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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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웅은 웬만해서는 법을 지킨다. 기만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겠으나, 정말 그렇다.
초법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그것도 웬만해서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는 편이다.
그리고 초법적인 짓을 좀 하면 어떤가. 어차피 규칙은 강자들의 주도 하에 만들어지는 사회적 합의다.
당장 UN이 미국의 입김 위주로 좌지우지되는 것만 봐도 뻔하지 않은가.
아무튼 유지웅은 일본 특수경찰기동대가 지원을 올 때까지 잠자코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지금 당장 문을 뜯고 들어가서 체포를 해도 되지만, 체포권한이 없는 자신이 무턱대고 나섰다가는 나중에 범죄자가 풀려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
초법적인 행동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므로, 불필요한 상황에서는 최대한 법을 지켜주는 게 효율적이다.
얼마 후 10여 명의 특수경찰기동대가 나타났다.
선두에는 책임자로 보이는 인물이 백인 남자를 대동하고 있었다.
백인 남자는 유지웅을 보고 반갑게 아는 체를 했다.
“반갑습니다. 카리스라고 불러 주십시오.”
“CIA 일본 지부 요원인가요? 화이트 요원?”
“네, 맞습니다. 의장님과 일본 정부 사이에 오해가 없도록 제가 중재를 맡게 되었습니다.”
유지웅의 얼굴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만,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으면 오해를 할 수도 있다. 방송으로만 보는 것은 실물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화물선 테러범을 찾으셨다고요?”
“네, 제가 항구에서부터 지켜보고 추적해왔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봤으니 확실합니다.”
“역시 레이더입니까?”
“네, 탱커인지 근딜인지는 모릅니다. 그건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카리스가 유지웅의 말을 전해주자 기동대 책임자는 그다지 탐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유지웅이 팔짱을 끼고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고처럼 말했다.
“만약 저놈이 탱커라면 총기 따윈 아무 소용없어요. 그냥 다 찢겨 나가는 겁니다.”
“…….”
유지웅의 말을 전해들은 기동대 책임자의 표정이 더욱 불편해졌으나, 더 이상 반발하지는 않았다.
그가 뭐라뭐라 질문했고, 카리스가 통역해주었다.
“의장님은 원딜인데 위험하지 않은지, 무슨 방법이 있는 건지 묻습니다.”
“그냥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고 하세요. 자, 들어갑니다.”
유지웅은 현관문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시계 방향으로 가볍게 한 번 비틀자 손잡이가 그대로 뜯어졌다.
마치 두부가 부서지듯이 부드럽게 박살나는 모습에, 기동대는 물론이고 크리스마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유지웅 의장은 분명히 원거리 딜러일 텐데?’
혹시 근접 딜러의 능력도 갖추고 있는 건가? 그게 아니고서는 저 괴력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손잡이를 뜯어낸 후 유지웅은 그 구멍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내부의 금속 톱니를 마구 비틀었다. 곧바로 잠금장치가 박살나며 힘없이 문이 열렸다.
유지웅은 신발을 신은 채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TV에는 예능 프로그램이 켜져 있고, 거실 좌식 테이블 위에는 맥주와 고기 안주가 올려 있었다.
“샤워 중인 모양입니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나네요.”
유지웅이 말하기가 무섭게 물소리가 끊겼다.
욕실 문이 열리면서 20대 남자가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털어내면서 나왔다. 유지웅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남자의 몸이 가볍게 굳어버렸다.
유지웅은 옆에 있는 인형 장식을 쥐고는 범인을 향해 가볍게 던졌다. 말 그대로 정말 가볍게 던졌다.
“으아악!”
하지만 상대에게는 가벼운 충격이 아니었나 보다.
인형에 배를 얻어맞은 범인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쓰러지듯이 주저앉았다. 유지웅이 기동대를 돌아보며 씩 웃었다.
“탱커는 아니고 근딜이네요. 반항하면 그냥 총으로 갈기면 됩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
“…….”
