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23)
나는 귀족이다 1327화
[헬조선 편]
69장 주인은 관대하다(6)
“관대함을 나눠준다는 게 무슨 의 미입니까?”
김범석의 등장이 준 충격에서 가까 스로 벗어난 최형식이 입을 열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문맥
의미 그대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설마 우리에게 돈이나 정보를 지 원해주겠다는……
“굳이 어렵게 생각하시는군요. 있 는 그대로 해석하시면 된다고 했을 텐데요.”
최형식은 헷갈린다는 시선으로 윤 기원을 보았다. 둘은 무언의 눈빛을 교환하며,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 여야 하는지 골머리를 싸댔다.
김범석이 반 발짝 앞으로 나왔다. 가마의 끝자락에 선 채,두 팔을 벌 리며 가슴을 당당하게 폈다.
관대함을 나눠준다고 했습니다.
그게 그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말입 니까?”
“관대함……
“돈,정보,그런 일체의 지원을 모 두 포함한다는 포괄적인 의미입니 까?”
윤기원이 나서서 묻자 김범석의 입 가에 다시금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래도 일찍 의미를 깨달아서 다 행이군요.”
“왜 우리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겠 다는 겁니까?”
“그게 바로 주인님의 뜻이기 때문 입니다.”
“하지만 유지웅 의장은 오늘 일을 모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행하는 모든 것이 곧 주인님 의 의지나 다름없습니다. 그분은 아 랫사람들의 모든 걸 포용합니다.”
아까 했던 말을 다시 들으니 정말 이지 혼백이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 이다. 왜 도와주느냐고 이유를 묻고 있는데 정작 돌아오는 대답이 저 모 양이니.
“불필요한 생각은 거두십시오. 그 저 제가 주인님의 관대함을 나눠드 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뿐입니 다.”
최형식은 김범석을 묵묵히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해줄 수 있습니까?”
“어느 정도?”
김범석이 쿡쿡거리며 낮게 웃기 시 작했고,최형식과 윤기원은 괜히 스 산한 불길함을 느꼈다.
“지원이 어느 정도인지를 궁금해 하기 전에,앞으로 무엇을 할지,그 리고 어떤 지원을 요구할지를 고민 하는 게 더욱 생산적일 겁니다.”
김범석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가마의 한쪽 부분에 열리며 그 안에 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최형식이 손 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높이였다.
“받으세요.”
최형식은 주저하면서 그것을 받아 들었다. 튀어나온 지지대에는 가로 가 약 20cm 정도 되는 금고가 들어 있었다. 금고 위에는 비밀번호가 적 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열어보십시오.”
비밀번호를 누르고 상자를 열자 그 들은 홈칫 놀랐다.
안에는 제니스저축은행에서 발급한
카드가 들어 있었다. 금고의 크기에 비해서 안에 든 물품은 너무 간단하 지 않은가.
“이 카드는♦…“?”
“체크카드입니다. 비밀번호는 안에 적혀 있으니, 원하는 대로 마음껏 꺼내 쓰세요. 달러든 유로화든 원화 든,세계 어느 곳에서 자유롭게 출 금이 가능합니다.”
“일 년에 얼마까지 출금이 가능합 니까?”
“얼마까지 가능하냐고요?”
김범석이 다시 낮은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마치 중대한 음모를 꾸미
는 사람처럼 음산하기 그지없는 웃 음소리 였다.
“나야말로 궁금하군요. 과연 당신 들이 한 해에 그 안에 든 돈의 W%라도 다 쓸 수 있을지……
“김범석 씨?”
“아무튼 나는 이만 할 말은 다 전 했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세요. 카드 비밀번호 아래에 내 전화번호도 적혀 있을 겁니다.”
김범석은 등을 돌려 금속 가마의 정상으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가마는 천천히 회전을 하더니,온 방향 그대로 돌아갔다. 무인 드론들
이 아까처럼 가마 전체를 휘황찬란 하게 비추었다.
“윤기원,김범석의 의도가 대체 뭘 까?”
