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6)
00136 우리 결혼했어요 =========================================================================
옐로와 레드를 구분하는 기준은 사실 하나다. 선공 습성을 가지고 있느냐 마느냐. 사람을 보고 먼저 공격하면 레드 몹이고, 공격받기 전에는 가만히 있으면 옐로 몹이다.
통상 옐로 몹은 결정도가 30을 거의 초과하지 않는다. 반면 지금까지 섬멸된 레드 몹은 기본 5,000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블루 결정체는 최저 5,000억부터 시작한다고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잡힌 레드 몹이 50개체도 되지 않으니, 절대적인 수치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결정도 500의, 선공 습성을 가진 괴수의 출현은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이 녀석을 잡으면 그린 결정체가 나오는지 블루 결정체가 나오는지, 죽이기 직전에는 알 수 없으니까.
선공 습성을 가진 것을 보면 레드 몹으로 분류해야 할 텐데, 다른 레드 몹처럼 블루 결정체가 나오는지는 아무도 확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군 부대에 수송해온 그 날 곧바로 여러 가지 실험에 들어갔다.
“물어!”
정효주가 손가락을 뻗어 가리키자 괴수는 냉큼 뛰어들었다. 긴 장검을 쥐고 잔뜩 경계하고 있던 탱커가 재빨리 반격했다. 괴수는 탱커의 옆구리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까강!
불꽃이 튀었다. 탱커에 걸린 보호막에 공격이 막힌 것이다.
「다음은 2단계 보호막입니다.」
오퍼레이터가 말했다. 유지웅은 A급 장비로 바꿔 들었다. 그리고 보호막이 사라진 탱커에게 다시 보호막을 넣었다. 괴수가 달려들어서 들이박자 또다시 불꽃이 튀었다.
「다음은 1단계 보호막입니다.」
유지웅은 장비를 쓰지 않고 순수한 보호막을 넣었다. 아무런 강화를 하지 않은, 본신의 능력으로 만든 보호막.
“물어!”
눈치를 보고 있던 괴수는 정효주가 외치자 얼른 달려들어서 물어뜯었다. 보호막이 깨져나가며 탱커가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눈으로 보기에도 매우 경미한 부상이었다.
「마지막으로 보호막 없이 버텨보겠습니다.」
보호막이 완전히 소실되고, 탱커는 다시 괴수의 공격을 받았다. 괴수가 물어뜯고 들이받자 꽤 심한 부상을 입었다. 옐로 몹을 상대할 때보다 강도 높은 부상이었다. 하지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힐러들이 신속하게 힐을 넣으며 탱커가 버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만. 됐습니다.」
“돌아와!”
정효주가 외치자 마치 말을 알아듣기로 한 것처럼 괴수가 깨갱거리며 달려와서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꼬리를 살살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몇 몇 힐러들이 그것을 보고 입을 가리고 웃었다.
흉폭한 괴수가 마치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는 꼴이 너무 웃기고 신기했다. 평생 가도 보지 못할 진귀한 광경이었다.
실험을 마친 탱커가 치유를 받고 자리로 돌아갔다. 오퍼레이팅 팀에서는 데이터 분석 때문에 한창 분주했다. 이윽고 결과가 나왔다.
“일반 옐로 몹 보다는 공격력이 강하지만 통상 레드 몹에 비하면 매우 약한 편입니다. 딱 결정도 500짜리 괴수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조금 어렵기는 해도 보통 공격대로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정도 5,000짜리 레드 몹도 희생이 크기는 하지만 일반 공격대로 잡은 전례가 있으니 당연하겠죠.”
“정효주 씨와 유지웅 씨 외의 사람 말은 잘 듣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만, 돌고래보다 높은 지능을 가져서 그런지 말귀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게 참 다행입니다.”
정효주가 얌전히 있으라고 하면 정말로 얌전히 있는다. 적어도 무턱대고 사고는 치지 않을 거라 기대할 수 있다. 혹 유지웅 부부가 없는 사이 사고를 치더라도, 일반 탱커로 버틸 수는 있으니 안전장치도 갖추어진 셈이다.
이 녀석 때문에 피를 본 것은 며칠 만에 부대를 이사해야 했던 장병들 뿐만이 아니었다. 상시 교대로 감시하기 위해 능력자 부대원들이 급히 이곳으로 파견된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군대는 까라면 까야 하는 곳이니.
“사흘에 한 번 이곳에 오셔서 훈련을 지도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뭐요?”
“……다, 닷새에 한 번…….”
“뭐라고요?”
“……보름에 한 번이면 적당할 듯합니다.”
그렇게 유지웅과 군 지휘관은 타협을 했다.
유지웅도 한시름 놓았다. 처음에는 걱정돼서 반대했지만 여러 가지 테스트 결과를 보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정말 녀석을 완전히 길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지금은 그저 정효주한테 겁을 먹어서 저러고 있으나, 흉폭한 야성이 과연 어디로 갈까?
