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226)
00226 핸디캡은 거들 뿐 =========================================================================
호크아이-3는 말이 조기경보기지 복합형 만능전장정보통제 항공기의 역할을 한다. 인간과의 전투가 아닌, 괴수 레이드를 위해 설계되고 최적화 된 기체였다. 무인항공기인 덕분에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며 지상 관제탑에서 통제한다.
원래 괴수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습격을 조기에 탐지하는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무인 경보기인데, 레이드를 위해 이것저것 고급 옵션을 주렁주렁 달다 보니 대당 생산원가만 15억 달러가 돼버린 하늘 위의 금덩이였다.
사실 팔라는 요구에 미국이 즉답을 해온 것부터 이상한 것이다. 호크아이-3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미국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첨단 항공기였다. 당연히 이런 항공기의 판매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결정이 날 수는 없다.
“제니스 캡틴이 관심을 보이는군요. 다행입니다.”
“이것으로 그의 협조를 얻기 더 쉬워질 겁니다.”
괴수 안보에 목을 거는 미국은 유지웅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오래 전부터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수백 개가 넘는 시나리오가 이미 마련되어 있으며, 끊임없이 수정되고 보완되고 있는 중이다. 호크아이-3 판매도 오래 전부터 준비된 대응 방침 중 하나였다.
말로는 미국 레이더가 레드 몹 경험을 쌓기 위해서 제니스에 참가시킨다고 하지만, 실제 목적은 그와 친분 관계를 쌓아나가기 위함이다. 이렇게 하나씩 둘씩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나아가다 보면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꽤 장기적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 젊고 파릇파릇하니까. 원래 급히 먹으려는 물이 체하는 법이고 CIA는 빨리 물을 먹으려다가 몇 번이나 일을 망쳤다.
“대원들의 한국어 구사 능력은 괜찮겠지요?”
“완벽합니다. 모두 제니스 공격대에 동경을 품고 있는, 젊고 열정이 넘치는 레이드 능력자들입니다. 현지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인과 섞여 생활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서둘러 국회를 설득합시다.”
백악관의 요청에 따라 급히 소집된 임시 국회에서는 일사천리로 판매를 승인해 주었다.
* * *
“4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요?”
유지웅은 잔뜩 실망해서 반문했다. 세부 교섭을 위해 급히 양강도로 날아온 미 대사는 그가 실망스러워하자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하듯이 설명했다.
“최신형 항공기다 보니 생산 및 조립하는데 적어도 수개월은 걸립니다. 4개월의 기간도 이미 생산 중인 항공기를 빼서 판매하는 거라 가능한 기간입니다.”
미국은 부랴부랴 호크아이-3를 판매하기 위해 이미 생산 중인 기체의 판매처를 바꾸기까지 했다. 원래는 자국 본토 레이드 부대에 제공될 기체였다.
“4개월씩이나 손 빨고 기다리기는 좀 그런데.”
“유감입니다만 생산 속도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닌지라…….”
“그럼 한 기만 중고로 먼저 팔아요. 나머지 다섯 기는 나중에 따로 인도하시고요.”
“예?”
나머지 다섯 기? 그럼 총 여섯 기? 금시초문이었던 미 대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크 아이-3 방공망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 기가 필요하다. 한 기는 예비용이고 나머지 두 기로 교대 실전 투입 및 운용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미국에서도 세 기를 판매할 거라고 훈령이 내려와 있었다.
“저 여섯 기 살 생각인데요? 왜요? 여섯 기는 안 되나요?”
“아, 아닙니다.”
기왕 파는 거 세 기를 파나 여섯 기를 파나 매한가지다. 중요한 건 그에게 기체를 팔고 호감을 사는 것. 기껏 그의 관심을 끌어냈는데 기체 수량에서 실망시키게 만들어서는 도로 아미타불이 아닌가.
미 대사는 ‘중고 판매 기체는 가격을 최대한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바로 알아보겠다.’라며 대충 좋은 말로 대화를 마무리 짓고 얼른 본국과 교신했다.
「여섯 기? 그가 여섯 기를 원하고 있습니까?」
“예. 게다가 한두 대 만이라도 즉시 구매해서 운용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는 운용 기체를 중고로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떡할까요?”
