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596)
나는 귀족이다 1499화
[헬조선 편]
89장 취미로 사제를 하는 과학자 (10)
처음 벡스코가 테러범들에 의해 점 거 당했을 때,신수교단에도 구원을 바라는 문의가 빗발치듯 밀려들었 다.
교주님! 부디 신수께 간언하시어
테러범들에게 인질로 잡혀 있는 사 람들을 구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교주님!”
“비록 종교가 다르다 하나 일단 사 람은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 까?”
일단 인질 20만 명이 잡힌 큰 사 건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엄청난 문 의가 빗발치듯이 쏟아졌다.
은망신교와 관련이 없는 천주교, 기독교,불교,힌두교,무슬람교,심 지어 재계와 정계에서도 신수교단을 찾아와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했 다.
신수교가 정식으로 처음 집회를 가 졌을 때 신수가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단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신수께서는 인간들 간의 다툼에는 관여하지 않으십니다.”
“신수께서는 오로지 인류를 괴수 같은 천재지변의 위협으로부터 구원 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계십니다.”
“인간 사이의 갈등은 우리 인간이 직접 해결해야 합니다. 신수께 도움 을 청할 수는 없으나,우리 교단만 큼은 같은 인간으로서 온 힘을 다해
이 사건의 해결을 돕겠습니다.”
“사실 교주님도 신수와 핫라인 통 화를 못 하십니다. 신수께서 전번을 안 남기셨거든요.”
교단은 신수의 도움을 청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하지만 교단만큼은 인질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적극 돕겠다,그런 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물론 신수를 빼면 돈 많은 일개 종교 단체에 불과한 신수교가 인질 테러 사건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 * *
“교수님! 아니,교주님! 우리 신수 교에 해결을 원하는 목소리들이 빗 발치고 있습니다! 교단에서 뭐 어떻 게 나서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니트로는 의연하게 반응했다.
“어허,교단 간부로서 어떻게 그렇 게 채신머리없이 행동할 수 있단 말 이오!”
“죄송합니다,교주님. 하도 사방에 서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쏟아지 고 있어서……
“인간끼리의 갈등을 신수께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불경한
짓입니다. 해서도 안 되고,어차피 할 수도 없어요.”
신수한테 연락할 방도 자체가 없으 니.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교주가 한 마디만 하면 바로 신수가 우아하게 강림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 고 생각한다.
“지금은 정부를 믿고 대테러부대에 모든 것을 걸고 기다려야 할 때입니 다. 제니스 컴퍼니에서 유지웅 의장 님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셨다고 하니,참을성을 가지고 지켜봅니다.” “알겠습니다,교주님.”
“그나저나 다른 종교들까지도 왜 우리한테 구조를 요청하는지 모르겠 습니다. 우리가 무슨 힘이 있다 고……
“차라리 인질범이 몸값을 요구했다 면 우리가 나설 여지가 있겠는데 말 입니다.”
신수교는 돈이 많다.
20만 명 인질에 대한 몸값 정도는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제일 잘하는 건 돈으로 문 제를 해결하는 건데 말입니다. 사람 들이 그걸 몰라요.”
그래도 널리 박애를 실천한다는 교
의 정신에 어긋나지 않게끔,신수교 단은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벡스코 테러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 다.
언제든 자신들이 나서야 하는 상 황,자신들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라 면 바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었 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완전 히 벗어났다.
* * *
‘은망교 신자는 전부 죽었다.
폭발한 벡스코 잔해 속에서 은망교 주의 멱살을 끌고 테러범 리더는 수 많은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선언했다.
그의 뒤에서 아직도 솟구치고 있는 화염의 열기 앞에,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격수들은 테러범 리더를 향해 총 구를 겨누고 있었지만, 감히 방아쇠 를 당긴다는 생각 자체도 품지 못했 다.
탱커한테는 어차피 총알이 통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대전차화기를 가져오지
않는 한 탱커는 잡을 수 없다.
여기서 저격을 시도했다가는 괜히 최후의 인질인 교주,그리고 현장에 있는 기자 및 경찰들만 위험해질 뿐 이다.
최형석이 가장 앞으로 나서서 외치 듯이 물었다.
