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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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장관을 비롯한 장성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기껏 자세하고 친절하게 잘 설명 해놓고, 마지막에 최대한 피하라는 결론이 나오다니.
“하지만 장 사무장은 잡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단 한 명의 피해 없이 말입니다.”
“그렇다고 켈루자를 잡을 때마다 매번 제가 있을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반대로 말하면 장 사무장이 있다면 얼마든지 켈루자를 잡을 수 있다는 뜻이 되지 않습니까?”
“그럼 제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하시렵니까?”
“…….”
“제가 보기에 켈루자 이 녀석, 진짜 답이 없습니다. 굳이 잡고 싶다면 아까 설명 드렸다시피 근딜은 tongue attack(혀 공격)을 당하지 않나 확인을 한다면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굳이 그런 위험한 테스트를 하실 마음은 없으시겠죠.”
“…….”
알려진 바 없는 괴수를 상대로 데이터를 뽑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레이더들의 목숨을 보존하는 것이다.
죽을 위험성이 높은 것을 훤히 알면서 전투 데이터 획득을 위해 위험한 레이드를 자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시험할 게 아니라면, 그냥 켈루자 레이드는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장 사무장이 사용했던 공략을 매뉴얼화해서 정리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건 매뉴얼화를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순전히 제 감으로 내린 판단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가, 감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제가 켈루자의 tongue attack을 예상한 것은 순전히 감에 의존한 거라서, 매뉴얼로 만들 수가 없더군요. 아시겠지만 군사 전력은 객관적인 자료에 의한 철저한 정형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무슨 인간문화재도 아니고, 한 사람의 감에 의해서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켈루자의 스펙, 전투 특징들은 대체로 정리가 되었다.
장태준이 어떤 방식으로 지휘해서 켈루자를 물리쳤는지도 풀이 해석이 되었고, 그에 따른 자세한 주석도 붙었다. 공략도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그 공략의 최종 결론이라는 것이 ‘그냥 잡지 마시오.’로 정리되었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험성을 분명히 인지할 수 있었으니, 미국으로서는 큰돈을 치르고 레이드를 한 보람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성대한 뒤풀이를 할 틈은 없었다.
장태준은 브리핑을 마치고 곧바로 다음 레이드를 위해 미군 수송기를 타고 이동했다. 이미 공격대원들은 하루 전날 이동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며 준비 중이였다.
두 번째 괴수는 거대 악어를 닮은 괴수였다.
이름은 레드 킹크로커다일.
악어 태생답게 늪지대를 좋아한다는 게 흠이었지만, 장태준은 늪 밖으로 유인해서 전투에 임했다.
두 앞발로 중심을 잡고 뒷발을 든 채 온몸을 회전시켜 꼬리를 휘두르는 강력한 공격이 제법 위력적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다.
어그로 자체도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원거리 딜러들도 특별한 부담 없이 딜을 넣을 수 있었다.
레드 킹크로커다일과 싸우던 도중 장태준은 자신감을 얻고 드디어 근접 딜러들을 투입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전투 한 번 치르지 못해서 몸이 근질근질하던 근접 딜러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나서 뛰어들었다.
“꼬리 공격을 주의하세요!”
「Yes, sir!」
근접 딜러를 투입하니까 확실히 원거리 딜러만으로 잡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잡을 수 있었다.
“딜을 보충하려면 역시 근딜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는군.”
장태준은 잊지 않고 머릿속에 그 사실을 적어 두었다.
레드 킹크로커다일은 특별히 대대적인 브리핑을 거치지 않았다. 그저 따로 정리한 전자 문서를 미군에 통보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를 마쳤다.
전투 과정이야 미군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고, 특별한 주의사항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별 주렁주렁 단 장성들을 모아놓고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장태준과 공격대원들은 미군 비행기를 타고 세 번째 괴수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미 날이 저물었기에 하루 쉬고, 다음날 날이 밝자 그들은 레이드를 개시했다.
세 번째 괴수는 거대 코뿔소의 생김새를 가진 괴수, 이름은 ‘포크오드’였다.
포크오드는 어그로 관리가 다소 까다로웠다. 어그로가 조금 튄다 싶으면 곧바로 머리 중앙에 달린 거대한 뿔로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한 번은 신이 나서 딜을 하던 근접 딜러가 갑작스럽게 거대한 뿔에 받히는 일도 있었다.
다행히 머리나 심장이 아닌 사타구니여서, 잠시 고자가 된 후 힐을 받고 복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아주 잠시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온통 암흑이었어. 나에게 세상을 다시 돌려준 힐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레이드가 끝난 후, 몇 초 동안 성불구가 되었던 근접 딜러가 농담 삼아 그렇게 말했다.
원거리 딜러에게 가끔 어그로가 튀기도 했지만, 그것은 가드 탱커들이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무빙 능력이 떨어지는 원거리 딜러들에게 가드 탱커의 존재는 이제 필수가 되었다. 진형을 재빠르게 변경하거나, 혹은 수월하게 도망치는데 가드 탱커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약 한 달이 흘렀다.
장태준은 한 달 동안 10개체의 괴수 레이드를 지휘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몇 번은 가벼운 위기를 겪긴 했지만 사망자가 나올 정도는 아니었다. 때문에 공격대원들은 적당한 긴장감과 이완감을 지닌 채, 최상의 컨디션으로 레이드에 임할 수 있었다.
애초에 약속했던 10번째 레이드까지 모두 마치고, 장태준은 미국을 떠날 준비를 했다.
