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1)
00131 우리 결혼했어요 =========================================================================
“반찬 다 해놨으니까 이따가 데워서 먹기만 하면 돼. 그럼 갔다올게.”
“안 먹어. 그냥 굶을 거야.”
괜히 궁시렁거려본다.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정효주는 아무렇지 않게 뺨에 뽀뽀를 해주고는 어깨를 토닥였다.
“삐지지 말구. 오늘 금방 끝나니까 이따 봐.”
“너, 2주 뒤면 결혼할 새신부가 새신랑 너무 내팽개쳐 두는 거 아니야?”
그렇게 투덜거려 보지만 사실 그도 안다. 그녀는 내팽개쳐두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가능한 많은 시간을 내서 그와 함께 있으려고 한다. 신입생 OT를 제외하면 MT 한 번도 안 갔으니까.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그녀가 올해부터 대학생이 되었다는 뜻이다. 작년부터 그 몰래 수능 준비를 한 그녀는 수능 시험을 보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에게도 비밀로 하다가 원서를 쓰기 전에야 털어놓았다.
“왜 미리 말 안 했어?”
“점수 안 나오면 창피하니까 점수 좀 나오면 말하려고 했어.”
그렇다는데야 서운하긴 해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사실 정효주는 학창 시절 공부를 제법 잘했다. 고1 때 능력을 각성하고 레이드에 뛰어들면서 공부를 접긴 했지만. 실제로 그녀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레이드 능력자들이 그렇게 한다.
대학을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인데, 레이드를 뛸 수 있다면 굳이 직장에 취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레이드계에서 일자리를 얼마나 잘 구하는지는 추가로 고생해야 할 부분이지만.
아무튼 정효주는 늦게나마 학구열을 불태워 대학에 들어갔다. 재미있는 것은 공백기간 때문에 점수가 썩 잘 나온 것은 아니었는데, 의외로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
어떻게 들어갔냐고 물으니까 그녀는 부끄러워했다.
“……기부 좀 했어.”
유지웅의 재산에 가려져 있지만, 그녀도 굉장한 고소득자다. 프라임 공격대 시절부터 시작해서 모아 놓은 재산이 일반인에 비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그는 대학에 갈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대학에 다니는 게 별로 반갑진 않았다. 같이 있을 시간이 줄어드니까.
그게 그녀는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그에게 부끄럽지 않은 신부가 되고 싶은 마음을 몰라준다. 조금이라도 더 멋진 여자가 되고 싶어서 대학에 갔는데, 그저 같이 있을 시간이 줄어서 투덜거리기나 하고 말이다.
아무튼 유지웅이 보기에 그녀는 대학 생활을 꽤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개강 파티다 무슨 파티다 해서 술에 떡이 돼서 돌아오는 건 아닌지 걱정도 했다. 그러나 괜히 탱커는 아닌 모양이다. 그녀는 웬만해서는 취하지 않았고, 늦게 들어온 적도 한 번도 없었다. 과 파티도 최소한으로만 참석했다.
“과 동기들이 네가 어떤 여자인지는 알아?”
“모르지. 내가 레이드 다닌다는 이야기 안 했는 걸. 원래 레이드 능력자들은 학교에서 그런 티 잘 안 낸대.”
“아니, 그거 말고 곧 결혼할 새신부라는 거 알고 있냐고.”
“그야 모르지. 말 안 했는 걸.”
“왜 말을 안 했어?”
“아직 학기 초인데 뭐하러 말하고 다니니? 결혼식 때까지 친해진 애들만 초대하면 되는 거지.”
“너 수상해. 일부러 말 안 하는 건 아니고? 저번에도 막 남자들이 너 따라다니고 그러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어.”
“설마 학교에 왔었니?”
“아, 안 갔어!”
“어,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우리 학교에 웬 페라리가 왔다고 애들이 그러던데, 너 내 차 타고 왔니? 맞지?”
“아, 안 갔다니까!”