기동대원들은 고통에 끙끙대는 범인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나섰다.
두 명이 총구를 겨눈 채 위협하고, 다른 한 명이 수갑을 꺼내 근접 딜러의 손목을 뒤로 채웠다.
“근딜의 힘이면 수갑 정도는 부술 수 있으니까 절대 눈을 떼서는 안 됩니다. 맷집은 일반인하고 다를 게 없으니 그냥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두들겨 패거나 총으로 갈기세요.”
유지웅의 친절한 설명이 전달되었고, 기동대 책임자는 조금 질린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
범인은 배를 맞은 충격이 상당했던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유지웅은 범인 앞에 쇼파를 가져다가 다리를 꼬며 앉고는 팔짱을 끼었다.
“가볍게 심문 좀 하겠습니다. 카리스 요원, 통역 좀 부탁합니다.”
기동대 책임자의 표정이 대놓고 안 좋게 변했다. 아마 언어만 통했으면 뭐라고 한 마디라도 했을 분위기다.
아마 저런 고지식한 인물이기에 특수경찰기동대 책임자까지 될 수 있었겠지만, 상황 파악이 저리 안 되다니. 유지웅은 한심해서 혀를 찼다.
“이봐요, 기동대 상관 나으리. 지금 그렇게 날 쳐다보는 게 외교적 결례라는 거 모릅니까? 내가 투베 총리한테 정식으로 외교적 항의하고 국제사법재판소까지 한 번 이 일 끌고 가볼까요?”
카리스를 통해 들은 기동대 책임자는 기가 막혔다.
“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외교적 결례는 당신이 하는 거 아니오! 입국 절차도 죄다 무시하고 무단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으면서, 범죄자 심문까지 하겠다니! 세상 어느 천지에 이런 법이 있단 말이오!”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카리스는 최대한 순화해서 상황을 전달해 주었다.
“일단 구치소로 끌고 가서 감금해야 하는데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는 상황이 꼬일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심문은 최대한 빨리 끝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표정을 보면 영 아닌 거 같은데…….”
“하하, 제가 설마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까요.”
“표정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분인 모양이군요. 알았어요. 최대한 빨리 끝낸다고 전해주세요.”
“미스터 가부요치, 몇 마디 간단한 질문만 하고는 바로 일어서실 거라고 하십니다. 의장님도 화물선 침몰 때문에 수백억 불에 달하는 손해를 보셔서 여간 화가 나신 게 아니거든요.”
“보험 처리 되는 거 아닙니까?”
“가라앉은 화물선과 화물은 보험 처리가 되겠지만, 그래도 당장 공급 중단으로 오는 차질까지 보전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바이어인 일본 제조업 기업들이 시간을 낭비하게 된 것에 분개하고 계십니다.”
“그렇다면야…….”
기동대 책임자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은 누그러졌다.
유지웅이 자기 때문만이 아니라 일본 기업도 생각해서 이렇게 절차를 무시했다 하니, 조금은 기꺼운 마음이 들었다.
범인이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자 유지웅은 발을 뻗었다.
발등 끝으로 그의 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 강제로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고통과 분노, 모욕감에 젖은 눈빛이 노려보듯이 바라본다.
‘이거 봐라?’
유지웅은 익히 봐왔던 눈빛이 마음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는 일부러 더 잔혹하고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 북한 화물선을 습격했지?”
그가 뭐라뭐라 말을 했고, 카리스가 얼른 통역해주었다.
“북한 배가 보란 듯이 일본에 입항하는 것을 역겨워서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생산된 희토류는 괜찮고, 북한 배는 안 된다?”
“일본 선박에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희토류만 가져 오라, 이건가?”
“마음 같아서는 희토류도 죄다 거부하고 싶다! 하지만 어차피 북한 아니면 떼놈들 것을 가져다 써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참고 있었을 뿐이다! 너희 조센징이나 떼놈이나 모두 다 똑같은 저질 민족일 뿐이다!”
