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03)
나는 귀족이다 1307화
[헬조선 편]
66장 패왕 유지웅(6)
순간 영장류 괴수가 우뚝 정지했 다. 가느다란 경련이 전신에서 미칠 듯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一 안……슐?
괴수가 저벅거리며 다가왔다. 아까
와 달리 몸을 움직이는 게 힘들어 보인다.
혹시 정신이 돌아오고 있는 것인 가. 하지만 안술은 더 이상 희망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유지응이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
결국 시간문제일 뿐,멸망은 필연 적이라고. 죽어버린 마음 때문에 그 가 지닌 무한한 힘의 봉인이 붕괴해 버렸다고.
희미하게 마음이 돌아온 대가는 컸 다. 괴수의 모습을 한 유지웅은 맞 지 않는 갑옷에 갇힌 것처럼 움직임 이 부자연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힘을 쥐어 짜내서 안슐에게 다가왔다.
-안슐?
“내 이름은…… 제이크 안슐…… 빈 지예드 알…… 나얀…… 사,삼 십삼 년 전 당신이 구해줬던…… 꼬 마……
-안슐! 안슐! 끄아아아!
괴수의 모습을 한 유지웅은 두 손 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단말마를 닮 은 비명을 토했다.
“당신을…… 존경하고,원망하고, 그리고♦…” 이해한다.”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
모든 세상이 이제 그 막을 내리려 고 한다.
주변의 소음과 자극이 점점 둔해지 며,어둠이 눈앞에 짙게 깔리기 시 작한다.
이것이 바로 죽음인가.
바로 그 순간,사라진 줄 알았던 팔의 감각신경에서 뜨거운 자극이 쏟아져 들어왔다. 영면에 진입하려 던 그의 발걸음을 강제로 멈추게 했 다.
순간적으로 몸에 활력이 솟아난다.
눈을 뜬 안슐은 놀라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지웅의 온몸을 덮고 있던 암흑이 걷어지며,비어 있는 그의 왼손을 향해 몰리고 있었던 것이다. 피폐해 진 그의 얼굴과 눈빛이 드러났고, 사방에서 그를 알아본 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어떠랴.
그가 유지웅인 것을 알고 사람들이 절망하든 말든,이제는 아무 상관없 는 일이었다.
안술은 이게 새로운 출발이 아니 라,종막을 앞둔 절정임을 알고 있
었다.
지금 몸에 흘러넘치는 힘은,꺼지 기 직전의 촛불을 강제로 밝게 불태 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술!”
어느덧 유지웅은 인간의 모습을 되 찾았다. 목소리도 인간의 것으로 돌 아왔다.
하지만 그의 왼손에는 여전히 암흑 이 넘실거린다. 그 역시 마지막 힘 을 쥐어짜내어 시간을 벌고 있는 것 이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 무슨 말을 듣고 싶을까.
무수한 상념이 무언의 눈빛 속에서 교차한다. 그러다가 안슐은 쓴웃음 을 지었다.
아무렴 어떠랴.
굳이 말로서 지금의 이 마음을 나 눌 필요가 있을까. 그저 이렇게 최 후의 순간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것을.
유지웅 역시 같은 심정인가 보다.
불필요한 감정의 쏟아냄보다는,그 저 떨리는 손을 잡으며 체온을 나누 는데 집중한다.
‘당신은…… 왜 지금도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애절한 눈빛을 보니 불현듯 몇 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보고 싶다,효주야. 세현아. 하연
아. 하원아. 아빠. 엄마. 안술..
그런 생각을 했어. 어쩌면 난 이미 그때 죽은 게 아닐까? 아니면 지금 죽음에 수렴하는 영원한 0초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그는 그때와 같은 눈빛을 한 채,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묻고 싶었지만,입이 움직이 지 않는다.
그때의 독백은 무슨 의미였는지, 왜 자신의 이름이 거기에 있었는지.
어떤 상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지금은 그저 묻어두는 게 좋을지 모 론다.
‘대체 왜……
“안술.”