“나도 모르지. 하지만 유지웅 의장 은 이 일을 모르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여.”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김 범석을 탓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우리를 지원하는 정도의 일은 유지 응 의장의 결재를 받을 필요조차 없 는 소규모 사업이라는 뜻일 테니 까……
일단 서울로 돌아가지. 잔액 확인
을 해봐야겠어.”
체크카드라고 했으니 안에 일정한 현금이 들어 있을 것이다.
서울로 돌아온 둘은 가장 먼저
ATM을 들러 잔액을 확인했다. 그 리고 기절할 둣이 놀랐다.
“10조 원?”
“이,이렇게나 큰돈을 선뜻 준다 고? 유지웅 의장의 결재나 승인 없 이 단독으로?”
대체 유지웅은 얼마나 돈이 많은 것인가. 김범석 그 자는 대체 얼마 나 큰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인가. 그 리고 그 돈을 자신들에게 안겨서 무
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됐어,이 돈이면 미국의 지원이 없어도 백신 공격대를 운용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윤기원,하지만 누군가의 돈을 받 는다는 것은 그자를 돕거나,최소한 그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제 한이 걸려.”
“최형식,하지만 제니스 컴퍼니의 행보를 봐봐. 우리와 부딪칠 일이 있겠어?”
“아직까지는 그렇지.”
제니스 컴퍼니는 세상 누가 봐도 놀라울 정도로 선행을 베풀고 있다.
회사 공식 규율부터 ‘숫자야말로 최 고의 복지다.’라고 되어 있을 정도 니,말 다 한 셈이다.
연구직 등 고도의 자율성이 필요한 분야를 제외하고,대부분의 사원들 은 동종업계보다 높은 임금을 받으 면서 주에 4일만 출근해서 일한다. 일부 사업부는 주3일제가 완전히 정 착된 곳도 존재한다.
제니스 컴퍼니가 승승장구하는 것 이야말로 최형식과 윤기원이 바라마 지 않는 것이다.
만약 제니스 컴퍼니가 한국 전체를 지배한다면,그때는 더 이상 자신들 의 존재가 필요 없는 행복한 결말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상상한 적도 있으 니.
-바로 당신 같은 수라가 필요 없 는 세상을 위한 포석이라는 것을요.
최형식은 김범석이 예전에 했던 말 을 속으로 다시 한번 음미했다.
‘우리를 지원하는 것은. 아직은
우리가 필요한 세상이라는 뜻이겠 지.’
더불어,자신 같은 수라가 필요 없 는 세상을 위해서는, 자신이 더욱더 수라의 길을 날뛰어야 한다는 의미 이기도 할 것이다.
최형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윤기원,백신 공격대 조직을 더욱 정밀하게 다듬어야겠어. 지금 같은 주먹구구식 체제로는 더 이상 안 돼.”
“충분한 자금 지원도 생겼으니 그 렇게 해야지. 근데 생각해둔 바는 있어?”
“있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생각 해둔 시나리오가 여러 개 있거든.” 윤기원은 잠시 숙연해졌다.
최형식은 재벌 3세한테 매를 맞고 불구가 되어 병상에서 몸져 누워 있 을 때,자신이 탱커가 되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다양한 계획을 세웠
었다.
아마 지금 같은 상황도 망상의 흐 름 속에서 이리저리 펼친 상상의 날 개 속에 존재할 것이다.
무제한적인 자금 지원이 확보된 상 황에서 혁명 조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언제까지나 음지에만 숨어 있을 순 없지. 그건 공격대원들 사기에도 좋지 않아.”
음지에 숨어서 세상의 발전을 위해 활약하는 투사이자 의병.
취지는 좋지만 사람은 고행이 지속 되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결국 지치
게 된다. 그리고 피로는 처음의 굳 은 결심을 흐릿하게 만들 수 있다.
“양지로 나가겠다고? 진심이야?”
“물론 종로 한복판에 정식으로 백 신 공격대 간판을 달겠다, 뭐 그런 의미는 아니야. 세상이 불편하게 여 기지 않는 거짓 간판을 달고 활동해 야지.”