“죄 없는 일반 신자들을 왜 모두 죽인 것인가?”
“그들이 죄가 없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지?”
“어디까지나 일반 신자들은 결핍된 감정을 채우기 위해 종교를 찾았을 뿐이다. 횡령,강간,가정파괴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은 교단의 간부 이 상급 고위직들이다.”
“교주와 간부들이 그런 짓을 마음 껏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밑에서 받쳐주고 있는 20만 명이 있어서가 아닌가?”
“그들의 20만 결속력 덕분에 교주 와 간부들은 마음껏 자기들 욕심을 채울 수 있었다. 그들에게도 죄는 있다.”
테러범 리더는 조금도 흥분하지 않 은 채,또박또박 천천히 말했다.
최형석이 다시 반문했다.
“그런 의미에서의 죄가 존재한다고 치자. 그게 과연 죽을 정도의 죄라 고 생각하나?”
“죽을 정도의 죄는 아니겠지.”
“그런데도 모두 죽였단 말인가?”
“다시는 사이비 종교 따위에 모든 걸 바치는 이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 라는 마음에서 시행했다.”
뜻밖의 대답에 기자들은 순간 멈칫 했다.
죽을죄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이유에서 모두 죽여 버린 것이 라니.
그 과감함에 머리카락 끝이 섬뜩해 졌던 것이다.
“보아라! 이것이 몸과 마음을 바쳐 사이비 종교를 떠받들고,그 종교가 사회에 해악을 끼치게끔 만든 이들 의 최후다!”
테러범 리더는 자유로운 손으로 뒤 쪽에서 솟구쳐 오르는 불꽃을 가리 키며 외쳤다.
복면 사이로 드러난 그의 부릅뜬 두 눈은 가느다란 핏줄로 뒤덮여 있 었다.
“우리가 정의라고 생각하진 않는 다! 우리는 은망교 때문에 모든 것
을 잃었고,그에 대한 분노로 은망 교 전체에 복수를 시행했을 뿐이 다!”
“우리는 우리 손으로 만족스러운 복수를 이뤄낸 것에 진심으로 기뻐 하며,더 이상의 여한은 없다.”
그 말을 끝으로 테러범 리더는 스 스로 심장을 찔렀다.
그의 숨이 끊어지며 손아귀의 힘이 풀리자 붙잡혀 있던 교주는 앞으로 넘어졌다.
공포로 몸이 굳어진 터라 자유를
되찾았음에도 신체의 균형을 잡지 못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린 대테러부대원들이 우 르르 달려 나가서 교주의 신병을 확 보하고,테러범 리더의 생존 여부를 확인했다.
“맥이 잡히지 않습니다! 사망한 것 같습니다!”
“의사,의사를 불러와!”
대기 중이던 의료진이 부리나케 달 려와서 테러범 리더의 숨결을 최종 확인했다.
“사망했습니다.”
뛰지 않는 맥박,정지된 호흡,깔
끔하게 파괴된 심장.
누가 봐도 분명히 사망한 것이었 다.
대테러본부장은 우두커니 선 채로 넘실거리는 화염을 뚫어져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엿됐다.”
* * *
소방대원들이 급하게 화재 진압을 시도했다.
유독물질이 가득한 중화학 공장이
아니고,탈 만한 자재도 거의 없어 화재 진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폭발이 남긴 화재는 살수차들이 대 량으로 물을 뿌려대자 금방 진압이 되었다.
화재 진압이 끝난 이후 구조대원들 이 급히 내부로 들어가서 사망자들 을 확인했다.
“모두 죽은 거 같습니다.”
참혹하기 그지없는 장면에 다들 한 순간 얼어붙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고통 없이 갔을 겁니다. 뭐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고 모든 게 꺼졌을 테니까요.”
마치 핵폭발의 중심에 휩쓸려 한순 간에 죽어버린 것처럼.
적어도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은 이 는 없어 보인다는 게,구급대원들이 그나마 가질 수 있는 한 줄기 위안 이었다.
20만 구에 달하는 시신을 수습하 는 것도 엄청난 노동이었다.
사건이 완전히 끝난 것을 확인한 대테러본부는 철수를 시작했고,대 테러본부장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기 자들의 마이크 세례를 감내해야 했 다.