‘어째서 그런 눈으로……
“혹시, 만약에 혹시, 정말로 혹시 만약에,언젠가 어디서든 날 다시 만나게 되면,그럴 리는 없지만 정 말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그때 꼭 나에게 이렇게 말 해줘.”
‘나는 당신에게 뭔가?’
유지응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성 대를 쥐어짜내듯이 또박또박 말했 다.
“내 친구야,우스프리는 괜찮았나? 이렇게 말해줘.”
‘당신은 왜……
“잊지 마. 자네가 그 말을 하면, 그럼 자네는 나의 새로운 희망이 되 는 거야. 그럼 멸망을 막을 수 있 어. 그리고 우리는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안슐 역시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서 물었다.
“그게…… 뭐지?”
유지응의 눈빛이 깊어진다. 동시에 그의 왼손에 머물러 있던 암흑이 다 시금 온몸을 빠르게 침식하기 시작 했다.
어느덧 얼굴까지 암혹에 덮인 채, 유지웅은 종막을 앞둔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밝은 미소를 보였다.
“자네가 우리한테 준 결혼 선물.”
오직 자신만이 기억하는 미래. 그리고 자신만이 간직하는 과거. 종막이 내려앉고,따뜻한 물속에서
다시 눈을 뜬 순간을,안술은 여전 히 기억한다. 언제까지나 편히 잠들 어 있고 싶은 그곳은 바로 어머니의 뱃속이 었다.
그는 태어난 순간 울지 않았다.
주치의는 그의 첫 울음을 터뜨리기 위해 엉덩이를 가볍게 때렸지만,그 는 대신 손을 움직여 주치의의 팔을 제압했다.
갓난아기가 절대 지닐 수 없는 우 악스럽고 정교한 힘에 주치의는 소 스라치게 놀랐고,왕궁은 난리가 났 다.
결국 소식을 들은 아부다비의 지도
자,부왕이 출산실까지 달려왔다.
“신이시여.”
우뚝 선 갓난아기를 본 부왕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수행원들 도 잇달아 무릎을 꿇으며 갓난아기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그들은 신이 내린 기적이라 생각했 다. 종교국가로서 그것만이 타당한 도피처 였다.
갓난아기의 모습을 한 안술은 우뚝 서서 무릎을 꿇은 국왕과 수행원, 의료진을 차분히 둘러보았다.
그 모습 어디에서도 이제 막 태어 난 아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
다. 애당초 갓난아기가 두 발로 저 렇게 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몇몇은 머릿속에서 의구심을 지우 기 힘들었다.
이게 정말 신의 기적인지,아니면 악마의 농간인지.
“제이크 칼리파 빈 제이드 알 나흐 얀.”
갓난아기의 입에서 분명한 발음이 나왔고,의구심을 지우지 못했던 이 들은 자신들의 믿음이 부족한 것을 자책했다.
저런 맑은 목소리가 어찌 악마의 농간일 수 있단 말인가.
“들으라. 계시를 전달하겠다.”
“오오! 신이시여! 이 충직한 종은 계시를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부왕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땅에 닿도록 숙였다. 가슴에서 용솟음치 는 신앙심을 참기 어려웠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살아생 전 정말 신의 사자가 재림하는 것을 보게 되다니.
“머지않아 세상에 시련이 닥칠 것 이다. 성전을 위해 내가 그대 아들 의 몸을 빌려 내려왔으니,한 마음 한 뜻으로 받들라.”
“계시를 받들겠습니다.
안슐은 신의 사자를 참칭했다.
부왕을 무릎 꿇리고 싶지는 않으 나,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으로 멸망을 대비하는 수단이었으 니.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비밀 을 지킬 것을 엄숙히 맹세했다.
“왕비에게는 말하지 말라. 그녀의 슬픔을 빼앗고 싶지 않구나.”
“뜻을 받들겠습니다.”
부왕은 안술을 자신의 아들로 대하 지 않았다. 그는 아들이기 이전에 신의 사자였다.
그렇게 왕가의 비밀이 시작되었다.
비밀 유지를 위해 부왕은 단 둘이 있을 때에도 안술을 아들로서 대하 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투나 태도만 그러할 뿐,눈빛은 언제나 극진한 신의 종이었다.