「중고로 넘기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여섯 기라니……. 잠시만, 나중에 다시 연락합시다. 임시 국회가 끝나기 전에 다시 승인 요청을 해야겠습니다.」
때 늦은 시간에 백악관은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백악관은 추가 승인 신청을 했고, 이제 막 퇴근하려던 국회의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물론 별 탈 없이 추가 신청이 승인이 났고, 미 대사는 밝은 얼굴로 유지웅을 면담할 수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본국에서 승인이 났습니다. 중고 판매로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생산 기간이 있으므로 여섯 기 모두를 양도 받으려면 최대 8개월까지 걸릴 겁니다.”
“저, 다시 생각을 해봤는데 여섯 기 가지고는 안 되겠어요. 지금 한국에 들여온 세 기 모두 파시고 신품으로 여섯 기를 구매하고 싶은데, 안 될까요?”
얼마나 됐다고 그새 쇼핑 목록이 늘었어! 이래서 돈 많은 것들, 아니 충동구매하는 것들이란!
급히 백악관에 알아보니 다행히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최대 열 기까지 확대 승인을 받아둔 상태였다. 그렇지 않으면 퇴근 중인 의원들의 발길을 두 번이나 돌리는 볼썽사나운 꼴을 연출할 뻔했다.
“중고 세 기 포함해서 총 아홉 기 판매도 문제없습니다.”
“다행이네요.”
“미국 레이더들이 지금 출국 준비 중인데 괜찮을까요? 즉시 합류했으면 합니다.”
백두산 괴수, 가칭 ‘불원숭이’는 지금 미국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특수 능력 보유수였다. 당연히 미국은 즉시 레이더를 투입해서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착실하게 준비를 해온 터라 한국으로 출발하는 것도 바로 시행할 수 있었다. 그의 허락만 남았다.
“그러죠. 대금 지불은 어떡할까요? 지금 바로 드려요?”
“일단 양도계약서를 먼저 작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 대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저 인간은 왜 자꾸 자기 권한을 넘어서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걸까. 괴수용 조기경보기가 한두 푼 하는 물건도 아닌데 당연히 계약서 작성은 기본 옵션 아닌가? 무슨 마트에 진열된 초콜릿 사는 것처럼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고 하니 식은땀이 다 난다.
급한 대로 미국에서 계약서 초안이 도착했다. 유지웅은 김장호가 꾸린 변호사단 및 외교부의 검토 하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1차 계약은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호크아이-3를 대당 8,000억 원에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중고라 해도 실전 운용한 지 반년도 안 된 점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었다. 미국은 기술제공은 하지 않는 대신 퇴역할 때까지 100% 수리 보장과 운용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소유권 이전을 마치고 안보수석이 따로 찾아와서 유지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뭘요. 사는 김에 몇 개 더 사준 것뿐인데.”
유지웅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원래 그는 세 기만 구입하려 했다. 하지만 중간에 욕심이 더 생겨 여섯 기를 요구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뒤늦게 상황을 안 정부가 끼어 든 것이다. 정부가 운용하게 세 기만 더 구입해주면 안 되나 하고. 그래서 여섯 기가 갑작스럽게 아홉 기로 늘어난 것이다.
물론 정부 몫으로 배정될 세 기는 정부가 대금 지불을 하기로 했다. 미국 눈치가 보여서 명의는 유지웅 앞으로 해두겠지만 실전 운용 및 관리는 정부가 할 것이다.
유지웅만 허락해주면 여러 선진국들이 군침을 흘리며 탐을 내는 최신형 조기경보기를, 그것도 미국이 절대 타국에 판매하지 않는 전략품목 항공기를 세 기나 구입할 수 있다. 전부 중고긴 하지만 매우 싼 값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그 나름대로 쇼핑하는 김에 바구니에 몇 개 더 넣어주는 정도야 어렵지 않아서 승낙했다. 공짜로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도 준다는데 뭐가 어려운가?
아무튼 소유권 이전도 되었겠다, 유지웅은 자문단과 함께 호크아이-3의 스펙을 확인했다.
“이런 개새끼들!”
주요 스펙을 확인한 순간 욕부터 튀어나왔다.
“아니, 뭐? 원거리 결정도 측정 센서? 최대 사거리가 150km? 이런 좋은 걸 지금까지 지들만 썼단 말이야!”
말인즉슨 호크아이-3는 최대 150km 밖에서도 괴수의 결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측정장비가 상당히 커서 개인이 휴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항공기 장착용으로 보면 오히려 굉장히 작은 편이다.