원래 인류가 상대해보지 않은 미지의 괴수 레이드 지휘 대행만 맡기로 했기에, 총 10건이었던 것이다.
그 외의 괴수들은 이미 상대해본 적이 있거나, 혹은 장태준이 처리했던 괴수들과 겹치는 개체들이었다.
“2억 5,000만 달러라……. 제법 짭짤하군.”
레이드 지휘 대행으로 미국이 연합측에 지불한 총 비용은 자그마치 2억 5,000만 달러.
장태준은 제니스 컴퍼니를 위해 큰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을 떠나기 하루 전, 에드워드 국방부 장관이 호텔로 그를 직접 찾아왔다.
“내일 떠나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캐나다로 갑니다. 거기에서도 레이드 지휘 대행을 요청 받은 게 있어서요. 총 3건입니다.”
“그걸 다 하고 나면 한국으로 돌아가십니까?”
“일단은 그럴 거 같습니다.”
“그럼 앞으로 레이드 지휘 대행은 당분간 안 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앞으로도 공략법이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괴수가 나타날 때마다 레이드 지휘 대행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일단 미국과 캐나다를 합쳐서 13개체이니, 이제는 한국에 돌아가서 한동안 다른 업무를 처리하렵니다.”
“남미에도 새로운 괴수가 5개체 정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쪽 나라 지원 요청은 관심 없으신가 보군요.”
장태준은 멕시코 등 남미 국가를 떠올리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멕시코에서 요청을 받긴 했습니다만…… 그냥 거절하려고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멕시코는 제대로 된 전력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말이 지휘 대행이지, 공격대 구성부터 전략전술, 비상 상황시 안전 철수를 대비한 군의 유인 작전 계획까지 모두 제가 짜야 할 판입니다.”
“하긴, 일괄 지휘 대행은 꺼려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턴키방식 지휘를 일괄 지휘 대행이라고도 말한다. 턴키는 주로 연합 내부에서 사용하는 표현이었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남미 국가들이 대체로 그렇습니다. 괜히 레이드 지휘를 맡았다가는 애꿎은 피해만 겪게 될 것 같아서 애초에 거절을 했습니다.”
“준비가 전혀 안 됐다, 이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저도 목숨은 아껴야지요.”
목숨을 아껴야 한다는 말이 전혀 속물처럼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지적이고 합리적인 느낌마저 준다.
에드워드 장관은 잠시 바라보다가 준비한 용건을 꺼냈다.
“혹시 캐나다 일정을 마친 후 한 번 더 레이드 지휘를 맡아주실 수 있습니까?”
“한 번 더? 하지만 미국에 새로운 개체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혹시 그 사이에 미지의 개체가 출현했습니까?”
“아닙니다. 이미 장 사무장님이 한 번 상대해본 적 있는 괴수입니다. 물론 전혀 피해가 없었죠.”
장태준은 의아했다.
10번의 레이드 지휘 대행을 맡으면서, 그는 단 한 명의 대원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혹 부상을 입은 대원이 나오긴 했지만 힐을 받고 금방 말끔히 나아서 전투를 속행했다.
그런데 ‘전혀 피해가 없었다.’라는 것을 굳이 강조하다니.
매우 의미심장한 억양마저 실려 있다.
퍼뜩 머릿속을 스치는 예감이 있었다. 장태준의 안색이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설마……?”
“예리하십니다.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에드워드 장관은 금방 속마음을 들킨 것에 쓴웃음을 지으며,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켈루자를 한 번만 더 잡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켈루자는 이미 처음에 잡았던 개체 외에 두 개체가 미국 내에 더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태준은 분명히 못을 박았다. 켈루자는 잡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그런데 어째서 출국 전에 찾아와서 부탁하는 것일까.
장태준은 무작정 거절하기보다는, 그 의도에 집중했다.
“제가 피해 없이 한 번 레이드를 성공했지만, 행운의 여신이 도운 덕도 큽니다. 이번에도 일절 피해 없이 잡을 수 있다고 보장은 못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켈루자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첫 희생자가 나오는 것이 오히려 대량의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대원들은 아직까지 동료의 죽음을 겪어보지 못했고, 특히 이미 잡아봤던 켈루자 레이드에서 사망 피해가 나오면 패닉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실전에서는 작은 피해가 예기지 못한 더 큰 피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 논리. 충분히 타당성이 있었기에 에드워드 장관은 미소를 지으며 끄덕였다.
장태준은 더욱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원들이 희생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것입니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혹시 물어봐도 될까요?”
“…….”
“제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아니라면 저 역시 지휘 대행을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이유를 말씀해주지 못하시겠다면 더 생각할 필요가 없지요.”
“그게…… 말씀을 못 드릴 이유는 아닙니다. 다만 너무 중대하고 민감한 사안이라…….”
잠시 숨을 고른 뒤 에드워드 장관은 좀 더 가까이 바짝 다가왔다.
“이 일은 우리 미합중국의 국가적 기밀입니다. 반드시 비밀을 지켜주셔야 합니다.”
“비밀은 지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지웅 의장님께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대 누구에게도 발설하셔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유지웅에게까지 비밀을 유지하란 말에 다소 불편했으나, 장태준은 이내 끄덕였다.
몇 번이고 그의 다짐을 확인한 끝에 에드워드 장관은 짙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하필이면 지하핵미사일 기지 근처에 자리 잡은 켈루자가 있습니다. 물론 기지 존재는 비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