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5)
00135 우리 결혼했어요 =========================================================================
유지웅은 조금도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저 녀석을 여기서 잡는 것만이 최선이라고요.”
‘저건 효주 가방이 되어야 돼.’
“레드 몹을 길들인다는 건 탁상공론이에요.”
‘갖다 팔아야 된다고.’
그렇게 핏대를 세웠다. 하지만 의외로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이곳이 한국이 아닌, 몰디브라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라야 한다. 몰디브에는 몰디브만의 법이 있다. 통상 레이드에서 획득한 결정체는 해당 공격대에 소유권을 인정하는 게 국제 관례지만, 레이드 보상을 어떤 식으로 해주느냐는 각국 마음이었다.
예를 들어 사회주의국가에서는 결정체의 공격대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결정도에 따라 감정가를 매기고 공격대에 직접 돈을 분배하는 정책을 취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는 다른 나라 공격대와 같지만 그 과정은 분명히 다르다.
몰디브는 레이드 관련 규정이 미비했다. 애초에 괴수 청정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좋은 게 아니냐고? 절대 아니다. 법이 없기 때문에 정부 인사가 하는 말이 곧 법이 되는 것이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금전적 보상을 해줄 테니 레드 몹을 놔두고 가라는군요.”
“뭐라고요?”
유지웅은 어이가 없었다. 청와대만 미친 줄 알았더니 여기 인간들도 단체로 약 빨았나? 아니면 고위 권력자들은 탁상공론을 패시브 스킬로 갖고 있나?
“아무래도 다른 나라에서 레드 몹을 사고 싶다고 충동질을 한 모양입니다. 듣자하니 벌써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공격대와 함대를 보냈습니다. 몰디브 정부는 그들을 상대로 경매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유지웅은 더욱 화가 났다. 아니, 재주를 누가 부렸는데 지금 돈을 엄한 놈이 챙긴다는 거 아닌가!
“말도 안 돼! 차라리 경매를 해도 내가 하겠…….”
흥분해서 떠들던 그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레드 몹은 위험하니까 사육이고 뭐고 때려 죽이는 게 답이라고 핏대를 세운 것과 모순되는 말이었다.
“흠, 흠.”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말했다.
“얼마 준다는데요?”
“감정가의 6배를 주겠다고 합니다.”
“어? 나쁘진 않네.”
결정체를 팔아서 얻을 수 있는 유통마진, 그리고 위기의 순간에 몰디브를 구원해준 사례금까지 포함된 셈이다. 유지웅은 쾌히 끄덕였다.
“그럼 팔래요.”
6배를 받아도 충분히 남는 장사. 그 뒤로 무슨 사고가 터진다 해도 그것은 알 바 아니었다. 몰디브가 선택한 일이니까.
“유지웅 대장님. 그러지 마시고…….”
정부 인물들은 유지웅을 계속 설득했다. 그가 강경하게 나서준다면 몰디브를 압박해서 레드 몹을 한국이 가질 수 있었다. 레드 몹을 길들인다면 향후 결정체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관련 분야에서 단연코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국익을 위한 일입니다. 부디 협조해 주시면 안 될까요?”
“글쎄, 나는 그걸 국익이라고 생각 안 한다니까요. 누구를 위한 국익인지 참……. 얼마나 위험한 녀석인데.”
절대로 녀석을 팔아서 받을 수 있는 돈 때문에 이렇게 뻗대는 게 아니다. 레드 몹은 위험한 녀석이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하늘에 맹세할 수 있다.
“아, 혹시 보상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부측에서는 이미 충분한 보상을 결정해두었습니다. 감정가의 8배에 달하는 돈으로 정부가 유지웅 대장님한테서 사들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사육 작업에 도와주신다면 기존의 소득세 비과세뿐만 아니라 다른 재산세에 대해서도 면제를 해드리겠습니다. 그 외에 다른 보상과 혜택도 충분히 보장하겠습니다.”
순간 귀가 저도 모르게 쫑긋했다. 돈 얘기, 세금 면제 얘기가 나오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쏠렸다. 그가 면제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레이드 관련 소득세뿐. 재산세라든지 기타 다른 세금은 얄쨜없이 내야 한다. 작년에 그런 식으로 낸 세금만도 100억 가까이 되었다.
“에이, 안 돼요.”
마음이 혹했으나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저 위험한 녀석을 누가 통제하나? 일이 잘못되면 위험할 뿐이다.
“유지웅 대장님, 부디 협조해 주십시오. 대장님 본인 뿐만 아니라 이 나라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번 일은 성사되어야 합니다. 어차피 몰디브 정부가 가져간다 해도 다른 나라가 대신 연구를 시작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차라리 우리가 가지는 게 낫습니다.”
유지웅은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거듭 반대했다. 그러자 한국에서 온갖 고위 인사들이 전화를 시작했다. 그들은 압박보다는 회유와 설득을 선택했다.