“백신 공격대의 이름을 숨기고 다 른 이름을 내세워 양지에서 당당히 활동한다. 하지만 백신 공격대의 정 체성은 결코 버리거나 흐리게 만들 지 않는다. 대원들도 그 점을 반드
시 명심해야만 할 거야.”
“양지로 나간다는 건 좋아.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최형식은 윤기원을 뚫어져라 바라 보다가 입을 열었다.
“PMCCPrivate Military Company : 민간군사기업) 결성이야.”
청와대 암살 기도 사건은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가 없었다.
최형식을 검거하려는 과정에서 떠 들썩한 총성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 었다. 당시 청와대에 주둔 중이던 기자들은 총성 소리만 듣고도 심상
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알았다.
결국 청와대는 언론과 여론의 항의 를 이기지 못하고,청와대가 습격을 당했음을 밝혀야 했다.
“설마 백신 공격대가?”
“아니야. 최형식이 나섰다면 이미 대통령은 저 세상 사람이 되어야 해. 아무리 청와대라 해도 최형식의 죽창 투척이 실패로 끝날 거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최형식이 나 섰다면 분명히 대통령은 죽었다.”
“애초에 최형식이 대통령을 노렸다 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전에 이미 시행했을 걸? 적어도 최형식은
지금 대통령 목숨을 거두는 데는 관 심 없어.”
이미 현 정부는 식물인간 상태나 다름없는 처지이기에,최형식은 굳 이 청와대를 건드리지 않는다. 그것 이 바로 세상을 차지한 대세 의견이 었다.
“그럼 누구지? 최형식이 아니라 면……
“대통령 목숨을 노리는 다른 반정 부 조직이나 인사가 있는 거지. 사 실 자기가 탱커라는 걸 숨기고 다니 면 나라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 잖아?”
“아마 현 대통령을 엄청 미워하는 사람 중에서 탱커 혹은 근딜 각성자 가 암살을 시도한 거야. 하지만 아 직 미숙해서 실패하고 만 거지. 틀 림없이 이게 맞을 거야.”
세상은 최형식이 원하는 대로 밑그 림을 짜기 시작했고,김호 대통령으 로서는 미치고 팔짝 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최형식이 습격을 했는데 실패했다고 곧이곧대로 발표하기에 도 꺼려졌다.
최형식이 실패를 할 리가 없다며, 청와대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 냐고 역공이 들어 올 것 같았기 때
문이었다.
실제로 수석들은 사실대로 발표할 경우 정부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질 수 있다고 합의를 보았다.
“적당히 덮는 게 낫습니다. 더 떠 벌려봤자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결과 밖에 안 됩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게 무슨 국 제적 망신인지……
정상회담이라는 말에 그래도 김호 대통령은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정상회담 자리에서 국가원수로서의 위상을 드러내 보이면,탄핵 소추로 실각된 이미지가 많이 복원될 것이다.
‘문제는 계엄 해제인데.’
계엄을 해제하면 정상회담이 이뤄 질 테니,국회의 보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남은 임기를 무사하게 마치고,류이한 사장으로 부터 약속한 보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습격당한 지금 계 엄을 해제하게 되면 여러 가지로 말 이 나오게 된다.
‘대통령 목숨을 노리는 반정부 세 력이 있는데,계엄 해제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이렇게 들고 일어나는 사람들이 많
을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들고 일어나는 사람 들 대부분은 현 정부의 지지층이라 는 것이다.
현 정부를 싫어하는 유권자들은 계 엄이 빨리 해제되기를 바라거나, 혹 은 계엄이 해제되든 말든 큰 관심이 없다.
35%의 굳건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계엄 해제를 놓고 김호는 걱정줄이 타들 어갔다.
“각하,계엄 해제와 정상회담을 동 시에 추진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동시에?”
“예,북측과 말을 맞춰서 정상회담 을 가지는 그날,계엄 해제도 선포 해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계엄 해제 를 반대하는 우리 지지자들도 정상 회담에 묻혀서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