왕가에서 안술의 말은 곧 법이었 다. 다만 외부에서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합리적인 연극을 할 필요는 있 었다.
왕가에서 안술의 비밀을 아는 이는 부왕을 포함해서 2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내가 과거로 돌아온 게 맞는 건가?’
부왕 앞에서 근엄한 신의 사자를 연기하면서도, 안슐은 끊임없는 고 민에 시달렸다.
‘나는 어쩌면 태아 시절부터 꿈을 꾼 게 아닐까? 신이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미리 보여준 게 아닐까?’
태어난 순간부터 안슐은 이미 탱커 였다. 탱커라서 그런지 안슐은 외적 인 성장 속도가 무척 빨랐다. 다섯 살이 되기도 전에 이미 키가 150을 돌파할 정도였다.
놀라운 괴력,칼이나 총이 통하지 않는 단단한 체격,여기에 세상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총명한 지능과
판단까지.
부왕은 그가 신의 사자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안술은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했다.
‘앞으로 10년.’
10년이 지나면 괴수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전에 유지응과 정효주가 세상에 등장한다.
지금으로서는 그들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유지웅과 정효주는 괴수가 나타나기 전에 법원 판결로 새 신분 을 부여받고 세상에 등장하기 때문 이다.
많은 이들이 둘의 과거를 궁금하게 여겨 파헤쳤지만,모 아파트 공사장 에서 일용직으로 일한 것이 가장 최 초의 흔적이었다.
그 전까지 둘이 어디에서 태어났 고,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았고, 누구와 교류를 했는지는 오리무중이 었다.
‘마치 미래에서 과거로 떨어진 것 처럼 말이지. 바로 이 나처럼……
안술은 그들도 자신처럼 시간여행 을 겪은 게 아닌가 하고 추정했다. 이미 한 번 경험을 했기에 그는 자 신의 추정에 강한 확신을 품을 수
있었다.
‘미래를 바꾼다. 이번에는 틀림없 어.’
그러기 위해서는 힘을 쌓아야 한 다.
안술은 탱커의 능력을 숨겼다. 대 신 자신이 기억하는 미래를 기억해 서 여기저기 잔뜩 투자를 했다. 수 백억 달러가 넘는 기본 자산,왕족 이라는 신분,여기에 이미 알고 있 는 미래까지.
돈을 긁어모으는 것은 하품이 나올 정도로 쉬웠다. 안술은 차근차근,하 지만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세계 경제의 괴물이 되어갔다.
‘의장…… 이번에는 절대로 당신이 그런 패왕이 되지 않도록 내가 막을 거요.’
유지응에게 정효주를 지킬 힘이 없 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미워하는 적들은 매우 영리하고 교활했으며, 또한 끈질기 고 인내심도 많았다.
그녀의 죽음은 방심에서 빚어진 것 도 아니었다.
잠복한 첩자들이 20여 년 동안 기 회를 포착하지 못한 것 자체가,평 소 그녀의 경호가 얼마나 엄중했는
지를 방증한다.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거요. 당신을 그런 괴물로 만들지 않을 거 요. 내가 살아서 이루지 못한다면, 죽어서라도 반드시!’
IACP를 전면에 내세우고 그 뒤에 숨은 안술은 경제계의 괴물로 자리 잡으며,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유지웅과 정효주가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반갑습니다,안슐 왕자.
안슐은 물끄러미 유지웅을 주시했 다. 그는 잠깐이지만 유지웅이 놀라 워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과거(미래)에서 봤던 유지웅의 눈빛을 떠올리게 만들었 다.
마지막 순간 애절하게 바라보던 그 눈빛과 너무 흡사했다.
‘나는 당신에게 뭐였지? 당신은 나 에게 뭐였지? 당신이 알고 내가 모 르는 것,그게 대체 뭐지?’
어떻게 과거로 다시 돌아올 수 있 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아니,정말 과거로 돌아온 게 맞는
지,미래를 미리 본 게 아닌가 하는 혼란을 지우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10년을 기다린 그 의문만 큼은,이제 해답을 들을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해줘. 그리고 우리는 진 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내 친구야,우스프리는 괜찮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