세스토 엘레멘토를 타고 가면 들킬까 봐 비교적 대중적인 페라리를 끌고 갔는데, 그걸 본 애들을 통해서 어떻게 그녀에게까지 알려진 모양이다.
“안 되겠어. 너 오늘부터 피임하지 마.”
“왜?”
“왜는 무슨 애야? 남녀가 결혼을 했으면 애부터 후딱 낳아야지 그럼 뭐를 해?”
이거 진짜 언제 키워서 남자 만들까? 정효주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그가 벌써부터 질투를 하는 게 귀여웠다.
“너도 그럼 학교 올래?”
“내, 내가 뭐하러? 난 안 가. 학벌 같은 거 없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어.”
“왜 날 못 믿니? 내가 설마 남자 동기들한테 흔들려서 바람이라도 날까 봐?”
정효주가 그럴 여자가 아니라는 건 잘 안다. 그녀는 현명하고, 헌신적이고, 또 지극하게 그를 감싸준다. 둘 사이에는 다른 사람이 침범할 수 없는, 20년의 끈끈한 세월이 있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눈에 닿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어서였다. 그녀는 너무 예쁘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듭해서 아름다워져 간다. 은밀히 사람을 시켜 알아보니 벌써부터 과에서 퀸카로 통한다고 한다.
그러니 걱정이 된다. 남자란 동물들이 눈이 훼까닥 해서 그녀에게 돌격하지는 않을까 하고. 그래서 자기 눈이 닿는 곳에 항상 놔두고 싶다. 남자라면 어쩔 수 없는 이기적인 욕심이다.
「아직도 안 와서 저 점심 혼자 차려 먹었음. 갈비찜 데우다가 실수로 태워먹었는데 서러워서 눈물 났음. 다음달에 결혼할 새신부가 이래도 되는 거임?」
「쩌네요. 갈비찜까지 해두고 나갔어요? 우리 집 사람은 그런 것도 없는데. 내가 라면 끓여 먹어야 됨.」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안 들어왔음! 이게 말이 돼요?」
「님. 이제 겨우 4시임.」
유저들이 모이는 마을 오구리마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오크 전사와 트롤 흑마법사가 앉아 있었다. 주로 흑마법사가 신세 한탄을 하면 전사가 맞장구 쳐주는 쪽이었다. 맞장구라기보다는 ‘그래도 나보단 네가 낫다.’라는 식이었지만.
「님들 여기서 뭐해요? 레이드 안 가요?」
「맘에 드는 파티가 없어요. 광고창에 듣보잡 공장들 밖에 안 보임.」
그때 슬쩍 나타난 엘프 성기사가 모닥불 옆에 앉았다. 성기사는 흑마법사가 찬 도검을 부러운 듯이 바라봤다.
「서버 최초 2억짜리 도검이네. 부럽다. 이거 쩔어요?」
「개쩔어요. 캐스터가 차도 되고 근접 딜러가 차도 돼요.」
「어? 귀속템 아니에요?」
「계정 귀속이에요.」
「와, 캐부럽.」
사실 진짜 부러운 것은 레전드리 아이템 서리한이 아니었다. 성기사가 은근히 물었다.
「근데 님 뭐하는 사람인데 템 하나에 2억을 던져요? 무슨 아랍 재벌임?」
「한국인임요. 아 근데 친구 중에 아랍 재벌은 있음.」
「헐!」
「헉! 진짜?」
「ㅇㅇ 진짜. 구라 아님. 레알 친함.」
다른 사람 같았으면 구라치지 말라고 웃어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서버에 소문이 파다하게 났다. ‘나는귀족임다’라는 이 미친 흑마법사가 아무리 레전드리라지만 템 하나에 2억이나 던져서 손에 넣었다는 전설은, 이미 ‘플레이포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대체 뭐하는 사람일까? 얼마나 돈이 많은 거지? 미친 놈 아니야? 등등 수많은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분명한 것은, 아이템 하나에 2억을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부자인 게 틀림없다는 것.
