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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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공수가 전환되는 가운데 짜르 공격대원들은 문득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게 진짜 레이드구나!’
그들은 제대로 된 실전 경험이 없었다. 레이더로 각성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첫 실전은 몇 분도 되지 않아 허무하게 실패로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완벽한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숨이 가쁘게 정신없이 돌아가긴 하지만, 제대로 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처럼 기분 좋은 자극이 온몸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약에 취하더라도 이보다 기분 좋지는 않으리라.
짜르 공격대원들은 희열로 잔뜩 상기된 채, 마치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 속에서, 유지웅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 누군가의 손발이 되어 움직인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감정인 줄 몰랐다.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그들은 지루하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이 시간이 더욱 길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마저 품었다.
언제 또 이런 특별한 경험을 겪어 보겠는가.
“음, 아주 좋은데.”
유지웅은 무아지경이 된 대원들을 흡족하게 둘러보다가 장태준을 호출했다.
“장 팀장님, 한 번 지휘해보시겠어요?”
「예? 제가 말입니까?」
“장 팀장님이라면 제가 어떤 식으로 레이드를 하는지 벌써 감을 잡고 자기 것으로 소화했을 것 같은데요.”
「그, 그것은…….」
멋쩍은 머뭇거림을 보니, 장태준은 확실히 자기 것으로 소화한 게 틀림없었다.
‘워낙 발전이 빠른 사람이니까. 재능도 있고.’
전술적인 면에서 비유하자면 유지웅은 고교수학 과정을 모두 마친 사람이다.
수학에 특출한 재능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과 중등부에 들 실력은 된다.
반면 이 세상은 수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제 막 생겨났다.
당연히 여기 사람들은 고교 과정까지 마친 유지웅을 보면 그저 입이 벌어지고 놀랍기만 하다.
더하기 빼기만 해도 박수가 나오고, 곱셈이라도 할라 치면 자지러지며, 나눗셈까지 나오면 뒤로 넘어간다.
분수 개념을 보면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고, 인수분해라도 나오면 손발이 덜덜 떨리고 눈물이 난다.
지금 유지웅이 보인 지휘 퍼포먼스는 수학에 빗대자면 사칙연산 수준이다.
수학 자체를 몰랐던 이들의 눈에는 그가 얼마나 위대하게 보이겠는가.
다만 장태준처럼 재능이 있는 이들은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단번에 개념을 깨닫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보여주는 족족 밑천을 털린다는 이야기다. 물론 유지웅에게는 기분 좋은 밑천 털림이다.
“지금부터는 장 팀장님이 지휘하세요. 저는 더 이상 보여드릴 만한 게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지휘권을 이양 받은 장태준은 능숙하게 전술 지휘를 시작했다.
대원들의 움직임과 공수 전환 속도가 한 템포 올라가며, 더욱 치밀하고 촘촘해졌다.
유지웅은 역시 장태준이라고 속으로 흐뭇해하며, 화살을 꺼내 시위에 메겼다. 그리고 전체 채널로 말했다.
“자, 상황 발생합니다.”
「네?」
「뭐라고요?」
「무슨 뜻입니까?」
여기저기서 당혹스러운 반문이 돌아왔지만 유지웅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화살촉에 비거를 조금도 싣지 않은, 진짜 보통 화살 공격을 짜르 레프에게 날렸다.
바로 짜르 레프의 왼쪽 눈에.
―캬아아아아!
눈을 얻어맞은 짜르 레프는 이제까지 들어본 적 없는 거친 포효를 내지르며 광분했고, 대원들은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오직 황백호만이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는 움직임을 더욱 빨리 하며, 괴수의 관심을 자신에게 붙들어두기 위해 애썼다.
“상황 발생, 상황 발생. 초보 원거리 딜러 하나가 실전 실습하러 왔다가 주제 파악도 못하고 헤드샷 원킬을 노리다가 그만 실수로 눈깔을 치고 말았다.”
