠냐! 이게 바로 뒤로 돌아 달리기다!”
「최고입니다! 멋져요! 엉엉, 날 가져요!」
유지웅은 앞을 보고 뛰는 게 아니었다. 괴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방향을 유지한 채 뒤로 뛰었다. 뛰는 동안에도 쉬지 않고 화살을 날렸다.
유지웅은 순식간에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인적이 없는 개활지로 진입했다.
간간이 뒤를 돌아보면서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뛰어야 할지 코스를 정했고, 다시 괴수를 바라보면서 쉴 새 없이 화살을 날렸다.
“이게 바로 무빙샷이라는 거다!”
침체에 빠져 있던 상황실은 유지웅이 출현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겨우 원거리 딜러 둘이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자조가 이미 짙게 깔려 있었다.
국방부 장관은 어딘가로 쉴 새 없이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겁을 먹고 이탈한 중국 공격대를 다시 불러오기 위함이었다. 통화가 길어지고 목소리에 짜증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는 동안 변형택 힐러가 상황실에 들어왔다. 이미 사전에 언질을 받은 그는 아무 말 없이, 왼팔이 뜯겨 나간 참모총장의 상처 부위에 대고 힐을 시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뜯겨나간 팔이 금세 다시 붙었고, 참모총장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장혁은 그 모습을 묵묵히 노려보다가, 참모총장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
“당신, 앞으로 말 조심, 입 조심, 행동 조심해.”
“뭐, 뭐? 자네야말로…….”
“입 닥쳐. 지금 당장이라도 백신 공격대에 투신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으니까. 가족만 아니었어도 진짜…….”
장혁의 눈동자에 자리 잡은 경멸과 분노는 진심이었다.
참모총장은 찔끔해서 입을 다물었다. 탱커가 미쳐서 날뛴다면 사실상 제재가 불가능한 사회 아닌가.
그때였다.
“어어? 유지웅 의장이 괴수를 공격했습니다! 그, 그런데…….”
“그런데, 뭐?”
“괴수가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공격을 피했어요! 계속 피하면서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뭐야?”
“전혀 당하지 않고 있어요! 한 번도 잡히지 않고 전부 다 피하고 있습니다!”
느닷없는 상황실 요원의 보고에 분위기가 반전했다.
장태준은 급히 대형 모니터 카메라를 돌렸다. 곧이어 유지웅과 괴수가 벌이고 있는 추격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뒤로 힘껏 점프를 하며, 괴수를 똑바로 응시한 채, 허공에서 순식간에 10발의 화살 공격을 날리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진심 어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장태준의 동공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아름답다…….’
수십 미터가 넘는 거리를 도약하며, 연달아 화살을 뽑아서 날리는 모습은, 그저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았다.
“괴수가 도약 대신 빠르게 질주합니다! 유지웅 의장, 아니 딜러도 반대 방향으로 도주하고 있습니다! 그, 그런데 뒷방향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화면 속의 유지웅은 등진 방향으로 뒷걸음질 달리기를 하면서 괴수로부터 달아나고 있었다. 그런데도 속도가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괴수의 추정 속도 시속 90km 이상! 유지웅 의장도 그와 비슷한 속도로 달아나고 있습니다! 거리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뒷걸음질로 시속 90km 이상이라고?”
장태준은 당황했다.
저 정도 민첩함이면 거의 탱커나 근접 딜러 수준이 아닌가?
하지만 유지웅은 원거리 딜러고, 원거리 딜러는 딜 능력을 제외하면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는 신체 능력을 갖고 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예전에 헬기에서 낙하산이나 레펠 없이 그냥 뛰어내린 적도 있었지.’
장태준은 식은땀이 고인 주먹을 쥐었다.
뒷걸음질로 시속 90km 이상의 속도를 내면서, 전혀 공격을 쉬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절묘하게 50미터 가량 되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간격이 줄어들지도 멀어지지도 않는다.
지금 유지웅은 뒷걸음질 달리기에 전력을 내고 있지 않다는 증거였다.
‘저기서 공격을 쉬면 더 빨리 뒤로 달릴 수 있다. 만약 앞으로 달린다면 더욱 더 빨라지겠지.’
직경 1미터의 원통을 가득 채우고 있는 화살.
어느덧 절반 가까이 비어버린 활통을 보던 장태준이 물었다.
“혹시 유지웅 딜러가 사용하는 장비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 있나?
“활과 활통은 특수 소재로 만들어져서 매우 가볍습니다! 활은 500g, 활통은 300g 정도 됩니다!”
“화살은?”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무거운 재질을 쓴다고 알고 있습니다! 화살 한 발의 무게가 약 900g이 넘습니다! 한 번에 화살 200발 정도를 담을 수 있습니다!”
“그럼 화살 무게만 180kg이란 말이잖아! 저런 무게를 들고 어떻게 저렇게 뛸 수 있어?”
누군가가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진짜 원딜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