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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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루자가 막 점프를 하려는 것은 정효주도 포착했다.
그녀는 시선을 힐끔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앞으로 1시간 컷까지는 몇 초 남지 않았다.
‘지웅이는 분명히 딱 맞춰서 끊겠지? 성격이 워낙 급하니까 1초도 더 못 기다릴 거야.’
아마 그러고도 남으리라.
정효주는 카운트가 0이 되는 순간에 맞춰서 방아쇠를 당겼다.
지금까지 날렸던 공격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많은 양의 비거를 담은 일격이었다.
켈루자는 막 뛰어오르던 그 순간 머리에서 굉음과 함께 큰 폭발을 일으켰고, 발사에 실패한 로켓처럼 온몸에 불이 붙은 채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본래는 정효주를 노린 도약이었을 테지만, 켈루자는 그보다 훨씬 못 미치는 거리에 불꽃을 후두둑 흩날리며 떨어졌다.
숨통이 완전히 끊어진 걸 확인한 정효주는 라이플 총구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표정 관리, 표정 관리.’
너무 새침해도 안 되고 너무 굳어 있어도 안 된다.
자연스럽고 내추럴하며 비인공적인 그런 표정을 잘 유지해야만 한다.
시큰둥하게 등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을 촬영 드론이 낱낱이 비춰서 방송 채널로 내보냈다.
자기 몸집만 한 소총을 사선으로 늘어뜨린 채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모습은 영화 속 여전사 그 자체였다.
“1시간 컷 끊었네?”
“응, 조금 더 빨리 잡고 싶었는데…… 아쉬워.”
“그래도 잘했어. 난 네가 몇 초 정도 일찍 잡고 실수라고 나한테 우길까 봐 걱정했었는데.”
“날 뭐로 보고. 내가 꼼수는 부려도 거짓말은 안 해. 알잖아?”
정효주는 키득거리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쓸었다.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저 멀리 상륙해서 대기 중인 수직이착륙기로 향했다.
“아직 촬영 중이지?”
“응, 표정 관리 잘하자. 지금 별풍 한창 들어오는 중이야.”
“이번 전투로 얼마나 벌었을까?”
“지금 볼게. 5조 원 막 넘었네.”
“뭐야, 그거 밖에 안 돼?”
“요즘 오일머니 친구들이 많이 시큰둥해. 결정체 전력기관 때문에 그런가 봐.”
“자동차 연료 시장 때문에 그러는구나. 심정은 이해된다.”
보통은 달러 단위로 즐겨 말한다. 하지만 방송사가 국내 기업이다 보니 시청 중 후원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전 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참고로 다른 스트리머들은 후원 아이템 수수료가 10%에 달한다. 100원의 후원이 들어오면 10원을 방송사에서 떼어간다.
그에 비해 유지웅은 수수료율이 1%다.
심지어 상한금액이 아예 1회 방송 당 1억 원으로 고정되어 있다. 후원금이 200억 원이면 1%가 2억 원이 되지만, 회사가 1억 원만 가져가는 식이다.
원래는 유지웅도 10%의 수수료를 냈지만, 실시간 방송사인 트롬 측의 공손한 계약 조건 변경 요청으로 이와 같은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비율이 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일개 민간 스트리밍 기업 입장에서 유지웅을 상대로 큰돈을 챙긴다는 것은 부담이 된다. 그의 눈에 잘못 밉보이면 국내 시장에서 영구 퇴출당할 수도 있다는 부담이 크다.
때문에 유지웅이 별 생각이 없다 해도 회사가 먼저 알아서 몸을 사리게 된다.
또 유지웅이 아예 1인 방송사를 설립해서 혼자 놀게 되면 방송사 입장에서는 손해다. 그를 유치하는 것만으로도 방송사 입장에서는 두말할 필요 없이 큰 이익이 된다.
마지막으로 수수료 상한선을 1억으로 고정해도 문제없다.
한 번 방송을 켤 때마다 수수료가 상한선을 돌파하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1회에 1억만 챙겨도 방송사 입장에서는 다른 스트리머들보다 압도적인 수익원이다. 여기에 유지웅은 달에 평균 20~50회 이상 방송을 한다.
적당히 부스러기만 주워 먹자. 결코 빅브라더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지 말자.
이것이 트롬사의 전략이었고, 지금까지는 잘 먹히고 있었다.
즉 5조 원이 넘는 후원금 중에서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돈은 1억 원이다.
여기에 유지웅은 포괄적 면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제외하면 세금을 일절 안 낸다.
사실 부가세도 유지웅이 마음만 먹으면 환급받을 수 있다.
물품 구매 영수증을 국세청에 제출하여, 원천징수업자가 대납한 부가세를 돌려달라고 하면 된다. 단지 귀찮아서 그렇게 하지 않고 묵혀둘 뿐이다.
“평양이나 들렀다가 가자. 그냥 가면 우리 황백호 통령 서운해 하겠다.”
둘은 엄연히 북한 주민이자(이중 국적이다) 총리와 부총리 감투를 쓰고 있다. 북한 경제를 위협하는 괴수 두 마리까지 잡아줬는데 그냥 가면 북한 내각에서 몹시 서운해 할 것이다.
수직이착륙기를 타고 평양으로 향하자 이미 황백호 통령 이하 각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까지 마중 나와 주시고……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유 총리야말로 정말 고생했습니다. 정 부총리도 크게 애썼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도 북한 국민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둘을 바라보는 내각 각료들의 눈빛에는 동경과 선망, 그리고 두려움이 가득했다. 두려움은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순수한 무력에 대한 원초적인 본능이었다.
어떻게 한 명의 인간이 혼자서 켈루자를 잡을 수 있는지. 그것도 그런 인간이 둘이나 존재하는지.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신비함과 두려움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반면 유지웅의 진면목을 아는 황백호는 전혀 아무렇지 않은 태도였다.