그래서인지 나는귀족임다는 게임 내에서 천민인 딜러임에도 불구하고 접속만 하면 문안인사를 올리는 귓말로 창이 폭주한다. 오죽하면 귓말이 따로 분류되게끔 창을 빼놨을까. 템에 비해서 딜도 ‘정말 더럽게’ 못하는데 말이다. 그 템을 가지고 레이드에서 딜 하위권을 다투는 수준인데도.
「님. 돈 그리 많으면 아마 경제 정보도 빠삭할 거 같은데 저 투자 정보나 좀 알려줘요. 요새 주식하고 있음.」
「투자 같은 거 안 함. 걍 다 내가 직접 뛰어서 번 돈임.」
「저 시크하면서도 건방진 태도 좀 봐요. 레알 멋짐. 나 유부남이지만 반할 듯.」
「돈 많으면 저래도 됨. 그게 저 님의 매력 아니겠음? 돈 많고 레이드에서 골드 팍팍 쓰니까 용서 돼요. 저 님이랑 레이드 가면 인벤이 풍성해짐.」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캐릭터들이 보였다. 일반 대화로 이야기하다 보니 좀 주워들을 모양이었다. 그래서 셋은 파티를 하고 비공개 파티 대화를 시작했다.
「근데 나귀족님, 곧 확장팩 팬다리아 나온다는데 서리한 쓰레기 되면 어떡함? 나 같으면 울지도 몰라요. 2억이나 썼는데.」
「괜찮아요. 또 사면 되지.」
「님 곧 결혼한다면서 그렇게 템에 몇 억씩 쓰고 그러면 새신부가 화 안 냄?」
「FM만 안 하면 된다고 허락했어요. 괜찮음.」
「FM이 더 낫지 않나? FM은 게임 타이틀만 사면 현질할 일은 거의 없으니.」
그 FM이 그 FM이 아니라는 걸, 알고나 있을까?
「결혼식 어디서 하기로 했어요? 우리도 초대해줄 거임?」
「집에서 하기로 했음. 초대는 좀 그렇슴. 걍 아주 친한 친구 몇 명만 불러서 조촐하게 할 거라.」
「헐. 돈도 많으면서 결혼식을 무슨 집에서 함?」
「이 님 보셈. 집이 그만큼 크니까 결혼식을 집에서 한다는 거 아니겠어요?」
「아, 그런가?」
「아, 여친 왔어요. 빨리 뽀뽀해주러 가야 됨. 님들 담에 봐요. 빠이.」
유지웅은 ‘오우’를 후다닥 접속 종료하고 일어났다. 차를 끌고 나간 게 아닌 탓에 정효주는 현관으로 들어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얘는, 끝나자마자 바로 온 거야.”
“엄청 기다렸다구!”
유지웅이 보란 듯이 두 팔을 벌렸다. 샐쭉거리면서도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겼다. 서로 부둥켜안은 채 혀를 얽으며 키스를 나누던 예비부부는 그대로 거실에 넘어지듯이 쓰러졌다.
본래 가을쯤에 완공될 거라던 새 집이 5월을 앞두고 완공되었다. 심지어 내부 인테리어까지 마쳤다. 돈과 인력을 무제한으로 쏟아부은 결과였다.
“하루 24시간 풀교대로 작업을 했습니다. 인력과 장비를 아끼지 않고 동원했습니다.」
건설공사 책임자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덕분에 예상했던 견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빨리 짓긴 했지만 결코 허술하게 시공하지 않았습니다. 못질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체크하며 신중하게 지었습니다. 아마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사실 건설회사에서는 7월쯤으로 완공을 예상했다. 다만 말을 할 때에는 관례대로 9월쯤에 완공될 거라고 했을 뿐이다. 거기다가 낮과 밤의 구분 없이 풀타임으로 공사를 진행하니, 건설기간을 2개월 넘게 더 단축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지웅도 건설 예정일이 앞당겨졌다는 말에 미리 알아본 식장을 취소하고 새 집에서 결혼하기로 한 것이다. 정효주도 그 생각에 찬성했다. 궁전 같은 집의 야외 정원에서 올리는 결혼식, 그것이야말로 로맨틱한 경험 아닌가? 결혼식을 올린 장소가 집에 있으니, 세월이 지나도 그곳을 돌아보며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
“여기가 본채입니다. 가장 크죠.”