“브라우니, 여기서 얌전히 있어. 저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고. 안 그럼 배를 갈라 버릴 거야.”
살랑살랑.
“그래, 착하다. 날뛰면 안 돼. 알았지?”
흔들흔들.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부리를 벌리고, 녀석이 혀를 내밀어 정효주의 손바닥을 핥았다. 맹금류처럼 생긴 녀석이 하는 짓은 완전히 강아지나 다름없다. 하긴, 저 정도 눈치라도 있어야 살아남겠지.
“그새 이름까지 지어준 거야?”
“응. 브라우니. 어때, 좋지 않니?”
“뭔가 위화감이 드는데.”
정부는 유지웅 부부가 조교를 돕는 대가로 둘에게 상속세를 제외한 완전 면세 혜택을 약속했다. 즉 재산세나 사치세 등 따위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사실 그들의 저택, 보유하고 있는 2기의 V-23 수직이착륙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재산세가 물린다.
또 정부는 브라우니(사실 정부는 다른 코드명을 정했으나 효주가 브라우니라 부르기 시작하자 실무진도 편의상 브라우니라 부르기 시작했다)의 소유권을 갖는 대가로 4,000억을 지급했다. 그 돈은 처음 약속한 대로 고스란히 정효주의 몫이 되었다.
‘돈 지랄이네.’
유지웅은 혀를 끌끌 찼다. 그가 보기에는 별로 효용 없을 짓거리를 위해서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었다.
브라우니를 맡겨두고 이륙장으로 나왔다. 안슐이 선물한 V-23이 비행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둘은 기체에 올랐다.
탑승공간은 마치 신혼부부를 배려하듯이 화려한 휴게실처럼 꾸며져 있었다. 침대와 테이블, 심지어 책장과 냉장고, 벽면 TV까지 있었다. 가구들은 전부 격렬한 움직임에도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고정돼 있었다.
둘은 침대에 털썩 누우며 손을 잡았다.
“괴수를 길들여서 어따 쓴다는 걸까? 이해가 안 되네.”
인간이 괴수를 사냥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안전 확보와 결정체 확보. 사실 실질적으로 결정체 확보가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즉 괴수를 길들여서 쓸 데가 없다는 뜻이다.
정부 말로는 결정체 및 괴수 연구에서 세계 1위가 될 거라며 뭔가 나름대로 포부를 가진 듯한데, 유지웅이 보기에는 쓸데없는 짓이었다.
“그냥 ‘우리는 괴수도 길들였어.’ 하고 자랑질하려는 것으로밖에는 안 보이는데.”
“그러게. 참 쓸데없는데 예산을 낭비하는 거 같아.”
“저거 길들여서 레드 몹을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옐로 몹은 지금도 충분히 안정적으로 잡고 있고. 대체 어디다가 쓴다는 거야?”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거니 하고 싶어도, 탁상공론 신봉자는 도무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 말이다.
V-23은 확실히 헬기보다 빨랐다. 이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집에 도착했다. 착륙장에 내리자 정비사들이 다가와서 꾸벅 인사했다. 유지웅 부부도 인사를 받아주고는 본채로 향했다. 정비사들이 기기 정비를 위해 달려들었다.
“아, 뭔가 허탈해.”
무슨 신혼여행을 딱 하루 즐기고 돌아온 터라 둘 다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3층 부부침실에 들어서자마자 둘은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억울해. 평생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을 이런 식으로 망치다니.”
“그럼 제주도나 갈까?”
“그럴래?”
“가자! 제주도로!”
생각난 김에 당장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 막 V-23을 정비하고 있던 정비사들은 서둘러 손을 털었다. 쉬고 있던 조종사는 급히 조종석에 올랐다.
600km/h의 속도를 가진 V-23은 50분도 채 걸리지 않아 제주도에 도착했다. 유지웅은 새삼 안슐에게 감사했다. 이렇게 편한 항공 자가용이라니.
제주도는 벌써 초여름이었다. 둘은 차를 렌트해서 드라이브를 즐겼다. 해변도 거닐었다. 맛집을 찾아서 회도 사먹으며 즐겼다.
밤이 되자 호텔을 잡아서 묵었다.
“우리 집보다는 못하네.”
시설이 눈에 차진 않지만 그래도 등급이 높은 호텔답게 깨끗했다. 같이 샤워를 하다 말고 그가 먼저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이제 겨우 스물 하나. 한창 젊은 데다가 신혼이다 보니 몸이 더욱 달아올랐다. 샤워를 마치는데 한참이나 걸렸다.
예정에 없던 제주도 신혼 여행을 일주일 정도 즐기고 둘은 서울로 귀가했다. 본가에 있는 대기 정비사와 대기 조종사들은 출장을 간 이들을 몹시 부러워했다. 출장 간 인원들은 제주도에서 대기했기 때문이었다.