‘역시 통령님이다.’
‘1세대 각성자인 만큼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거야. 우리 통령님도…….’
그 여유 넘치는 모습은 각료들에게 황백호도 저 둘과 같은 그룹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같은 부류이니까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거라고 말이다.
국가 최고 권력자 셋이 오랜만에 한데 뭉친 김에, 국정 운영 방침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화두에 올랐다.
“중국이 화해하고 싶어 합니다.”
“통령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 거죠?”
“중국은 믿을 만한 국가가 못 되죠. 하지만 충분히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 북조선 입장에서 꼭 필요한 카드를 가진 나라이기도 하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철도를 말씀하시는군요.”
“하하…… 이거 부끄럽습니다. 대번에 꿰뚫어보시는군요.”
황백호는 머쓱해하며 감탄했고, 회의에 참석한 각료들도 과연 하면서 자그맣게 탄성을 냈다.
“대륙으로 진출하려면 결국 중국을 지나가야 하니까요. 어느 정도의 관계 회복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적어도 반중력 엔진이 상용화 될 때까지는 말입니다.”
“반중력 엔진이요? 설마 제니스 컴퍼니에서 개발 중입니까?”
“에이, 아직은 기초 인프라가 한참 부족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3, 40년 안에는 나오지 않겠어요? 그때까지는 기존 수송로를 이용해야 하니 어쩔 수 없겠지요. 중국과 적당히 타협을 하는 수밖에.”
황백호는 북한을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로 키우고픈 야망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로, 공로, 육로가 모두 세계를 향해 사방으로 뻗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지금 북한은 동해와 서해에 있는 기존 항구를 허물고 새로 대단위로 짓고 있는 중이었다.
향후 실질적 국가 GDP가 10경 원을 넘어서는 시대가 올 거라 예상하고 기획한 항구였다.
원래는 GDP 1,000조 원 정도를 예상하고 항구 규모를 설정하려 했다. 하지만 유지웅의 한 마디에 모든 세팅 값이 급격하게 달라졌다.
‘모든 수입이나 지출, 수익은 항상 지금 예측한 것의 최소 100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일을 추진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막상 때가 닥쳤을 때 그 갭 차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말은 황백호 이하 각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그들의 예상보다 100배 이상 국가 경제가 발전할 것이라고 유지웅이 단언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중국이 뭐라고 하던가요?”
“이전 독재 정권과 결탁해서 내정 간섭을 한 점, 그리고 자강도를 불태운 점에 관해서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사과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중국 정부는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하긴 했다. 중국에서 난동을 부리는 필드 드래곤을 잡기 위해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
하지만 사과인 듯 아닌 듯한 두루뭉술한 발언은 국제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국제사회는 아직도 중국에 그에 관해서 사과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에이, 원래 사과 같은 건 안 받는 게 좋은 건데.”
“하지만 사과도 받지 않은 채 외교를 추진하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격이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원래 진짜 힘이 있다면 사과는 안 받아도 돼요. 나중에 수틀리거나 한 대 좀 시원하게 패고 싶으면 그걸 빌미로 시비 틀면 되거든요. 야! 생각해보니까 너 옛날에 사과도 제대로 안 했잖아! 너희 같은 애들이랑 더러워서 못 놀겠다, 이제부터 선전포고다! 뭐 이렇게요.”
“오오! 역시!”
“과연! 남다른 생각이십니다! 놀랍습니다!”
“혹시 그래서 일본에도 사과를 요청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각료들은 유지웅의 시원시원한 발언에 뼈가 짜르르 울리는 감동을 느끼고 표정이 흥분으로 물들었다.
어쩜 저렇게 하는 발언마다 온몸의 세포에 찌릿찌릿한 자극을 줄 수 있는지.
“뭐, 그런 것도 없지는 않고요. 저는 원래 사과 받는 것에 별로 집착 안 합니다. 미운 놈한테 사과를 받아주면 속 시원하게 때려주기도 뭣하잖아요? 나중에 때릴 매를 미리 적립해둔다고 생각하는 거죠, 뭐.”
유지웅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계속했다.
“같지도 않은 사과보다는 금괴 하나라도 더 뜯어내는 게 훨씬 남는 장사죠. 애초에 진심으로 참회할 사람이었으면 처음부터 죄를 짓지 않는다, 그게 제 신념이거든요.”
“과연! 이해했습니다! 역시 총리님의 사상은 시원시원합니다!”
“아무튼 중국의 사과는 됐고……. 그럼 철도 자유사용권만 얻어내는 선에서 딜을 열어볼 참이신가요, 통령?”
“네, 맞습니다. 그 대가로 우리가 뭘 해줘야 할지 요즘 고심하는 중입니다.”
중국과 특별히 화해하거나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14억 인구가 지닌 시장을 생각하면 나중에는 본격적인 공략을 해야겠지만, 지금은 기세를 단단히 잡은 채로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황백호는 딱 철도 자유이용권만 얻어내는 선에서 거래를 제한하고 싶었다. 그러나 중국은 그 이상으로 전진적인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으니, 조율을 잘 해야 했다.
“제가 한 번 이야기를 해보죠.”
“예? 총리가요?”
“혹시 지금 북한에 중국 대사가 와 있습니까? 와 있다면 지금 바로 오라고 하세요. 제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와 있긴 합니다만, 너무 갑작스러운 게 아닐까요?”
“원래 협상 테이블은 갑작스럽게 열고 갑작스럽게 훅 치고 들어가고 그래야 하는 겁니다. 그러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테이블 엎고 일어나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그게 바로 갑이 정을 상대로 올바르게 협상하는 방법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박 장관, 지금 바로 중국 대사를 여기로 불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