방산업체 로비스트로 활동해서 군사 무기에 박식한 서지원은 주요 부품 및 스펙을 확인하고 혀를 내둘렀다.
“정말 대단합니다. 미국이 특급 기밀로 분류하는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어요.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한참이나 멀었다는 걸 알겠습니다.”
“한성산업이 방어장비와 충전장비로 정상을 차지하긴 했지만 결국 그 영역뿐입니다. 이런 복합 항공기는 정말 미국만 만들어낼 수 있어요. 우리나라와는 기초기술 수준부터가 달라요.”
“왜 미국이 절대로 타국에 팔지 않는지 알겠군요.”
서지원을 비롯한 군사관련 자문단들은 한결같이 헐값에 정말 좋은 물건을 샀다며 칭찬을 해댔다. 유지웅은 어깨만 가볍게 으쓱해 주었다.
“무기는 역시 미제가 최고죠.”
* * *
중국 길림성은 괴수 불원숭이 때문에 초토화 되고 있었다. 길림성뿐만 아니라 인근성에서도 줄을 이어 피난행이 이어졌다. 당국에서는 안전하다며 정보 통제에 나섰으나 인민 사이에서는 길림성에서 최대한 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인민들이 북경 쪽으로 피난길에 나섰다.
중국 공격대가 섬멸에 나섰으나 눈덩이처럼 피해만 늘어나고 있었다. 구체적인 피해 내역은 당국이 입을 다물고 있어 알 길이 없지만, 미국은 적어도 5,000명을 넘었다고 추산하고 있었다. 그 정보는 유지웅 및 한국 측도 공유하고 있었다.
“괴수만 놓고 보자면 지금 상황은 히카리가 출현했을 당시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럼 중국도 일본처럼 망하게 될까요?”
“그건 아니죠. 일본이 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가즈오케 총리 암살 때문에 시작된 우경과 좌경의 내전이었으니까요.”
어느 교수의 의견에 다른 자문단 멤버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 티뱃 등 타민족 구역에서 이 기회를 이용해 독립을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요. 실제로 소수민족 지역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도 그 점을 몹시 신경 쓰고 있고요.”
“문제는 과연 저 괴수를 막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중국 측의 항의가 뚝 끊겼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뭔가 노림수가 있군요.”
원래 중국은 불원숭이가 길림성을 침범한 것 때문에 한국 정부에 줄기차게 항의를 가했다. 한국 공격대가 자극해서 난동을 부린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뚝 끊겼다. 한국 정부는 그 점 때문에 오히려 신경이 쓰였다.
불원숭이 때문에 와이프 곁을 떠나온 지도 어언 2주가 넘었다. 유지웅은 좀이 쑤셨다. 한창 나이에 참고 있으려니 이제는 사리가 나올 판이었다. 그렇다고 불원숭이가 언제 또 마음을 바꿔서 한국 국경을 넘을지도 모르는데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불원숭이는 범위약화 능력을 지닌 괴수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탱커로는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쯤이면 중국 당국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고심하고 있을 겁니다.”
범위약화. 자문단에서 붙인 명칭이었다.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로 보면 불원숭이는 일정한 범위 내에 존재하는 레이더의 능력치를 감소시킨다. 때문에 탱커는 방어가 불가능하고 근접 딜러는 딜을 할 수가 없다. 오직 원거리 딜러만 통할 뿐이다.
“공격대로만 상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항공부대의 지원이 필요해요.”
“그것보다는 차라리 원거리 딜러로 괴수의 어그로를 확보해서 유인하는 식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힘들지 않을까요? 불원숭이의 도약력과 질주 속도는 상당한 수준입니다. 따라잡히게 되면 희생만 늘어나요. 차라리 항공부대와 전차부대를 이용해서 유인하는 게 나을 수 있어요.”
몇 가지 대응 전술 골격이 잡히긴 했지만 자문단과 지원팀은 끊임없이 회의를 했다. 이 정도로는 확실하게 불원숭이를 상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다행히 불원숭이는 중국 땅에서 난리를 치고 있으니 한국에 여유는 있었다.
그러게 대응 방법에 고심하고 있을 무렵, 드디어 중국 측에서 공문을 보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 공격대의 지원을 바랍니다. 그에 따른 대가는 기꺼이 지불할 것입니다.」
마침내 중국이 제니스 파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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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가지고 놀다가 새삥 오면 중고는 정부에 주기로 했어요.