본채는 가로 약 180미터, 세로 60미터, 지상 5층의 직사각형에 가까우면서도 중심부가 앞으로 동그랗게 나온 미려한 건물이었다.
1층은 호텔 홀처럼 거대한 접객실의 느낌으로 꾸몄다. 홀 외에도 수영장, 헬스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추었으며, 주방과 식사공간도 마련했다. 1층 전체는 바깥의 정원이 내다 보이게 외벽 대부분 면적을 유리로 꾸며놓았다. 안에서는 밖이 내다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 특수재질의 방탄 유리였다.
2층은 외부 손님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손님이 쉴 수 있는 방과 간단한 공용 휴식시설을 갖춘 것이다.
3층은 부부의 사적인 공간이었다. 층 하나를 거대한 스위트룸이라는 컨셉으로 꾸몄다. 계단 출입문을 제외하면, 3층에는 문이 전혀 없이 확 트여 있다. 1층과 마찬가지로 외벽 대부분을 특수유리로 만들어, 안에서는 바깥이 내다 보이지만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는다.
4층은 장차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서 여러 개의 커다란 방과 간단한 편의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5층은 아직 활용 목적을 정하지 않아 간단한 인테리어만 해놓은 상태였지만, 서재나 귀중품 보관소, 혹은 아이들의 공부방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저기가 별채입니다.”
별채는 따로 고용인이 머물 공간으로 만든 4층짜리 집합건물이었다. 이 거대한 주택을 관리하려면 당연히 고용인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원은 하나의 거대한 공원처럼 꾸며져 있었다. 야외수영장과 골프장, 심지어 축구장 등 간단한 경기장도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정문 근처에는 항공기 수납공간과 이착륙지점까지 갖추어 놓았다. 대형헬기 6척도 가뿐히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수납공간에 정비소까지 마련했다.
“세상에…….”
“이게 지웅이네 집이라고요?”
결혼식 당일 초대를 받고 온 친척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은 유지웅이 레이드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만 알지, 제니스 공격대라는 거나 구체적으로 얼마를 벌었는지는 미리 듣지 못했다.
“제니스 공격대장이라고요? 지웅이가?”
“세상에나, 그럼 대체 돈이 얼마나 있는 거예요?”
“여기 땅 부지값만 1조 7천억이 넘는대요. 집 짓는 것까지 합치면 2조 몇 천억이 들었대요.”
“아니, 그렇게 돈이 많으면 친척들도 좀 돕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 너무하네, 증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소소한 불만을 표시하는 친척도 없지는 않았다.
야외 정원에 마련한 식장에서 둘의 결혼식이 진행되었다. 야외다 보니 신부, 신랑 입장 등의 절차는 생략했다. 하객들 앞에서 두 사람의 앞날을 맹세하고, 파티처럼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결혼식을 진행했다.
친척들을 제외하면 초대된 하객은 많지 않았다. 안슐과 그 수행원, 쿤겐, 그리고 유지웅과 정효주의 중학교 동창회의 친한 몇 몇 정도였다.
“너 이 자식, 이렇게 부자면서 왜 그때는 말 안 했어?”
“그러게. 앞으로 동창회비는 네가 책임져라. 1초만 기를 모아도 동창회비 수십 번은 더 내고도 남겠네.”
“아무튼 축하한다.”
반듯한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쿤겐도 밝게 웃으면서 두 사람을 축하했다.
“축하드립니다, 써. 정말 멋지시군요. 부럽습니다.”
“고마워요.”
“저도 나중에 써처럼 근사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습니다.”
유지웅 커플은 눈을 마주치고 풉 웃었다. 여자인 쿤겐이 그에게 자기를 투영하는 것은 뭔가 좀 아니지 않나?