「고, 공대장님! 이게 무슨!」
“이게 게임도 아니고 헤드샷으로 한 번에 보내버릴 수 있을 거라 착각한 원거리 딜러 하나 때문에 어그로가 튀어 공격대 전체가 전멸 위기에 빠졌다. 자, 이 위기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일부는 유지웅이 돌발상황에 대한 훈련을 시켜주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상황 전개에 당황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장태준이 재빠르게 지시했다.
「1번부터 14번, 모두 뒤로 물러나. 각자 가장 가까운 딜러나 힐러를 맨투맨으로 끌어안고 현장 이탈한다. 한 명당 최대 2명까지 담당한다. 산개하라.」
“오, 역시 장 팀장님. 순간적인 판단치고는 아주 좋군요. 이 조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었어요.”
지시가 떨어지자 근딜 역할을 맡은 탱커들은 재빨리 등을 돌려 딜러나 힐러를 찾았다. 각자 한두 명씩 동료를 끌어안은 그들은 최선을 다해 산개하며 현장을 이탈했다.
짜르 레프는 마구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 황백호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황백호는 침착했다.
이런 상황을 미리 마음속에 가늠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는 더욱 빠르고 거칠게 철퇴를 휘둘렀다.
「메인 탱커, 괴수의 눈을 공격하세요!」
“아니, 뭐라고요? 장 팀장님! 지금 초보 원거리 딜러가 헤드샷으로 원킬할 수 있을 줄 알고 미간 노리다가 실수로 눈깔 쳐서 어그로가 튀어 공격대가 전멸 위기에 처한 상황이 발생했단 말입니다! 그건 무슨 지시입니까!”
유지웅이 급히 1대1 통신으로 장태준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자신의 지시를 철회하지 않았다.
황백호가 높이 뛰어올랐다.
그는 마구 날뛰는 짜르 레프의 입에 성공적으로 왼팔을 집어넣었다. 자신의 몸을 허공에 단단히 지탱한 채, 오른팔에 쥔 철퇴를 힘차게 휘둘렀다.
표적은 바로 짜르 레프의 눈깔이었다.
―캬아아아아!
눈깔을 가격당한 짜르 레프는 더욱 거칠게 울부짖으며, 황백호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왼팔을 미처 빼내지 못한 황백호는 짜르 레프의 앞발에 사정없이 얻어맞았다.
황백호는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본래 지닌 자가 치유 덕분에 상처가 수복되긴 했지만, 그 속도는 눈에 띌 정도로 느렸다. 한 번에 입은 부상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산개 중지. 대원들 거리 유지한 채 진형 형성. 힐러진은 즉시 힐을 할 것.」
재빠르게 산개하던 대원들은 다시 제 위치로 돌아와서 새로 진형을 짰다. 힐러들이 황백호를 위해 급히 힐을 시전했고, 그의 부상이 순식간에 치료 되었다.
유지웅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맙소사. 눈깔 쳐서 튄 어그로를 다시 눈깔 쳐서 막다니…….”
눈은 급소다. 물론 방어막이 보호하기에 눈을 한 번 맞는다고 잃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괴수가 흥분해서 폭주하기에는 충분한 빌미를 준다.
눈을 공격당한 괴수가 폭주하는 것은 ‘어디에서 이런 몹쓸’ 공격이 날아왔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백호는 짜르 레프가 인식할 수 있는 코앞에서 대놓고 직접 눈을 공격했다.
짜르 레프는 아까 자신의 눈깔을 친 녀석이 황백호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도, 지금 자신의 눈깔을 친 그에게 모든 분노와 짜증이 다시 쏠린 걸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황백호는 성공적으로 괴수를 붙들어놓았다.
눈을 공격당하고 폭주한 괴수가 후방의 원딜이나 힐러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결과였다.
