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27)
00227 핸디캡은 거들 뿐 =========================================================================
“안 가요.”
소식을 들은 유지웅은 간결하게 말했다.
“보낼 생각도 없었습니다.”
정부 입장도 마찬가지로 쿨했다.
믿을 국가가 따로 있지, 어찌 중국을 믿는단 말인가. 신뢰도 면에서 보자면 미국과 중국은 하늘과 마리아나 해구 차이다. 인권에 무지하며 인명 경시 사상이 만연한 국가 아닌가. 국익을 위해서라면 타국인 한 명쯤 억압하거나 고문하거나 심지어는 처리해버릴 수도 있는 국가다.
게다가 분쟁이고 뭐고 눈 하나 꿈쩍 않는다. 한국과 중국은 국력 면에서도 아직 격차가 크다. 선진국은 아니지만 넓은 영토와 14억에 달하는 인구수에서 나오는 저력은 도저히 한국이 어찌해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 나라에 제니스를 보낸다? 차라리 굶주린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게 나을 것이다.
중국은 무슨 대가든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더욱 신뢰를 떨어뜨렸다. 약속을 지킬 의사가 없으니 시원스럽게 내거는 거 아닌가? 정치인 공약처럼 말이다.
자문단도 중국 파견에는 반대였다. 신뢰할 수 없는 국가기 때문에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야당은 조금 달랐다. 이 기회에 중국이 옛 북한에 가지고 있던 이권을 정리하고, 나아가 백두산 반쪽을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일견 타당하고 나름 국익을 생각한 입장이긴 했지만…….
“아, 그럼 자기들이 가던가.”
그 이야기를 지나가다가 들은 유지웅은 코웃음을 쳤다.
* * *
유지웅이 생각하기에 불원숭이가 까다로워 보이긴 하지만 의외로 공략은 간단할 것 같았다. 보호막 2차 궁극기(퍼플 효과)로 방어막을 무효화하고, 딜을 퍼부으면 금방 죽을 것 같았다. 방어막이 벗겨진 괴수는 좀 거대한 동물일 뿐이니까.
다만 2차 궁극기 사정범위가 생각보다 넓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자칫 자신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게 보호막을 친다? 불원숭이는 보호막을 받은 이유리를 한 방에 그로기 상태로 보냈다.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다.
한편 2차 궁극기를 알지 못하는 지원팀은 자문단의 조언을 받아 열심히 전술을 짜고 있었다. 유지웅은 2차 궁극기를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녹서스의 돌이 알려지면 곤란한데…….’
꼭 녹서스의 돌이 아니라 해도, 결정도 5만을 체내에 품고 있다는 게 알려져서 좋을 게 있을까?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이제 나도 내 몸 정도는 지킬 힘이 있잖아? 미국도 요새는 안 건드리는 편이고.’
미국 하는 짓을 보면 친밀도를 높이는 봄볕 정책으로 완전히 진로를 정한 것 같다. 결정도 5만이 알려지면 녹서스의 돌을 놓고 의심은 하겠지만, 그래도 갑자기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전술안은 좀 나왔나요?”
“몇 가지 골격이 있습니다.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줘 봐요.”
패드컴퓨터를 건네받은 유지웅은 지원팀이 고심해서 짜낸 전술안을 확인했다. 파격적인 전술은 없었다. 대부분 공격대의 생존과 안전을 먼저 생각한 전술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한편 미국에서 파견한 레이더들이 도착했다. 총 40명의 대인원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유지웅은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통제하기 힘들어지는데……. 언어 장벽 문제도 있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두 한국어에 능통한 이들입니다. 또 통제에 절대 복종할 겁니다.”
함께 파견된 미 장교가 얼른 그렇게 나섰다. 그는 황인이었는데 한국어에 능통했다.
“그럼 동료가 아니라 부하 군인이라 생각하도 대해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저들은 교육 참관을 위해 온 훈련생들이니까요.”