「정말 축하하네, 친구.」
“와줘서 고마워요, 안슐.”
「자네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네. 자네가 기쁘게 받아주면 정말 좋겠군.」
안슐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잠시 후 요란한 로터음이 멀리서부터 다가왔다. 신랑신부는 물론이고 하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모두의 입이 경악으로 벌어졌다.
커다란 수송기처럼 생긴 항공기 2기가 허공에 떠 있었다. 헬기 대신 일반 비행기처럼 두 개의 주날개가 있고, 수직으로 꺾인 날개 상부에 커다란 프로펠러가 달려서 마치 헬기처럼 추진력을 내고 있었다. 저 프로펠러가 달린 가변익 덕분에 헬기가 아니면서도 허공에 떠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V-23 우스프리라는 모델일세.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고속 수송기일세. 원래 군용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라 민수용으로 개조하고 한국에서 민수 관련 허가를 받는데 좀 애를 먹었네. 내부도 안락하게 꾸며서 둘이 자가용으로 이용하기에는 그만일 걸세.」
“저 그냥 헬기를 사려고 했는데…….”
「노노, 헬기는 속도가 느리고, 항속거리도 짧고, 기체도 작고, 내부도 불편하지. 하지만 저건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항공기고 내부도 넓고 쾌적해서 자가용으로 쓰기에는 그만일세. 레이드 갈 때마다 자네가 군용 헬기에 다른 대원들과 낑겨서 간다는 게 늘 안타까워서 마련했네. 부디 기쁘게 받아주게.」
안슐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원래는 자가용 제트기를 선물하려고 했는데 자네 집에 활주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이 저 녀석으로 정했네. 마음 같아서는 자네 집 옆 부지를 사서 활주로를 만들어주고 싶지만 서울 사정상 그건 불가능하다고 하고, 그렇다고 자가용 제트기를 인천공항에 두고 이용하는 것은 공항까지 왔다갔다 하는 게 불편하니 말일세. 저 녀석은 자네가 집에 두고 자가용으로 이용하기에 아주 딱일 거야.」
무턱대고 비싼 선물이 항상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선물을 받는 자가 얼마나 유용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 선물이야말로, 정성이 들어간 진짜 선물이다.
사실 안슐은 B-747이라는 자가용 제트 항공기를 따로 주문해두었지만 제작이 완료되려면 아직도 몇 년 남았다. 그리고 V-23 수직이착륙 항공기를 선물한 것은, 어디까지나 국내 레이드를 갈 때 편히 집에서 출퇴근하라는 배려였다. 저 모델이야말로 그런 목적에 딱 알맞는, 정성스러운 선물이 아닐까.
흥겨운 결혼식이 끝났다. 여기저기 끌려다니면서 시달리느라 둘은 녹초가 되었다. 밤이 깊었으나 정원에서 벌어진 파티는 아직도 끝날 줄을 몰랐다.
3층 테라스에서 왁자지껄 떠들썩한 정원을 나란히 내려다보다가, 유지웅이 그녀의 어깨를 슬쩍 잡았다.
“이제 부부네.”
“……어.”
“재밌게 살자.”
그녀가 조금 수줍어하며 대답했다.
“응. 나도 잘할게.”
은은한 불빛 속에서 한참을 서로 바라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얼굴이 가까워졌다. 깊은 키스를 나누며 엉키던 신혼부부는 자석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 작품 후기 ============================
“무조건 비싸다고 다 좋은 선물이라는 생각은 천박한 자본주의일 뿐이지. 선물은 무엇보다 정성이 중요한 법.”
―그래서? 저거 얼마임?
“진짜 얼마 안 함. 대당 구천만 불 정도?”
―야이….
ps : 실제로 현존하는 수직이착륙기인 V-22 오스프리의 가상의 개량 모델이라는 설정입니다. 작중 나온 V-23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모델입니다. V-22를 추천해주신 모사이트 질문 게시판 답변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아마 그 분들은 이 글을 보진 않으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