「이 일이 성공하면 우리나라에 어떤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지를 부디 생각해주게.」
「온 국민이 기대하고 있는 일이야.」
「앞으로 또 언제 그런 레드 몹을 볼 수 있겠나? 이건 정말 천재일우의 기획일세.」
「부디 나라를 도와주게.」
계속되는 설득에 유지웅은 지쳐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청와대에서까지 연락이 왔다.
「부탁합니다, 유지웅 대장.」
대통령까지 그렇게 정중하게 부탁했다.
「이대로 몰디브에 넘기면 그 과실은 결국 다른 나라가 채가기 마련입니다. 나는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절대로 그 꼴을 볼 수 없습니다. 위험한 일인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성공 보수가 높기 때문에 나는 이 일을 승인한 겁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이번 연구를 성공할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는 단연코 이 분야에서 세계 제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부디 나라를 위해 한 번만 도와 주십시오.」
대통령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보다. 솔직하면서도 진실성 있는 호소에 유지웅은 마음이 흔들렸다. 대통령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그의 명분에는 한 치의 티끌도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님, 정말 위험한 녀석입니다. 그래서 저는 죽이자는 건데요.”
몰디브가 보상을 제시하고 소유권 양도를 요구하면 일이 난감해진다. 그러나 해결책은 있다. 몰디브측에 아무런 보상도 요구하지 않고 그냥 레드 몹을 가져와버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손해는 없고 오히려 은혜만 입은 몰디브측이 그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대단한 결례니까.
그래도 다른 나라들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에 일을 해치워야 한다. 한국 정부가 서두르는 게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모든 책임은 국가에서 질 겁니다. 도와 주십시오.」
‘아, 참.’
공직자의 속성이란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냥 죽이면 모두가 편한데도 굳이 복잡한 길을 택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사실이, 불을 보고 달려드는 나방처럼 그들을 채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임을 어떻게 지신다는 건데요?”
「이미 방법은 생각해두었습니다. 만족하실 겁니다.」
남서군도에 민간인이 살지 않는 군사용 섬이 있다. 군사연구목적의 기지가 있는 곳으로, 레드 몹을 수용하기에는 제격이라고 한다. 사람이 사는 곳과 충분히 떨어져 있고.
만약 녀석이 그곳에서 행패를 부린다 해도, 나라 입장에서는 레드 몹 하나가 바다에서 인간을 습격한 정도의 의미로 그친다. 그리고 제니스 공격대라면 그 재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다 좋은데 그럼 조련은 누가 하나요?”
「……그거야 유지웅 대장이…….」
“설마 저더러 지금 그 무인도에 짱 박혀 살라고 하시는 건가요? 저희 신혼인데?”
「나라를 위해서 부탁…….」
유지웅은 잠시 송화음 부위를 막고 정효주에게 말했다.
“그냥 지금 죽여 버리자.”
대통령은 결국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근처에 사람이 없는 군 부대에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부대 장병도 최대한으로 빼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했다.
사실 정확한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에 서식하는 레드 몹만 해도 개체수가 꽤 된다. 거기에 한 마리가 더 늘어난다고 해서 특별히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관념보다는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단, 통제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유지웅이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차라리 레드 몹을 한국 땅에 방생하는 게 낫지, 인간의 손으로 길들인다? 글쎄다. 그 과정에서 열이 뻗쳐서 난동을 피우고 인간을 습격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저는 분명히 계속 반대했습니다.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통화 내역과 대화 내용은 다 녹음 됐어요. 만약 사고가 터지면 정부가 책임져야 해요. 저는 전혀 잘못 없어요. 정부의 간곡한 협조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뜻을 굽힌 것뿐이니까.”
당돌한 말에는 대통령도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어쨌거나 유지웅이 협조 요청에 응한 것은 사실인지라, 대통령은 순순히 고마움을 표시했다.
「당연히 제가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몰디브측에는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레드 몹을 가져가겠다고 이야기했다. 몰디브는 당연히 반대했지만, 한국 외교부의 정당한 항의에는 항변할 말이 없었다. 누가 보나 몰디브는 나라가 망할 뻔한 위기에서 구원받은 것이니.
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한다면 레드 몹 수송을 저지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몰디브는 파렴치한 나라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지 않아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마당이니.
“그럼 나 가방은 못 사는 거야?”
“괜찮아. 대신 결정체 값의 8배를 주기로 했어. 그러니 우리가 손해 볼 건 없어.”
소득세만 면제였다가 재산세 등 다른 모든 종류의 세금까지 일괄적으로 면제된 게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세무사 끼고 한다지만 납부 세금 계산하는 것도 무엇보다 골치였는데. 액수도 상당한 편이었고 말이다.
“근데 정말 뭐하러 이런 걸 길들인다는 건지 모르겠네. 아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위험하잖아. 막말로 우리 없을 때 폭주하면 어쩔 거야?”