“하…… 전멸 위기에 몰아넣어서 겁 좀 준 다음에 내가 한 방으로 딱 끝내려고 했는데…… 이걸 이렇게 망쳐버리시네.”
마지막은 멋있게 자신의 결정타로 끝내려 했는데 장태준이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엉망은 얼마든지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증거로 유지웅은 활을 손에 쥔 채 밝게 웃고 있었다.
마침내 짜르 레프가 쿵 하고 쓰러졌다.
그 순간 대원들은 꾹 눌러 참았던 환호를 터트렸다. 서로 얼싸안은 채 기쁨을 나누고, 심지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알렉세이도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
허망하게 죽어버린 동료를 떠올린 러시아 대원들은 잠시 숙연한 분위기에 젖었다.
묵념은 그리 길지 않았다. 동료에 대한 애도를 마친 그들은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끝낸 것에 다시 한 번 자축했다.
야전 상황실을 벗어난 코초프스키 사령관과 러시아 장교들이 잔뜩 상기된 채 다가와서 축하했다.
“정말 대단한 전투였습니다, 유지웅 의장님. 역시 세계 최강의 공격대장다운 전투였습니다.”
“아닙니다. 그저 보잘것없는 재주를 조금 부렸을 뿐입니다.”
“허허, 그게 보잘것없는 재주라면 전 세계 어떤 공격대도 고개를 들지 못할 겁니다.”
코초프스키 사령관은 유지웅에게 먼저 감사를 표한 뒤, 황백호 통령, 프라임 공격대원, 그리고 짜르 공격대원 순서대로 차례차례 감사와 칭찬의 말을 건넸다.
유지웅은 아나똘리 차관을 보며 용건을 꺼냈다.
“괴수 사체는 약속한 대로 가져가세요. 러시아도 괴수 연구는 해야죠.”
“감사합니다.”
“별 거 아니에요. 매입비 결제나 잘 챙겨주세요.”
원래 괴수 사체 처분은 레이드 협력 계약과는 별개의 건이었다.
때문에 러시아는 여러 방면으로 고심을 했다. 어떻게든 괴수 사체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지웅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다행히도 레이드 개시 전에 유지웅은 흔쾌히 괴수 사체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다. 그 대신 250만 달러를 사체 포기에 대한 대가로 달라고 했다.
‘러시아가 괴수 사체를 250만 달러에 매입하는 걸로 칩시다.’
어떻게 거래를 할지 고심 중이던 러시아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는 제안이었다. 250만 달러는 러시아 전체로 보면 헐값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저희는 의장님께서 지금까지 쓰러뜨린 괴수 사체를 전부 가져가셔서 이번에도 당연히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헌데 시원하게 포기하시는군요.”
“사체에 가치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괴수 사체가 갖고 있는 놀라운 잠재력을 잘 알고 있죠.”
“그런데 어째서……?”
“그 잠재력이 널리, 그리고 제대로 활용되려면 괴수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짜르 레프를 러시아에 넘겨서 깊이 연구하도록 유도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이익이라는 거지요.”
아나똘리 차관은 조금 감동을 받아서 바라봤다.
유지웅은 말을 이었다.
“아참, 중국과 일본에 괴수 사체를 안 넘긴 이유는 간단해요. 우리 헬조선의 잠재적인 적국이다 보니, 그들에게 도움이 될 일은 안 하는 겁니다.”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250만 달러는 우리 공격대원들이 공평하게 나눌 겁니다. 물론 장태준 팀장 이하 전투보조팀이 소모한 비용은 공평하게 공제해야지요.”
“뭔가…… 앞으로 레이드가 끝나고 공격대원들이 어떻게 수익을 얻을지 그림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네, 바로 보셨습니다. 저는 그 선례를 만들려고 해요. 러시아 정부도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선례를 만들고자 한다. 아나똘리 차관은 유지웅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은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우리 정부가 괴수 사체를 매입하는 과정을 정식으로 공개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