“아, 그런데 재미교포세요? 한국어를 너무 잘하셔서.”
“교포 2세입니다.”
미국이 통제 장교를 선정하는 데까지 나름대로 세심한 신경을 쓴 티가 났다.
미국 레이더들은 바짝 얼어 있었다. 나름대로 크게 각오를 하고 온 모양이다. 일단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성별은 반반이었고, 나이대는 대부분 20대 초중반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젊은 인재를 키워서 오래 써먹고 싶었으리라. 유지웅이 나서자 그들은 더욱 바짝 얼어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진짜 군인이나 무슨 정보 요원 보낸 거 아니야?’
레이더가 군 부대나 첩보 부대에 소속되는 게 드문 일도 아닌지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차분히 그들을 살피고 유지웅은 입을 열었다.
“모두 반갑습니다. 제가 제니스 공격대장입니다.”
정적만 흘렀다. 긴장한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아시겠지만 여러분은 레드 타입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은 제 통제에 따라주셔야 하며, 이곳의 지휘권을 존중하셔야 합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여러분들이 강인한 레이더로 거듭나기 위한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겁니다. 이상입니다.”
유지웅은 박수를 생각했다. 하지만 대원들의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일제히 경례를 붙인 것이다. 진짜 어디 갓 훈련소 마친 요원들을 데려다 놓은 거 아니야?
“장교님도 책임자로서 미국 대원들을 잘 통솔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릴스라고 불러 주십시오.”
미 대원 합류 절차도 마쳤고, 호크아이-3 인수 절차도 마쳤다. 운용 인력은 편제 그대로 당분간 미국이 제공하기로 했다. 덕분에 전력 공백 없이 바로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세 기가 한 세트니까 나중에 한 세트는 안슐한테 선물해야지. 자랑도 좀 하고.’
안슐이 얼마나 놀랄까? 그것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뿌듯했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돼?’
차라리 불원숭이가 중국 깊숙한 곳으로 진입하면 발을 뺄 수 있는데, 압록강에서 불과 100km 부근에서 난리를 치고 있으니 국경을 넘을 것을 우려해 물러날 수도 없었다.
중국의 파견 요청에 한국이 들은 체도 않자 양국 간의 관계는 더욱 험악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만 하지 않는다면 한국이 중국한테 꿇릴 것은 전혀 없다.
그리고 괴수가 득실거리는 시대에서 국가 전면전은 곧 양쪽의 패망을 뜻한다. 일본의 경우가 바로 좋은 예다. 그걸 아는 중국은 협조 요청 좀 거절당했다고 전쟁 따위를 결심하는 것은 절대 못한다.
공격대 편제를 검토하며 지루한 대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드디어 일이 터졌다.
쿠궁!
와이프와 통화로 시시덕거리고 있던 유지웅은 갑작스럽게 들려온 폭음에 깜짝 놀랐다. 지하가 무너진 것처럼 땅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밖에 나와 보니 다른 사람들도 놀란 얼굴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무슨 소리예요?”
“아, 알아보겠습니다!”
전령병이 급히 사령부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보다 전화가 오는 게 더 빨랐다. 사령부에서 온 전화였다.
「중국이 핵을 사용했습니다!」
“뭐라고요? 핵?”
「네. 레이더를 계속 투입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와……. 결정 한 번 화끈하네요.”
대괴수용 핵은 방사능 오염이 없다. 대신 보유와 운용을 UN에서 일괄 관리한다. 어디까지나 괴수 퇴치를 위해서 당사국이 결정했을 때만 발사가 된다.
물론 한국처럼 비방사능 핵이 없는 국가에만 해당 사항이 된다. 미국과 중국 등 따로 자체 깨끗한 핵을 자체 보유한 강대국은 UN의 핵 제공 서비스를 받지 않는다. 애초에 UN에 깨끗한 핵을 제공하는 게 그 나라들이다.
‘가만?’