“왜긴, 레드 몹 하나가 습격했다고 치면 되는 거지. 나라 입장에서 보면 그게 또 큰 손실은 아니거든.”
“레드 몹이 습격했는데 왜 큰 손실이 아냐? 다른 나라 같으면 망할 수도 있는데.”
“안 망해. 제니스 공격대가 있으니까.”
“쳇, 아주 배가 불렀어.”
그렇다. 사육 과정에서 잘못 되어도 나라 전체 입장에서는 레드 몹 한 마리가 날뛰는 정도의 자연재해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나라 같으면 그 자연재해 때문에 망하겠지만, 한국은 다르다. 자연재해가 넓게 번지기 전에 진압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쥐고 있으니, 이런 과감한 배팅을 시도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몰디브를 채근했던 다른 나라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진다. 한국이야 제니스 공격대가 있어서 레드 몹을 쉽게 진압할 수 있으니 그렇다 쳐도, 그 나라들은 진짜 무슨 배짱이었을까?
‘뭐, 다른 나라 일까진 내가 알 바 아니지.’
신혼여행을 왔다가 하룻밤도 못 보내고 그대로 수송선에 탄 채 귀국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게 못내 애석했다.
괴수는 격납고에 가두었다. 정효주는 심심했는지 괴수를 괴롭히며 놀고 있었다.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괴수는 마치 강아지처럼 끙끙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그녀가 손을 내밀고 뒤집을 때마다 장난감에 환장한 강아지처럼 헥헥거리며 부리를 비볐다.
“생긴 건 독수리인데 하는 짓은 강아지네.”
“그러게.”
정효주가 손을 높이 들자 녀석이 껑충 뛰어올랐다. 그리고 손을 덥석 물었다. 아플 정도는 아니고 살짝 깨문 수준.
그녀가 배를 만지자 녀석이 발라당 누워서 배를 까보였다. 배를 몇 차례 쓰다듬자 온몸을 떨면서 기쁨을 표시한다.
“이렇게만 보면 괴수가 아니라 무슨 애완견 같은데……. 근데 정말 안심해도 될까? 난 솔직히 불안해.”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우리야 선량한 국민으로서 정부의 협조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을 뿐이니까. 무슨 일 터지면 자기들이 책임지겠지.”
한참을 그렇게 괴수를 상대로 장난을 치던 정효주는 손을 거두었다. 괴수는 얼른 배를 깔고 납작 엎드린 채 부리를 날개 밑에 파묻었다.
“근데 어떻게 된 걸까?”
“뭐가?”
“레드 몹 치고 너무 약한 거 같지 않니?”
“그러게. 나도 이상했어. 정말 레드 몹이 맞긴 하나? 크기도 너무 작고 말이야.”
“어쩌면 녹…… 그거 때문이 아닐까?”
엿듣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한국 군함인지라 정효주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글쎄…….”
녹서스의 둘은 두 개로 나뉘어서 각각 두 사람 몸에 흡수된 상태였다. 하지만 유지웅은 몸이 좀 좋아지고 건강해진 것 외에 다른 특이점을 못 느꼈다. 보호막 능력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더 나아진 것도 떨어진 것도 없었다.
정효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히카리를 상대할 때 그녀가 발휘했던 그 공격 능력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어떡하면 그렇게 퍼플 결정체의 힘을 끌어낼 수 있을까?
‘끄응…….’
유지웅은 머리를 싸매고 생각했다. 결정체들의 융합. 상위 결정체로 진급. 두 개로 나뉜 퍼플 결정체. 거기에 퍼플 결정체의 힘을 끄집어낼 어떤 단서가 있을 것 같지만, 머릿속에 번쩍 생각나는 게 없었다.
엄중한 감시 속에 함대가 귀항했다. 레드 몹은 이미 깨끗하게 비워진 수도 외곽 군부대로 옮겨졌다. 듣기로는 장병들이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군 미필자인 유지웅은 ‘고생했겠네.’라고 한 마디 하고는 관심을 끊었다.
도착하자마자 괴수의 결정도를 측정했다. 감정장비의 결정도 수치는 500으로 나왔다. 유지웅 부부는 놀라움과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에게?”
“이게 뭐야?”
이건 옐로 몹이냐, 레드 몹이냐? 500짜리 결정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그 색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배를 갈라서 확인해볼까?”
정효주가 정말로 그렇게 할 것처럼 팔을 걷어붙이자 괴수는 냉큼 그녀의 앞에 발딱 눕고 배를 까뒤집었다.
============================ 작품 후기 ============================
네. 사실은 시골 촌구석에서 초식동물 몇 마리 좀 잡아먹었다고 지가 킹왕짱 쎈 줄 알던 하룻강아지였어요…
근데 몰디브에서 한국까지 수송하는 동안 갑자기 부대를 이사해야 했던 장병들은 대체 무슨 고생이야..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