말이 대기지 사실상의 휴가였다. 제주도에서 V-23을 탈 일이 없으니 적당히 경비를 지불하고 쉬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유지웅 부부가 노는 만큼 그들도 제주도를 관광하며 푹 쉬었다. 서울 대기자들도 본가에서 딱히 할 일이 없었지만, 제주도에서 대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에는 둘의 신혼여행이 끝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음 레이드를 손꼽아 기다리는 제니스 공격대원이 있었고, 그리고 블루 결정체 수급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일성전자 등 기업들과 정부 관련자들이었다.
다음 레이드를 생각하고 있을 무렵 IACP 지사장인 지하크가 직접 저택까지 찾아왔다. 안슐의 수족과 같은 사람인지라 유지웅도 반갑게 맞이했다.
“신혼여행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덕분에 즐거웠어요. 회사는 잘 되어 가나요?”
“염려해주신 덕분에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수익을 전혀 챙기지 않으니 걱정스러운데…… 미안하기도 하고요.”
유지웅은 일부러 유통마진을 적당히 묶어서 지급받고 있다. 유통이익이 워낙 엄청난지라 이자 수익이라도 챙기라는 배려였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블루 결정체 유통을 독점취급하기 때문에 IACP 전체 위상이 대폭 올랐습니다.”
“그래요?”
“예. 어떻게든 블루 결정체를 공급받으려고 여러 다국적 기업들이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죠. 덕택에 한국 지사뿐만이 아니라 본사까지도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블루 결정체 취급 그 자체로 IACP가 이득을 보는 것은 없다. 하지만 독점 취급자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IACP는 국제 시장에서 대단한 위상을 보인다. 그것은 곧 힘이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부가 수익을 낳는다.
“사실은 의논 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
“팀이브라는 정규 공격대에서 얼마 전 저희측에 접촉을 해왔습니다. 자기들이 획득한 결정체를 저희측에 매각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IACP에도 좋은 거 아닌가?
비록 IACP 한국 지사는 유지웅을 돕기 위해서 안슐이 만들긴 했지만, 그 규모에 비해서 하는 일이 너무 적다. 블루 결정체는 한 달에 겨우 2개 남짓만 공급되고 있으니. 여유시간에 다른 그린 결정체를 취급한다면 이익이 되면 됐지 손해는 안 될 것이다.
“그럼 하면 되지 않아요? 뭔가 문제가 있나요?”
“팀이브가 적당한 유통이익을 요구했습니다. IACP가 본국에서 공격대에 배분하는 비율이면 족하다고 하더군요.”
“나쁘지 않은 제안 같은데…….”
설마 그게 아까워서? 유지웅은 갸웃거렸다. 자기가 알기로 지하크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당연히 저희에게도 좋은 제안이죠. 본국 공격대에 배분하는 비율이면 저희로서도 손해는 없고요. 문제는 그렇게 되면 이 나라 결정체 유통시장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겁니다.”
“영향?”
“다른 유통기업들의 시장을 침범하는 셈이 됩니다. 제가 아직 위에 보고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아마 안슐 님은 친구의 나라 시장에 끼어들고 싶지 않으실 겁니다.”
한국의 결정체 시장은 크게 블루 결정체와 그린 결정체 시장, 둘로 나뉜다. 특이한 것은 두 시장은 서로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별개로 유지된다는 것. 블루 결정체는 오직 IACP만 취급하고 있고, 그 유통은 그린 결정체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블루 결정체는 사용 용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정공이 IACP에 그린 결정체를 매각하기 시작하면 그 균형은 깨진다. 어느 정공이라도 유통이익을 나눠주는 회사에 결정체를 팔고 싶을 것이다. 그것을 감안하면 지금 의사타진을 하는 것은 오히려 많이 늦은 셈이다.
“만약 저희가 팀이브와 거래를 하게 되면 다른 정공들도 우리와 거래를 트려고 할 겁니다. 저희로서는 이득입니다만, 그리 되면 다른 4대 유통사들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들의 시장을 뺏기는 셈이니까요.”
“다른 정공들이 IACP와 거래하면, 그들은 유통이익을 얻어서 좋고 IACP는 매출이 늘어서 좋은 거네요?”
“예.”
“그럼 하면 되지 않아요? 저와 의논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왠지 허락을 받으러 온 듯한 말투다. 너무 정중하게 예의를 차리는 것 아닌가?
“자기 물건 비싸게 쳐주는 곳에 물건 파는 거야 당연한 거고 정당한 자유죠. 값 잘 쳐주는 곳이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전체를 위해서도 좋은 거구요. 저한테 허락 구하실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럼 허락하신 것으로 알겠습니다.”
“제가 허락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업이 잘 되시기를 빌어요.”
IACP 매출이 늘어나면 안슐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유지웅은 부디 사업이 번창하기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