핵을 발사했으면 괴수는 섬멸되었을 테고, 그럼 이제 집에 가도 되는 거 아닌가? 효주야! 기다려!
“철수 준비. 철수 준비.”
유지웅은 얼른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정부에서도 순순히 철수 승인을 해줬다. 원래는 좀 더 사후 상황을 둘러보고 비상경계를 해야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 그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불에 화약을 집어넣는 짓이다. 물론 통상 병력으로 계속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철수 결정을 했지만 올 때처럼 그게 쉽지 않았다. 공격대 덩치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파견한 40명의 대원과 그에 따른 관련자들, 그리고 세 기의 호크아이-3 사후 관리 조치도 해결해야 했다.
“아, 어쩌지? 우리 집에 격납고 없는데.”
마음 같아서는 혼자 집에 가고 나머지는 장태준에게 알아서 하라 시키고 싶지만, 조직의 오너가 어디 그래서야 되겠는가. 한 번 농담 삼아 그렇게 말했더니 아내가 기겁을 했다. 그렇게 일 내팽개치고 왔다가는 안 놀아줄 거라고 압박도 했다.
철수를 하는 데만 닷새는 걸릴 것 같았다. 유지웅은 조금이라도 빨리 철수하고 싶은 마음에 부지런하게 정부 인사와 이것저것 통화를 했다.
그러나 일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코드 레드! 추정 결정도 6,000! 북쪽 140km 지점에서 시속 90km로 남하 중입니다!」
아직 비행 감시 중이던 호크아이-3에서 급히 날아온 보고에 유지웅은 정신이 멍해졌다. 기지 사령부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소리야? 핵도 쐈는데?”
“설마 핵폭발을 버텨냈다는 건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결정도 6,000이라고 해서 통상 레드 몹으로 봐서는 안 된다. 강력함 면에서는 히카리보다 더한 괴수로 보아야 한다.
「10분 후 압록강을 넘을 예정」
「계속 가속 중.」
「영상 확인. 전송합니다.」
속속들이 보고가 들어왔다. 모든 철수 절차가 중지되고 비상 대기 상태로 들어갔다. 유지웅도 사령부에 급히 참석했다. 호크아이-3에서 보내온 영상을 참모진과 함께 확인했다.
붉은 털을 가진 거대한 원숭이가 흙먼지를 날리며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 탄식했다.
“이럴 수가……. 핵을 견디다니?”
“이래서야 최후의 카드는 기대할 수 없네. 공격대의 힘만으로 물리쳐야 해.”
“과연 가능할까? 핵도 버텨낸 방어막인데? 게다가 탱커가 버티는 게 불가능한 괴수 아닌가?”
유지웅은 손끝이 바들바들 떨렸다. 히카리 이후 괴수한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저거 진짜 레드 몹이 맞긴 한가? 사실은 블랙 몹인데 호크아이-3가 제대로 탐지 못한 건 아닌가?
‘이래서 미제는 믿을 게 못 돼! 오류가 너무 많아!’
잠시 후 긴급 보고가 들어왔다.
“알아냈습니다! 핵을 버텨낸 것은 아니고 핵 중심부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합니다! 후방의 열폭풍에만 노출되었기에 방어막이 견딘 겁니다!”
즉 한참 비껴 맞았다는 소리다. 추가 정보에 참모진은 어이가 없으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핵을 버텨낸 건 아니라는 뜻이니.
“미사일 유도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하여간 중국의 로켓 기술은 말만 번지르르 하지 정밀하지가 못해요.”
“다행입니다. 대응책을 세워 봅시다.”
유지웅은 주먹을 꾸깃 쥐고는 통신 장교한테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핵을 비껴 맞고, 놀라서 열폭풍 반대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유지웅은 직감했다. 절대 유도 기술이 잘못된 게 아니다.
이건 중국의 토스다.
============================ 작품 후기 ============================
미제 무기를 믿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