“인질들이 모두 죽었다는 게 사실
입니까?”
“테러범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탈 출한 겁니까,아니면 인질들과 함께 폭사한 겁니까?”
“시신 중에서 테러범을 구별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사망한 탱커를 일 반인과 완전히 구별할 수 있습니 까?”
“폭발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폭탄 인가요,아니면 레이더의 고유 능력 인가요?”
“한 말씀만 해주세요!”
“부디 한 말씀만!”
대테러부대의 역할은 끝났고,이제
는 국과수의 현장 감식이 필요한 상 황이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국과수 인력이 투입돼서 현장을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시신 수습은 여전히 병행 중이었다.
“C4를 벡스코 내부 전체에 대량으 로 촘촘하게 배치해서 한꺼번에 기 폭을 한 것 같습니다. C4 잔여물이 사방에서 검출되고 있습니다.”
“기둥,지붕, 바닥 등 모든 곳에 정밀하게 배치했습니다. 이 정도 배 치와 폭약 양이라면…… 아마 한 명 도 빠짐없이 한순간에 갔을 겁니다. 자기가 죽는지도 몰랐겠지요.”
고통스럽게 죽은 사람은 없는 것으 로 보인다.
그것이 테러조직이 최후로 행한 배 려라는 사실에,국과수 연구원들은 가볍게 소름이 돋았다.
“폭약들은 사전에 미리 설치된 게 분명합니다.”
“은망교 행사일정을 미리 파악하고 함정을 파놓은 겁니다.”
“벡스코 관계자들을 추궁해 봐도 얻을 수 있는 건 없을 거 같군요.”
벡스코 관계자들은 설마 이 나라에 서 자기들 건물에 그런 대규모 폭약 테러가 벌어질 거라 생각할 수 없었
을 것이다.
“이 많은 폭약을 대체 어떻게 들여 왔을까요?”
“설마 국내에서 제조된 것은……
“그렇다 해도 폭약 원재료를 확보 해야 합니다. 원재료든 완제품이든 이 많은 양을 당국의 감시를 피해 확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 다.”
애초에 대테러부대조차도 설마 하 니 이런 대규모 폭약을 준비했을 거 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조사원들은 문득 소름이 돋았다.
“강제진압을 시도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 었습니 다.”
“만약 탱커 부대원들이 들이닥쳤더 라면 그들의 목숨까지도 희생되었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가슴을 쓸어내 리고 있는 것은,내부진압을 준비 중이던 탱커 병력들이 아닐까?
자칫 상부가 진압 판단을 내렸다 면,자신들도 휩쓸려서 죽었을 테니 까.
* * *
테러 사건은 많은 희생을 남기고 끝났다.
리더를 제외한 다른 테러원들이 어 떻게 되었는지는 당장은 알 수 없었 다.
사망한 탱커와 일반인을 구분할 수 있는 판별 기술도 없었고,사체들의 옷가지도 전부 타버려서 옷차림이나 소지품으로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했 기 때문이다.
조사당국은 20만 명 신자들의
DNA를 일일이 판별해서,은망교 명단과 비교를 해보기로 했다.
은망교 신자가 아닌 사체가 있다
면,그자를 테러범으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검식을 시작하자마 자 그 기대를 저버려야 했다.
“테러범 리더는 은망교도 명단에 있는 자입니다. 즉 서류상으로 이 자는 은망교도입니다.”
“……이런 망할.”
“입교한 지는 1년이 채 안 됐습니 다. 아무래도 테러를 기획하면서부 터 은망교에 위장으로 입교한 거 같 습니다.”
“최근 1년 이내 입교자로 한정한다 면?”
“20만 명 중에서 1년 이내 입교자 가 30% 이상입니다. 그들 전원의 행적을 거꾸로 추적해야 하는데,쉽 지 않을 겁니다.”
자살한 테러범 리더의 신상을 조사 해봤지만,이상한 낌새는 전혀 없었 다.
심지어 그가 은망교 가입활동을 했 다는 정황 증거도 찾아내기 어려웠다.
물론 다른 일반 신자들도 그 점은 마찬가지였지만…….
“결국 자살한 그 친구를 빼고 다른 조직원들이 정말 함께 폭사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게 되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