그 뒤로 몇 가지 더 심문을 해보았지만, 대답하는 패턴은 대부분 비슷했다.
유지웅은 흥미를 잃었다는 듯 시들해진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냥 골수민족주의자에 혐한주의자였어? 기껏 신나서 달려왔는데, 재미없게 됐네.”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카리스를 돌아보았다.
“데려가라고 하세요. 아, 그리고 반드시 적절한 처벌을 받도록 해주시고요. 안 그러면 조일 간에 커다란 외교 문제로 발전하게 될 거라고 투베 총리한테 꼭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유지웅이 상황을 종료하자 기동대가 범인을 강제로 끌고 오피스텔을 나섰다. 곧이어 밖에서 대기 중인 일반 경찰들이 들어와서 오피스텔 내부를 샅샅이 수색하기 시작했다.
유지웅은 그걸 보고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뒤져봐야 아무것도 안 나올 텐데 다들 헛수고하네요.”
“예?”
카리스가 의미를 몰라 반문했고, 유지웅은 어깨를 으쓱했다.
“전 이만 한국으로 가보겠습니다. 투베 총리한테도 그렇게 전해주세요.”
“아, 가시는 겁니까?”
“상황 종료됐는데 더 있어봤자 소용없으니까요.”
카리스는 유지웅이 어떻게 입국했는지 궁금했다.
CIA 일본 지부에서 며칠 동안 맹렬히 조사를 했지만, 그가 어떤 경로로 입국했는지는 도저히 밝혀낼 수 없었다. 심지어 지난 며칠 간 그가 어디에 머물러 있었는지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는 말 그대로 귀신처럼 일본에 들어왔다.
“지금 바로 갑니다. 카리스 요원도 수고하세요. 초면이지만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금방 또 볼일이 있을 겁니다.”
유지웅은 손을 흔들며 오피스텔을 나갔고, 카리스는 뭔가 의미심장한 뉘앙스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오피스텔을 나선 유지웅은 재빠르게 그 지역을 벗어났다. CCTV 사각지대를 골라 빠르게 이동하며, 자신의 이동 경로가 잡히지 않도록 주의했다.
겐이치로파 아지트 서재로 돌아온 유지웅은 위성폰을 꺼내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효주야, 나야. 범인은 잡았어.”
「어떻게 됐어?」
“역시 내 느낌이 맞았어.”
「네 느낌?」
“뭔가 아주아주 신나는 일이 있을 거 같다고 했잖아. 범인이 날 보는 눈빛 보고 딱 감이 오더라. 처음에 느꼈던 내 촉이 맞아떨어졌다고 말이야.”
「구체적으로 설명해 줘.」
“절대 혼자 저지른 범행이 아니야. 분명히 배후가 있어.”
유지웅은 심문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다 듣고 난 정효주가 의아해서 물었다.
「네 말대로라면 그냥 혐한 감정 때문에 북한 국적 화물선만 테러한 거 같은데? 그게 아니란 거야?」
“그놈, 딜러 등록 일부러 안 한 거야. 분명히 다른 목적이 있는 거지.”
「흠…….」
“그리고 그 오피스텔 제법 가격 나가는 거야. 일본에서 상위 0.01% 이내 아니면 살 엄두를 못 내. 그런데 집이랑 가구가 수준 차이가 제법 나더라.”
「말 들어보니 조금 이상하긴 한데, 그게 정말 중요한 단서가 될까?」
“그러니까 그걸 천천히 확인해야지. 분명히 뭔가 있다니까.”
「그럼 당장 한국에 오진 않겠구나.」
“응, 여기 머무르면서 몰래 지켜보려고. 지금 아지트 제법 쓸 만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가끔 잘 때면 네 옆이 그리워서 외로워.”
「일부러 일 크게 벌이지는 마. 알았지?」
“딱 맞아야 할 만큼에다가 이자 39%만 얹을게.”
「왜 39%야?」
“일본 지하금융계가 우리나라 진출해서 대부업으로 그만큼씩 가져가잖아. 그래서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